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41
0240 입학식
“히이!”
은수가 행복하다는 듯이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 엉덩이를 들썩였다. 기저귀 때문에 빵빵한 엉덩이가 들썩이니 무척 귀여웠다.
은수가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새해가 되고, 1월이 지나고, 2월도 지나가며 어느덧 새싹이 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당에 있는 화단에서 여러 새싹들이 뽁 튀어나온 상태였다.
식물들을 무척 좋아하는 은수였기에, 자신에 비해서도 무척 자그마한 그 새싹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은수 궁디 빵빵해!”
“그치? 소은이도 동생이 귀엽지?”
“웅!”
누나와 소은이가 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는 모습에 나도 따라 웃음을 지었다. 새싹을 보며 즐거워하는 은수를 보며, 우리도 즐거워졌다.
하지만 은수의 그 모습을 보며 이해하지 못하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저런 게 뭐가 좋다고.”
바로, 은수의 곁에서 흐물거리고 있는 남캣 녀석이었다. 마치 캣닙 같은 느낌이라며 은수에게 자주 붙어 있는 녀석이었는데, 녀석은 새싹을 보며 좋아하는 은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식물들에서 맺히는 열매를 비롯한 음식 같은 것들은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그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새싹에는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남캣을 무시했다. 나도 녀석을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애웅, 애웅.”
은수가 엉덩이를 들썩일 때마다 한 번씩 깔리는 주제에, 캣닙 같은 향이 난다며 은수에게서 떨어질 생각이 없는 녀석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깔릴 때마다 좋다는 듯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는 꼴을 보니, 이해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들지 않았다.
나는 은수에게 다가가, 은수의 손에 식물 영양제를 쥐여주었다. 자그마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영양제는 가볍게 누르는 것으로 흩뿌릴 수 있는 제품이었다.
“잘 자라라고 은수가 영양제 줄까?”
“자자라!”
은수는 무럭무럭 자라라는 듯, 플라스틱 용기를 쭈압쭈압 눌러 뿌렸다. 분무기처럼 영양제가 방울방울 흩뿌려지며 새싹들을 가볍게 적셨다.
그것에 만족한 은수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 새싹들을 구경했다.
“꾸엑!”
당연한 말이지만, 여전히 엉덩이 아래에 있던 남캣 녀석이 깔리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미 캣닙……이 아니라, 은수의 체향에 중독된 듯한 남캣 녀석은 깔려도 좋다는 듯이 흐물거리고 있었다.
“방석이냐고.”
나는 은수의 아래에 깔리게 된 남캣을 빼내고, 은수를 안아주었다. 새싹들과 조금 멀어진 게 아쉽긴 해도, 나랑 붙어 있는 것도 좋은지 내 품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은수를 안아 든 나는 누나와 소은이에게 다가갔다.
“누나, 준비는 다 했어?”
“응. 바로 가면 돼.”
“늦지는 않겠지?”
“괜찮아. 멀지도 않고, 시간도 여유로우니까.”
준비가 모두 끝났다며 말하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 같이 집을 나섰다.
이렇게 집을 나서는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2월이 지난 직후 우리 집에서 가장 큰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소은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오늘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소은이는 학교에 갈 준비를 모두 끝낸 모습이었다.
춥지 않고 따듯하게 잘 챙겨 입은 옷 위로, 내가 사주었던 토끼 모양의 가방을 꼭 메고 있었다. 그 가방에도 이런저런 물건들이 가득한 것으로 보였다. 학교에서 신을 실내화부터 각종 문구류들이 들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출발할까?”
“와앙! 학교 간다!”
소은이는 초등학교에 정식으로 등교하는 것이 무척 기대된다는 듯이 어서 가자며 우리를 재촉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기로 했다. 이미 소은이에겐 많은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힝. 들켰샤.”
“나가기 싫은데!”
“그래도 나가야 돼.”
“맞을꼬야?”
역시나 내가 예상한 대로 소은이의 가방을 열어 보니, 여러 동물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유치원 가방보다 더 큰 크기였기 때문인지, 보통 한 마리 정도 들어가던 가방에 네 마리나 되는 동물들이 있었다.
사기토, 일추리, 이추리, 하늘이. 총 네 마리의 동물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늘은 동물들 데려가면 안 돼.”
“히잉.”
내 말에 소은이가 무척 아쉬워하면서, 겉옷 주머니에서 흰둥이 녀석을 슬그머니 꺼냈다. 아니, 거기까지 넣어 뒀어?
황당하다는 듯이 소은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소은이가 흰둥이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
“그럼 동물 칭구들 언제 데려갈 수 이써?”
가방에서 동물들이 빠져나오는 모습에 시무룩한 소은이는 내게 덥석 안겨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음, 소은이가 나중에 학교 선생님한테 허락받으면 데려가도 돼.”
“진짜? 허락받으면 데리고 가도 되는 거야?”
“그래.”
선생님이 된다고 하면 허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 빨리 가자!”
지금 당장 가서 선생님한테 허락을 받아내려는 듯, 소은이가 다시금 우리를 재촉했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가방에서 빼낸 동물들을 돌려보냈다. 녀석들도 무척 아쉬워하긴 했지만, 내 말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한 녀석들은 소은이를 응원하고서 돌아갔다.
“가자.”
동물들이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한 다음, 누나와 함께 소은이의 양손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히히히!”
중간중간 나와 누나의 손을 잡고 허공으로 폴짝폴짝 뛰어대는 소은이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런 소은이를 데리고 학교에 도착하니, 적잖은 사람들이 학교에 몰려오고 있었다. 하나같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걸로 봐서는, 우리처럼 입학식에 참여하는 입학생과 그 학부모들이 분명했다.
