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40
0339 새로운 직원
“조류와 파충류라……. 그렇다면 알에서 태어나는 동물들만 대화가 가능한 걸까요?”
“그건 아니에요.”
“예? 하지만, 지금까지 대화한 동물들이 알에서 태어나는 동물들 밖에 없지 않습니까?”
단호하게 말하는 내 모습에 장일운 차장이 의아한 모습을 보였다. 아닐 거다-도 아니고, 아니라고 딱 못박았으니 그러는 것이었다.
“오리너구리요. 오리너구리도 난생이거든요. 아까 오구리랑 대화하지 못하는 거, 봤죠?”
“아…….”
“오리너구리는 단궁류라는 분류에 속하는데, 이 단궁류가 좀 신기한 편에 속해요. 조류나 파충류처럼 알에서 태어나지만, 포유류처럼 새끼에게 젖을 먹이거든요. 뭐, 젖꼭지가 없어서 분비되는 젖을 새끼가 핥는 수준이지만요.”
“그럼 도대체 어떤 형태로 특화된 걸까요?”
박충유의 초능력을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지 고민된다는 듯이, 장일운 차장이 태블릿을 보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보인 것만 보자면 답은 하나밖에 없죠. 석형류 특화 같네요.”
“석형류요? 그건 또 뭡니까?”
“음……. 아주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조류와 파충류를 통틀어서 말하는 거라고 보셔도 될 것 같네요. 조류와 파충류가 생긴 게 많이 달라서 예전에는 관계가 없는 동물이라 여겼는데, 연구하다 보니 얘들이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다는 게 밝혀졌거든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것인지 오- 하고 감탄하는 장일운 차장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몇 가지 이야기를 더 꺼냈다.
“요즘은 새를 아직까지도 살아 있는 공룡이라고도 표현하고 있죠. 공룡들의 일부가 진화해서 새가 된 게 아니라, 새가 공룡 그 자체라는 거랄까요? 그렇게 되니 기존에 공룡의 후손이라 여기던 파충류에 대한 연구도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비슷한 부분들이 많이 나오게 된 거죠. 결과적으로 조류와 파충류를 하나로 봐야 한다고 해서 나온 것이 석형류고요.”
자세히 설명하자면 워낙 방대하고 복잡한 내용이기에, 아주아주 간단하게 요약해서 설명을 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장일운 차장이 이해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석형류 특화형 애니멀커뮤니케이터……. 이렇게 하면 되겠군요!”
고민이 해결됐다는 듯이 태블릿을 빠르게 두드린 장일운 차장이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얼굴에 호기심이 서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생각난 겁니다만. 석형류인가 하는 게 공룡에 관련됐다면, 박충유 씨가 중생대같이 공룡들이 있던 시기에 있었다면 공룡들과도 대화가 되었을까요? 아니, 그전에 수환 님도 가능할까요?”
순수하게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 장일운 차장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죠.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공룡이라는 새들이랑 대화가 통하니, 공룡들이랑도 대화가 될 수도 있긴 하겠죠? 뭐, 제가 식재료로 여기는 동물들과는 대화가 안 되는 걸 봤을 때, 반대로 저를 먹이로 여길 수 있는 공룡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하긴, 공룡이 없는데 확인할 길이 없긴 하죠. 박충유 씨! 이제 조류관으로 이동합시다!”
묘하게 아쉽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 장일운 차장이 파충류관에서는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는 듯, 이동을 제안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동한 조류관에서는, 파충류관에서와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나와 소은이를 제외하고서도 대화할 수 있는 인간이 나타났다는 것에, 수많은 새들이 지저귀며 박충유와 수다를 떨어대는 것이었다.
하지만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애초에 참새와 비둘기를 통해 초능력의 개화를 자각했으며 앵무새와 대화하여 초능력의 유무를 판별했고, 조금 전에는 거위즈와 대화를 했으니 이것은 당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말 그 석형류라는 것에 특화가 된 거라고 봐도 되겠군요. 조류와 파충류에 한정해서 대화가 된다라……. 이거 등급을 어떻게 산정해야 할지 고민이네요. 뭐, 그거야 제가 신경 쓸 건 아니지만요.”
