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17
0316 여름 캠핑(3)
“소은아!”
열심히 동물들과 물장구치며 놀고 있는 소은이를 부르니, 소은이가 내게로 다가왔다.
첨벙첨벙 물소리를 내며 다가온 소은이는 왜 불렀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하늘이는 어디 갔어?”
“하늘이? 하늘이 놀러 가써!”
“놀러 갔다고?”
“웅. 도토리 찾으러 간댔어!”
“아……. 그래?”
소은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을 떨쳐냈다.
애초에, 하늘이는 야생에서 살던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캠핑을 갔을 때, 소은이가 데려온 녀석이었다.
한 마디로, 캠핑장이 있는 이 숲은 하늘이에게 옛날에 살던 집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악! 차가워!”
“히히히!”
“소은이 너!”
그리고, 내가 하늘이에 대한 걱정을 떨쳐내는 그 사이,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지은 소은이가 내게 물을 한껏 끼얹었다.
그냥 발만 물에 담그고 있던 수준인 나는 순식간에 찬물로 쫄딱 젖어버렸다. 소름이 돋을 정도의 냉기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관통하며, 척추를 찌르르하게 울렸다.
결국, 나는 도망치는 소은이를 잡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최근 들어 비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계곡물이 얕았기에 뛰어들었다고 하긴 애매했지만 말이다. 제일 깊은 곳이 내 무릎 부근에서 찰랑거리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 몸집이 작은 소은이나 은수에겐 물장구 정도는 칠 수 있을 깊이였지만 말이다.
“잡았다!”
내 무릎밖에 되지 않는 깊이였기에, 나는 아주 손쉽게 소은이를 붙잡을 수 있었다. 나는 성큼성큼 걸을 수 있는 곳도, 소은이는 아주 열심히 물을 가르며 나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꺄하하하하항!”
소은이를 잡아서 번쩍 들어 올리니, 소은이는 마냥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소은이를 물에 담갔다 빼는 것을 반복했다.
차가운 물이었지만, 물속에서 놀던 소은이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더 해달라며 나를 부추길 정도였다.
마치 채소를 잠깐 데치는 것이나 초밥을 간장에 찍는 것처럼, 소은이를 물에 넣었다 빼길 몇 번 더 해주고 나니 소은이가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숭아! 곰돌아! 덩어리야!”
마치 놀이 기구를 탔던 것처럼 즐거워한 소은이는 내가 놓아 주자, 다시금 동물들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곰 두 마리와 함께 원숭이를 찬물에 데쳤다.
“끽! 끼이익!”
난데없이 찬물에 데쳐진 원숭이가 분개하며, 공격을 시작했다. 차마 소은이에겐 공격을 하지 못하고, 두 마리 곰에게 물을 마구 뿌려댔다.
화려한 손기술을 자랑하는 녀석답게, 아주 예술적으로 계곡물이 두 녀석의 콧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끄어어엉! 코가 따가워유!”
“내 코오오오!”
곰 두 마리가 코를 부여잡으며 계곡에서 나뒹굴었다. 원숭이가 손을 한 번 휘저을 때마다 물총에 버금가는 속도로 물이 쏘아졌으니, 그걸 코로 받은 녀석들이 고통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곰이라고 해서 콧구멍까지 강한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원숭이는 차마 공격하지 못했던 소은이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공주!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아냐끽! 부시에서 다섯 놈이 튀어나와도 이렇게 놀라진 않았을 거다끽!”
갑작스러운 행동에 무척 놀랐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비유가 게임의 내용이었다. 저 녀석 진짜 게임 금지 시키든가 해야지.
하지만 내 생각을 알지 못하는 소은이는 자신의 행동이 심했음을 인정하고, 원숭이에게 사과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소은이가 역시 착한 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만, 그 사과로 인해 원숭이가 펑- 터지듯 물속으로 빠져들었다. 서있던 자세 그대로 뒤로 넘어간 것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미안했다며 소은이가 원숭이 녀석의 볼에 뽀뽀를 쪽- 해주었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동물들에게 사랑받는 소은이가 해준 그 뽀뽀는 원숭이의 정신을 앗아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뽀뽀를 받는 것과 동시에 행복함으로 기절한 것이었다.
“지도 뽀뽀해 줘유!”
“저, 저도!”
물론, 소은이는 아무에게나 뽀뽀를 해주는 아이가 아니었다. 뽀뽀를 해달라며, 쓰라린 코를 들이미는 두 녀석에게는 가볍게 쓰다듬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아쉬워유.”
“히힝.”
소은이는 아쉬워하는 곰 두 마리를 보며 개구진 웃음을 지었다. 절대 뽀뽀는 해줄 생각이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얕은 계곡물에도 둥둥 떠내려가고 있는 원숭이를 건지기 위해 천천히 움직였다.
“야, 죽었냐?”
“…….”
행복함에 기절한 녀석은 내 물음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저 팔다리를 축- 늘어트리고 있을 뿐이었다.
소은이 뽀뽀가 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건가 싶은 생각을 하며, 녀석을 볕이 잘 드는 따뜻한 곳에 내려놓았다. 조금 있으면 알아서 정신을 차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원숭이를 내려놓은 나는, 다시금 물에 들어갔다. 모처럼 소은이 덕에 푹 젖었으니, 이참에 입수나 할 생각이었다. 물이 조금 얕긴 한데, 그건 금세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곰돌아, 덩어리랑 같이 좀 와볼래?”