젊은 학부모들도 있었고, 미안하지만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학부모들도 많았다.
그런 이들과 함께 학교의 강당으로 향하니, 선생님들로 보이는 이들이 열심히 통제를 하고 있었다.
미리 지정된 반별로 아이들을 앉히고, 부모들은 뒤로 보내는 등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소은아, 열심히 해야 돼.”
“웅! 열심히 할 거야!”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말하는 소은이의 모습에 흐뭇하게 웃으며 학부모들의 자리로 이동했다.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우리와 아는 척을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아이가 입학하는 것이 더 중요한 부모들은 입학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국민의례부터 시작해서 여러 절차가 이어졌고, 가장 지루한 교장 축사 같은 것들도 학부모의 입장이 되니 나름대로 집중할 수 있었다.
“세대가 바뀌어도 저 축사 같은 건 안 사라지네.”
“그러게. 이제 한 학년에 백 명도 안 되는데…….”
인구 감소에 출산율 감소 등등, 아이들의 수가 줄어 한 학년이 100명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저 지루한 교장 축사 같은 것들은 사라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렇게 지루한 축사도 어떻게든 집중해서 듣고 나니, 절차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상으로 입학식을 마치며,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의 담당 선생님의 만남이 있겠습니다.”
나와 누나는 그 소리에, 곧바로 소은이의 담임선생님이 될 교사를 찾아 나섰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 둘러 싸인 담임선생님의 모습에 잠시 기다리니 적당히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고 나니 담임선생님이 내 구독자라며 사인을 요청해 주었다. 소은이의 담임선생님이 될 사람이니 정성 들여 사인을 해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사인을 한 장 해주고 나니, 소은이가 도도도도- 달려와 나와 누나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며 얼굴을 뽁 내밀었다.
“선생님!”
이미 조금 전에 담임선생님으로서 인사를 마쳤기 때문인지, 담임선생님은 몸을 살짝 숙이며 소은이와 눈높이를 맞추어주었다.
“소은아, 선생님한테 할 말이 있니?”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을 보니 초등학교가 아니라 유치원 선생님을 했어도 잘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뒤이어 나오는 소은이의 말에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호돌이 데리고 학교 와도 돼요?!”
“……안 돼. 맹수들은 동물원 밖으로 외출 금지.”
나는 선생님이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 토끼즈나 메추리 같은 녀석들이면 몰라도, 어지간한 일이 아니라면 맹수를 내보낼 생각은 없었다.
단호한 내 말에 소은이가 아쉬워하며 곧바로 이야기를 바꾸었다.
“이잉. 그러엄, 작은 동물 칭구들은 데리고 와도 돼요?”
“작은 동물 친구들이 누굴까? 선생님한테 알려주지 않을래?”
“토끼즈랑 거위즈랑 메추리들이랑…… 또…….”
소은이는 자신의 기준으로 작은 동물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그 작은 동물에는 뽀니 역시 포함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만한 건, 큰 편인 루돌프 까지는 넣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음……. 소은이 아버님? 혹시, 소은이가 말한 동물들이 동물원 밖으로 나와도 괜찮을까요?”
“모두 한 번에 빠져나가는 것만 아니라면 저야 괜찮긴 합니다.”
내 대답에 선생님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금 소은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소은아. 동물 친구들은 데려와도 돼. 대신, 수업할 때는 조용히 있어야 하고 소은이가 아주 열심히 챙겨줘야 해. 할 수 있겠니?”
“네에!”
“그러면 학교 올 때 데려와도 돼. 대신, 데려올 때는 무조건 아빠나 엄마한테 허락 맡고 데려오기로 약속.”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선생님의 모습에, 소은이는 해맑은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 그 약속의 효과인지, 다음 날 아침부터 소은이가 나를 붙잡았다.
“압빠! 누렁이 데리고 가도 돼? 돌돌 말아두면 작은데!”
“……누렁이는 안 돼. 그리고 요즘 살쪄서 돌돌 말아도 안 작아.”
“그럼 코뿔이랑 뿔소는?”
“새끼라고 해도 코뿔소잖아. 안 돼.”
새끼 코뿔소들인 코뿔이와 뿔소는 아직 그 크기가 크지 않지만, 태아부터 내 초능력의 영향을 받은 상태로 태어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힘이 상당했다. 벌써부터 나무 울타리 정도는 휘청거리게 밀어댈 정도였다. 당연히 그런 녀석들을 초등학교에 보낼 수는 없었다.
그 외에도 새끼 사올라, 캥거루, 에뮤 같은 동물들도 데려가려 했지만, 허락해 줄 수 없었다. 덩치가 너무 크거나, 움직임이 활발하거나, 혹은 시끄럽거나 한 이유 때문이다.
아무래도 수업을 하는 학교에 데려갈 동물이다 보니, 아무 동물이나 데려가도록 놔둘 수가 없었다.
결국, 소은이는 두 번째로 등교하면서 나태를 데려가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나태는 ‘김나태’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가 아니라, ‘나태’라는 이름을 가진 코알라였다. 김나태와의 나태함 대결에서 패배했던 코알라였는데, 누가 건들든 말든 조용히 잠만 쿨쿨 잘 녀석이었으니 데려가도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데려가는 동물에는 뽀니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소은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등하원을 책임지던 녀석이다 보니 자연스레 등교까지 책임지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뽀니와 코알라 나태를 데려간 소은이는 단박에 1학년의 스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