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46
0245 탈것(2)
“응, 응. 아빠 며칠 안에 갈 거야. 은수랑 잘 놀아주고 엄마 말 잘 듣고 있으면 아빠가 갈 때 선물 가지고 갈게. 그래, 약속.”
진화의 섬으로 가는데, 자기를 또 데리고 가지 않는다고 칭얼거리는 소은이를 달래며 빠르게 진화의 섬으로 향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이동이 많이 간편해져서 다행이었다. 전에 주문했던 헬리콥터가 정식으로 내 소유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헬리콥터를 운전할 수 있는 직원에게 부탁해, 진화의 섬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섬의 초입 부근에 따로 만들어둔 헬기착륙장에 착륙했다. 그리고, 동물원에서부터 함께 온 검독수리, 아라 녀석도 헬기에서 조심스레 내려주었다.
괜히 날 수 있다고 폴짝 뛰어내렸다간 위험할 수도 있었으니, 미리 날개를 절대 펴지 말라고 주의도 준 상태였다.
“사장님. 그럼 나중에 연락 주십쇼!”
“네. 그냥 다른 방법으로 나갈 수도 있으니까, 무조건 기다리진 마세요.”
“예!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짐도 내리고, 아라도 품에 안고 멀찍이 떨어졌다. 파다다다다- 소리가 강하게 나며 헬기가 다시금 하늘로 떠올라, 섬에 진입했던 경로를 다시금 되짚어갔다.
“여기가 어딘가요?”
“여기는 내가 가지고 있는 섬. 원래 이름이 있긴 한데, 나는 진화의 섬이라고 부르는 편이야.”
아라를 바닥에 내려놓으니, 녀석은 기다란 다리로 성큼성큼 움직이며 주변을 살며시 확인했다.
나도 그런 아라 녀석을 따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섬의 모습이었다. 딱히 사람들이 침입했던 흔적도 없어 보였다.
“여긴 여전히 평화로운 모습이네.”
가끔 낚시하는 이들이 무단으로 방문하려는 경우가 있긴 한데, 섬 주변에 부표로 ‘회색곰(그리즐리 베어) 방목 중 출입 절대 엄금’이라는 푯말들을 마구 세워 놓은 덕에 들어오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일반인들 중에서 곰이 있다는 내용을 보고서도 섬에 들어가려는 이들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혹 믿지 않는 한두 명 정도가 들어오려고 하긴 하지만, 섬에 있는 갈매기들이 그런 이들을 격렬하게 방해하니 금방 나가는 편이었다.
“끼루루루루룩!”
갈매기들을 생각하니, 어디선가 어느 외계부족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에서나 들릴 법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갈매기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적을 처단하려는 부족의 전사들 같은 모습으로 맹렬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뭐야. 신기한 인간이었잖아.”
그렇게 몰려온 녀석들은 갑자기 맥이 풀렸다는 듯, 맹렬한 기세로 다가오던 녀석들이 차분히 착지했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을 처음 보는, 내가 동물원에서부터 데려온 ‘아라’는 그 모습을 보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접근하지 마세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듯, 날개를 한껏 펼치며 갈매기들을 위협했다.
맹렬하게 돌진하는 녀석들의 모습에, 적이라고 판단한 듯했다.
“괜찮아. 저 녀석들도 내가 키우……는 건 아니지만, 잘 아는 녀석들이니까.”
내 별장에 멋대로 쳐들어와서, 먹다 남긴 야식과 맥주를 털어먹은 놈들일 정도로 잘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녀석들에게 섬의 무단침입자들을 퇴치하도록 따로 지시도 했었고 말이다.
어쨌거나, 아라의 위협에 순간 멈칫했던 녀석들은 아라가 얌전해지자, 다시금 내게 다가왔다. 조금 껄렁껄렁한 태도로 말이다. 갈퀴 달린 다리로 팔(八)자 걸음을 걷는데, 무척 양아치 같았다.
심지어, 녀석들은 나를 바라보더니 침을 뱉듯, 부리에 있던 뭔가를 바닥에 퉤- 뱉어냈다.
“에이, 괴롭혀도 되는 인간들이 온 줄 알았는데.”
“……너네, 침입자들 일부러 괴롭히고 있었냐. 난 그냥 여기서 낚시할 생각 따윈 못하게 방해하라고만 했는데.”
이 섬에 몰래 들어오는 이들은 대부분이 낚시를 하러 오는 이들이었기에, 낚시나 방해하라고 했더니 이제는 괴롭힘을 선사하고 있었나 보다.
“딱히 괴롭히진 않았어!”
