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67
0266 외전 – 고등학생 신소은(1)
* 이번화는 외전입니다. 본편과 연관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 시간대는 10년 후, 소은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시점입니다.
“……두 전하 사이의 전기력의 크기는 전하량의 곱에 비례하고, 그 사리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이걸 쿨롱의 법칙이라 하는데.”
소은이는 선생님이 열심히 설명해 주는 수업을 들으며, 눈알을 데록데록 굴렸다.
아주 열심히, 쉽게 이해하라고 설명해 주고는 있지만 솔직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생물을 제외한 과학 과목은 머릿속에 콕콕 들어오지 못했다.
결국, 소은이는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쳐주는 내용들이 그려지고 있는 칠판 대용 모니터가 아니라,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가에 앉은 소은이의 시야에는 곧바로 체육시간을 맞이한 다른 반의 친구들이 운동장을 뛰노는 모습이 보였다.
남학생들은 축구를 하고, 여학생들은 그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서 하하호호 웃고 떠들고 있었다.
이게 체육시간인지, 자유시간인지 모를 시간을 갖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바라본 소은이는 부러움을 느꼈다.
‘나도 잘 놀 수 있는데.’
딱히 축구를 즐기진 않지만, 공을 차라고 한다면 못 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여학생들이 모인 곳에서도 아주 열심히 떠들 자신도 있었다.
그렇기에, 소은이는 자신이 이 교실이 아니라, 운동장에 있었어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삣.”
아쉬움을 가득 담아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창틀에 참새 한 마리가 포로록 날아와 앉았다.
참새를 발견한 소은이가 창문에서 드르륵 소리가 나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창문을 살짝 열었다.
“삐삐빗!”
“쉿!”
소은이는 앞에서 열심히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조심스레 바라보고선, 참새의 부리를 다물게 만들었다.
평소라면 참새의 소리를 기분 좋게 들었겠지만, 지금은 수업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반쯤 포기 상태인 자신과 다르게, 친구들은 아주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조용히 먹어야 해.”
주변을 스윽 돌아보며 친구들이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한 소은이는 그대로 주머니에서 땅콩 한 알을 꺼내 들었다. 손가락에 힘을 강하게 주어, 땅콩을 잘게 부쉈다. 자그마한 조각들로 나뉜 땅콩을 참새의 앞에 내밀었다.
고맙다는 듯, 날개 하나를 척- 들어 올린 참새는 소은이가 내민 땅콩을 재빨리 흡입했다. 물론, 소은이의 요구대로 무척이나 조용히 흡입했다.
“히히.”
빠르게 땅콩을 흡입하고서 몸을 비벼대는 참새의 모습에 소은이는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참새를 보며 웃고 있으니, 곁에 앉은 친구가 팔꿈치로 팔을 툭툭 두드렸다.
“왜?”
“쌤.”
소은이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돌려, 교실의 앞에 있을 선생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선생님이 있던 곳에는 그 누구도 자리하지 않고 있었다.
“소은이가 열심히 예습을 했나 보구나. 수업을 안 들어도 알 정도니까 수업시간에 참새한테 땅콩을 주고 있는 거겠지?”
“앗, 엣.”
소은이는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교실의 앞에 있던 선생님이, 어느새 제 곁에 와 있는 것을 보며 화들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주변에서 푸흐흐- 가벼운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자, 조금 전에 쿨롱의 법칙이 뭐라고 했지?”
“어……. 전하가 가까우면…… 음……?”
소은이는 선생님의 말에 머리를 쥐어짰다. 하지만 딱 듣지 않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온 이야기를 물어보았기 때문에 대답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허이구야. 그 참새는 빨리 내보내고, 수업에 집중해라.”
끝에 인형이 달린 안마봉이 소은이의 손바닥에 있는 참새를 가리켰다.
소은이는 자기가 잘못한 것도 있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참새를 내보내며 다시금 수업에 집중했다. 물론, 머릿속엔 곧 다가올 점심의 메뉴가 떠오르고 있었다.
점심 메뉴와 수업이 언제 끝날지 시계를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으니, 어느덧 수업 시간이 그 끝을 보였다.
“음……. 너희들. 점심시간을 뺏으면 또 뭐라고 할 거지?”
“네!”
“쓸데없이 당당하지 마.”
아이들이 다 같이 대답하는 모습에 선생님이 황당함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본인도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똑같은 심정이었음을 상기했기 때문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탁 덮었다.
“반장, 종 치기 전에 애들 나가지 못하게 해라.”
“네!”
“……네가 먼저 나가지도 말고.”
“에이…….”
“콱 마 그냥. 종 치면 가.”
소은이는 선생님과 반장이 가볍게 만담을 즐기는 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오늘 점심 메뉴의 맛은 어떨까- 기대감을 가지고 있으니 띵롱띵롱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업 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점심이 되었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젼아!”
“좀 천천히 가! 좀 늦게 가면 어때서 그래.”
“그럼 맛있는 거 앞에서 다 가져간단 말이야!”
소은이는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붙어 다니고 있는 지연이와 함께 급식실을 향해 호다닥 달려갔다.
급식실에서 점심으로 나온 탕수육을 포식한 소은이는 뽈록해진 배를 통통 두드리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진짜 소은이 너 엄청 부럽다. 그렇게 먹고도 살이 어떻게 안 찔 수가 있지?”
“난 그만큼 움직이거든? 너도 나처럼 움직이면 되는데.”
