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09
0208 유부남들의 여행(2)
“아니, 이걸 진다고? 레알? 남캣이 스네이크 아이를 깼는데?”
영원한 반장 녀석이 현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볼링 게임이 끝났는데,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었다.
프로 선수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남캣이 해결했음에도, 경기에서 최종적으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남캣이 스네이크 아이가 발생한 그 프레임에서만 활약한 것이 아니라, 스트라이크도 치고 스페어도 성공하며 활약했음에도 패배했으니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야, 남캣은 잘 했지. 근데, 네가 조졌잖아.”
“……내 탓이라고?”
“거터에 빠진 게 세 번인가 네 번이었지? 두 개만 치면 되는 스페어도 실패하고. 우리 팀이 진 건 네 탓이야 반장 놈아. 네가 우리 팀의 트롤이었다고.”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반장은, 같은 팀원인 성휘의 일침에 무너져내렸다.
“내가 트롤이라니……!”
바닥에 무릎과 손바닥을 대고 무너진 반장은 좌절했다. 자기 스스로 볼링은 좀 친다며 말하고 다녔는데, 이 꼴이 났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반장을 위로해 주는 것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너 때문에 진 거 같긴 하지만 어쩌겠냐. 이런 놈이랑 같이하게 된 내가 운이 나쁜 거지.”
“남캐앳……!”
마치 위로를 해주듯 머리 부근을 톡톡 건드리는 남캣의 모습에, 남캣이 무슨 말을 한 건지 모르는 반장이 감동하고 있었다.
괜히 사실을 알려주고 또다시 절규하는 반장을 보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와는 다르게, 치광이 놈은 제 별명값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우리 구박이가 너보다 훨씬 잘했잖아. 구박이도 스트라이크를 때렸는데, 스트라이크 한 번 못 해본 사람이 누구더라?”
“크윽!”
남캣처럼 묘기를 부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기에 임팩트가 크지 않았지만, 구박이 녀석도 꽤나 출중한 볼링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남캣보다 조금 더 커다란 덩치를 이용해, 공에 부드럽게 회전을 주며 굴려댄 것이었다. 부드러운 궤적을 그리며 굴러간 공이 모든 핀을 쓰러트리는 스트라이크를 성공해낼 정도였다.
그렇게 두 동물보다 못한 볼링 실력을 가졌다는 소리를 듣게 된 반장이 그대로 바닥에 착 달라붙었다.
바닥과 한 몸이 되겠다는 듯, 반장이 바닥과 혼연일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바닥에 흡수될 것 같았다.
“야야, 여우랑 고양이보다 못한 친구야. 일어나. 다음 게임 진행해야지.”
하지만 우리가 그걸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아픈 부분을 콕콕 찌르며, 녀석을 일으켜 세웠다.
“난 여우랑 고양이만도 못한 놈이야…….”
“그래, 맞아. 그러니까 공을 잡고 굴려.”
흐느적거리는 반장에게 공을 쥐여주며 다음 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반장의 트롤링으로 인해 상대팀이 패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구박이가 특히 활약을 해주었기 때문에 이길 수 있던 것이기도 했다.
“잘했어! 구박아!”
“으헤헤헤.”
매일같이 듣는 구박이 아니라, 칭찬을 들었다는 것에 구박이가 몸을 배배 꼬며 즐거워했다.
구박이를 거칠게 쓰다듬어주고서, 우리는 널브러져 있는 반장을 질질 끌며 볼링장 밖으로 나왔다.
“이제 뭐 할래?”
“……그런 건 여행 오자고 한 놈이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난 그냥 집에서 나오고 싶었을 뿐이야.”
“미친놈.”
하지만 볼링장 밖으로 나온 우리는 멍하니 모여서 구박이가 날파리를 잡겠다고 허우적거리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치광이가 여행을 오자고 해놓은 주제에, 아무런 일정을 계획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술이나 마시러 갈래?”
“아직 저녁 시간도 안 됐는데. 그건 좀 그렇지 않나? 해도 안 졌어.”
한 가지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아무리 아저씨들이 모였다고 해도 저녁이 되기 전부터 술이나 퍼마시고 싶지는 않았기에 묵살됐다.
“원래 술은 낮술이 진리인데…….”
아쉬워하는 성휘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내저었다. 낮술이 맛은 좋긴 하지만, 모처럼 놀러 온 것이니 낮술보다 좋은 걸 하고 싶었다.
“진짜 뭐 하지.”
“일단 걸을래? 여기서 계속 있는 것도 좀 그렇잖아.”
“그러자.”
우리는 일단 걷기로 하며, 남캣과 구박이를 데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어느 정도 걷다 보니 무언가가 우리의 시야에 들어왔다.
“어!”
“야, 우리 저거 할래?”
교외 지역이다 보니, 사람들이 드물기 때문에 만들어놓은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지나가다가 보고 한 번씩 찾아오라고 세워두는 그 광고판 말이다.
그 광고판에는 푸르른 하늘을 날아다니는, 패러글라이딩에 관한 광고 이미지가 인쇄되어 있었다.
“패러글라이딩? 저거 하자고?”
“재밌지 않겠냐?”
“오……. 나 저거 한 번은 해보고 싶었어.”
“난 고소공포증 있는데?”
“그럼 저거 타는 걸로 결정.”
“미친놈아! 나 고소공포증 있다고!”
“그러니까 타자고.”
치광이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반장과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곧바로 콜택시를 불렀다.
이걸 안 타? 친구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데. 당장 타야지!
잠시 기다리니 도착한 콜택시를 탄 우리는 곧바로 패러글라이딩 업체로 향했다.
