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98
0297 또물학대 논란(1)
“끙……. 이젠 애들도 무겁네.”
두 아이들을 내 몸 위에 올리고 있으니, 꽤나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소은이가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나를 보더니 그대로 뽀르르 달려와서 내 위에 엎어졌고, 아장아장 걷던 은수가 그 모습을 보고 또 다가와서 소은이의 위에 엎어진 상태였다.
한 마디로, 어릴 때 친구들한테 당했던 햄버거를 아이들한테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 무거워?”
“워어?”
그리고, 내가 무겁다고 중얼거리니, 그 소리를 들은 소은이가 반응했다. 은수야 소은이가 말하니 끝을 따라 하는 느낌이었고 말이다.
“소은이랑 은수야 안 무겁지. 근데, 이렇게 아빠 배 위에 둘이서 같이 올라오면 무거울 수밖에 없겠지?”
“우웅, 그러쿠나!”
“쿠나!”
소은이는 고개를 까딱이다가, 다시금 몸에 힘을 쭉- 빼고 늘어졌다. 내가 무겁다고 한 소리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니, 신경 좀 써줬으면 싶은데.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내가 뭘?”
“애들 귀엽다고 매일 배 위에 올리고 재웠잖아. 낮잠도 같이 자고.”
“귀여운데 그걸 어떻게 참아.”
“그건 그래.”
누나도 내 위에서 자는 아이들이 귀엽다며, 곤히 자는 아이들을 은근슬쩍 내 위에 얹는 일도 있었다.
아무튼, 그런 귀여움을 참지 못했던 것 때문인지, 아이들은 여전히 내 배 위를 무척 좋아했다. 다 같이 침대에서 자고 있으면 소은이가 데굴데굴 굴러 내 위로 올라오는 일이 있을 정도였다.
“……넌 또 왜 올라와.”
“쓰으으으읍하아아아아.”
“내 아들은 캣닙이 아니라고.”
“애으우우우웅.”
그리고, 은수까지 내 위에 올라와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남캣 녀석이 슬쩍 다가와 내 위로 올라왔다.
녀석은 나를 가볍게 무시하고서 은수의 옆구리에 코를 박았다. 은수가 걸어 다니는 캣닙같다며 매일같이 붙어 있는 녀석 다운 행동이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나는 고개를 떨구며 몸에서 힘을 뺐다. 아이들과 남캣이 위에 있어 조금 무겁긴 했지만, 여전히 귀여우니 문제는 없었다. 남캣도 냥아치짓을 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으면 귀여운 편이었으니까.
“으부읍브브응.”
동글동글한 소은이 볼을 눌러, 입술이 하트 모양을 만들게 하자 소은이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오히려 자기가 제 얼굴을 손바닥으로 눌러 모아서 괴상한 표정을 만들었다.
무척 귀여운 그 모습에 나와 누나는 아하하- 웃으며, 그대로 소은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컸을 때는 소은이의 흑역사가 될 수도 있는 사진이긴 하겠지만, 지금은 마냥 귀여운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띠링!
그리고, 그렇게 웃고 있으니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다.
“누나, 나 폰 좀.”
“자.”
휴대폰이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기에, 나는 휴대폰을 달라고 누나에게 부탁했다. 아이들에게 깔린 상태에서는 손이 닿질 않았다.
어쨌거나, 누나가 전해준 휴대폰을 받은 나는 곧장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배수북 – 사장님 지금 SNS쪽 문제가 살짝 있습니다.]휴대폰에 울린 진동은, 배수북이 메신저를 보낸 것을 알리는 진동이었다.
나는 곧바로 무슨 문제냐는 답장을 보냈다. 휴대폰을 쥐고 있던 건지, 메시지를 보낸 지 몇 초가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답장이 되돌아왔다.
[배수북 – 사장님이 동물 학대를 한다는 논란이 또 생기고 있습니다.]“또?”
배수북의 답장에 나는 황당함이 먼저 들었고, 이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압빠, 왜에?”
휴대폰을 보며 자그마하게 한숨까지 내쉬니 소은이가 의아함이 가득 담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누나 역시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이, 아빠가 동물들을 괴롭힌다고 그랬대.”
“이잉? 압빠는 동물 친구들 안 괴롭히는데!”
“그치?”
“웅!”
