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47
0246 크아앙!
“네가 그렇게 잘 달려?! 따라 나와!”
“……차한테 시비 걸지 마.”
이번에 구매한 슈퍼카의 속도가 어마어마하다는 소리를 하던 도중, 마루가 근처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그 탓인지, 마루 녀석이 차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시비를 걸고 있었다. 으르릉 컹컹.
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마루 녀석과 차량의 대결 정도는 해보고 싶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더더욱 빠르게 달리는 마루였으니까. 제법 볼만한 모습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러면 활주로 같은 걸 빌려야 하나?’
직선으로 내달리는 속도가 가장 빠른 마루였기에, 활주로 같은 게 필요할 것 같았다.
“따라 나오라고!”
“시비 걸지 마라고.”
나는 마루 녀석이 또 차에 시비 걸지 않도록, 녀석을 동물원에 풀어놓았다.
대결 불발에 아쉬워하는 녀석이었지만, 금세 해맑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뛰며, 사람들에게 애교도 부리고 놀기 시작한 것이었다.
“차를 다른 곳에 주차하던가 해야지.”
호다닥 뛰어가 여기 기웃거리고, 또다시 호다닥 뛰어가 다른 곳에 기웃거리는 마루를 바라보는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데, 그 순간 휴대폰이 울리며 전화가 왔음을 알렸다.
[동물 관리팀 팀장]동물원의 동물들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팀장의 전화였다. 전화를 받으니, 전화를 받았다는 걸 알릴 틈도 주지 않고 관리팀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 지금 부산항에 레서판다가 도착했답니다!”
“……예?”
“저희 동물원에 들어오기로 한 레서판다 있잖습니까. 그 아이들이 부산항에 입항 됐답니다. 네팔에서 보낼 때 아무런 언질도 없이 보내서, 입항되고 나서야 알려졌습니다.”
“……와.”
팀장의 말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아니, 멸종위기종인 동물들을 보호해 달라고 보내 놓고, 보냈다는 언질도 없으면 어쩌자는 거야.
“일단, 사장님께서 바로 부산항으로 가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무래도 장기간 이동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보니, 사장님의 케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검역 과정도 동물들한텐 스트레스 그 자체니 말입니다.”
“그렇겠네요. 보냈다는 것도 알리지 않을 정도면, 이동에 필요한 것들도 제대로 챙겼을지 의문이고……. 일단, 제가 지금 바로 출발할 테니까, 따로 이동용 차량 보내주세요.”
“차 타고 가시는 거 아닙니까?”
“아라 타고 갈 거예요.”
아라를 타고 간다는 말에, 팀장이 알겠다며 대답했다. 내가 몇 번 아라를 타고 날아다닌 전적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다들 딱히 놀라지 않는 편이었다.
아무튼, 조금은 급한 상황이라는 것에, 나는 곧장 크게 소리쳤다.
“아라야!”
하늘을 향해 크게 소리치니, 멀리서 삐잇-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오는 소리 역시 들렸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30cm 정도 길이를 가진 막대의 중간 부분을 잡고 하늘로 내뻗었다.
그리고, 한 손을 뻗은 자세 그대로 힘차게 점프하는 순간, 몸이 붕- 떠올랐다.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온 아라가 막대를 움켜쥐며 날아오른 것이었다.
“어디로 가요?”
“음……. 저쪽으로 가자.”
한 손으로 휴대폰을 확인한 나는, 아라에게 방향을 지정해 주었다.
방향을 지정해 주니, 아라가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멧돼지를 달고도 빠르게 날아다니던 아라였기에, 나 혼자 매달린 상태에서는 무척 빠르게 움직였다.
지상에서 평범하게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속도였다.
차량보다 빠른 속도로 날고 있는데 차량과 다르게 신호에도 걸리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가니 더더욱 빠르게 느껴졌다.
차를 타고 갔으면 이제야 동물원을 벗어났을 시간이었는데, 벌써 동물원에서 꽤나 멀어졌다.
“흐으음…….”
물론, 빠른 만큼 단점은 있었다. 강하게 얼굴을 때리는 바람에 숨 쉬는 것이 조금 힘들다는 것이었다. 조금씩 천천히 숨을 들이쉬면 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불편한 것이었다.
