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43
0342 위급 상황(3)
“프로라니요?”
내 말에 경찰들이 의아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내 곁에 있는 청호를 슬쩍 보는 것이, 녀석에게 맡길 생각이냐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그 모습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청호가 후각이 뛰어난 편에 속하긴 하지만, 현재 상황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납치가 벌어지고 난 뒤, 운 나쁘게도 잠깐 소나기가 내렸기 때문이다. 냄새를 이용해 찾으려고 해도, 그 이동 경로 자체를 추적할 수가 없어진 상황이었다.
그나마 차량에는 비가 들치지 않았지만, 주변 일대가 촉촉하게 젖으며 냄새가 씻겨내렸기에 추적하기 힘든 것이었다.
“청호는 제 경호견 포지션이라고 보시면 돼요. 아이를 찾아 줄 프로는 따로 있고요.”
“그렇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먼저 움직이고 있겠습니다.”
손 놓고 외부인의 도움만 바라고 있을 수는 없다는 듯, 경찰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경찰들 중 한 명에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달라 부탁하고서 집으로 향했다.
“꿀벌 집합!”
집으로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한 것은 꿀벌들을 집합시키는 것이었다.
벌집을 통통 두드리며 집합을 알리니, 날갯짓 소리가 붕붕 들려오며 수십만 마리의 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들이 해줄 일이 있어. 아니, 일종의 훈련이라고 하자.”
만약, 정말 그럴 일은 있어도 안 되고, 어지간하면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소은이나 은수가 납치될 경우를 대비할 생각이었다.
“지금 한 아이가 납치된 상황이야. 그런데 그 아이의 위치를 모르는 상태고. 너희가 그 아이의 위치를 좀 찾아줬으면 해. 만약에라도 소은이나 은수가 납치된다면 너희가 찾는 데 도움을 줘야 하니, 그 훈련을 한다고 생각해.”
내 말에 꿀벌들의 날갯짓이 조금 거칠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꿀벌들은 여왕처럼 여기는 소은이도, 주변 꽃들의 꿀을 달게 만들어주는 은수도 모두 좋아했기 때문이다.
녀석들이 전력을 다 해서 협조해 줄 것이 여실히 느껴졌기에, 곧바로 마당 구석에 있는 양봉업자들이 사용하는 벌집을 가져왔다. 아무래도 벌들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있으니, 중심이 될만한 곳에서부터 수색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안에서 기다리면, 수색을 시작할 위치로 갈 거야.”
벌통이라고도 부르는 벌집을 가리키니 꿀벌들이 빠르게 벌집으로 밀려들어갔다. 큼직하게 열어둔 구멍으로 꿀벌들이 빨려 들어가듯 들어갔다.
순식간에 몇만 마리의 벌들이 벌집을 가득 채웠고, 나름대로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던 벌집이 묵직해졌다. 한 마리에 0.1g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도 마릿수가 많으니 묵직해질 수밖에 없었다.
“뭐하노?”
그런 묵직한 벌집을 트렁크에 올려 단단히 고정하고 있으니, 언제 다가온 건지 모를 대포동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무슨 보물이라도 들었나- 하며 호기심을 드러내던 녀석은 벌집에서 빼꼼 튀어나온 벌 한 마리를 마주했다. 꿀을 훔치려다 된통 쏘인 경험이 있던 녀석은 슬그머니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지은 나는 녀석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너도 같이 가자.”
어지간한 자물쇠는 다 따버릴 수 있는 대포동이라면 데리고 가면 좋을 것 같았다. 악질짓을 서슴지 않는 납치범이라면 분명 잠금장치를 구비해뒀을 것이 뻔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벌과 대포동까지 챙겨 차에 태우고 다시금 납치에 이용된 차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전히 경찰이 차량을 지키고 있었는데, 나는 곧바로 그 차량의 문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납치를 하면서도 잠금장치는 신경을 썼던 건지, 차의 문이 굳게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황할 이유가 없었다. 차 문을 여는 것을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대포동을 데려왔으니 어려울 것은 없었다.
“포동아, 이것 좀 따라.”
“……진짜? 또 뭐라카는 거 아이제?”
예전에 괴도짓을 일삼을 때 잔소리했던 것이 떠올랐는지 대포동이 잠시 망설였으나, 내가 허락해 주는 것이니 해도 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늘 몸에 메고 다니는 자그마한 가방에 앞발을 푹- 쑤셔 넣었다. 보통 굿즈교환권을 넣고 다니는 가방이었는데, 종종 녀석들이 먹다 남은 간식을 넣어 놓기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가방에서 나온 것은 굿즈 교환권도, 먹다 남은 간식도 아니었다. 예전에 괴도로 이름을 날리던 시기에 사용하던, 자물쇠를 따기 위한 실핀이었다.
