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15
0314 여름 캠핑(1)
“이게 바로 천국이지.”
모든 일이 끝나고, 딱히 할 일이 없는 상황이 오게 된 나는 누나와 느긋하게 휴식을 즐겼다.
거실의 통 유리창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차나 마시면서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는 것이었다. 내리쬐는 여름 햇볕 대신 찹찹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말이다. 진심으로, 이것보다도 더 좋은 휴양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내 곁에서 차를 홀짝이던 누나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이런 날엔 나가서 놀고 싶던데.”
“하긴, 요즘 날씨 엄청 좋았지?”
여름인데도 장마는커녕,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이번 주말, 여행 지수는 최고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해운대를 비롯한 유명 해수욕장에는 역대급의,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며…….]거실 TV에서 나오는 뉴스에서도 날씨가 무척 좋다며 난리였다. 피서를 위해 바다나 계곡 같은 곳에 어마어마한 여행객들이 몰릴 거라며 난리인 것이었다.
“우리도 어디 놀러 갈까?”
관광지에서 거주하는 우리지만, 그 관광지는 우리의 집일뿐이었다. 당연히 일상에 찌든 우리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솔직히, 내가 없다고 해서 동물원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이미 대다수의 동물들은 사육사들에게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알려주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숭이 녀석은 중지를 들어 올리면 나 화났소- 였고, 주먹감자를 들어 올리면 귀찮게 하지 마시오- 였다.
뿌우뿌우 녀석이 기다란 코를 붕붕 흔들 때는 나를 봐줘! 였으며, 마루가 하네스에 연결된 줄을 내미는 것은 산책가자! 였다.
그렇게 동물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육사들과 소통할 수 있었으니, 내가 동물원에 없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아주 장기간 자리를 비운다면 모르겠지만, 며칠 비우는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음……. 우리 진짜 어디 놀러 갔다 올까?”
“정말?”
“안 될 건 없지. 안 그래도 조만간 한 번 놀러가자고 하려고는 했어. 은수도 내년부터는 유치원에 다닐 거고, 소은이도 방학이 끝나면 어디 가기 힘들잖아.”
“그건 그렇지.”
내 말에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은수의 유치원 입학은 정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둘 모두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등원, 등교하게 된다면 가족 모두가 놀러 가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날짜를 잡아야 했다. 당연히 그렇지 않을 때보다 놀러 가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번 수요일에 바로 다녀올까?”
“수요일? 그러자. 그땐 사람도 많지 않을 거니까.”
내가 평범하게 다니는 것 같아도, 팬들이 꽤나 많은 사람이었다. 아무렇게나 밖을 나다니기 쉽지 않았다. 특히, 동물들과 함께 할 때라면 더더욱 힘들었다. 게다가, 그것은 우리 가족 전체의 이야기였다. 누나 역시 팬들이 많은 편이었기에, 가볍게 집 근처 마트를 가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만큼, 평일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수요일은 우리 가족이 여행 가기 딱 좋은 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들 주말을 끼고 월요일이나 화요일, 아니면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주말을 끼는 형식으로 놀러 가기 때문이었다. 우리 동물원도 수요일이 가장 방문자가 적은 편이었으니 우리에겐 놀러 가기 딱 좋은 날이었다.
“압빠! 우리 놀러 가?!”
그리고, 우리의 그런 대화를 듣고 있었던 건지 소은이가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소은아, 빤쓰만 입고 집안에서 뛰어다니지 말랬지.”
“헤?.”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고 있었던 건지, 소은이는 두 벌의 옷을 쥔 채로 거실로 뛰어온 상태였다.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저으며, 대충 손에 먼저 잡히는 옷을 입혀주었다.
“이번 수요일에 놀러 갈 건데, 소은이는 어디로 가고 싶어?”
예쁘장하게 옷을 입혀준 다음, 나는 소은이에게 희망하는 여행지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여행지에 대해서 잘 모르긴 했지만, 그래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어느 정도 가보고 싶다- 하는 것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은이는 내 예상과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캠핑! 캠핑 갈래! 캠핑!”
“캠핑? 아, 캠핑 안 간지 꽤 됐구나.”
사올라를 찾으러 나섰을 때 야영했던 것이 마지막으로 했던 캠핑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게 진짜 캠핑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는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캠핑을 가자며 캠핑캠핑캠핑 노래를 부르는 소은이의 모습에, 우리는 캠핑을 가기로 결정했다.
더운 날씨이긴 했지만, 그렇게 때문에 오히려 캠핑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물이 있는 곳 근처로 가면 물놀이도 쉽게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곳은 그늘만 제대로 찾으면 시원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 캠핑 가자!”
결국 우리 가족의 여름 여행은 캠핑으로 정해졌다.
그리고, 캠핑을 하기로 결정한 우리는 금세 지역도 정할 수 있었다. 마침 우리가 가려는 날 영업을 시작하는 신생 캠핑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일인데다 새로 오픈하는 곳이었기에, 수요일에 전체를 빌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럼 출발할까?”
“출바알!”
“추빠!”
내 물음에 소은이와 은수가 아주 힘차게 손을 내뻗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차를 몰았다. 물론, 평소 우리 가족이 타는 그 차량이 아니라, 큼직한 동물 이동용 차량이었다.
“캠핑이 무엇이냐끽!”
“캠핑이란 건 인간들이 야생에서 하룻밤을 즐기는 검다.”