장일운 차장은 등급 산정을 하는 팀에서 골치 아플 것이 뻔하다며 히죽히죽 웃음을 지었다.
부하 직원들을 골릴 때도 느꼈지만, 이 인간은 자기가 힘들지만 않으면 뭐든 다 괜찮다고 여기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렇다고 자기가 할 일은 또 성실하게 하는 것 같았지만.
“엇,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요.”
다만, 히죽히죽 웃던 도중, 시계를 살짝 보더니 정신을 차렸다. 따로 추가적인 일정이 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시간이 조금 지체된 느낌이었다.
그는 시계를 한 번 더 바라보다가, 여전히 새들과 대화하고 있는 박충유를 불렀다.
“박충유 씨! 잠시 이쪽으로 와주시겠습니까!”
“얘들아, 잠시만!”
새들과 대화를 하던 박충유는 장일운 차장의 호출에 호다닥 달려왔다.
“보셨죠? 제가 새들이랑 대화를 하는 거요!”
자신이 정말 애니멀커뮤니케이터임을 증명했다는 듯이, 박충유는 무척 흥분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제어가 되지도 않는지 입꼬리가 움찔거리며 하늘로 승천할 것 같았고, 콧구멍도 벌름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괜히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지금의 박충유는 어마어마한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꽃길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일단 현재 박충유 씨의 초능력 형태는 애니멀커뮤니케이터에 적합하다고 보입니다. 다만, 수환 님처럼 전체적인 동물들에 고루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석형류에 특화되어 있는 형태로 추정됩니다. 조류와 파충류 한정이라는 거죠.”
나한테 배운 걸 잘 써먹었다는 듯이, 장일운 차장이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등급 산정에 조금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초능력의 등장은 아니지만, 특화되어 있는 경우에는 협회에서 회의를 통해 등급을 산정하게 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 그런가요? 바로 등급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아쉽네요.”
“그래도 애니멀커뮤니케이터라는 초능력 자체의 특수성 때문에, 아무리 못해도 중상급 정도는 된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최소 중상급-이라는 소리에, 박충유의 입꼬리가 다시금 파르르 떨렸다. 기쁨과 환호로 승천하려는 입꼬리를 어떻게든 이성이 저지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따로 질문하실 것이 있나요?”
“어……. 아뇨. 지금은 없는 거 같아요.”
“나중에라도 궁금한 것이 생긴다면 이 명함에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하시면 됩니다.”
“그럼 정밀 검증은 끝난 건가요? 따로 제가 할 게 더 없나요?”
“예. 초능력 파장 검사 같은 건 며칠 전에 끝내셨으니, 더 하실 건 없습니다. 등급 산정이 되면 공식적으로 초능력자 등록이 진행될 거고, 곧바로 초능력자로 활동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오늘 검증하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장일운 차장은 더 이상 검증을 위해 할 것이 없다며, 자신의 일이 모두 끝났다는 듯이 이야기를 마쳤다.
그리고, 그대로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수환 님. 덕분에 정밀 검증을 손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에이, 뭐 어려운 것도 아닌데요.”
“그래도 수환 님이 아니라면 이렇게 손쉽게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는 건지 확인하기 힘들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나는 장일운 차장의 말에, 그가 내 초능력을 정밀 검증할 때가 떠올랐다.
동물과 실제로 대화를 할 수 있는지 확인해 줄 수 있는 이가 없었기에, 당시의 부하 직원들이 갖은 고생들을 했었다. 동물들 앞에서 특정 행동을 나 몰래 하게 한 뒤 어떤 행동을 했는지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서, 동물들이 이상 행동을 보이는 이유를 알아내는 등의 과정도 거쳤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 박충유가 정밀 검증을 하는 것은 무척이나 수월하다고 할 수 있었다. 부하 직원들이 크게 고생할 것도 없이, 내가 옆에서 박충유가 정말 동물들과 대화하고 있는 건지 알려주기만 하면 됐으니 말이다.
