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14
0313 입양교육대(3)
“근데 박스는 왜 데리고 오라고 한 거야?”
“박스가 아직 동물원에 다 적응하진 못했잖아?”
“웅. 어제 박스가 길에서 똥 쌌어!”
아직 새끼인데다 동물원이 어색했던 탓에 박스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었다. 다른 동물들이 아무리 급해도 화장실에서 배변활동을 하는 것과 다르게, 녀석은 아직 제대로 배변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다.
소은이가 가르치려고는 하고 있지만, 소은이 본인도 논다고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상태였다.
“박스 훈련시킬 거야?”
“응. 대신, 소은이가 아니라 청호랑 남캣이 할 거야.”
내 말에, 청호가 늠름한 자태를 뽐내듯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리고, 내 품에 잡혀 있던 남캣은 즐겁다는 듯이 박스를 바라보았다.
마치, 넌 이제 죽었다- 하고 눈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 청호만 해야겠다.”
“왜!”
“네 꼬라지를 보니까 안 되겠어.”
딱 봐도 꼬투리를 잡아 물고 늘어지며 괴롭힐 생각이 분명했다.
“쳇.”
아쉽다는 듯한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중에 고양이들이 오게 되면 네가 가르쳐도 돼. 개들은 청호가 맡을 거고.”
“그렇다면 좋아, 됐어.”
개와 고양이의 사이가 나쁘기 때문에 나누는 것은 아니었다.
고양이는 고양이가 잘 안다고, 고양이를 교육시키는 것은 고양이에게 맡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동일한 논리로 개들은 청호가 맡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개나 고양이는 저마다의 습성 같은 것이 다르기 때문에, 종에 맞는 교육이 필요했다.
“누군진 몰라도 뒤졌다.”
“……지금이라도 치킨이를 데려와야 하나.”
갑자기 남캣을 데려온 것이 후회됐다.
“흥, 걔가 교육? 아무도 안 들을걸.”
“그건 그렇지.”
치킨이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녀석은 교육엔 알맞지 않았다. 이전에 길고양이들의 교육을 맡겨 보려 했지만, 길고양이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 당시에도 애웅애웅 울다가 남캣에게 교관 자리를 넘겼었다.
그런 의미에서 고양이들의 교관으로는 남캣이 제격이었다.
아무튼, 지금 당장 남캣이 할 것은 없었기에, 잡아온 녀석에게 츄르를 주고서 풀어주었다.
소은이에게 다가가 한 번 쓰다듬을 받은 남캣이 홀연히 사라졌다.
“자, 그럼 교육을 해볼까? 청호야.”
“예. 제가 제대로 가르치겠슴다.”
내 호출에 앞으로 나선 청호가 박스에게 다가갔다.
“형아! 형아!”
박스는 제게 다가오는 청호의 모습에 컁컁 짖으며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청호가 생각보다 정이 많은 녀석이라, 박스와도 잘 놀아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의 청호는 달랐다.
“본 교관은 훈련견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사가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다.”
“형아……?”
“지금부터 대답은 악으로 통일한다! 알겠나!”
“형……?”
“대답은 악으로 통일한다!”
“아, 악!”
“대답은 짧고 굵게!”
“악!”
박스는 그렇게 동물원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에 돌입하게 되었다.
“생리현상은 아무곳에서 해결하지 않는다! 청결함 유지!”
“악!”
“아플 때는 주저하지 않고 내가 아프다는 걸 알려준다!”
“아파요! 끼잉!”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는 거다!”
“악!”
박스는 청호의 교육을 아주 열심히 따랐다. 아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따르지 않았을 때 얼차려를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본 교관의 명령에 항명하는 건가! 꼬리말고 옆 구르기 다섯 번 실시!”
“시, 실시이!”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박스의 모습에, 내 곁에 있던 소은이가 푸흐흥- 하면서 귀엽다고 웃음을 지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아주 뛰어난 교관의 훈련을 받게 된 박스는 순식간에 동물원에 완벽 적응을 할 수 있었다.
“맛있는 거 주라앙!”
