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35
0334 취미입니다만(5)
“자, 여기에 어떤 동물들이 있을까요?”
천막 같은 것으로 가려져 있는 상자를 질질 끌고 와서, 내용물이 아주 살짝 보일락말락 할 정도로 천막을 들어 올렸다.
[열어!] [계곡처럼 만들었으면 송사리는 무조건이지.] [어 물고기 봄!] [100% 물고기 있다에 내 손목 건다.]저마다의 예측을 하는 채팅창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막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이미 내부 어디에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기에 지금 딱 원하는 것을 하나 꺼내들었다.
“짜잔! 많은 분들이 예상하신 대로, 첫 번째로 비바리움에 입성할 동물은 송사리입니다.”
내가 꺼낸 것은 송사리 수십 마리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였다. 물이 한가득 들어 있으며, 그 안에서 수십 마리의 송사리들이 뽈뽈뽈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꺼낸 송사리들을 바로 물에 풀어줄 수는 없었다. 물맞댐이라고, 새로운 환경에 물고기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과정을 거쳐야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게는 어려울 것 하나 없었다. 일반인들이 했다간 바로 큰일 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내 초능력 덕분에 간단하게 진행해도 문제가 없었다.
물고기들이 들어 있는 비닐봉지에 바늘로 구멍을 몇 개 뚫어준 다음, 물에 넣어 놓으면 되는 것이었다. 아주 약간씩 물이 섞이며 온도나 수질, ph 농도 같은 게 천천히 변하며 송사리들이 비바리움에 적응하게 된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송사리들이 있는 비닐봉지를 대충 걸어둔 다음, 상자에 다시금 손을 넣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에서 바로 무언가를 꺼내지 않았다. 계획해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꺼내는 동물이 어떤 동물인지 가장 먼저 맞추는 분께 올해 시즌 이용권을 드립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채팅창이 아주 빠르게 올라갔다.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온갖 동물들의 이름이 나오고 있었다. 혹시- 하는 생각이라도 있는 건지, 개나 고양이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게, 지금 내가 상품으로 건 시즌 이용권은 절대 저렴한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지정해둔 기간 내라면 언제든 마음대로 무제한 입장이 가능한 이용권이었기 때문이다. 입장권 365장 수준은 아니더라도 꽤나 가격대가 높았다.
아무튼, 그런 상품이 걸리니 사람들이 너도나도 참여하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맞추기만 하면 비싼 상품을 받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오, 정답이 나왔네요. 이번에 넣은 동물은 갈겨니입니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 중에서도 ‘갈겨니’라고 정확하게 입력한 채팅이 보였기에, 나는 곧바로 상자에서 갈겨니가 담긴 비닐봉지를 꺼냈다.
이번에도 송사리처럼 수십 마리가 담겨 있었는데, 느긋하게 꼬리를 흔들며 움직이고 있었다.
갈겨니 역시 송사리들이 그러한 것처럼 물맞댐을 위해 바늘로 구멍을 뚫고 물에 넣어두었다. 처음에는 조금 이상함을 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금세 봉지 내부를 뽈뽈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 모습을 마냥 구경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또 문제를 내달라며 시청자들이 성화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시청자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물론, 조금 전처럼 시즌 이용권을 내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시즌 이용권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 그것도 부산에 거주하는 이들에게나 좋은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입장할 수 있다고 해도 매일매일 오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상품으로 내걸린 것은 굿즈였다. 굿즈는 어느 지역, 심지어 외국에 있더라도 웬만해서는 다 배송이 가능하니 상품으로 딱이었다.
“자, 아직 남아 있는 동물들이 여럿 있으니까 계속해볼까요? 참고로, 아까 나온 채팅 중에 이번에 나올 동물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소은이가 좋아하는 토끼즈 실물크기 인형을 걸고 이벤트를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답자는 순식간에 나왔다. 아무리 외국인들이 많이 보는 시간대라고는 해도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있다 보니, 정답이 아주 금방 나오는 것이었다.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한국에서 많이 키우는 담수어로 검색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는 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며, 송사리와 갈겨니를 시작으로 여러 민물고기들의 물맞댐이 시작되었다. 몇 번의 문제가 더 이어지니, 물길에는 몇 개의 비닐봉지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송사리, 갈겨니, 피라미, 버들치, 납자루 등등. 민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들이 비바리움의 물에 적응을 하는 중이었다.
잠시 물고기들의 상태를 바라보던 나는, 녀석들이 금세 물에 적응을 한 상태임을 파악했다. 특히, 가장 먼저 적응을 시작한 송사리의 경우에는 빨리 나가고 싶은지, 봉지에 뚫어 놓은 구멍을 콕콕 찌르고 있었다.
“일단 얘들을 풀어 주도록 해야겠네요.”
물에 적응하는 것이 끝났는데, 이대로 놔두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으니 좋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봉지를 뒤집으며 수십 마리의 물고기들을 풀었다. 그러자, 자그마한 봉지에서 넓은 물길에 풀려난 물고기들이 신나서 헤엄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면 완전히 계곡 같은 느낌이죠? 손가락만 한 작은 물고기들이 떼지어서 헤엄치는 게 딱 계곡이잖아요.”
[나 시골 사는데 우리 집 옆에 계곡이 딱 저 모양임 ㅋㅋㅋ] [예전에 아부지랑 족대 가지고 저런 거 많이 잡았는데…] [손으로는 죽어도 안 잡히던 물고기ㅋㅋㅋ ㄹㅇ 추억이다]흘러내리는 물길을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계곡에 찾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모습을 잠시 멍하니 구경하던 나는, 물고기들이 주변에 있는 이끼를 콕콕 찌르는 것을 보고서 정신을 차렸다.
