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42
0341 위급 상황(2)
빠르게 차를 몰고 목적지인 경찰청으로 향했다. 우리 동물원에서 꽤 가까운 곳이었기에, 도착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살짝 과속을 하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경찰청으로 도착하니, 미리 기다리고 있던 경찰 한 명이 다가왔다. 내가 타고 있는 차가 국내에 유일하게 1대 있는 것이며, 그 소유주가 나라는 것이 아주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모시겠습니다.”
대충 구석진 자리에 주차를 하고서 청호를 데리고 내린 다음, 앞장서는 경찰의 안내를 받아 경찰청 내부로 이동했다.
이리저리 코너를 돌고 계단을 내려가고 하다 보니, 취조실이라는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마치 영화에서 보던, 용의자를 취조하기 위한 방이 있는 곳이었다. 상대방은 이쪽을 보지 못하지만, 이쪽에서는 상대방을 볼 수 있는 그런 방이었다.
물론, 내가 들어간 곳은 그 취조실을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으로 들어가니, 설창쇠 경찰청장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예전에 몇몇 행사 같은 것들이 있을 때 만나며 안면을 트고 있었기에, 알아보는 건 무리가 없었다.
그냥 현장에서 뛰는 직원들 정도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청장이라는 사람이 직접 나와 있으니 살짝 어색했다.
“아, 제가 여기 있어서 조금 놀라셨나 봅니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데다, 수환 님의 협조를 요청한 상태니 제가 직접 이곳에서 조율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단순히 직원들만 있는 상태에서 내가 무언가 요청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그것을 들어줘도 될지 보고하는 등의 절차가 생길 테니 자기가 직접 자리하면서 챙기겠다는 것이었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였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직원들이 과하게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그것까지 신경 쓸 수는 없었다.
“일단, 자세한 내용은 이 서류철에 있으니, 한 번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제복을 입고 있는 한 사람이 내게 종이로 된 서류철을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몇 장의 A4 용지가 들어 있었다. 당연히 이번 사건에 대한 내용도 자세히 써져 있었다. 부산에서 현금 부자로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부부의 아들로, 계획적인 범죄에 당한 것이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였는데, 학교를 마치고 간식을 사 먹으러 나간 잠깐 사이에 일이 벌어졌던 것이었다.
“……저놈이죠?”
서류를 바라보던 나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취조실에서 수갑을 찬 상태로 의자에 묶여 있는 듯한 남자를 가리켰다. CCTV에서 찍힌 영상 같았는데, 아주 구석진 위치에 유리창 너머에 있는 인간이 아이를 납치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었다.
“예, 제 경찰 생활 통틀어서, 저렇게 악질인 놈은 처음 봅니다. CCTV 위치까지 파악한 상태로 범행을 저질러서, 확보한 증거도 아주 찰나에 나온 그 장면밖에 없을 정돕니다.”
청장은 30년 가까이 되는, 경찰로 지낸 기간 동안 본 범죄자 중 가장 악질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럼 일단, 그 확보했다는 목격자……. 아니, 동물부터 보러 가죠.”
인간 말종을 직접 마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기에, 나는 곧바로 그 현장을 목격했다는 동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주변에 동물이 보이지 않길래 멀리 있나 싶었지만, 딱히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방에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그 방에는 웬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이 제 몸집만 한 진돗개를 끌어안고 있었다.
“……?”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청장을 바라보았다. 동물을 확보했다더니, 왜 여학생이 같이 있냐는 의미를 담아서 바라보았다.
“오,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다 협조를 받은 겁니다. 여학생은 저 진돗개의 견주라서 모시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확보했다고 한 동물이 저 진돗개입니다.”
진돗개의 보호자 자격으로 온 거라는 말에, 여학생이 있는 테이블을 보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대로 신경을 써준 건지, 여학생이 좋아할 만한 쿠키와 음료가 놓여 있었다.
나는 진돗개가 쿠키를 먹지 못하게 꽉 붙잡고 있는 여학생에게 다가갔다.
“안녕? 아저씨 알지?”
“당연히 알죠! 저 신수 님 팬이에요! 싸인해 주세요!”
당당히 싸인을 해달라는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근처에 있던 A4 용지에 싸인을 휘갈겨 주었다.
“싸인도 해줬는데, 아저씨가 진돗개랑 둘이서 잠깐 이야기를 하고 와도 될까?”
“네! 이름은 돌돌이예요!”
“그래, 돌돌이랑 잠깐만 이야기하고 올게.”
여학생의 허락을 받은 다음, 곧바로 돌돌이라는 이름의 진돗개를 데리고 다시금 취조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돌돌이에게 유리창 너머를 가리키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돌돌아, 저기 있는 저 인간. 본 적 있지?”
“어……. 옙! 본 적 있습니다! 며칠 전에 본 것 같습니다!”
컹컹- 짖으며 그렇다고 하는 돌돌이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
그 당시 상황이 어땠냐, 주변에 누가 있었냐,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냐 등등. 주변 경찰들이 물어봐달라며 요구하는 것들도 함께 질문했다.
그리고, 덕분에 몇몇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납치가 일어난 그 장소의 코너 부분에 돌돌이를 키우는 여학생의 집이 있었다. 일종의 단독주택이었는데, 그 옥상에서 돌돌이를 키우고 있었다. 바깥으로 탈출하지는 못하도록 줄에 묶여 있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옥상에서 키워지는 돌돌이의 취미는 옥상 난간에 앞발을 올려서 외부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바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에 호기심을 느낀 돌돌이가 얼굴을 내밀어 구경을 한 것이었다. 바로, 납치가 되는 그 상황을 말이다.