“맞아! 그냥 새우 같은 것들이 들어 있는 상자를 바다에 엎었을 뿐이라고!”
“그래! 심심하면 기다란 막대기를 훔쳐서 바다에 빠트리긴 했지만!”
“아니면 잡은 물고기를 훔쳐가기도 했지!”
“간혹 얼굴에 똥을 싸주기도 하고 말이야!”
“끼하하하?!”
갈매기 놈들은 자신들이 했던 것을 자랑스럽게 외쳤다. 그리고, 다 함께 끼룩 끼룩 끼루루룩-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부리를 하늘로 한껏 치켜들고 웃어대는 모습을 보니 나도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유지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무단으로 침입한 이들이니 딱히 동정심이 생기지도 않았다. 그러게 들어오지 마라는데도 왜 들어와.
진화의 섬 보호에 앞장선 갈매기 녀석들을 가볍게 쓰다듬어주며 칭찬한 다음, 곧바로 별장으로 향했다.
자주 찾지 않아, 별장이 조금 신기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벽면 전체가 담쟁이덩굴에 뒤덮여, 신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리나 창문, 현관 같은 곳은 덩굴들이 뒤덮지 않았기에 더더욱 신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일부러 담쟁이덩굴을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위한 소품으로 사용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떻게 보면 마법세계의 이야기에 나오는 비밀스러운 저택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오……. 나중에 동물원에도 이런 식으로 장식해 볼까.”
꽤나 장식으로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갈매기들의 침입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였기에, 집안은 먼지가 소복하게 내려앉은 것만 제외하면 깔끔하다고 할 수 있었다.
로봇청소기들을 일제히 가동하니, 먼지들이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아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라야. 여기 좀 날갯짓을 크게 해서 먼지 좀 날려줄 수 있어?”
“얼마든지요.”
나는 아라에게 날갯짓으로 먼지를 흩트려주길 요구했다. 그 거대한 날개로 조금만 펄럭여도 강한 바람이 부니, 먼지 정도는 가볍게 날릴 것이 분명했다.
내 뒤를 따라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 아라가 날개를 펄럭펄럭 움직이더니 살짝 몸을 띄웠다. 그리고, 그대로 집안을 돌며 크게 날갯짓하여 먼지들을 모조리 털어냈다.
허공에 먼지가 뿌옇게 흩뿌려졌지만, 로봇청소기가 아주 강하게 돌며 먼지들을 모두 흡입했다.
“고생했다.”
늘 가지고 다니는 간식가방에서 육포조각을 몇 개 꺼내 던져주니, 아라가 맛있다는 듯 삣삣 소리를 내며 먹었다.
아무튼, 그렇게 깨끗해진 별장에 짐을 대충 내려놓은 다음, 아라를 데리고 다시금 밖으로 나왔다.
며칠 정도 진화의 섬에 있을 예정이었으니, 섬에 있는 녀석들과 안면 정도는 익히게 하려는 것이었다.
섬을 돌며 아라와 섬에서 기르는 녀석들을 인사시켜 주었다.
구황작물 킬러이자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 더 거대하게 커진 멧돼지, 언제 섬으로 수영해서 들어온 건지 모를 고라니 세 마리, 트럭을 연상시킬 정도로 커다란 회색곰 덩치 등등.
섬에서 기르고 있던 녀석들을 인사시켜 주었다. 도중에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고 껴안으려는 덩치 녀석을 진정시킨다고 고생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무사히 인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인사를 마친 나는, 곧바로 아라에게 이곳으로 데려 온 이유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시작은 당연히 그 발칙한 꼬맹이의 이야기부터였다.
“그런 아이가 다 있다니, 너무하네요!”
당연히 아라 역시 소은이를 무척 좋아하는 녀석들 중 하나였다. 소은이가 무시당했다는 것에 격분하며, 앞발로 바닥을 탁탁 두드려댔다.
“그렇지. 그런 꼬맹이한테 소은이가 얼마나 대단한 아이인지 알려줘야지.”
“맞아요!”
“그래서 말인데, 네가 소은이를 좀 들고 날아다녔으면 해.”
“그 방법이 좋겠……! 네?”
내 말에 반사적으로 긍정을 표하려던 아라가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마치 ‘제가 그걸 어떻게 해요?’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을 바라보며 씩- 미소 지었다.
여긴, 내가 초능력을 의식해 가며 아주 전력으로 사용하는 ‘진화’의 섬이었다.
“아라야, 훈련이다!”
“……진짜 되는 걸까요?”
“가능할 거야. 그걸 가능하게 하려고 이 섬까지 온 거니까.”
