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41
0340 위급 상황(1)
“압빠! 나 아이스크림 먹어도 돼?”
“뭐?”
“초코!”
“어, 먹어도 돼.”
조금은 이른 아침. 아침도 먹고 샤워까지 마무리한 소은이는 아침부터 쭈쭈바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오늘이 금요일이긴 하지만,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알람이 울어서 일단 깨긴 했는데, 잠이 오지 않으니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TV나 보려고 하는 느낌이었다.
“히히. 마시따.”
달달한 초콜릿의 맛이 진하게 나는 쭈쭈바를 물고 있는 소은이의 모습을 보니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쭈쭈바를 먹는 소은이의 모습을 보니 묘하게 이질감이 들었다.
평소보다 하얀……. 아니, 하얗다기보다는 허여멀건한 소은이의 얼굴 탓이었다. 뭐가 묻은 건가 싶어서 손가락으로 슥- 쓸어 보니, 화장품 같은 게 묻어났다.
“신소은!”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안방이 있는 2층에서 누나의 외침과, 우당탕탕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히익!”
물론, 곁에 있던 소은이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털푸덕 앉았던 소파에서 튀어 오르듯 일어났다.
“누가 엄마 화장품 쓰랬어! 너 이리 와!”
“우우움!”
쭈쭈바를 입에 물고 있는 소은이는 달려오는 누나의 모습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현관에서 신발을 대충 구겨 신고, 문을 열고 도망친 것이었다.
매일매일 뛰어다니는 것이 일상인 소은이는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누나는 소은이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소은이가 화장품 쓴 거야? 어쩐지 허옇더라.”
“소은이 씻긴 다음에 샤워하고 나오니까, 화장대가 엉망이더라……. 나 씻는 사이에 이것저것 다 찍어 발랐나 봐.”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는 누나의 모습에 웃음이 먼저 나왔다.
“누나도 장모님 꺼 몰래 바르고 그랬다며.”
“……엄마가 알려줬지?”
“당연하지. 조만간 소은이가 누나 화장품 쓸 게 뻔하다고, 미리 알려주시던데?”
큭큭 웃으며 말하니 누나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예전부터 선생님들이나 엄마가 꼭 나 닮은 딸 낳으라고 했는데, 그게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자기가 어릴 때 했던 것들을 하나씩 따라 하고 있는 소은이를 보니 참 여러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게는 그냥 즐거운 일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애들이 나를 따라 한다고 해봐야, 별거 없었으니 말이다.
“나중에 가서 화장품 좀 사 와야 할 거 같아. 소은이가 이것저것 다 찍어놔서, 화장품 몇 개가 완전히 섞여서 이상해졌어.”
색상이 섞여서 이상한 데다 크림과 가루가 섞였다던가 하는 상황이라며 고개를 내젓는 누나였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일과를 시작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한 바퀴 돌고 올게.”
“응, 다녀와. 난 일단 정리 좀 하고, 소은이 다시 씻겨야지. 어휴, 쓸데없이 덕지덕지 발라 가지고.”
고개를 내저은 누나는 여전히 촉촉하게 젖어 있는 머리를 말리기 위해 움직였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집을 나선 나는, 늘 하던대로 동물원을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늘 돌던 루트를 고스란히 따라가며 동물원을 돌던 나는 시끌벅적한 조류관으로 들어갔다.
“밤에 잘 잤어?”
그리고, 조류관 내부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바로, 얼마 전 새로이 고용한, 석형류와 대화가 가능한 초능력자인 박충유였다.
내가 조류관과 파충류관을 맡겼더니, 내가 아침에 하는 것을 보고서 따라 하는 것 같았다. 동물들의 상태를 세심하게 확인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자려는데 건들지 마라!”
“……아, 너는 야행성이구나. 미안.”
물론, 아직 석형류 동물들에 관한 지식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에, 약간의 실수 정도는 있었지만 말이다.
“색이 어두운 편인 새들은 주로 야행성인 경우가 많으니까, 그 부분은 고려하면 좋아.”
“엇, 사장님! 오셨습니까!”
나를 발견한 박충유에게 다가가니,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아니, 인사를 박았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았다.
고용한 이후로 나름대로 이야기도 하며 친해져 말을 놓았지만, 충유는 돈 주는 사장님은 모셔야 한다면서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나를 대신해서 조류관을 둘러보는 듯한 충유의 모습에, 나 역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인간, 귀찮다?”
“왜?”
“밤에 뭐 했는지 꼬치꼬치 캐묻는다!”
주변을 보고 있으니 내게로 날아온 ?遲隔?충유를 가리키며 귀찮다는 듯이 ??소리를 냈다.
밤에는 잤으니까 한 게 없는데도 자꾸 뭘 했냐고 물어봤다며, 귀찮았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내가 하던 일을 꼼꼼하게 대신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나는 흡족함을 느낄 수 있었다.
“파충류관도 네가 체크할래?”
“옙! 맡겨 주세요!”
상태를 확인하는 데 가장 오래 걸리는 곳이 바로 파충류관이었다.
아무래도 먹이를 한 번 주면 며칠에서 몇 주 정도는 먹지 않아도 되는 동물들이 가득했기 때문에, 포만감 부분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탈피라던가 하는 부분들도 신경 쓰다 보면 시간이 훅훅 지나갔다.