사람들 앞에서 애교를 부리며 먹을 것을 약탈……이 아니라 요구하기도 했고.
“히, 시원해.”
배변활동을 동물용 화장실에서 깔끔하게 보며 처리하기도 했으며.
“앞발이 아파!”
마구 뛰어다니다 발에 박힌 가시에 고통을 느끼자, 수의사들을 찾아가 진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어엿한 신수의 둥지 구성원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이 청호의 교육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청호가 박스를 교육한 결과를 확인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별다른 것은 아니고, 유기 동물들을 입양하도록 하는 이벤트에 가까운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지시한 것이었다.
이미 홍보팀에서 아주 열심히 홍보를 해둔 상황이었기에, 언제 시작하냐는 문의가 매일같이 쌓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우리와 협업이 예정되어 있는 한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는 그 질문에 답을 한다고 제대로 업무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할 정도였다.
곧바로 TF의 리더를 호출해, 신청자들을 받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아, 참. 그건 꼭 명시해 주세요. 분양 인기가 높은 동물의 경우에는 추첨제로 진행될 거고, 다른 유기 동물의 입양 신청이 불가능하다-라고요.”
실제로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되는 개체는 대부분이 인기 있는 품종의 동물들이었다. 아주 대기열까지 생기면서 입양을 예약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동물들이었다. 그런 개체인 경우에는 반드시 추첨제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유기 동물의 수를 줄인다는 목적이 있는 만큼, 비인기 종의 동물들이 남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해두겠습니다.”
자기만 믿으라는 듯이 씩- 미소 짓는 직원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말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완벽히 이뤄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가 장담한 대로, 그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끌어냈다.
인기 품종 동물에 대한 신청이 여전히 많긴 하지만, 단 한 번도 선택받지 못한 동물이 없을 정도로, 고르게 분포해 있었다.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많은 유기 동물들이었지만, 그 동물들 모두가 입양을 희망하는 이들을 갖게 된 것이었다.
[시고르자브종만 한 귀여움이 없지. 품종? 잣이나 까먹으라 그래.] [닥스훈트랑 진돗개 믹스 귀여움 미친다 진짜! 꼭 제발 당첨 좀!] [ㅋㅋㅋㅋ 나 얘 억울하게 생긴 거 너무 마음에 들어. 나도 억울하게 생겼거든.] [긴 다리 짧은 허리……. 묘하게 매력 있잖아?] [얘 고양이랑 믹스일까? 왜 고양이처럼 생겼냐.] [님들 얘 도대체 어떤 믹스일까? 내가 본 거만 한 일곱 종 나오는데 ㅋㅋㅋㅋ] [아 내가 신청한 애 신청하지 말라고 ㅠㅠ]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더라도 인기 품종의 동물이 아니라, 못생겼다고 소리가 나올 정도인 동물들도 귀엽다며 신청 인증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얘는 진짜 입양 안 될 줄 알았는데.”
그중에는 전 주인이 어떻게 기른 건지는 몰라도 외모적인 부분에 문제가 많은 녀석이 있었는데, 그 녀석도 다섯 명이나 입양을 희망하고 있었다.
불쌍해 보이는 그 모습에 보듬어 주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나 뭐라나.
아무튼, 내가 하는 일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곧바로 추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무척 많은 인력을 요했지만,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 지원해 주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자원봉사자와 기업에서 놀고먹는 월급루팡들을 대거 투입해 주었으니 말이다.
수많은 이들이 합심해서 각종 요건들을 따지며 추첨될 이들을 추려냈고, 동물들의 입양을 위한 다음 절차가 진행되었다.
“청호야, 남캣아. 이제 너희 차례야.”
“예, 알겠슴다!”
“다 뒤졌다.”
저마다의 반응을 보이는 두 녀석의 모습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1차로 사람들에게 입양될 녀석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미리 이야기를 해준 덕에, 녀석들은 새로운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감이나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너희들은 곧, 너희를 돌봐줄 사람들에게로 갈 거야. 하지만, 그전에 배워야 할 것들이 있어.”
