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00
0299 또물학대 논란(3)
“소은이한테 가서, 소은이 방학 숙제나 좀 도와줘.”
“숙제!”
소은이의 수학 숙제 서포터라고도 할 수 있는 큰눈이를 소은이에게 보냈다. 아무리 상대가 익숙하다고는 하더라도, 실례는 실례였으니 말이다.
“큰눈아! 소은이한테 가라고!”
물론, 10초 만에 다른 곳으로 냅다 뛰긴 했지만. 그 모습을 보니, 오늘 안으로는 소은이 숙제를 도와주긴 힘들어 보였다.
“드루이드, 압둘 이 친구가 저 타조는 그래도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네요.”
“……저 녀석이요?”
“압둘이 키우는 타조는 5초 정도면 다 잊는다고…….”
무하마드도 5초는 조금 어이가 없었는지, 말 끝을 흐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도 5초는 좀 심한 게 아닌가 싶었다.
어쨌거나, 큰눈이의 습격 아닌 습격을 막아낸 우리는 곧장 미리 방송을 위해 준비해둔 곳으로 이동했다.
원래라면 손님이 왔으니 동물원 투어라도 해야 하는 건데, 미리 동물원을 돌면서 동물들과 말을 맞추도록 시간을 들였다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압둘은 그런 내 선택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었다. 오히려, 동물 학대가 없었음을 증명하며 돌아다니게 될 건데, 두 번 돌지 않아서 좋다는 반응이었다. 나이가 드니 걷는 게 싫다며 너스레까지 떨었다.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방송을 시작할 수 있었다.
‘드루이드 동물 학대 논란 최종 해명! 제3자 애니멀커뮤니케이터 초청!’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매일 찾아주시는 팬분들 반갑습니다. 오늘은 지겹고 억울하던 동물 학대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한 방송입니다.”
방송 알림이 방송의 시작보다 빨랐던 것처럼,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빠르게 몰려왔다.
시청자들이 가득 들어찬 것을 보며 시간을 끌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
“제가 동물들을 학대한다는 소리를 하던 이들이 말했죠? 저나 소은이가 아닌, 동물과 대화가 통하는 제3자가 증명을 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모셨습니다. 아랍에미리트의 한 정유업체 오너이면서, 상급 애니멀커뮤니케이터인 압둘 씨입니다.”
나는 곧장 압둘을 소개했다. 나와 소은이가 아닌, 또 다른 애니멀커뮤니케이터임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네놈들이 원하던 또 다른 애니멀커뮤니케이터다!’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뿐만 아니라 무하마드나 압둘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는 언행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제3의 애니멀커뮤니케이터가 등장했다는 것에, 사람들이 무척 신기해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까딱, 움직이며 인사하는 압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서 나 역시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중요하면서도 중요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했다.
“아! 참고하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압둘 씨의 비서진에서 채팅 내역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채팅에 주의해 주세요. 물론, 제 팬분들이라면 이상한 소릴 하지 않겠지만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채팅창에 쓸모없는 내용들이 가득해졌다. 지금까지 쳤던 채팅들을 빠르게 밀어 올려,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딱히 이상한 소리가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일단, 오늘은 어렵게 모신 압둘 씨의 도움으로,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제게 정말로 괴롭혀지거나 학대당한 적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압둘이 자기만 믿으라는군요.”
무하마드에게서 내 말을 전달받은 압둘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후원 메시지가 터져 나왔다.
[호위무사 님이 10만 원 후원!] [“어떻게든 꼬투리 잡히지 않도록 압둘 씨의 초능력도 간단하게 검증했으면 좋겠습니다!”]“하긴, 그것도 그렇겠네요. 어떻게든 꼬투리 잡으려는 사람들이라면 압둘 씨의 초능력을 검증하지 않았다고 또 한 소리 할 게 뻔하죠.”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요구였기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드루이드, 압둘이 제안하네요. 드루이드가 동물에게 어떤 말을 하라고 지시해 주면, 듣지 않고 있던 압둘이 그 내용을 맞추는 것으로 증명하자고요.”
“오, 괜찮네요.”
나는 압둘의 제안대로, 곧장 압둘과 거리를 두고 멀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꼬투리를 잡으려는 이들은 사소한 것 하나라도 끄집어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지정해 주는 문구를 후원 메시지로 받아, 랜덤하게 뽑아낸 것이었다.
그렇게 철저한 준비를 마친 나는, 근처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콩콩이를 불렀다. 녀석은 요즘 운동에 더더욱 맛이 들었는지, 50kg짜리 바벨을 하나씩 들고 런지를 하는 중이었다. 기다란 팔에 비해 조금은 짧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며 런지를 하는 모습은 꽤나 우습게 보였지만, 그 힘만큼은 여실히 느껴졌다.