“맞을꼬야?!”
“여기가 바로 난장판이여유.”
다름이 아니라, 소은이가 동물들도 무조건 데려가야 한다며 동물들을 데리고 가길 원했기 때문이다.
동물들도 데리고, 짐도 넉넉히 가져가려면 대형 차량이 답이었다. 물론, 나도 대형면허를 따놓은 상태라 운전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다.
곰돌이를 제외한다면 청호와 하늘다람쥐인 하늘이, 제법 크게 자라긴 했지만 그래도 뱀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않은 누렁이가 전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 많은 녀석들을 데려가려 했다면 더 큰 차량이 필요했기에, 내가 운전할 수 없을 수도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차를 몰아 움직인 우리는 두어 시간 정도 지났을 때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체를 대관하고 사람 없이 비워주길 요청한 캠핑장이었기에, 캠핑장에는 우리 가족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있지 않았다.
“자, 그럼 아빠는 텐트를 치고 있을 거니까. 소은이랑 은수는 엄마랑 주변에 둘러보고 올래?”
“웅! 엄마! 꼬!”
“어마!”
내 말에, 아이들이 곧바로 누나에게 착 달라붙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나는 곧바로 텐트를 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치는 텐트라, 잘 칠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됐지만 일단 보관 파우치부터 개봉했다.
그리고, 내가 보관 파우치를 개봉하는 것과 동시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엄마! 저기에 동물들이랑 놀 수 있는 놀이터 있어!”
“어마! 꽃! 쩌거!”
저마다 가고 싶은 곳을 가자며 재촉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말이다.
게다가 두 아이들이 원하는 곳은 정반대 방향에 있는 것이었기에, 누나는 벌써부터 곤란하다는 모습을 보였다. 누가 됐든, 자신이 원하는 곳에 가지 못하게 되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수, 수환아……?”
“나 텐트 쳐야 하는데? 어어, 숭아 그거 좀 잡고 있어봐.”
텐트를 치려고 일단 깔긴 했는데, 순간 바람이 불어 텐트 스킨이 날아갈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원숭이 녀석이 곁에 있었기에, 날아가는 일은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급상황을 모면한 나와 다르게, 누나는 여전히 위급상황이었다. 양쪽에서 아이들이 누나의 손을 잡고 자신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떡하지.”
“……소은이는 그냥 청호랑 보내줘. 곰돌이도 같이 가면 문제없지 뭐.”
청호와 곰돌이까지 딸려 보낸다면, 안전에 대해서 걱정할 것은 없었다. 더군다나, 청호라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아주 효과적인 대응을 할 것이 뻔했기에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소은이는 동물들과 놀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가자는 것이었기에, 동물들과 함께 보낸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었다.
“소은아, 가서 위험하게 놀면 안 된다? 청호가 못 하게 하는 거는 하면 안 돼.”
“웅웅! 다녀오게씀미다!”
정말 지금 당장 놀고 싶었던 건지, 소은이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머리에 하늘이를 얹은 채로 호다닥 달려나갔다. 그런 소은이 뒤로 청호와 곰돌이가 아주 열심히 소은이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누나는 은수의 손을 잡고, 은수가 보고 싶다고 한 꽃밭으로 향했다. 각종 꽃부터 시작해서 자그마한 분재 나무 같은 것들이 심어진 곳이었는데, 은수는 그곳에 쪼그려 앉아서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다시금 텐트 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비싼 값을 하는 것이었기에 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곁에서 원숭이 녀석과, 버마비단뱀이자 소은이의 제3의 손으로 활약하던 누렁이가 도움을 준 덕이었다.
어딘가에 걸려 들어가지 않는 폴대는 누렁이가 타고 올라, 각을 만들어준 덕분에 쉽게 끼울 수 있었다. 그리고, 잘 들어가지 않고 빠지는 핀은 원숭이 녀석의 손아귀 힘 덕분에 수월하게 끼울 수 있었고 말이다.
두 녀석 덕분에 손쉽게 텐트를 설치한 나는, 다음으로 그늘을 만들어주는 타프를 쳤다. 깔끔하게 쳐지지는 않았지만, 그냥저냥 그늘을 만들어주는 용도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텐트와 타프 설치를 끝내고 나니, 누나가 혼자서 돌아왔다.
“벌써 다 쳤네?”
“응, 얘들 둘이 도와줘서. 잠깐…… 애들은?”
“소은이는 청호랑 반려동물 놀이터에서 열심히 뛰어놀고 있고, 은수는 곰돌이 배 위에서 꽃놀이 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둘 다 논다고 정신 팔려서 안 와. 은수는 데려오려니까 울려고 하고. 그나마 곰돌이가 은수를 데리고 있어줘서, 도와주려고 왔지.”
누나의 말에 반려동물 놀이터를 향해 시선을 돌리니, 청호와 아주 열심히 뛰어 노는 소은이의 모습이 보였다. 청호에게 물어오라며 테니스 공을 힘껏 던지고서 다른 곳으로 도망친다거나 하면서 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은수는 누나의 말대로 정말 꽃놀이 중이었다. 곰돌이의 폭신폭신하면서도 탄탄한 배 위에 앉은 은수는 근처에 있는 꽃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맥주 콜?”
“콜!”
그 모습을 바라본 나는 우리가 진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지금임을 눈치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