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10
0209 유부남들의 여행(3)
팔을 내미니, 독수리가 빠르게 다가와 내 팔에 내려앉았다.
은수보다는 가볍지만, 그래도 꽤나 묵직한 무게감이 팔에 가해졌다. 물론, 지금까지 단련해온 체력과 근력이 있기에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우, 따갑네.”
하지만 문제는 독수리의 발톱이었다. 사냥에 적합한 발톱답게, 내 팔에 내려앉는 녀석 때문에 옷가지에 벌써 구멍이 뚫리고 있었다.
그나마 유부 녀석도 들고 하면서 질겨진 피부 덕분에 상처가 나지는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아프긴 아프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팔뚝에 독수리를 앉힌 나는 녀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새카만 깃털, 갈색 깃털, 흰색 깃털이 이리저리 뒤섞여 뛰어난 위장색을 가진 녀석이었다.
종으로 따지자면, 검독수리라는 이름을 가진 독수리였다.
“안녕?”
나는 그런 독수리를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네, 안녕하세요. 제가 여기서 잠깐 쉬어도 될까요?”
“쉬겠다고? 뭐……. 그래라.”
쉬겠다고 말한 독수리는 그대로 날개를 살짝 퍼덕이더니, 허공에 눕듯이 있는 내 품으로 퍼드득 날아왔다.
“야, 꺼져. 여긴 내 자리야.”
“…….”
내 품으로 들어온 독수리의 모습에 남캣은 곧장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독수리는 그 모습을 보고서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살짝 바라보고서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린 것이었다.
한 대 얻어맞긴 했지만, 다치지도 않았거니와 고양이를 사냥감이라고 밖에 여기지 않는 독수리라서 그런 것 같았다.
오히려, 녀석은 남캣이 있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이 내 품에 퍼질러 앉았다. 정말 말 그대로 휴식을 취하듯, 둥지에 앉는 것처럼 앉아버린 것이었다.
“허, 허어…….”
그 모습에 뒤편에 있던 인솔자가 황당함을 가득 담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독수리 한 마리 추가됐는데, 혹시 추가금 내야 하나요?”
“예? 아, 하하하. 괜찮습니다.”
장난삼아 웃음을 지으며 말하니, 인솔자가 황당함을 털어내고 다시금 패러글라이딩을 이어갔다.
그렇게, 패러글라이더에는 두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고양이, 한 마리의 독수리가 매달려 활공했다.
편안하게 쉬는 독수리를 후려치려는 남캣의 앞발을 붙잡은 채로 온몸에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
독수리야, 떨어져도 날아서 돌아올 테니 따로 붙잡지는 않았다.
○ ◑ ● ◐ ○ ◑ ● ◐ ○
“……뭐냐?”
한참 동안 하늘을 활공하다 지상에 착륙하니, 친구들이 황당함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분명 출발할 때는 품에 고양이 한 마리가 전부였는데, 거기에 독수리 한 마리가 추가되어 있었으니 어이가 없는 것이었다.
“보면 몰라? 독수리잖아.”
“아니, 그러니까……. 그 독수리는 뭐냐고. 무슨 자판기에서 뽑아 온 것처럼 말하고 있어?”
“날고 있는데, 날아오더라고. 그러면서 좀 쉬고 싶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지.”
나는 남캣을 바닥에 내려놓고, 여전히 내 품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는 독수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누가 드루이드 아니랄까 봐 하늘에서도 동물을 줍고 있네.”
“야야, 나 한 번만 만져도 되냐? 독수리 실물로 처음 봐.”
“날카롭게 생긴 거 좀 봐라. 개쩌네 진짜.”
내가 독수리를 쓰다듬고 있으니, 친구 녀석들이 독수리에게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독수리는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친구들을 보며, 독수리에게 날개를 활짝 펴보라며 속삭였다.
“우왁!”
날개를 활짝 펼친 독수리를 본 친구들이 화들짝 놀라며 내게서 한 걸음씩 물러났다.
다름이 아니라, 독수리가 날개를 활짝 펼쳤을 때 그 길이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대충 봐도 2미터가 넘는 길이였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 이 녀석의 날개보다 큰 키를 가진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날개가 크고 위협적이라고 해도 내가 있기 때문인지, 친구들이 다시금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독수리에게 흥미를 보이는 친구들과 다르게, 두 마리의 동물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남캣은 아무리 힘이 실리지 않았다지만 제 공격에 멀쩡한 독수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구박이는 독수리에게 괜히 쫄아서 내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독수리 녀석을 만져보기도 하며 신기해하는 동안, 나는 독수리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려는 남캣을 제지하고 구박이를 달랬다.
“솬쓰, 그래서 얘도 키울 거야?”
“독수리? 어……. 한 번 물어보지 뭐. 같이 살고 싶으면 같이 사는 거고, 아니면 적당히 밥만 먹여서 보내는 거고.”
반장의 말에, 곧장 독수리를 바라보며 같이 살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내 물음에 고개를 슬쩍슬쩍 움직이며 잠시 고민하던 독수리가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쪽 주변에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꺼져! 어딜 들러붙으려고!”
독수리가 긍정을 표하는 것과 동시에, 남캣이 독수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독수리는 가볍게 날아올랐다가 내 품에 다시 안기는 것으로 그 공격을 피했고, 남캣은 근처 수풀에 얼굴을 처박을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 남캣의 꼴사나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고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장 팀장님. 아, 갑자기 독수리 한 마리를 키우게 돼서요. 검독수리요. 네네. 네, 신고 좀 부탁드릴게요.”