나는 자신만만하게 아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장 아라의 훈련에 돌입했다.
시작은 아라에게 막대 하나를 쥐게 한 상태에서, 그것을 떨어트리지 않고 날아다니게 하는 것이었다. 야생에서 살던 녀석인 만큼, 무언가를 발로 쥐고 날아다니는 것이 익숙한 아라였기에, 그 훈련은 오래가지 않았다.
막대를 떨어트리지 않고 잘 날아다니는 훈련을 마친 다음으로 한 것은, 그 막대에 무게추를 다는 것이었다. 1kg, 2kg, 3kg……. 점차점차 그 무게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삐잇!”
독수리 특유의 하이톤인 울음소리를 토해낸 아라가 8kg의 무게추를 달고 있는 막대를 붙잡고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날아오른 녀석은 주변 일대를 빠르게 한 바퀴 비행했다.
“이제는 이것도 가벼워요. 이런 건 하루 종일 달고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이제 부하를 조금 더 강하게 올려볼까?”
여유로운 듯한 아라의 모습에, 나는 무게추를 빠르게 늘려갔다. 8kg이라는 무게가 가볍다고 하니, 바로 15kg으로 올렸다. 그다음은 20kg, 30kg, 40kg. 그렇게 올리고 적응하고, 또 올리다 보니 어느덧 아라가 80kg 이상의 무게를 들고도 빠르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 가족 정도는 아라가 들고 회피할 수 있는 수준이 최고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바람을 가지고 아라에게 정신을 집중하며 초능력을 사용했다. 훈련은 아라가 하고 있지만 나 역시 체력이 줄줄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아라는 금세 200kg 이상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아라가 200kg 이상의 무게를 들어 올리는 것을 확인한 나는, 근처에 구경하러 왔던 멧돼지 녀석을 붙잡아 하네스를 채우고 막대에 연결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멧돼지와 연결된 막대를 붙잡은 아라는 그대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평생 땅에서 살며, 가끔 헤엄치는 것을 제외하면 4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멧돼지는 고라니에 빙의했다. 으아아악! 어찌나 열심히 소리를 내지르는지, 저게 멧돼지인지 고라니인지 의심이 됐다.
“수고했어.”
나는 섬 주변 일대를 수십 바퀴나 돌고도 멀쩡하게, 조금도 지친 기색 없이 착지하는 아라에게 고깃덩이를 던져주었다.
날카로운 부리로 고깃덩이를 뜯어먹는 아라의 모습을 바라본 다음,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는 멧돼지 녀석에게 잠깐 시선을 주었다.
“나중에 아라만 보면 도망치는 거 아냐?”
왠지 아라가 멧돼지 녀석의 천적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고깃덩이를 순식간에 해치운 아라와 조금 더 훈련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아라의 비행 훈련을 마친 나는 다시금 동물원으로 돌아왔다.
다만, 이번에는 헬기를 타고 이동하지 않았다. 아라에게 막대를 쥐여주고, 그것을 붙잡은 상태로 아라를 타고 날아온 것이었다.
비록 동물원까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육지까지 이동한 것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동물원으로 돌아온 나는, 그 다음날 아침. 곧바로 아라와 함께 소은이를 등교시켜주었다.
소은이를 안아 들고, 아라의 발에 잡힌 막대를 잡고 학교 교문 앞에 내려선 것이었다.
“와아아아! 소은이 날아왔어!”
당연하게도, 하늘을 날아서 등교하는 것에, 소은이의 친구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스스로 날 수 없어 하늘을 동경하는 인간들 답게, 하늘을 날아온 소은이에게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는 그 발칙한 꼬맹이도 있었다.
“으, 으으……! 그, 그래도 우리 아빠 차가 더 좋아……!”
여전히 발칙한 꼬맹이였지만, 그 꼬맹이는 내가 주문한 차량이 도착한 이후로는 더 이상 발칙한 짓을 하지 못했다.
물론, 나는 녀석에게 신경 쓸 수가 없었다.
드론이 아니라 독수리임에도 진행해야 하는 개인용 비행체의 등록이라던가, 비행허가 같은 각종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거리에 원자력 발전소도 있고, 공항도 있고, 군부대까지 있다 보니 처리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차라리 호돌이를 타고 가라고 할 걸 그랬나?”
관련 서류에 파묻힌 나는 순간 후회되긴 했지만, 과거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 선택을 바꾸진 않을 것이었다.
“나 루돌프 타구 갈래!”
비록, 소은이는 아라보다, 새로 산 슈퍼카보다 뽀니나 루돌프를 좋아했지만 말이다.
‘나라도 타면 되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