그래도 그런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아라의 이동속도는 무척 빨랐다.
“아라야, 저쪽에 내려줘.”
덕분에 부산항의 출입을 관리하는 곳까지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땅에 두 발이 닿게 된 나는 곧바로 출입허가를 받고서, 아라를 동물원으로 돌려보냈다. 왔던 길 정도는 혼자서도 잘 찾아가는 녀석이었으니, 내가 돌아갈 즈음이면 은수목의 꼭대기에서 유유히 바람을 즐기고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 레서판다들은 검역을 위해 따로 보호되는 중이기도 했으니, 아라를 돌려보내야 했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들어온 동물인 만큼 인수공통감염병이라던가, 동물들 사이에서 전염될 수 있는 질병 같은 것들이 있는지 검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역이 진행되는 곳에 도착한 나는 볼 수 있었다. 네 마리의 레서판다들이 검역을 담당하는 이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치워라앙!”
“저리 치워랑!”
마치 위협이라도 하듯, 앞발을 들어 올리며 몸을 한껏 치켜세우는 레서판다들의 모습이 보였다.
쬐그마한 녀석들이 그러고 있으니 하찮기 그지없었지만.
“얘들아, 주사 한 방만. 딱 한 방만 맞자. 이리 온. 우쭈쭈.”
“캬아악!”
주사를 가지고 있는 담당자가 레서판다들과 대치하며 쩔쩔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호다닥 도망가서, 다시 위협하듯 앞발을 들어 올리니 뭔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무슨 술래잡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그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갔다. 물론, 마법의 단어를 외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멈추라는 말 한마디에 레서판다들이 우뚝- 멈춰 섰다. 동물들을 들여올 때마다 검역하며 마주쳤던 담당자는 그 모습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신수님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담당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서, 레서판다들에게 주사를 한 방씩 놓았다. 검사를 위해 소량의 피를 뽑아낸 것이었다.
그렇게 네 마리의 레서판다들에게서 피를 뽑아낸 담당자는 무척 안심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고생하셨어요.”
“아, 아니에요! 신수님 덕분에 쉽게 했는걸요.”
검역 담당자는 고개를 휘휘 내젓더니, 잠깐 기다려달라는 말을 남기고서 레서판다들에게서 뽑아간 피를 검사실로 가져갔다.
조금 있으면 검사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 분명했기에,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소은이가 태어날 때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반려동물 시장으로, 관련 기술 역시 폭발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간단한 질병 검사는 10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레서판다들이 서있는 자세 그대로 둘 수는 없었기에, 녀석들을 움직이게 해 주었다.
“주겨벌랑!”
움직일 수 있게 된 레서판다들이 내게로 쪼르르- 달려와서 몸을 한껏 치켜들었다. ‘너 때문에 주사 맞았잖아!’하고 화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워낙 작은 녀석들이 그러고 있으니 위협적이란 생각 보다도, 하찮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어이쿠, 무서워라. 무서우니까 가만히 앉아줄래?”
“흥흥. 그런다고 앉아줄 거 같앙?”
반쯤 영혼을 빼고 무서운 척을 해주니, 말하는 것과 다르게 얌전히 네 발을 땅에 붙이고 앉았다.
“웅와악! 주겨벌랑!”
그리고, 그런 녀석들 중 한 마리에게 손을 갖다 대니 녀석이 화들짝 놀라 자빠졌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손이 불쑥 들어오니 놀란 듯한 모습이었다.
이후 곧바로 자기가 놀랬다는 걸 감추기 위해 위협적인 모습을 다시 보였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하찮음을 더하고 있었다.
“어휴, 복슬복슬한 거 봐라.”
나는 위협하듯 앞발을 들고 있는 레서판다의 배를 슥슥 쓰다듬었다.
당연히, 내 손길에 다시금 위협하듯 캬앙- 소릴 냈지만,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왠지 야생에서도 이런 위협을 하다가 멸종위기종으로 몰린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대부분 인간들의 서식지 파괴로 인한 것이긴 했지만, 이 녀석들이 호랑이 같은 포식자에게도 이렇게 까불다가 많이 잡아먹혔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신수님! 오래 기다리셨죠!”