“얘들아, 나 진짜 안 타면 안 될까? 나 지릴 거 같은데.”
“지리면 안 타도 됨.”
“십새들아.”
패러글라이딩 업체의 입구에서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는 그 순간까지도 반장이 발악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발악을 무시하며 패러글라이딩 업체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손님이 없는 시간이기 때문인진 몰라도 직원이 느긋하게 티비를 보고 있었다.
“어서오, 어? 드루이드님……? ”
“혹시 지금 패러글라이딩 체험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에, 나는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난 죽어도 안 해! 여기서 얘들 보고 있을 게, 너희들만 해라. 응? 제발. 이렇게 부탁할 게.”
“얘들도 타고 싶어 하지 않을까?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물들은 한 번쯤은 날아보고 싶어 한다고.”
“야이씨!”
반장이 치광이와 투닥거리는 것을 바라보던 나는, 치광이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나는 하네스만 채우면 동물들도 동행할 수 있다고 해주었다.
곧바로 두 녀석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아이고, 됐습니다. 땅바닥에 발붙이고 있어야지.”
“……하늘? 한 번 해볼까.”
그리고, 두 녀석의 의견이 갈렸다. 구박이는 땅바닥이 좋다며 배를 깔고 엎드렸고, 남캣은 흥미 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쉽네. 반장은 여기서 그냥 구박이나 돌보고 있어야겠다.”
“만세!”
냅다 팔을 들어 올려 만세를 외친 반장이 구박이를 안아들고 근처에 있는 소파에 착석했다.
우리는 아쉬움을 가득 담아 그 모습을 바라보다,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기 위해 이동했다. 근처에 있는 산의 꼭대기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니 그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이 준비되고 있었다.
반장을 제외한 우리 세 명은 안전장치를 착용하고,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서 곧바로 출발을 준비했다.
겁이라곤 없는 치광이가 가장 먼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고, 성휘가 그다음이었다. 마지막은 나와, 내 품에 하네스로 꽁꽁 묶여 있는 남캣의 차례였다.
패러글라이딩의 출발과 조종, 착륙까지 도와줄 인솔자의 인도에 맞춰, 바람이 불어오는 순간에 가파른 언덕을 향해 내달렸다.
패러글라이딩 장비의 무게, 바람의 저항 등등. 달려나가는 것이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발을 뻗으며 달리니 어느덧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우오오오!”
몸이 붕- 떠오르며, 강한 바람이 온몸을 덮쳤다.
그리고, 그런 바람이 덮치니, 내 품에 있던 남캣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녀석은 이내 그런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인지, 고개를 주욱- 내빼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좋지?”
“돌아가면 유부 그 녀석 좀 타고 다니고 싶은데.”
“……하지 마라.”
유부를 타고 하늘을 날겠다고 하는 녀석을 뜯어말린 나는, 녀석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활공을 즐겼다.
패러글라이딩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변 일대의 풍경을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었다. 드론 같은 걸로 찍은 모습은 많이 봤지만, 내 눈으로 그 모습을 직접 보니 색다른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패러글라이딩이 휙- 꺾이면서, 급격하게 하강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와아아악!”
급격하고 거친 움직임에 나는 반사적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남캣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러면서 뒤에 있는 인솔자를 향해 왜 그러냐고 소리쳤다. 아무래도 남캣 녀석을 품에 안고 패러글라이딩을 타야 하다 보니,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도 생각해서 과격한 움직임은 자제해달라고 부탁했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지금 독수리가 나타나서 회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간혹 독수리들이 패러글라이더를 공격해서 찢는 경우가 있어서 말이죠.”
“아…….”
나는 인솔자의 말에, 곧바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독수리를 찾았다.
조금 먼 거리에서부터 우리가 있는 곳으로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인솔자가 다시금 독수리를 피해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였다.
“괜찮아요. 놔두세요.”
“예?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건 아닌지, 인솔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독수리를 바라보다, 녀석이 발톱을 슬그머니 꺼내는 것을 확인하고 소리쳤다.
“찢지마!”
“우억!”
내 외침에 화들짝 놀란 독수리 녀석이 허공에서 퍼덕이다가 나를 발견했다.
잠시 내 주변을 빙글빙글 날아다니던 녀석은 갑자기 내 정면으로 다가와, 그대로 내 품에 안겨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날던 자세 그대로 갑자기 날개를 접더니, 내 품에 돌진한 것이었다.
“저리 꺼져!”
하지만, 내 품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남캣은 자신이 있는 내 품으로 돌진하는 독수리를 보더니, 타이밍 맞게 앞발을 휘둘렀다. 하네스에 묶여 있다고는 하지만 발 정도는 움직일 수 있었기에, 아주 힘차고 빠르게 휘두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휘둘러진 앞발은 그대로 독수리에게 적중했다.
남캣의 냥냥펀치에 얻어맞은 독수리는 내 품을 빗겨나가며, 지상을 향해 빙글빙글 추락했다.
“쯧.”
다만 그 모습을 보면서도 남캣이 혀를 차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내게 묶여 있는 탓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빙글빙글 돌면서 지상으로 추락하던 독수리가 날개를 크게 펼치며 다시 날아올랐다.
“어쭈?”
다시 날아오르며,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오는 독수리의 모습에 남캣이 가소롭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남캣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누르며 제지시켰다.
“다른 동물들 좀 때리지 마.”
“그럼 내 영역을 침범하지 말아야지.”
“내 품이 왜 네 영역이야 짜샤.”
으게엑- 소리를 내며, 남캣은 고양이 액체설을 증명하듯 찌그러졌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어느덧 가까이 다가온 독수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