내가 전화를 끊자마자,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전화한 것인지 친구들이 궁금해하고 있었다. 독수리를 키우는데 전화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아, 얘가 그냥 독수리가 아니라, 검독수리거든. 천연기념물이야. 멸종 위기 1급이기도 하고. 그냥 키울 수는 없고, 꼭 신고를 하고 키워야 해. 물론, 일반인은 쉽게 못 하고.”
“너는?”
“내 초능력 알잖아? 환경부나 세계자연보전연맹 등에서 오히려 좀 더 키워줬으면 하고 있거든. 전화만 하면 얼마든지 키워달라고 할걸?”
“하긴…….”
내 말에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업적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내가 해왔던 것들을 친구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수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에서 단 두 마리만 남아 있던 코뿔소들의 출산이 있었다. 아주 성공적으로, 건강하게, 문제 하나 없이 몇 마리의 새끼들이 태어났었다. 당연히 그 일은 전 세계에 속보로 터져나갔었다.
“그 정도면 특혜라고 보긴 힘들긴 하겠네.”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독수리를 쓰다듬었다. 생각보다 깃털의 감촉이 꽤 좋았다.
“야, 근데 일단 숙소로 갈까? 슬슬 어두워지는데.”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외진 교외 지역에 있다 보니 해가 더 빨리 지는 것 같았고, 더더욱 어두운 것 같았다.
우리는 일단 숙소를 향해 움직이기로 하며 택시를 불러 탑승했다. 하지만 목적지가 금세 바뀌었다. 숙소에 들어갔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와야 하니,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가자는 것이었다. 겸사겸사 술까지 마시기로 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죄송해요. 저희 식당은 동물 동반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내가 데리고 있는 세 마리의 동물들이 문제였다. 남캣과 구박이, 독수리가 원인인 것이었다.
아무래도 음식을 파는 식당이다 보니, 털이 날리는 동물들은 출입을 할 수가 없었다.
“미안.”
“네가 미안할 게 뭐 있어? 그냥 포장하고 숙소에서 먹자.”
내가 데리고 있는 동물들로 인해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에 친구들에게 미안해졌다.
친구들이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지만, 그 미안함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먹을 수 있으면서, 맛도 좋은 숯불구이 집으로 다가갔다. 조금 전에 거절당했던 곳이기에, 가게의 주인이 난처한 모습을 보였다.
“오늘 여기 전체 빌리도록 할게요.”
“어서 옵쇼!”
ATM에서 막 뽑아낸 현찰을 두둑하게 들고 외치니, 조금 전에 우리를 거부했던 가게 주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다른 사람들에게 장사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와 동물들이 날린 털을 청소할 비용의 보상을 약속하고, 우리는 고깃집 내부로 들어왔다.
“우린 그냥 숙소에서 먹어도 되는데, 괜히 돈만 쓴 거 아냐?”
“여기서 숯불에 구워 먹는 맛이 있지. 그냥 먹어. 신경 쓰지 말고.”
이 정도로는 내 자산에 흠집도 나지 않음을 아는 친구들은 더 이상 무어라 말하는 대신, 주문을 시작했다. 숙소에서 먹으면 치워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이놈들도 사실은 식당에서 먹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상태가 분명했다.
어쨌거나, 주문을 시작하고 잠시 기다리니 온갖 고기들과 소주와 맥주가 주변에 쌓였다.
“얘들은 생고기 먹나?”
“어, 적당히 지방 적은 걸로 주면 돼.”
그리고, 고기들이 주변에 쌓이니 친구들의 호기심이 동물들에게로 넘어갔다.
세 녀석은 고기를 잘라 불판에 굽는 것이 아니라, 세 동물에게 던져주고 있었다.
찹찹찹찹찹찹-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고깃덩이에, 세 녀석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것을 열심히 받아먹었다.
“내 거를 처먹어? 가만 안 둬!”
“귀찮네요.”
그러던 도중, 자신이 먹으려던 것을 독수리에게 빼앗긴 남캣이 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
“야야, 저거 안 말려도 돼?”
왜아오옹-! 소리를 내지르며 독수리와 결투를 벌이기 시작하는 남캣을 보며, 반장 녀석이 걱정했다.
아무리 남캣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맹금류인 독수리에게 잡아먹히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기다란 고깃덩이를 불판 위에 올렸다. 남캣이 야생 동물에게 잡아먹힌다?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적당히 하다가 알아서 올 거야. 싸울 때 싸우더라도, 다치게는 하지 말라고 해뒀으니까. 오, 잘 익었네. 소고기는 역시 겉만 살짝 익혀서 먹어야지.”
나는 뒤에서 누가 투닥이건 관심도 주지 않고, 딱 알맞게 잘 익은 소고기 한 점을 털어 넣었다.
“살살 녹네. 야야, 먹어. 술은 각자 알아서 따라 마시기로 하고.”
정말 동물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내 모습에, 친구들도 하나씩 고개를 끄덕이며 고기와 술잔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고기와 술이 빠르게 사라져갔다. 당연한 말이지만, 투닥거리다가 배가 고파진 두 녀석이 다시 참전하니 고기의 소모량이 꽤 막대했다.
거진 고깃집의 고기들을 다 털어낼 듯이 먹고 마신 우리는 한껏 기분 좋게 취해서 숙소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