해맑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은이의 볼을 콕- 찌른 다음, 아이들을 몸 위에서 내렸다. 소은이가 이잉- 하면서 아쉽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슬슬 일하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또, 몇 번째인지 모를 동물 학대 논란을 잠재우러 가야 하는 것이었다.
“아빠 일하고 올게.”
“다녀오세요오오오!”
내가 내려준 자세 그대로, 은수와 남캣을 동시에 끌어안고 있던 소은이가 손을 붕붕 흔들었다.
“아뿌 빠빠!”
은수 역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물론, 남캣 녀석은 그런 은수의 옆구리에 코를 처박은 채로 헤롱거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다녀와.”
“응. 뭐, 이번에도 금방 해결되겠지.”
이전에도 동물 학대 논란은 몇 번이나 나왔었다. 매번 해명할 것도 거의 없이 흐지부지 사라진 논란이었지만, 일단 대응 정도는 해주는 것이 좋았다.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로 누나에게 가볍게 뽀뽀를 해주고서, 자기도 해달라는 소은이와 은수에게도 뽀뽀를 해준 다음 집을 나섰다.
“주겨벌랑!”
“그래, 안녕.”
집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근처에 있던 레서판다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며 내게 위협을 가했다. 까딱 잘못했다간 심장이 아플 뻔했다.
적당히 녀석을 쓰다듬고서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지나쳐가는 마루도 만나고, 한 손님의 품에 안겨서 돌아다니고 있는 나태도 만나고, 경호원들과 훈련을 하는 듯한 청호도 만나고 나니 목적지인 사무실로 도착할 수 있었다.
“사장님!”
“또 동물 학대니 뭐니 소리가 나오는 거야?”
“네. 근데 조금 이상합니다.”
“이상하다고? 뭐가?”
심드렁하게 반응했더니, 배수북이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제가 SNS쪽에서 엄청 활동하시는 건 아시죠?”
“알지. 네 능력 보고 스카웃까지 한 건데.”
“그런데 제가 이곳에 취직하기 전에, 고소득 알바 하라고 제안이 온 적이 있었거든요?”
“고소득 알바? 뭔가 딱 봐도 더럽게 힘들거나, 더러운 짓을 할 것 같은 소리네.”
내 말에 배수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고소득이라는 말에 혹해서 조금 알아보니까, 그냥 댓글 알바더라고요. 업체 홍보를 광고인 듯 아닌듯하게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론 몰이 같은 것도 하는 그런 쪽이었죠. 그래서 바로 차단 박고 씹었죠.”
“잘했네. 그런 거 해서 돈 벌어 봐야 나중에 다 토해내게 되어 있어.”
“그렇죠. 아무튼, 그때 저한테 제안을 했던 인간이 예시라면서 보여준 계정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사장님께서 동물을 학대한다는 소리를 하고 있는 계정들 중에 그 계정들이 있었어요.”
“……그럼 지금 누가 일부러 동물 학대라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단 거야?”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일단 저는 그렇다고 예상하는 중이에요. 여기 제가 정리한 건데, 한 번 보실래요?”
배수북이 내게 태블릿을 넘겨 주었다. 문서 파일 하나가 열려 있었기에, 곧바로 그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그 내용을 보니 충격을 받……는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이 간단하게 잠재워질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름이 아니라, 배수북이 추측하기로는 캣맘들이 내게 원한을 품고서 댓글 알바를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사실이야?”
“네. 지금 논란을 부추기고 확대하려는 사람들 중에 극성 캣맘이라고 알려져 있던 몇몇 계정들이 있었거든요. 특히, 부산에 거주하는 걸로 알려졌던 극성 캣맘들이에요.”
“……한 마디로, 저번에 내가 길고양이들을 싹 다 불러 모아서 분양시킨 게 열받아서 쳤다는 거지?”
“비유를 하자면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는 배수북의 모습에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된 게, 인간들이 고라니보다 도움이 안 되냐.”
“애초에 말이 통하면 캣맘이겠어요?”
“그건 그렇지.”
어깨를 으쓱이는 배수북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다시금 문서를 읽었다. 문서의 하단에는 지금 어떤 이유로 내가 동물 학대를 한다고 하는 것인지 요약이 되어 있었다.
“코끼리가 쇼를 하도록 유도함, 어린이들의 놀이 기구로 이용함. 강아지로 발전기를 돌림. 동물들이 인간들과 부대끼도록 만들어 스트레스를 받게 함. 원숭이가 게임 중독이 되도록 만들었음. 동물들의 본능을 강제로 억제함. 동물들에게 아이들을 태워서 무리하게 함. 멸종위기종을 구경거리로 만듦. 야생동물, 길고양이 등을 납치해서 마음대로 분양함?”
