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99
0298 또물학대 논란(2)
“자, 동물원에 있는 그 어떤 동물들도 제가 괴롭히거나 학대한다고 하지 않았죠? 이 정도면 충분히 해명이 됐겠죠?”
원숭이의 주먹감자와 중지 퍼레이드가 지난 후, 나는 다른 동물들의 인터뷰를 계속 진행했었다.
그렇게 동물원의 거의 모든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괴롭힌 경우가 없음을 어필한 나는 어디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3138735호 해명 성공] [원숭이한테 다시 물어보자!] [백 텀블링해서 멍멍 짖은 앵무새가 최고였지.] [나태가 그렇게 빠른 줄 몰랐음 ㅋㅋ]내 말에, 사람들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내가 동물들에게 시킨 행동들을 또 보여달라고 난리였다.
괴롭히지 않았으면 보이라는 행동을 쉬운 것으로 하면, 행동을 유도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일부러 어렵게 한 것이었다.
어지간하면 움직이지 않는 나태 녀석도 내 물음에 귀찮음이 가득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10미터가량을 재빠르게 뛰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악의를 가진 이들의 집요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길냥맘 님이 1만 원 후원!] [“그런데 동물이랑 말이 통하는 사람이 당신 밖에 없는데, 그걸 어떻게 믿나요? 동물들한테 미리 그렇게 행동하라고 강요했다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피해자들에게 내가 괴롭혔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하는 피해자들이 있던가요? 적어도 다른 애니멀커뮤니케이터를 데려와서 증명해야죠.”]“와…….”
갑자기 훅 들어온 후원 메시지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채팅창 역시 시끌벅적해졌다.
[만 원으로 누리는 고봉밥!] [ㅋㅋㅋㅋㅋㅋ야 밥으로 배부르겠다 ㅋㅋ] [신수 방 최소 후원이 만 원 아냐? 그걸 저렇게 꾸역꾸역 밀어 넣네 ㅋㅋㅋㅋ] [저거 최대길이 초과한 거 아님? 어케했너;] [고봉밥 낭낭하게 먹네 ㅋㅋㅋㅋ]만 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겠다는 후원 메시지에 동조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애초에 내 팬들이 아니라면 이렇게 방송까지 찾아볼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비슷한 소리를 하는 몇몇이 있긴 했지만, 다른 채팅들로 인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애니멀커뮤니케이터요? 뭐, 우리 딸이라도 데려올까요? 소은이도 동물이랑 대화할 수 있는데.”
나를 제외하고, 동물과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아주 가까이 있었다. 소은이도 동물들과 대화가 되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그런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채팅창이 터져나갔다.
[★★공주님 대환영★★] [속보) 드루이드의 동물 학대 논란 잠재우기 위해 공주님 등판 예정!] [이거, 신수 님이 동물들 괴롭힌 게 아니라면 공주님이 꼭 있어야겠네요.] [마찌마찌. 다른 애니멀커뮤니케이터가 와서 증명해야지.] [그래서 공주님 언제 온다고요?]사람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소은이가 나오면 좋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호위무사 님이 10만 원 후원!] [“맞습니다. 다른 애니멀커뮤니케이터의 증명이 필요합니다.”]“아니, 갑자기?”
갑자기 다른 애니멀커뮤니케이터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확 늘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동물 학대를 한다고 믿는 이들인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이 기회에 소은이나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그럼 소은이를 부를까…….”
[Yeeeeeeeeeeaaaaaaaaah!] [공주님 올 때까지 숨 참는다! 흐읍!] [캣맘이 도움이 될 때가 다 있네 ㅋㅋ 역시 세상에 완벽하게 쓸모없는 건 없구나?] [ㅃㄹㅃㄹㅃㄹㅃㄹㅃㄹㅃㄹㅃㄹ]소은이를 부를까- 하고 혼잣말을 하듯 말을 하니, 어서 소은이를 데려오라며 난리였다.
하지만 그렇게 달아오른 분위기는 이어진 한 후원 메시지에 싸늘히 식어버렸다.
[길냥맘 님이 1만 원 후원!] [“동물한테 그런 것처럼 딸한테도 어떻게 말하라고 시켜놨을 수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믿죠? 딸도 동물들을 마음대로 타고 다니던데 그것도 학대의 일종이잖아요.”]“와…….”