“움직이라니, 차라리 안 먹고 말지.”
“오또케 그런 말을 할 쑤가 이써!”
“오또케 움직이란 말을 할 쑤가 이써!”
소은이와 지연이는 잘 안 맞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서로 팔짱을 끼고 헤실헤실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둘은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빛을 즐기며 운동장을 가볍게 산책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게 운동장을 걷는 둘에게로 많은 생명체들이 찾아왔다.
학교의 공주님이라고도 불리며 전교생의 90% 정도는 친구라고 평할 수 있을 정도인 소은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은아 안녕! 지연이도 하이!”
“웅웅, 유지 안녕. 저번에 알려준 맛집 진짜 맛있더라!”
“손이! 오늘 노래방 갈래?”
“오늘은 안 돼. 은수 데리러 가야 하거든. 내일 갈래? 나 내일은 시간 되는데.”
“그럼 내일 가는 걸로! 지연이도 갈 거지?”
“앗, 난 안 되는데. 폰 박살 나서 내일 수리 예약했단 말야.”
“아아아앙! 너 안 가면 소은이도 안 간다고오오오.”
운동장을 거니는 소은이에겐 정말 많은 이들이 찾아왔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이들부터, 같이 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는 이들까지 무척 다양했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오는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었다.
“이뿌다, 이뿌다!”
포로록 날아다니다 소은이를 발견하고 내려온 비둘기 한 마리가 연신 소은이에게 이쁘다고 꾸루룩-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외에도 학교 급식실의 음식을 호시탐탐 노리는 짬타……가 아니라, 고양이 두 마리를 비롯하여 여러 동물들이 소은이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중이었다.
“응? 소은아, 쟤는 못 보던 애 아냐?”
“누구? 아아, 땜빵이? 걔, 얼마 전에 영역을 빼앗기고 이쪽으로 왔다더라.”
“……근데, 이름이 땜빵이야?”
“응. 영역싸움 하다가 땜빵 생겼다길래, 땜빵이라고 지어줬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하는 소은이를 바라본 지연이가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모든 것이 뛰어난 소은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작명센스였다.
하지만 어떻게 단련을 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기에, 지연이는 무어라 말을 하는 대신 소은이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쉬움 가득한 표정의 소은이는 지연이에게 끌려 교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라면 다음 시간이 수학이나 과학이 아니라,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주로 해주는 한국사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너희들도 소은이가 키우는 부엉이를 알고 있지?”
“네!”
“그럼 그것도 알고 있을까? 태종 이방원이 부엉이를 싫어하는 걸 넘어, 두려워했다는 걸 말이야.”
“헐, 그 이방원이요?”
“그래. 부엉이 때문에 궁궐 밖으로 나가려 할 정도였지. 심지어, 신덕왕후가 부엉이로 환생하여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란 소문이 퍼졌다는 이야기도 있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잘해주는 한국사 시간이었기 때문인지, 소은이는 무척이나 집중을 하면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창 밖에 다가온 것이 있는 줄도 모른 채로 말이다.
“부엉이는 야행성인 데다, 그 특유의 울음소리 때문에 많은 이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동물이었어. 자, 생각해 봐. 현대의 것처럼 불야성의 도시가 아닌, 자그마한 횃불이나 미약한 달빛에 의지해야만 앞을 간신히 볼 수 있는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부엉이의 울음소리를.”
“꺄아악!”
부엉이의 울음소리를 상상해 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저 홀로 숲 속에 떨어져 있는 것을 상상하던 지연이가 비명을 내질렀다.
“부우-!”
바로,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던 와중에, 실제로 부엉이의 소리가 들려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으로 비명을 내지른 지연이는 곧장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꽤나 안심한 모습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름이 아니라, 지연이의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소은이의 곁에 유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러냐는 듯이 고개를 빙그르르- 돌려대는 그 모습을 보니 약간이나마 있던 공포심이 싹 사그라들었다.
유부는 야행성이 아니라 주행성으로 바뀐 지 오래였고, 두려움을 자극하기보다는 우편물을 배달해 주며 두근거리는 흥미 같은 것을 유발하는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아-!”
그리고, 화들짝 놀라 비명까지 내지른 지연이의 모습에, 소은이는 크게 사과했다. 창가에 유부가 내려앉았다고 냅다 창문을 열어주어 들인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중간에 잠깐의 사고가 있긴 했지만 흥미가 가득한 이야기들을 이어서 해주는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고 있으니, 소은이는 평소보다도 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 수업이 목요일이지? 그땐 제대로 진도를 나갈 거니까, 백칠십 페이지에 표시해 놔.”
아쉬움 가득한 모습으로 책에 표시를 해둔 소은이는 그대로 책상에 엎드렸다. 점심 직후의 시간이라 꾸벅꾸벅 졸 시간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 조금도 졸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완전히 잠에 빠지지는 않았기에, 소은이는 비몽사몽 한 정신을 간신히 붙잡으며 간신히 수업을 받았다.
물론, 그런 비몽사몽 한 정신도 하교할 시간이 되니 아주 멀쩡해졌지만 말이다.
“젼아, 나 먼저 간다!”
“응. 내일 봐.”
소은이가 은수를 데리러 간다고 한 것을 기억하는 지연이는 호다닥 뛰어가는 소은이에게 손을 휘휘 흔들어 주었다.
그런 지연이에게 손을 마주 흔들어준 소은이는 학교의 뒤편으로 향했다. 학교에 등교할 때 타고 왔던 엔초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