Druid RAW novel - Chapter 197
0196 포동이들의 하루(2)
간식 창고로 향한 포동이들은 관람객들에게서 얻어낸 실핀을 이용해 자물쇠를 풀어냈다.
동물은커녕 도둑들도 포기할 만큼 두껍고 튼튼한 자물쇠였지만, 녀석들은 꿋꿋하게 벽에 매달린 채로 열심히 앞발을 움직여 풀어낸 것이었다.
그렇게 간식 창고의 잠금을 해제한 녀석들은 낑낑거리며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낙원! 요가 바로 낙원이다!”
두 녀석은 간식 창고로 들어가자마자, 간식들을 탐하기 시작했다.
넉넉하게 간식을 약탈하며 배를 채운 녀석들은, 조금 서늘한 간식 창고의 냉기를 즐기며 한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녀석들은 그곳에 계속 있을 수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몇몇 동물들의 간식이 떨어졌기 때문에 사육사들이 간식을 가지러 찾아왔기 때문이다.
“뭐야, 포동이들 아냐? 이것들 또 사고 쳤네…….”
“으아악!”
사육사들이 떠드는 소리에, 사육사들이 찾아온 것을 확인한 포동이들은 화들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튀, 튀라!”
화들짝 놀라며 발라당 넘어진 포동이들은 그대로 호다닥 달려나갔다. 사육사들이 녀석들을 붙잡으려 했지만, 워낙 잽싸게 움직이다 보니 놓칠 수밖에 없었다.
“아……. 도망쳤네.”
“포동이들은 나중에 사장님한테 보고하자. 어차피 조만간 교육한다고 벼르고 계시던데.”
“쩝. 그럼 일단 이것들부터 옮기자고.”
사육사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도 모르고, 포동이들은 잽싸게 도망쳤다.
그렇게 도망친 녀석들이 향한 곳은 집이었다. 최소한 사육사들은 따라오지 않는 곳이 집이었기 때문이다.
“휴우, 안 따라오제?”
사육사들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포동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집안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녀석들에게 한 털뭉치가 다가왔다.
“뭐고, 치킨이 아이가?”
“뭐 볼 일이라도 있나?”
자신들에게 다가온 털뭉치, 치킨이를 바라본 포동이들은 바닥에 널브러져서 녀석을 맞이했다.
“쥔님 방문 열어주라! 애기 보고 싶어!”
“거를 열어 달라고?”
“응!”
아기를, 이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은수를 보고 싶다며 치킨이가 라쿤들에게 엉겨 붙었다.
닫힌 문을 여는 것은 동물들 중 딱 세 마리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두 마리의 라쿤과, 한 마리의 원숭이 말이다. 그중 원숭이는 집에 들어오지 않는 녀석이었으니, 치킨이가 부탁할 만한 동물은 포동이들이 전부였다.
“……뭔가 도전 욕구 같은기 샘솟지 않나?”
“함 해보까?”
포동이들은 저들끼리 쑥덕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지 못하는 곳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포동이들에게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가즈아!”
두 녀석은 이내 자리를 박차고, 안방으로 향했다.
“썩 꺼지십셔.”
하지만 그 앞을 철통처럼 막고 있는 청호를 보며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긴 문을 따는 건 포동이들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 앞에 있는 청호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못해?”
“마, 우리를 뭘로 보고!”
청호에게 막혀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던 포동이들은 뒤에서 들려오는, 치킨이의 의도치 않은 도발에 넘어가버렸다.
“내가 시선을 끌믄, 니가 열으레이.”
대포동이 소포동에게 작전을 설명하고, 청호에게 다가갔다.
소포동은 그런 대포동의 뒤쪽으로 몸을 숙이며, 청호가 시선을 팔면 문을 열 준비를 했다.
“거기서 더 접근하면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슴다.”
“마, 고마 지나가는 기다.”
대포동은 안심하라는 듯 앞발을 들어 휘적이며 청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포동이들의 행동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청호에게는 먹히지 않을 위장 전술이었다.
“꾸엑!”