바로, 힘 하나는 무척 좋은 일꾼이 둘이나 있었으니 말이다.
“이쪽에 있는 돌 중에 큰 것들을 이 앞으로 좀 모으자.”
나는 두 마리의 곰들을 부려, 계곡의 물 흐름을 조금 막아냈다. 비닐이나 기타 다른 것들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큰 돌을 옮겨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아 물이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물놀이를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물길을 막는 돌덩이들 덕분에 어느덧 내 허벅지 중간보다도 더 높은 위치까지 물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나 잠수할 수 있다?!”
물이 깊어지니, 소은이도 무척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그냥 얼굴을 담그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나름대로 잠수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이 적당히 차오른 것에, 나도 몸을 풀고서 가볍게 헤엄치기 시작했다. 성인 기준으로는 얕은 곳이었지만, 나름대로 물놀이라고 즐길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아뿌!”
물을 가르며 헤엄치다가, 물살에 몸을 맡긴 채 둥둥 떠다니고 있으니 은수가 다가왔다.
팔다리로도 모자라 허리에도 동그란 튜브를 달고 있는 은수는 파닥파닥 움직이며 내게 달라붙었다.
“히!”
“은수가 여기까지 헤엄쳤네?”
내게 달라붙은 은수를 들어 올려, 배 위에 내려놓았다. 내 배 위에 앉게 된 은수는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에 나도 똑같이 웃음을 짓다가, 은수가 무언가를 꼬옥- 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은수야, 손에 뭐야? 아빠한테 보여줘.”
“시이러.”
은수는 자기 것이라는 것처럼 손에 쥔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은수도 아직 아기였다. 손에 쥔 것을 언제 입으로 가져갈지 모르니, 손에 무엇을 쥐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아빠한테 보여주면 집에 가서 오이 잘라줄게.”
“움……. 쨔!”
은수는 손에 쥐고 있는 것보단 오이가 더 좋았는지, 잠시 고민하다가 손에 쥔 것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은수가 쥐고 있는 것들을 받아, 그대로 물에 흘려보냈다.
주변 바위 곳곳에 있는 이끼들을 한 움큼 뜯어내어 쥐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거는 물에 가까이 있어야 해. 은수가 가져가면 금방 말라버릴 거야.”
물살에 이끼가 떠내려가는 것에 아쉬워하던 은수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물에 집어넣고 흔들었다. 손바닥에 조금 남아 있는 이끼들도 털어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은수의 볼을 가볍게 문질렀다.
찌잇! 찌잇!
그런데, 은수를 태우고 물에 동동 떠다니던 와중,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무언가 소리가 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자그마한 동물이 반복적으로 내는 듯한 소리였다.
“하늘이는 아니겠지?”
왠지 지금 자리를 비운, 자그마한 하늘다람쥐인 하늘이가 먼저 떠올랐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가 나고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물론, 은수는 누나에게 맡기고서 말이다.
내가 물을 고이게 만들어 수위가 상승한 덕에 조금 걷기가 힘들었지만, 소리가 났던 곳을 향해 열심히 움직였다. 작은 소리였기에 찾는 게 쉽진 않았지만, 계곡 가장자리를 따라 조금 움직이니 소리가 나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친.”
그리고, 나는 욕지거리가 절로 나오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맞을꼬야?! 맞을꼬야?! 맞을꼬야?!”
웬 뱀 한 마리를 향해 도토리를 연신 내려찍고 있는 하늘이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었다.
흔히 먹이사슬이라고 한다면 가장 최하층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하늘다람쥐가, 자기보다 윗선에 있는 뱀을 상대로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자그마한 새끼 뱀이 아니라, 하늘이 정도는 한 입에 삼킬 수 있을 정도의 뱀이었다.
잠시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뱀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털푸덕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정신을 차렸다.
하늘이가 쓰러진 뱀에게 계속해서 도토리로 공격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늘아, 그만.”
“맞을꼬야?!”
이제는 나를 향해서도 도토리를 위협적으로 들어 올리는 하늘이의 모습에, 나는 간단하게 도토리를 빼앗는 것으로 해결을 보았다.
“맞을꼬야?!”
비록, 바로 뒤에 숨겨두었던 다른 도토리를 다시 꺼내들었지만 말이다.
“안 맞을 건데.”
당연한 말이지만, 그 도토리도 압수하는 것으로 완전히 해결할 수 있었다.
가장 효과적인 공격 수단을 모두 빼앗긴 하늘이는 그제야 얌전해졌다. 단단한 도토리를 이용해 내려찍는 공격을 하는 하늘이는, 무기가 없으면 얌전해지는 편이었다.
“뱀은 왜 때리고 있던 거야?”
“맞을꼬야.”
“……네가 맞을뻔했다고?”
내 물음에 하늘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더 녀석을 닦달해서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니, 마냥 하늘이만 뭐라고 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하늘이에게 얻어맞고 기절한 뱀이 하늘이를 잡아먹으려고 뒤에서 몰래 노렸다는 것이었다. 하늘이는 그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도토리를 휘두른 것이었고 말이다.
“그래, 잘 했어.”
나는 하늘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고선, 빼앗은 도토리 중 하나를 돌려주었다.
“맞을꼬야?!”
얌전한 모습을 보이던 녀석은 도토리를 잡자마자 다시금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다. 응, 다시 압수.
“찌이이이잇!”
하늘이는 이럴 순 없다는 것처럼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그러게 누가 위협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