“일단 지금 그 항목들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중이에요.”
“……그냥 본 목적은 마지막에 있네. 길고양이들을 다시 길거리로 돌려보내란 소리잖아.”
“주도하는 게 캣맘이니까요.”
배수북이 또다시 어깨를 으쓱였다. 캣맘들이 주장할 게 그거 말고 다르게 있겠냐는 듯한 반응이었다.
“나, 길거리로 돌아가야 돼?”
“아냐아냐. 여기 있어도 되니까 걱정 마.”
그리고, 그런 우리의 대화 내용을 들었던 건지, 사무실에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놀란 모습을 보였다.
길고양이 출신으로, 간택의 숲에서 홍보용 영상을 찍던 배수북을 간택했던 ‘별그램’이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었다. 이제는 사무실의 상주 고양이가 되어, 사무실 직원들의 예쁨을 받는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놀란 모습을 보였기에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진정시켰다. 녀석은 괜히 말이라도 바꿀까 싶은지 호다닥 도망가, 다른 직원의 품에 덥석 안겨들었다.
“이미 지금 생활에 만족하지 않는 녀석이 하나도 없는데 돌려보낼 수는 없지.”
“동감입니다. 캣맘들이 고양이들을 정말 진심으로 케어해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 일단 방송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부터 하는 게 낫겠지.”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죠.”
나는 곧바로 방송을 준비했다. 동물 학대에 관한 논란을 해명한답시고 한 방송이 몇 번인지 이제는 헷갈릴 지경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곧장 방송을 시작했고, 언제나처럼 수많은 시청자들이 빠르게 몰려왔다.
[방제 뭐야? 동물 학대 해명?] [ㅋㅋㅋㅋ 누가 또 동물 학대라고 함?] [또물학대 지겹다 지겨워;] [드루이드 동물확대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 [아 확대였음? ㅇ? 아닌데? 학대 맞는데?] [근데 동물이랑 말이 통하는 사람이 아니라는데 뭘 믿고 학대라 하는 거냐;]방송을 시작하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방송의 제목만 보고도 사람들이 어떻게 된 일인지 눈치챈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었기에 시청자들도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뭐……. 또 그렇게 됐네요. 코끼리에게 쇼를 하도록 강요했느니 하는 소리도 나오는 거 보면, 솔직히 저도 지겹긴 해요.”
[ㄹㅇㅋㅋ] [진성 관종이 쇼를 안 하면 뭘 하냐고 ㅋㅋㅋ] [강요했던 거임? 그럼 박수 안 쳤다고 물 뿌린 것도 신수 님이 시킨 거였음?] [??? : 워후! 내 코를 봐! 어때, 우람하지 않아?!]“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동물원 투어를 다니면서 제가 동물들에게 학대 했는지, 직접 물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방송용 휴대폰을 챙겨들고, 동물원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누렁아, 내가 너 괴롭히거나 학대한 적이 있었어? 있으면 몸을 동그랗게 말고, 없으면 별 모양으로 말아봐.”
가장 먼저 만난, 소은이의 팔로도 활약하던 버마비단뱀인 누렁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방송을 보는 사람들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도록, 질문에 따른 답을 행동으로 정해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누렁이 녀석은 아주 예쁘장한 별을 몸으로 표현해냈다.
[어케했노;] [속보) 드루이드, 뱀으로 별 그려.]누가 봐도 내가 괴롭히거나 학대한 적이 없다고 하는 누렁이의 모습을 본 다음, 다른 동물들에게도 다가갔다.
토끼, 거위, 호랑이, 악어 등등. 여러 동물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중에서 내가 괴롭혔다고 주장하는 녀석들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원숭이 녀석은 예전에 물어본 것을 또 물어본다며, 그 질문을 나오게 만든 인간들을 향해서 주먹감자와 중지를 살포시 날려주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캬 역시 챌린저!] [자랑스러운 우리의 챌린저!]게임을 그만두게 하는 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잠깐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동물들에게 물어봤음에도, 내가 괴롭히거나 학대했다는 녀석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해명됐겠죠?”
이것보다 더 자세히 해명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원숭이에게 주먹감자와 중지까지 받았으면 정신을 좀 차리겠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