따로 공범은 없었으며, 차를 이용해 납치가 이뤄졌고, 특정 방향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CCTV에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일이라 알지 못했던 정보가, 돌돌이의 입에서 술술 나오고 있었다. 적녹색맹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개의 시야 때문에, 차량의 색상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경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돌이가 말해준 그 방향으로 CCTV가 없는 곳과,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역 등을 토대로 예상 반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아! 그리고 그쪽에 까마귀들이 몇 마리 따라다녔습니다!”
“까마귀?”
“옙! 그 어린 인간한테서 고소한 냄새가 진하게 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까마귀들이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오…….”
그런데, 경찰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사이, 돌돌이가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었다. 까마귀 몇 마리가 납치된 아이를 따라 움직였다는 것이었다.
서류철에 아이에 대한 정보가 있었던 것을 떠올리고 확인하니, 특이사항으로 견과류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적혀 있었다. 가방에 견과류를 꼭 넣고 다닐 정도로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까마귀라면……. 따라다닐만하지.”
지능이 제법 높은 까마귀들이라면, 어린아이를 공격해서 먹이를 얻으려는 생각으로 따라다닐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그 이야기 역시 경찰들에게 전해주었다. 다만, 그 이야기를 들은 경찰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환 님. 그런데, 그 까마귀를 찾을 수 있습니까? 어떤 까마귀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개체별 특징이 두드러지는 인간도 아니고, 하늘을 마구 날아다니는 까마귀들 중에서 그 상황을 목격한 까마귀를 찾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물론, 인간이라면 그 까마귀를 찾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맞았다. 다만, 그 까마귀를 내가 직접 찾는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기다려보라고 이야기를 한 다음, 곧장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대로 유부를 내가 있는 곳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유부는 내가 있는 방향만 알려주면 잘 찾아오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하늘 높은 곳에서 부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드니, 멀리서 유부가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유부야!”
그 모습에 하늘을 향해 소리치니, 유부 녀석이 그대로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부엉이가 시력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청력은 그 이상으로 좋은 편이었다. 낮이라 시력이 조금 저하된 상태임에도 녀석이 내 목소리로 내 위치를 파악할 정도로 좋았다.
“무슨 일이오?”
“부탁 좀 하자.”
내 팔뚝에 내려앉은 녀석에게, 몇 마리의 까마귀들을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지금이야 애완 부엉이의 포지션을 택해서 예쁨 받는 걸 즐기고 있었지만, 유부는 한때 남캣과 혈투를 벌이며 수많은 부하들을 거느리던 녀석이었다. 현재도 동물원의 조류들을 통솔하는 위치에 있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그런 녀석이 가장 많이 데리고 있는 부하가 까마귀와 까치였다.
그렇기에, 그 까마귀들을 찾는 것은 유부에겐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일차적으로 부하 까마귀들에게 물어보고, 부하 중에서 찾지 못한다면 부하들을 풀어서 그 까마귀들을 찾으면 되는 것이었다.
“흠, 잠시만 기다리시오.”
당연히, 유부도 그런 내 부탁을 어렵게 여기지 않았다. 녀석은 다시금 날아올라 빠르게 움직이더니, 이십여 분 가량 흐른 뒤에 돌아왔다. 세 마리의 까마귀들을 대동한 채로 말이다.
녀석들은 유부의 부하 까마귀들이었는데, 나를 볼 때마다 큰형님이라 하면서 잘 따르는 녀석들이었다.
“그대가 찾던 녀석들이오.”
“고마워. 나중에 집에 가서 제일 맛있는 소고기로 큼직하게 잘라줄게.”
맛있는 소고기를 큼직하게 잘라준다니, 녀석은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빙그르르- 돌렸다.
“집으로 혼자 갈 수 있지?”
“걱정 마시오. 그럼 이만 가보겠소.”
“들어가십쇼 형님!”
유부는 까마귀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금 힘차게 날아올랐고, 나는 세 마리의 까마귀들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돌돌이에게 한 것처럼, 그 당시의 상황 같은 것들을 물어본 것이었다.
하지만 고소한 견과류에 홀려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녀석들은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자잘한 몇 가지 정보보다도 더 중요한 정보를 알아낼 수는 있었다. 바로, 납치범이 차량에서 내린 곳을 알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곧바로 그 사실을 경찰들에게 전하니, 그 위치로 이동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까마귀들을 내비게이션 삼아 이동해야 했기에,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이동했다.
앞장서서 날아가는 까마귀들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기 위해, 교통신호까지 조절해가며 이동한 우리는 한적한 주택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꽤나 오래된 경차 한 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도 세 마리 까마귀가 지붕 위에 앉아 있는 경차를 말이다.
“이겁니다! 큰형님!”
경차로 다가간 나는, 까마귀들의 말대로 그 차량이 납치에 이용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까마귀들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창문이 열려 있는 차량의 내부에는 각종 쓰레기를 비롯해서, 어린아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것도, 견과류 봉지 몇 개가 뜯겨진 상태로 있는 가방이었다.
“저 가방……. 맞는 것 같군요. 납치된 아이의 부모님께서 알려주신 것과 동일한 가방입니다.”
함께 찾아온 경찰 역시 그 가방을 보고서, 이 차량이 범행에 이용된 그 차량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경찰들은 그대로 주변 일대를 샅샅이 조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주변이 확실하다고 파악됐으니, 주변을 이잡듯이 뒤지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들을 말렸다. 이 주변은 말 그대로 주택가였다. 탐문수사를 하면서 어떻게 발견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아주 빠르게 찾아줄 수 있는 프로들이 있으니, 그쪽이 더 빠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