그런데, 그런 파충류관을 충유가 담당해 준다고 하니, 나는 모처럼 생긴 여유에 휘파람을 휘휘 불며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평소보다 간단하게 동물원을 돌고 나니, 시간이 많이 남게 되었다.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조류관과 파충류관을 생략하니 그만큼 시간이 많이 남는 것이었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이럴 때 시간을 보내려고 비바리움을 만든 거지! 하고서 비바리움에 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전에 필요한 것들이 몇 개 있어서 집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으우으웅!”
“이거 지워야지!”
집으로 들어가니, 결국 누나에게 붙잡혔는지 소은이가 클렌징 티슈에 얼굴이 문질러지고 있었다. 허옇던 얼굴이 원래의 뽀얀 얼굴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누나에게 화장을 하는 방법 같은 것들을 교육받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애초에 호기심으로 따라 하는 것이었으니, 제대로 된 방법을 미리 교육한다는 것이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 하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막 잠에서 깼는지 몽롱한 표정으로 아장아장 걸어오는 은수를 볼 수 있었다.
“아뿌……?”
“은수 잘 잤어?”
“우웅.”
“아빠랑 비바리움 갈까?”
“웅!”
비바리움이라는 소리에, 반쯤 감겨 있던 은수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런 은수를 데리고 비바리움으로 들어온 나는, 은수가 좋아하는 식물들이 가득한 곳에 은수를 내려주었다.
“히!”
자기가 좋아하는 식물들을 바라본 은수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식물들을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곧바로 비바리움의 관리에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물을 뿌려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혹시 부족한 곳은 없는지,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 같은 게 자라나는 것은 아닌지 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밤 사이 살짝 내려앉은 먼지 같은 것들도 식물들에서 털어내고, 물길에 자리를 잡은 동물들의 먹이사슬도 확인했다.
여전히 문제 하나 없이 잘 굴러가고 있는 물길 속 생태계의 모습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특히, 풍족한 먹이와 깨끗한 주변 환경 덕분인지, 물고기들이나 가재들의 수도 제법 불어 있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도롱뇽들이 열심히 번식에도 돌입했던 건지, 물길의 구석진 곳에 도롱뇽이 낳은 알 덩어리까지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상위 포식자들이 조금씩 늘어난다면, 수가 늘어나고 있는 물고기들의 개체 수 조절도 가능할 것 같았다.
비록, 상위 포식자의 자리에 위치하게 될 도롱뇽들이 마구 불어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되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물고기들 중에서 덩치가 제법 큰 몇 마리가 도롱뇽 알 일부를 호록호록 먹어대는 것을 보면 도롱뇽이라고 마구 늘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전화받어어어어- 전화아아아- 받어어어어어-
그런데, 비바리움을 둘러보고 있으니 전화가 왔다. 누나가 은수를 데리고 돌아오라고 전화한 것인가 싶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다만 그 휴대폰에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발신자 정보가 있었다.
[부산 경찰청장]“……이 사람이 웬일이지?”
여러모로 엮인 일들이 있어서 나름대로 안면 정도는 트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휴일 아침부터 전화할 정도의 친분은 없었기에 의아함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을 이유는 없었기에,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여보세요- 하고 말이 채 끝을 맺기도 전에 조금 다급한듯한 상대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설창쇠 청장입니다! 신수환 님 되십니까?”
“아, 네. 오랜만입니다. 어쩐 일로 전화 주셨나요?”
“그게 말입니다…….”
다급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목소리의 청장은 이렇게 휴일 아침부터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던 내 표정은 점점 굳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저희 경찰에서 아동 납치로 인한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납치범까지 체포한 상황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 납치범이, 납치한 아이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십억의 돈과 해외로의 출국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절대 그 위치를 알려주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말 별의별 미친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그걸 왜 내게 전화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다만, 내가 그런 의문을 느끼고 있다는 걸 상대가 파악하기라도 했는지, 곧바로 그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래서 지금 신수환 님께 약간의 도움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납치범이 납치를 하던 당시, 주변에 몇 마리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마리는 이미 확보가 된 상황이고요.”
“그 동물들을 통해서 아이를 어디에 가둬둔 건지 확인하고 싶다는 거죠?”
“예, 그렇습니다!”
“그럼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어린아이를 납치했다고 하니, 소은이와 은수의 생각이 나며 무시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비바리움에서 즐거운 시간을 길게 누리지 못한 은수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빠가 착한 일 하고 올 거니까, 은수도 착하게 엄마 말 잘 듣고 있어야 돼.”
곧장 집으로 돌아간 나는 은수를 누나의 품에 안겨주고서, 간단히 상황 설명만 해준 다음 집을 나섰다. 두 아이의 엄마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누나는 꼭 해결하고 오라며 주먹을 불끈 말아 쥐는 모습을 보였다.
“빨리 해결하고 올게! 청호야!”
나는 곧바로 집 밖으로 달려나가며, 근처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청호를 불렀다.
녀석은 내가 별다른 말을 해주지 않았음에도 나를 따라왔고, 차 문을 열어주니 재빨리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척 든든한 녀석이라는 생각을 하며, 미리 전해 받은 목적지를 향해 차를 빠르게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