쿵쿵- 묵직한 소리를 내며 다가온 녀석은 왜 불렀냐는 듯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도 바벨을 열심히 움직이는 것이, 운동은 잠시라도 쉴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내가 말해주는 걸 잘 기억했다가, 저기 보이는 저 사람한테 전해주면 돼. 알겠지?”
쿵쿵쿵!
콩콩이는 내게 알겠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손에 쥐고 있는 바벨 때문에 콩콩- 소리가 아니라, 쿵쿵 소리가 났다.
나는 곧바로 녀석에게 미리 정해진 이야기를 알려주었고, 압둘에게 신호를 주었다.
무하마드와 함께 다가온 압둘은 콩콩이를 바라보며 살짝 침을 삼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온몸에 근육이 꽉꽉 들어찬 고릴라의 위엄에 긴장하는 것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맹수에 속하는 동물들을 볼 때면 보였던 모습이었기에 이상한 모습은 아니었다.
애니멀커뮤니케이터라는 초능력은 동물들과 말이 통하게 해주는 것이지, 공격에서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도 여러 경험을 통해서 동물들에게 공격받지 않음을 인지한 다음에야 맹수들과 조금씩 접촉을 했었다. 게다가 애니멀커뮤니케이터가 아니라 드루이드라는 초능력이었음을 파악하고서야 완전히 걱정을 놓았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무해함을 입증하겠다는 것처럼 바벨만 열심히 움직이는 콩콩이의 모습에 용기를 낸 압둘이 입을 열었다. 그는 콩콩이를 바라보며 내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 묻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완벽한 아랍어라, 내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와 달리, 콩콩이는 압둘의 말을 이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사람이 하는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애니멀커뮤니케이터라는 초능력의 힘으로, 하고자 하는 의미를 눈치채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콩콩이에게 내가 한 말을 물어본 압둘이 내게로 다가왔다. 함께 다가온 무하마드가 곧바로 압둘의 이야기를 통역해 주었다.
“갈라파고스에서 초청이 왔지만 금액 때문에 거절했나요? 라는 질문이었다네요.”
“정확히 맞췄네요.”
나는 미리 쥐고 있던 메모지를 펼쳐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조금 전 무하마드가 통역해 준 문구가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누가 전해준 거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공개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제가 답을 해주자면 아니에요. 사실 압둘이 예전에 펭귄에게 심하게 쪼인 경험이 있어서, 펭귄을 싫어하거든요.”
‘펭귄’이라는 단어에, 무하마드가 자신의 비밀을 폭로하고 있는 중임을 눈치챈 압둘이 무하마드의 팔을 툭 쳤다. 왜 그러냐는 듯이 항의하는 듯했으나 무하마드는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적당히 무마할 뿐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 [내게 돈은 필요 없다. 하지만 펭귄도 필요 없다!] [중동 오일머니의 약점 : 펭귄] [그래서 남극에 유전 개발을 안 하는 건가?] [니들이 펭귄의 무서움을 몰라서 그래. 걔들이 몰려와서 한 번씩만 쪼아도 너덜너덜해질걸?] [펭귄 ㅈㄴ무서운데;] [빨리 페엥한테 질문하러 가자!]채팅창에서도 압둘의 비밀이 밝혀졌다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아주 대단한 사람 같던 압둘이 생각보다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동감하는 사람들도 있고, 마냥 즐거워하는 이들도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무튼, 이렇게 압둘이 애니멀커뮤니케이터라는 건 증명이 되었으니까 본격적으로 제 동물 학대 논란에 대해서 종지부를 찍겠습니다.”
동물 학대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나는 곧바로 무하마드와 압둘과 함께 동물원 투어를 시작했다.
첫 시작은 우리 동물원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과 접점이 있는 동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뿌우뿌우였다.
“무하마드, 압둘에게 통역 좀 해줘요. 뿌우뿌우에게 동물원에서 지내면서 불편하거나, 괴로운 일이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요.”
내 말에 무하마드가 곧바로 압둘에게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압둘이 아랍어를 쏟아냈다. 콩콩이가 그러했던 것처럼, 뿌우뿌우 녀석도 압둘의 말을 문제없이 알아듣고 대답했다.
“불편하거나 괴로운 일? 그런 건 없……. 아니, 하나 있네. 도대체 왜 휴일이라는 게 있는 건데? 하루도 빠짐없이 사람들에게 나의 코끼리쩌는 묘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한 달에 하루 있는 정기 휴무일을 스스로 거부하는 뿌우뿌우였다. 관심병 말기 환자 다운 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준으로는 그것은 딱히 학대의 기준이 되지 못했기에, 녀석의 차례는 금세 지나갔다.