마치 보물처럼 꽁꽁 숨겨놓은 것 같았는데, 녀석은 그것을 애지중지 품에 안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자동차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차량의 열쇠 구멍에 녀석의 앞발이 닿아야 했기 때문이다.
범행에 사용하고 버릴 목적이었던 건지, 차량은 아주 오래된 경차였다. 덕분에 손잡이의 커버를 벗기거나 도난방지 장치를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철컥!
그렇기에, 대포동이 그 차량의 잠금을 푸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잠시 녀석을 들고 있으니,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재빨리 안에 있는 아이의 가방을 꺼내든 나는, 벌집 가득 들어 있는 벌들을 불러냈다.
“이 냄새의 주인을 찾으면 돼. 소은이보다 조금 작은 남자아이일 거야. 생기기는 이렇게 생겼어. 찾을 수 있겠어?”
‘긍정. 수색. 시작.’
내 물음에 꿀벌들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며 줄지어 가방으로 다가왔다. 붕붕 날아다니며 가방에서 냄새를 맡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녀석들은, 내가 내밀고 있는 사진까지 확인하고서 순식간에 주변 일대로 퍼져나갔다.
수만 마리의 꿀벌들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것에, 곁에 있던 경찰이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내게 왜 벌들을 이용하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옆에 청호도 있잖습니까. 후각이 제일 좋은 동물은 개가 아닙니까? 게다가 벌들이 사람의 얼굴도 구분합니까?”
“지금 상황에는 꿀벌들이 딱 이거든요. 후각도 뛰어난 편에 속하면서, 사람의 얼굴도 구분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가장 후각이 뛰어난 동물은 개가 아니라 아프리카코끼리에요.”
왜 꿀벌이 딱이냐는 듯한 경찰의 모습에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지금처럼 냄새의 경로가 끊어진 경우에는 그 냄새를 찾아서 주변 일대를 다 돌아야 하는데,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느니 애초부터 물량으로 승부를 본다는 것이었다. 때로는 미사일 하나보다 수천의 보병이 더 효과적인 순간도 있는 것처럼.
더군다나, 꿀벌의 후각 능력은 매우 뛰어난 편에 속했다. 개보다 뛰어나다, 개보다는 못하다 등으로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풀어놓은 벌들은 이 주변 일대를 싹 다 확인하고 다닐 거예요. 건물 안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죠. 창틀에 물 빠짐을 위한 구멍이 있는 건 아시죠? 그런 구멍을 통해서 건물 내부의 냄새도 다 파악할 수 있거든요.”
평범한 꿀벌들은 몰라도, 내 초능력의 영향을 빵빵하게 받는 우리 집 꿀벌들에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주변으로 퍼져나간 꿀벌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 마리가 한 건물을 수색하고 있었다. 한 마리가 1번지를 탐색하고 있으면 또 다른 한 마리가 2번지를 탐색하는 식이었다.
“장담하는데, 십 분 내로 위치를 찾아낼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수색하러 간 분들도 다 부르세요.”
내 말에 경찰이 미심쩍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수색을 나간 이들을 무전으로 호출했다.
그리고, 그렇게 수색을 떠났던 경찰들이 돌아오는 것보다, 아이를 찾았다는 벌이 돌아오는 것이 더 빨랐다.
‘목표, 발견.’
내 손가락에 내려앉아, 목표를 발견했다는 꿀벌 한 마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경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찾았다네요.”
씩- 웃으며 말하니, 경찰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할 말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사이, 다른 경찰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벌써 아이를 찾았다고 하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모습을 한 이들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들을 말로 납득시키는 대신, 직접 보여주기로 결정했다. 내 차와 벌들이 돌아올 벌집을 지킬 경찰 한 명을 놔둔 채, 꿀벌의 안내를 받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벌을 따라 움직이니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외진 골목이 하나 나왔다. 인적은커녕, 대낮인데도 제법 어두침침한 골목길이었다.
그리고, 그런 골목의 중간 즈음에 있는 건물 2층 창가에, 정확히는 그 창문에 달린 방범창에 꿀벌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목표. 위치.’
그 창문이 있는 곳에 아이가 있다는 소리였기에, 나는 곧바로 청호에게 한 가지 지시를 내렸다.
녀석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대로 건물 벽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마치 벽을 타고 올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중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녀석은 2층보다 조금 높은 곳까지 뛰어올랐다가 내 옆으로 착지했다.
“어때?”
“아이가 있슴다. 웅크리고 있긴 하지만 건강한 것 같슴다.”
“그래?”
청호의 말에 안도감이 들며, 곁에 있던 경찰들을 바라보았다.
“일단 아이의 부모님부터 모셔오시죠. 아무래도 아이가 충격을 받았을 건데, 모르는 아저씨들이 우르르 몰려오면 놀랠 테니까요.”
“정말 안에 아이가 있는 겁니까?”
“꿀벌도 그렇고, 청호도 방금 뛰어올라서 확인한 상태니까 믿어도 좋아요. 아니, 제가 책임을 질 테니까 아이의 부모님부터 빨리 모셔오세요.”