하찮으면서도 귀여운 레서판다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검역 담당자가 재빨리 달려왔다. 종이 한 장을 팔랑팔랑 흔들며 다가오는 걸로 보아, 결과가 다 나온 것 같았다.
“결과는 어때요?”
“다 깨끗해요. 건강한 개체들이에요. 번식도 근친번식이 아닐 정도로 유전적인 차이도 있고요.”
“다행이네요.”
담당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멸종위기종의 번식까지 포함해서 케어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에, 유전자에 관한 부분을 신경 써야 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레서판다들을 데리고 가는 것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나는 직원들이 차를 몰고 오기를 기다렸다.
따로 아라를 타고 갈 때 여럿이서 안정적으로 고정될 수 있는 하네스를 들고 오지 않았기에, 아라를 타고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내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출발했던 건지 금세 도착했다.
“얘들아. 가자.”
“어딜 가는 거양!”
“앞으로 너희들이 살 집.”
“집?!”
내 말에 레서판다들이 놀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어느새 내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든 녀석들을 이동용 차량에 하나씩 올려주었다.
새로운 환경에 또다시 접어드는 것이 조금 두려웠던 건지, 녀석들이 한 곳에 뭉쳐 모여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에게 다가가, 녀석들을 안심시켜 주었다.
차량이 움직이며 덜컹덜컹 움직일 때마다 녀석들이 화들짝 놀랐지만, 내가 곁에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겨벌랑!”
자꾸 흔들리는 바닥을 마구 짓밟으면서 위협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한동안 이동하여 동물원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레서판다들을 데리고 이동했다. 아무런 교육도 없이 사람들과 부대끼도록 보낼 생각은 없었기에, 일종의 훈련장으로 만들어둔 곳에 레서판다들을 풀어주었다.
“여기가 새 집이당!”
주변에 뭔가 많지는 않았지만, 레서판다들은 새로운 공간이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 듯했다. 녀석들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주변에 호기심을 드러내며 기웃거렸다.
그러던 순간, 동물원에서 여기저기 잘 기웃거리는 대포동이 나타났다.
“……느그, 누고!”
라쿤인 대포동은 자신과 거의 비슷하게 생겨, 털색만 다른 수준인 레서판다들을 보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귀나 주둥이 길이 같이 차이가 좀 있긴 해도, 꽤나 비슷하게 생긴 것은 부정할 수 없었기에 조금 놀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대포동의 등장에 쫄보 기질이 다분한 레서판다들은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녀석들도 자신들과 거의 비슷하면서 털색만 다른 대포동을 보며 놀란 것이었다.
“주, 주겨벌랑!”
“……뭐고?”
네 마리의 레서판다들이 한껏 몸을 치켜들고 위협하는 모습에, 대포동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금도 위협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캣에게도 얻어맞으면서 먹이를 뺏어먹던 녀석이, 겨우 레서판다들이 위협을 한다고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
결국, 자신들의 위협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레서판다들이 최후의 공격을 감행했다.
“저쪽 가서 혼자 놀아 새키양.”
“…….”
명백한 축객령에, 대포동은 이전보다 더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입까지 쩍- 벌린 채로 있을 정도였다.
물론, 나도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대포동이 들어온 곳을 한쪽 앞발로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서, 레서판다들을 교육했다. 이대로 아무나 보면서 위협하게 놔둘 수도 없었고, 이곳에서 적응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레서판다들을 교육하고 동물원에 풀어놓으니, 녀석들은 우리 동물원의 새로운 마스코트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대나무나, 달달한 사과 같은 것들을 들고 다니다 보면 그것들을 내놓으라고 크아앙! 위협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기 때문이다.
“꺅! 너무 귀여워! 사과 먹을래?”
사과 같은 걸 주면서 살짝 높게 손을 들면, 그것을 붙잡기 위해 폴짝폴짝 뛰는 모습도 무척 귀여웠다.
“내놔랑! 안 주면 죽는 거당!”
물론, 말하는 것만 들으면 그리 귀엽지는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