조금 전, 다른 애니멀커뮤니케이터를 데려오라고 했던 시청자가 또다시 후원을 하며 태클을 걸었다.
게다가 그 메시지는 프로그램이 읽어줄 뿐인 목소리임에도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이 느껴지는 듯한 문구였다.
나는 그 메시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 마디로 전 세계에 몇 없는 애니멀커뮤니케이터를 어떻게든 초청해서 증명하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동물 학대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어떻게든 나를 곤경에 처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가 여실히 느껴졌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내 팬들은 내가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반응도 없지만, 소은이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도랏?] [세상에 불만이 많으신가? 떠나고 싶어서 그래?] [정보) 공주님이 타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수십 세기 동안 인간들의 발이 되어준 동물들이다.] [소은이가 동물들 타는 게 학대라고? 신수 님이 혹시나 싶어서 건강검진도 더 꼼꼼하게 하는데?] [저놈을 매우 쳐라!] [차라리 은수가 당근을 싫어한다고 해라 ㅋㅋㅋ 그게 더 가능성 있을 듯?]사람들은 조금도 동의해 줄 수 없다는 듯, 후원 메시지를 보낸 이를 욕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이들을 적당히 진정시켰다. 일부러 욕을 얻어먹은 다음, 자신을 욕 한 이들에게 고소를 남발하는 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팬들이 괜한 일에 휘말리게 둘 수는 없었다.
물론, 제대로 열받은 이들은 제어가 안 되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정을 했는지 채팅창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방송용 휴대폰이 아니라 내 개인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다.
[무하마드]무하마드의 이름이 떠 있는 휴대폰 화면에,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이미 내 방송에 출연한 경험도 있는 무하마드였기에, 방송 중이라도 편하게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무하마드. 몸은 좀 어때요? 뽀니는 잘 지내고요?”
전화를 받은 나는 무하마드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전에 안부를 물었다. 난치병으로 인해 한국의 병원에서 요양을 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정말 괜찮아졌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오? 한국어 정말 많이 익숙해졌나 보네요?”
“한국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무척 큰 도움이 되었어요. 문법이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세세하게 알려주었거든요.”
병실에 있는 동안 한국어 연습을 꽤나 했던 건지, 무하마드의 한국어 실력이 정말 한국인 수준으로 좋아졌다. 내가 순간 통역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좋아졌다니 다행이네요. 조만간 부산에 내려올 거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드루이드에게 신세 질 수 있는데, 어떻게 가지 않을 수 있겠어요?”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와요. 직원들 숙소긴 하지만, 그래도 두세 채 벽을 허물어서 리모델링하면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럴게요. 고마워요. 아, 그리고 뽀니는 지금 옆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어요. 드루이드의 방송을 지금 보고 있었거든요. 오랜만에 동물원의 친구들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은 것 같네요.”
“다음에 뽀니도 같이 봐요. 안 그래도 소은이가 종종 뽀니를 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나는 무하마드와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내가 하는 이야기들이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 당연히 내 말만 전해진 탓에, 사람들이 무척 궁금하다며 난리였다.
하지만 지금 하는 대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었기에, 무하마드가 하는 이야기를 전해주지는 않았다.
평범한 대화가 끝나고, 무하마드가 본론을 꺼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하마드, 뭐라고요? 다시 한번만 말해줘요.”
“지금 드루이드가 처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게 도와줄게요.”
“어떻게요?”
“애니멀커뮤니케이터. 아는 사람 있어요.”
“오?!”