“제가 생태계를 만든다고 했죠? 뭐, 완벽한 자연의 생태계를 복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약간 생태계라고 할 수 있는 건 조성할 생각이에요. 기본적으로 먹이사슬 같은 거요.”
그래서 준비했죠- 하며, 나는 상자에서 자그마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생이 새우!] [오, 저거 키워서 물고기들 먹이로 쓰는 거임?] [생태계에 먹이사슬이라는 거 보면, 새우가 번식하면 물고기들이 그걸 먹는단 건가?] [저 새우 수질 관리하는 것도 꽤 좋아요!]내가 상자를 꺼내니, 상자의 포장지에 그려진 그림과 문구에 사람들이 내 생각을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다 자라더라도 그리 크지 않아서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기 딱이며, 물고기들의 배설물 같은 것들을 정리하며 수질 관리에 탁월한 것이 내가 지금 꺼낸 새우였다.
따로 주문을 해둔 것이라, 갓 태어난 것 같은 새우부터 시작해서 큼직한 크기를 자랑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나는 새우 역시 물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물에 풀어냈다.
새로운 환경 때문에 움직임이 거의 없던 녀석들이었으나, 내 초능력 덕인지 금세 적응하고서는 물속에서 뽈뽈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몇몇은 수초 주변에 자리를 잡고 벌써부터 번식을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또 어떤 녀석들은 벌써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새우에 물고기만 있으면 좀 보는 재미가 덜하죠? 그래서 더 왕창 넣을 거예요.”
새우들이 비바리움의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한 것을 확인한 다음, 망설이지 않고 다른 동물들을 더 추가했다.
새우와 같이 십각목에 해당하는 참가재들을 먼저 풀어냈다. 새우들을 먹으며 자라나는 물고기들이 마냥 번성하는 것을 막아줄 것을 기대하고 풀어놓는 것이었다.
[계획이이꾸나 님이 20만 원 후원!] [“가재는 기생충 문제가 좀 심하지 않나요? 괜찮아요?”]가재들이 물속에서 자리를 잡으려는 듯, 몸을 숨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후원 메시지가 들려왔다.
“아,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생태계를 만든다고 해도, 어느 정도 통제된 생태계니까요. 기생충 같은 건 미리 다 검사를 끝마친 상태예요. 흙도 다 관리가 된 걸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벌레 같은 것도 없고요.”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호기심을 드러내는 시청자의 질문에 답을 해주고 나니, 어느덧 가재들이 다 모습을 감추었다. 왠지 가재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돌멩이를 살짝 치워 보니, 가재가 화들짝 놀라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푸흐흐- 웃은 나는, 다시금 카메라를 바라보며 상자로 다가가 손을 넣었다.
“이번에 넣을 동물은 뭘까요? 후후. 맞추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모르겠네요.”
상자에 손을 넣은 채로 씩- 웃으니, 다시금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그리고, 그 채팅창을 확인한 내 표정이 굳어버렸다.
[뭐긴 뭐야 ㅋㅋ 도롱뇽 같은 거 넣겠지 ㅋㅋㅋ] [지금 구성에 넣을 거 도롱뇽이나 개구리 말고 없지 않나?] [다슬기!] [저기서 다슬기가 번식하면 골때려서 안 넣을걸? 지금 비바리움 생태계에 다슬기 천적이라고 할만한 게 별로 없음. 아마 넣으면 개체 수 조절 안 될 거임.] [영원 넣자 영원.]다름이 아니라, 1초도 되지 않아서 채팅창에 내가 넣으려는 동물을 맞추는 이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자그마하게 한숨을 내쉬며 상자에서 자그마한 상자를 꺼냈다.
“여기 있는 동물은 도롱뇽이에요. 한국에 자생하는 도롱뇽인데, 참고로 포획금지종입니다. 저는 드루이드 찬스 겸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걸로 허가를 받은 거고요.”
자그마한 상자의 뚜껑을 여니, 내부에는 총 네 마리의 도롱뇽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동족 포식도 하는 녀석들이었지만, 미리 먹이를 넉넉하게 넣어둔 상태였기에 네 마리가 있었는데 한 마리만 남아 있는 불상사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여기가 앞으로 너희들이 살게 될 곳이야. 어때, 좋지?”
네 마리의 도롱뇽들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하니, 녀석들이 좋다는 의미인지 내 손에 슥슥 몸을 문질렀다. 점액질인지, 아니면 그냥 물기인지 모를 것들이 손에 묻어났다.
그것을 은근슬쩍 물에 헹궈내고 있으니, 네 마리의 도롱뇽들이 저마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녀석은 상류로 향했고, 또 어느 녀석은 하류에서 먹이를 찾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제 끝?] [뭐 더 넣을 동물 없어요?] [1급수 계곡 느낌은 좋은데, 뭔가 좀 특별한 거 없음?] [개쩌는 동물 한 마리만 넣어 줘!] [가서 하루 종일 보고 있게 만들 동물도 있어야지!]도롱뇽들까지 풀리며, 꽤나 볼만한 모습이 되었음에도 시청자들은 좀처럼 만족하지 못했다. 아니, 만족하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상자를 덮고 있던 천막을 확- 걷어냈다.
그리고, 그곳에는 두 개의 상자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상자는 두 개였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두 마리의 동물은 동일한 종이었다.
“여러분,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양서류가 뭔지 아세요?”
[설마?] [진짜?] [걔?] [드디어?!] [사회자 님이 10만 원 후원!] [“아홀로틀 님! 나와주세요!”]나는 한 시청자의 후원 메시지를 듣는 것과 동시에 두 개의 상자를 열었다.
두 개의 상자에는 각각 한 마리씩, 아홀로틀이 얌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아홀로틀이라는 이름보다는 ‘우파루파’라는 이름이 더 잘 알려진 그 도롱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