나는 기대감과 두려움을 가진 녀석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기존에 못되게 굴었던 인간들은 잊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 두 번 다시 녀석들이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도록, 인간들을 배려하면서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인간과 동물이 말이 통하지 않기에 서로 배려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내가 있음으로 인해서 해결되는 문제였다. 서로 배려하면 모두가 행복하게 있을 수 있었다.
아무튼, 내 말에 감화라도 된 것처럼 열의를 보이는 녀석들은 청호와 남캣의 교육을 아주 열심히 따르기 시작했다. 물론, 남캣의 훈련묘가 된 고양이들은 무척 힘든 과정을 겪게 되었지만 말이다.
제 교육을 제대로 따라오지 않는다고 마구잡이로 냥냥펀치를 갈기며 훈련을 진행하는 덕에, 고양이들은 때아닌 지옥훈련을 겪고 있는 것이었다.
그에 반해, 청호는 훈련을 잘 따라오기만 하면 아주 온화한 교관이었다. 가끔 농땡이를 부리려는 간악한 지랄겨……언이 아니라, 문제견들은 얼차려로 정신을 차리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건 너희가 앞으로 같이 생활할 인간에게 주어질 물건인데 이렇게 생긴 걸 누르면 밥을 달라고 요구하는 거고, 이렇게 생긴 걸 누르면 산책을 가자고 요구하는 거야. 그리고, 인간이 손을 이렇게 흔들면 안 된다는 뜻이고…….”
물론, 청호와 남캣에게만 맡긴 상태로 띵가띵가 놀지는 않았다. 청호나 남캣이 보여줄 수 없는 것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내가 가르치고 있는 것이었다.
덕분에 훈련은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고, 동물들은 당장에라도 입양 보내져도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당연히, 나는 준비가 완료된 녀석들부터 사람들에게 입양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미 사람들은 동물들을 입양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동물들이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떤 의미다- 라는 것을 잘 정리해둔 영상 같은 것들을 보내주기도 했거니와, 계약서 작성도 모두 끝난 상태였다. 도중에 포기한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2순위로 기다리던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으로 가볍게 해결했다.
그리고, 유기 동물을 만들지 말자는 것과 유기 동물들의 입양을 적극 권장할 목적으로, 입양 희망자에게 동물들을 인도해 주는 것을 아주 성대한 파티처럼 진행했다. 마치, 자동차 회사에서 기념할 만한 차량들의 첫 생산분을 계약자들에게 인도하는 행사처럼 말이다.
수많은 이들이 동물원에 몰려들었고, 나는 그렇게 찾아온 이들에게 유기 동물들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꺄하하하! 간지러워, 이제 그만.”
“안녕? 앞으로 잘 지내보자.”
“첫인사로 그렇긴 하지만, 바로 산책 갈까?”
저마다 동물들을 한 마리씩 안게 된 사람들은 여러 반응을 보였다.
벌써부터 자신을 좋아한다는 듯이 얼굴을 핥아대는 강아지를 마구 쓰다듬어 주거나, 도도한 모습으로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에게 슬쩍 손을 내밀거나, 냅다 산책을 가자며 내달리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 한 명도, 자신과 함께하게 된 동물을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는 없었다. 모두가 행복하다는 듯한 모습으로 자신과 함께하게 될 동물들을 끌어안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들이 인간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던 동물들이 마냥 행복한 모습으로 웃고 있는 모습에, 나 역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반려동물을 고를 때는 신중히, 검증된 업체에서 고르셔야 합니다! 어떤 질병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것이 아닌, 제대로 검증된 동물을 골라보세요! 지금 상담하시면 분양비 50% 할인!]안 그래도 줄어든 수익이 싹 사라질 위기에 처한 분양 업체들이 발악하는 것을 보니 더더욱 미소가 짙어졌다.
그러게 사람을 건드릴 땐 잘 생각해 보고 건드렸어야지.
나는 없던 체증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한 느낌에 즐거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될 정도로 많아졌던 유기 동물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새로운 감사패를 수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