무하마드의 말에 나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에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여섯 명인데, 무하마드가 그중 셋이나 알고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나와 소은이를 제외하고도 한 명을 더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무하마드에게서 다른 애니멀커뮤니케이터와 연결을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뭔데? 왜 웃는 건데? 우리도 좀 알자!] [무하마드면 그 오일머니 아저씨 아님? 애들한테 황금 준 아저씨.] [나도 저런 아저씨 있음 좋겠다 ㅠㅠ] [저런 아저씨 있으려면 드루이드는 아니더라도 건강의 토템 정도는 돼야할걸? ㅋㅋㅋㅋ]무하마드와 대화하는 것 정도는 눈치를 챈 시청자들은 내 미소를 보며 온갖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단 하나도 맞는 것이 없는 추측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동물 학대를 한다는 분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네요. 무하마드가 아는 애니멀커뮤니케이터가 있다고, 소개를 시켜준다네요. 역시 사람이라면 두루두루 잘 지내야 좋은 일도 있는 법이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나도 아니고 소은이도 아닌, 제3의 애니멀커뮤니케이터를 데려오기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빈틈을 찾으려 노력할 그들을 막기 위해, 미리 빈틈을 막기로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매수되거나 한 게 아닙니다. 제가 자세히 아는 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 몇 푼에 거짓으로 증언을 할 분은 아닙니다. 거대 정유업체의 오너니까요.”
[ㄷㄷㄷㄷ 리얼 오일머니 등장!] [와 다 가졌네; 초 희귀 초능력에다가 돈까지 ㄹㅇ 부럽다 ㅠ] [정유업체 오너 되기 vs 애니멀커뮤니케이터 되기] [ㅋㅋㅋ 하긴 갑부가 돈 좀 받겠다고 거짓 증언하진 않겠지. 게다가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한테 말 잘못했다간 바로 국제적인 소송 들어가는 거 아냐? ㅋㅋ] [논란 만들려던 애들 큰일났쥬?]내 말이 끝나자, 채팅창의 반응은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었다. ‘개꿀잼 팝콘 대기 중’이라는 것으로 말이다.
사람들은 다른 애니멀커뮤니케이터는 과연 동물과 어떤 식으로 대화를 나눌지, 아니면 나나 소은이처럼 동물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몇몇은 내기까지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니, 이런 거에 손목은 왜 거냐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무하마드가 소개해 준다는 애니멀커뮤니케이터이자, 정유업체 오너를 기다렸다.
그리고, 며칠 정도가 흘렀을 때. 드디어 그 애니멀커뮤니케이터가 부산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무하마드와 함께 말이다.
“드루이드! 무척 오랜만이군요!”
“그때 뽀니를 데려다준다고 본 이후로는 처음이죠? 얼마 안 지난 거 같은데, 벌써 이렇게 지났네요.”
가볍게 무하마드와 인사를 주고받은 나는, 무하마드의 곁에 있던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누가 봐도 중동에서 온 사람이라고 알려주는 듯한, 중동의 새하얀 전통 복장을 입고 있는 남자였다.
“이쪽은 제 오랜 친우, 압둘이에요.”
무하마드는 스스로 통역을 자처하며, 나와 압둘이라는 남자 사이의 대화를 통역해 주었다.
그렇게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은 다음, 무하마드와 압둘을 데리고 동물원 내부로 들어섰다.
그리고, 동물원의 입구로 들어서니 입구 근처에 있던 큰눈이가 다가왔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온 큰눈이 녀석이 보인 행동은 상상을 초월했다.
“내 알!”
‘구트라’라고 부르는 새하얀 두건을 머리에 쓰고 있던 압둘의 머리에 제 부리를 문질러댄 것이었다. 그것도, 자기 알이라고 부르면서 말이다.
“야, 얌마! 네 알 아니야! 실례잖아 짜샤!”
나는 황급히 큰눈이 녀석을 떼어냈다.
‘구트라’라는 흰색 천으로 된 두건을 머리에 바짝 붙여 쓰고 있다 보니, 동글동글한 두상과 반들반들한 천의 재질 때문에 큰눈이 녀석이 착각한 것 같았다.
“아하하하하! 괜찮아요, 괜찮아요. 압둘, 이 친구도 타조를 키우고 있어서 익숙하다고 해요.”
하지만 압둘은 무하마드의 말대로, 딱히 기분이 나쁘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큰눈이 녀석의 부리 아래를 톡톡 두드려주며 귀여워하고 있었다.
“내 알!”
“아니라고!”
10초가 지났다고, 큰눈이 녀석이 압둘을 다시 자기 알로 착각하긴 했지만.
이 녀석, 대머리인 관람객들 보고도 이러는 건 아니겠지? 나는 괜히 큰눈이 녀석이 걱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