물론, 신뢰성의 문제가 없지는 않았기 때문에 완벽히 내 의견대로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내게 그러했던 것처럼 몇 가지 테스트는 거친 상태였다.
그렇지만 내가 있음으로 그 과정들이 상당히 단축되었음은 확실한 사실이었다.
때문에, 장일운 차장은 덕분에 일을 손쉽게 마쳤다며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이제 다음 일정을 위해 떠나야 하는 시간이 될 때까지, 그는 몇 번이나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럼 다음에 따로 찾아뵙겠습니다.”
“언제든지요.”
장일운 차장은 상사로 만나면 피곤한 인간이지만, 지인으로 만나면 나름대로 재미있는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언제든지 찾아오라는 이야기를 하며, 떠나가는 그를 배웅했다.
그렇게 장일운 차장이 부하 직원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서, 시선을 돌렸다. 자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듯 우물쭈물하고 있는 박충유에게로 말이다.
“잠깐 이야기 좀 하실까요?”
“예, 옙!”
살짝 긴장한 듯한 박충유를 데리고, 휴무일이라 한적한 우리 동물원의 카페로 향했다.
따로 카페 직원들도 없는 상황이라 적당히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 두 개를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고, 박충유를 바라보았다.
“충유 씨. 혹시, 따로 계획이라던가 있나요? 초능력자가 됐으니,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 같은 거요.”
“어……. 아직은 없습니다! 신수 님을 롤 모델 삼아서 뮤튜브나 사업을 해볼까도 했지만, 잘 할 자신은 없어서요. 게다가, 모든 동물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라서 잘 될까 싶기도 하고요. 차라리 조류나 파충류 쪽으로 용품점 같은 거라도 열어 볼까 생각이 들긴 하네요. 애완 조류나 파충류가 좋아하는 먹이를 찾아주는 식으로 하면 나름대로 잘 굴러가지 않을까요?”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꿈을 꾸긴 했지만 석형류 한정이라는 제한이 있다 보니, 박충유는 살짝 자신감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박충유를 잠시 바라보다, 한 가지 제안을 꺼냈다.
“혹시, 우리 동물원에서 일해볼 생각 없어요? 석형류 전담으로.”
석형류 특화 애니멀커뮤니케이터라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나는 박충유를 스카우트하고 싶었다.
다름이 아니라, 석형류에 포함되는 조류와 파충류 모두 쉽게 케어할 수가 없는 동물들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매일매일 관리한다고 해도 다른 동물들도 신경 써야 하는 만큼, 조류와 파충류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그 자리를 박충유가 채워준다면 좋을 것 같았다.
“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조금 얼떨떨하네요. 꼭 지금 답을 드려야 할까요?”
물론, 박충유가 내 제안을 좋다고 넙죽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내가 제안만 했지, 그 어떤 조건도 알려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뇨, 결정하면 알려주세요. 자세한 건 여기 담아 뒀으니, 한 번 확인해 보시고요.”
나는 A4 용지 몇 장이 들어 있는 서류봉투를 내어주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슬쩍 서류봉투의 내용물을 꺼내 확인한 박충유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장님! 신수의 둥지에 뼈를 묻겠습니다!”
“벌써 결정하신 거예요?”
“아유, 당연합죠! 오늘 이곳에서 초능력의 정밀 검증을 하면서 느꼈습니다! 이곳의 석형류에게, 제가 도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저야 고맙죠. 앞으로 잘 부탁해요.”
아주 깍듯하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보이는 박충유의 모습에, 나는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역시, 월급을 비롯해서 직원이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담긴 서류봉투를 주길 잘 했지.
최소 중상급이 예정되어 있는 초능력자를 고용하는 것이다 보니, 매달 급여로 돈이 제법 나가긴 하겠지만 그를 고용함으로 인해서 생길 여유 시간이 더 값어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박충유도, 나도 서로 만족하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