압둘이 말하는 것들을 무하마드가 통역해 주는 사이, 예시랍시고 보여준 묘기에 박수 치지 않은 압둘의 비서 중 한 명에게 물대포를 쏘려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우리는 그렇게 동물원 투어를 다니면서 동물들에게 학대한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자그마한 앵무새나, 커다란 기린, 미호에게 구박을 듣고 있던 구박이 등등. 여러 동물들에게 물어보았음에도 내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증언을 하는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원숭이 녀석은 며칠 전에 했던 질문을 또, 또 물어본다고 또다시 짜증을 냈다. 단순히 짜증만 낸 것이 아니라, 주먹감자도 날렸다.
“이거나 먹어라!”
주먹감자. 아니, 원숭이가 보인 주먹감자는 평범한 주먹감자가 아니었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엄지를 넣고 기분 나쁘게 까딱거리는 모습을 보면, 세계 어느 사람이 봐도 그것이 욕임을 알 수 있는 손짓을 한 것이었다. 반대편 손으로 중지를 치켜세우는 것은 덤이었다.
“그건 또 어디서 배운 거야…….”
“팀원들이 알려줬다끽.”
“넌 앞으로 한 달 동안 연습실 출입 금지야.”
원숭이 이놈은 게임은 물론이고, 팀원들과도 거리를 두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시청자들만 유독 좋아하는 원숭이의 행동에 고개를 내저은 나는 압둘에게 사과했다. 이놈이 압둘에게도 주먹감자를 날린 덕이었다.
그러나, 압둘은 오히려 신선한 경험이었다며 괜찮다고 할 뿐이었다.
절규하는 듯한 원숭이 녀석을 가볍게 무시하며, 압둘과 함께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그렇게 이동하던 우리가 찾아가게 된 곳은 지하에 만들어진 아쿠아리움이었다.
여러 해양생물들이 가득한 곳이었는데,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압둘이 우뚝 멈춰 섰다.
다름이 아니라, 먼 곳에서 페엥 녀석이 다른 펭귄들을 이끌고 뒤뚱뒤뚱 걷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니, 압둘이 사실 펭귄을 무서워해서 갈라파고스의 초청을 거절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검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즐겁게 웃음을 터트리는 무하마드가 압둘의 등을 떠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인가니당!”
우리를 발견한 펭귄들이 열심히 뒤뚱거리며 다가왔고, 압둘은 무하마드에게 저항하며 조금씩 거리를 벌리려 했다. 의미가 없어 보였지만 말이다.
“압둘, 부탁해요.”
결국 펭귄들의 앞까지 다가온 압둘은 이전과 다르게 말까지 조금 더듬으며 펭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모라는 건지 모르게쪄! 말을 똑바로 해랑!”
그리고, 더듬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펭귄들에게 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모습에 압둘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날개를 파닥파닥 흔드는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압둘에겐 부리를 까딱이며 위협하는 듯한 모습으로 느껴지는 듯했다.
“그, 그…….”
“답답해 죽게쪄! 그냥 말하지 마랑!”
결국 압둘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답답함을 느낀 펭귄들이 압둘의 다리를 찰싹찰싹 날개로 때리고 사라졌다.
[진짜 펭귄 무서워하네 ㅋㅋㅋㅋㅋ] [자기 종아리만 한 펭귄 보고 무서워하는 건 갭모에인가?] [애니멀커뮤니케이터라고 동물들이 마냥 좋아하는 건 아니구나 ㅋㅋㅋㅋ] [고건 드루이드랑 공주님이라서 가능한 거지 ㅋㅋㅋ]펭귄들에게 압둘이 모진 취급을 당하긴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동물 학대 논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나와 소은이가 아닌, 제3의 애니멀커뮤니케이터가 동물들에게 직접 물어보며 인증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일머니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돈 몇 푼에 거짓 증언을 할 리가 없었으니 더 이상 논란이 있을 수가 없었다. 논란을 계속 부풀린다는 것은 압둘이 거짓증언을 했다는 소리가 되니 말이다.
“자, 이제부터 명확한 증거 없이 제가 동물을 학대했다는 소리를 하시는 분들에겐 가차 없는 대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증거 없이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있다면, 압둘 씨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것으로 여겨 공동 대응 할 예정이니 주의해 주세요.”
나는 마지막 마무리 멘트이자, 경고를 해주며 방송을 종료했다.
그리고, 오늘 하루 무척 고생해 준 압둘과 무하마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말 고마워요. 특히 압둘 씨. 덕분에 곤란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어요. 압둘 씨도 언제든지 저희 동물원으로 오세요. 반려동물들이 있으면 편하게 데려오셔도 되고요.”
내 말에 압둘이 기르는 타조를 데리고 언젠간 꼭 방문하겠다며 악수를 하고 떠나갔다. 모처럼 온 것이니 사업적인 것도 처리할 거라며 가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압둘이 떠나가고 난 자리에 남은 무하마드가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피식 웃음을 지었다.
“다음에 타조랑 올 때는 아쿠아리움에는 가지 않을 거라네요.”
무하마드의 말에, 아쿠아리움에서 펭귄들에게 날개로 정강이를 맞던 압둘의 모습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