가까이 다가가던 대포동은 가차 없이 앞발을 휘두르는 청호에 의해, 퍽!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복도 끝까지 데굴데굴 굴러가야 했다.
“해, 행님아!”
“너도 썩 꺼지라는 검다.”
“캐앵!”
당연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소포동 역시 대포동과 똑같은 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애오옹!”
그리고, 포동이들이 방문을 열어주면 은수를 볼 생각에 꼬리를 살랑이던 치킨이는 그 모습을 보며 발바닥 털이 빠지도록 열심히 줄행랑쳤다.
“꾸에에에엑…….”
방문을 열어달라고 한 의뢰묘가 도망치는 모습에, 포동이들은 몸을 움찔거리다가 축- 늘어졌다.
물론, 그 행동 역시 위장 전술이라고 볼 수 있었다.
몸을 움찔거리던 포동이들은 눈을 슬그머니 떠올리며 청호를 바라보았다. 딱히 방문 앞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는 듯한 녀석의 모습에, 포동이들은 잽싸게 도망쳤다.
“흐엑, 흐엑. 죽는 줄 알따.”
“내도. 와따 마, 겁나 아프네.”
겁 없이 도전한 대가를 치르는 포동이들은 청호에게 얻어맞은 곳을 부여잡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향하는 곳은 동물원 내부에 있는 수의사실이었다.
매일매일 회진을 하듯 돌면서 동물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이상이 있을 때 치료해 주는 수의사가 근무하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간혹 다치거나 몸이 안 좋은 동물들이 직접 찾아오는 곳이기도 했다.
바로, 지금 포동이들이 찾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 여우한테 줄 영양제. 요즘도 구박이 구박받아요?”
“자기가 먹을 것도 새끼들한테 양보하면서 구박은 좀 덜 받는데, 그래서 영양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요…….”
“걔는 진짜…….”
붉은여우의 사육사와 수의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포동이들이 수의사실로 쏙- 들어왔다.
“인간아! 내 요 아프다!”
수의사실로 들어온 포동이들은 청호에게 얻어맞은 앞발 부근을 내밀어 보였다. 두 녀석 전부 사이좋게 한 대씩 얻어맞을 때, 반사적으로 방어하다가 앞발을 맞았기 때문이다.
“얘들이 뭐라는 거죠?”
“그걸 알면 제가 여기서 수의사 안 하고, 사장님처럼 뮤튜브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것도 그렇네요.”
당연하지만 사육사와 수의사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물론, 그런 두 사람의 떠드는 소리 역시 포동이들이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아따, 요가 아프다니까!”
“……저기가 아프다는 소리 아닐까요? 여기까지 온 거면 아픈 거 말고 이유가 없을 건데.”
앞발을 내밀며 캥캥 소리를 내는 포동이들의 모습에, 사육사와 수의사는 그제야 녀석들의 행동을 알 수 있었다.
수의사는 곧바로 포동이들을 진찰대로 올렸다.
“음, 겉으로 보기엔 이상 없는데?”
앞발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눈으로 보기엔 딱히 이상한 점이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캥캥거리며 앞발을 내미는 두 녀석의 모습에, 수의사는 포동이들의 X-ray까지 촬영하기로 했다.
수환이 미리 정한 수신호로, 손바닥을 촤악 펼쳐 보이면 멈춰 있으라는 것임을 아는 포동이들은 수의사의 유도에 따라 X-ray를 문제없이 촬영해냈다.
“뼈도 문제없고. 너희들 왜 온 거니?”
수의사는 멀쩡하기 그지없는 포동이들의 앞발을 보며 황당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프다는 듯이 캥캥 소리를 내며 앞발을 들이미는 포동이들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붕대라도 감아 줄까.”
수의사는 자그마한 붕대를 가져와, 포동이들의 앞발에 가볍게 몇 바퀴 감아주었다.
“오, 인자 안 아픈 거 같은디?”
“내도.”
포동이들은 그런 처치에 만족한 건지, 붕대 감은 앞발을 들고 이족보행을 하며 수의사실을 떠났다.