내 말에 몇몇 경찰들이 어디론가 재빨리 뛰어갔다. 아무래도 이 골목이 외진 곳이라 찾기 힘들 테니 직접 모시러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예상한 대로, 뛰어갔던 이들은 잠시 후 아이의 부모로 추정되는 두 명을 데리고 돌아왔다.
“정말……. 정말 저희 아이가 이곳에 있는 겁니까?”
한 가닥 희망을 붙잡고 있는 듯, 애절한 어머니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 끄덕임에 다행이라며 흐느끼는 아이의 어머니 모습을 보다가, 곧바로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청호가 앞장서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 뒤를 따라 나와 경찰들이 올라갔다.
“외부 철문……! 제가 당장 가서 절단기를 가져오겠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던 도중 외부인의 진입을 막는 철문이 우릴 먼저 반겼다. 한 경찰이 호들갑 떠는 모습이 보였으나, 나는 심드렁하게 대포동을 들어 올렸다.
특수키를 사용하는 자물쇠도 아니었기에, 외부 철문은 대포동이 앞발을 꼼지락거리자마자 텅- 소리를 내며 열렸다.
“어…….”
뒤에서 당황한 듯한 한 경찰의 소리가 들렸지만 가볍게 무시하며, 아이의 부모님을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도 역시 현관문이 있었고 굳게 잠겨 있었지만, 그것이 철컥 소리와 함께 열리는 것 역시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포동의 큰 활약으로 순식간에 열린 문에, 나는 아이의 부모님에게 시선을 주었다.
“먼저 들어가시죠. 부모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먼저 들어가면 아이가 많이 놀랄 수도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아이의 부모님들은 희망을 본 듯한 눈빛으로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물론, 내부에 혹시 모를 공범이 있을 수도 있었기에, 청호를 부모님보다 조금 더 먼저 들여보내긴 했다.
“엄마아아아아!”
그리고, 그들이 내부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내부에서 아이의 외침과 부모님이 아이의 이름을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저희도 들어가죠.”
청호가 누군가를 공격하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으니 안전한 것이었기에, 아이가 진정할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을 준 우리도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아이와 얼싸안고 울음을 터트리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먼저 보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시선을 잡아 끄는 것이 있었는데, 계획범죄임을 증명하듯 아이의 부모님과 아이에 대한 정보가 빼곡히 담긴 벽면이었다. 부모의 출퇴근, 이동 경로, 일과, 아이의 등하굣길, 자주 가는 가게 등등. 온갖 정보들이 가득했다.
“야, 여기 빨리 증거 확보해!”
악질 범죄자의 형량을 하루라도 더 많이 받게 할 증거라며, 경찰들이 증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심지어, 아이가 안에서는 탈출하지 못하도록 철창까지 만들어 두었다는 것까지 고스란히 증거 사진에 담기고 있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제는 내가 더 해줄 일이 없음을 느꼈다. 남은 일은 경찰들이 할 것이었고, 아이를 돌보는 일은 그 부모가 할 일이었으니 말이다.
얼싸안고 우는 세 가족과 열심히 증거 확보에 열 올리는 경찰들을 뒤로하고, 그 자리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다만, 청호가 나를 따라 나오다가 아이의 부모님들에게 걸리게 되었다. 아이의 부모님은 나가려는 나를 붙잡고 감사의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정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말하는 아이의 부모님 모습에, 나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감사 받자고 한 일이 아닌데요. 신경 쓰지 마시고, 가서 아이랑 있어 주세요. 놀랬을 텐데 잘 달래주셔야죠.”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아이의 부모님을 뒤로하고, 청호와 대포동을 데리고 움직였다. 물론, 경찰이 지키고 있는 내 차와 꿀벌들을 다시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나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말이다.
“압빠 짱이야!”
나쁜 사람을 혼내주고 착한 사람들을 구해주고 왔다고 적당히 포장해서 이야기해 주니, 소은이가 모처럼의 쌍따봉을 날려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의 부모가 몇 번이나 해주던 감사의 인사보다 소은이가 해주는 쌍따봉이 나를 더 뿌듯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며 웃고 있던 누나가 은근슬쩍 내게 질문을 던졌다.
“수환아. 만약 소은이나 은수 중에 한 명이 납치됐다면 어떻게 했을 거 같아?”
누나의 말에 나는 대답 대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누나, 그거 알아? 아시아 코끼리는 아프리카코끼리보단 후각이 좀 약해도, 개보다 두 배는 더 좋아. 그리고, 코뿔소도 후각이 엄청 좋다? 그리고, 호랑이는 우리 동물원에서야 샌드백같이 보여도, 실제로는 아주 뛰어난 사냥꾼이야. 괜히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지.”
질문의 대답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으나, 누나는 내 말 뜻을 이해했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다른 의미로 동물원의 문이 열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