“……붕대가 탐났던 건가?”
멀쩡한 녀석들이 붕대를 감아주니 바로 떠나는 모습에 수의사는 황당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의사는 고개를 내저으며 포동이들에 대한 상념을 지우고 사육사와 하하호호 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의사실에서 빠져나온 포동이들은 다시금 동물원 내부를 돌아다녔다.
카피바라 녀석들과 뒤엉켜 놀기도 하고, 목을 쭉 빼낸 채로 햇볕을 쬐며 느긋하게 쉬는 한무의 등갑 위에 널브러져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비버의 집을 등긁개 삼아 등을 긁기도 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포동이들을 포획하러 온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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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오늘 포동이들이 사고 친 거라고요?”
“네.”
은수를 돌보다가 은수가 깊게 잠에 빠지는 것을 확인하고서 밀린 일을 하기 위해 나온 나는, 한 직원에게서 포동이들이 사고 친 것에 대한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호돌이의 먹이를 약탈한 것부터 시작해서 온갖 사고를 쳐댄 것이었다. 정말 걸어 다니는 사고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청호에게서도 포동이들이 잠입하려다가 실패하고 도망쳤다는 이야기마저 들은 상태였다.
“이대로 놔두면 안 되겠네. 확실히 교육을 시켜야지.”
포동이들의 악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나는 곧장 포동이들을 포획하기 위해 두 개의 이동장을 들고서 녀석들을 찾아 나섰다.
CCTV를 확인하고, 직원들의 제보를 받아 라쿤들을 찾아낸 나는 곧장 녀석들을 붙잡았다.
당연히 도망치려 했지만, “멈춰!”라는 마법의 단어 앞에서는 포동이들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대포동, 소포동. 자, 따라해. 나는 이제 큰일 났다고.”
“안 돼에에에에엑!”
두 포동이들은 이동장의 창살을 붙잡고 절규했다.
포동이들아, 인사해라. 저기 너희들의 좋은 시절이 떠나가네.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나는 포동이들이 갇힌 이동장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여전히 이동장에 가둬둔 채로 교육을 시작했다. 바로, 도덕 교육을 말이다.
“길에서 떨어진 이어폰을 발견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주, 주워 가꼬 직원헌티 주야 한다…….”
“잘했어. 그러면, 문이 열린 냉장고를 발견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먹으……면 안 되는 기라. 문을 닫아뿐다.”
“그렇지. 이번에는 한 관람객의 가방이 열려 있어. 어떻게 할까?”
“관심도 주지 않는기라.”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맛없는 사료를 주고 정답을 맞히면 맛있는 사료를 주어가며,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하니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세뇌 같은 교육이 끝났을 때, 포동이들의 행동이 완전히 달라졌다.
관람객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이 아니라, 채워주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진행하는 일종의 이벤트나 다름없긴 했지만 말이다.
[신수의 둥지 다녀왔는데 이거 모냐?] [집에 와서 발견한 건데 주머니에 이게 있다? 이거 모냐?] [소매요정 라쿤의 선물 쿠폰! 기념품 상점에서 원하는 굿즈로 교환하실 수 있습니다!] [그거 포동이들이 넣어주는 거임 ㅋㅋㅋㅋㅋㅋ] [라쿤이 내 주머니 터는 줄 알았는데, 쿠폰 넣어주는 거더라?] [그거 갖고 기념품 상점 가면 굿즈로 바꿔줌] [지나가다 마음에 들면 소매넣기 해줌 ㅋㅋㅋㅋㅋㅋㅋ] [참고로 뒷면에 유효기간 있으니까 그 안에 가서 바꿔야 함]약탈자 포동이들의 개과천선이 아쉽다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소매요정이 되어버린 포동이들이 더 마음에 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네가 소포동이지? 이거 먹을래?”
“라쿤들이 이걸 참 좋아한다지? 자, 많이 먹고…… 여기 주머니가 열려 있단다.”
물론, 포동이들도 관람객들이 더 친절하게 다가오며, 맛있는 간식도 자주 주게 되었기 때문에 꽤나 만족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