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23
0422 미국 갔어! 피서하러!(1)
“더워……. 흐으아아아…….”
뜨겁게 내리쬐는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 소은이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덥다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몇 년에 비해 여름의 이상고온이 많이 줄어서 평균 기온이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한국 특유의 고온다습한 여름의 날씨는 예년보다 온도가 낮아져도 체감하긴 힘들었다. 그냥 찜통 같은 더위로 느껴질 뿐이었다.
“집에서 에어컨 밑으로 가면 시원한데?”
“그러면 동물들이랑 못 노는 걸?”
하지만 그런 더위 보다 동물들이랑 놀지 못하는 게 더 싫다는 듯, 소은이는 이런 더위에도 나름대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누렁이를 몸에 칭칭 감고 있었다.
노란색 버마비단뱀인 누렁이였기에, 뱀 특유의 조금은 낮은 체온으로 열기를 달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뱀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체온이 낮은 것은 아니었기에, 소은이는 슬그머니 누렁이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소은이의 체온과 뜨겁게 내리쬐는 뙤약볕으로 누렁이의 체온도 조금씩 상승한 탓이었다. 누렁이도 체온이 너무 올라가면 안 좋다는 걸 알기 때문에 슬쩍 그늘 아래로 파고들었다.
결국 소은이도, 누렁이도 열기에 지치게 됐다. 결국 둘은 사이좋게 얼음궁전 근처로 움직였다. 얼음궁전 내부는 기술의 발전 덕분에 외부와의 완전한 단열에 성공한 상태라, 외부의 온도와는 무관하게 북극권에 가까운 온도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음궁전 내부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북극권에 가까운 온도였기에, 방한복을 입어도 뚫고 들어오는 냉기는 외부의 열기와 다른 불편함이었다.
그저, 문 근처에서 아주 조금씩 새어 나오는 냉기를 만끽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냉기를 느끼며 누렁이의 체온이 떨어지면 다시 소은이가 휘감기도 하면서 말이다.
“응? 여긴 무엇?”
그런 소은이와 누렁이를 보며 웃고 있으니, 타조인 왕눈이가 파다닥 달려왔다. 그리고 자기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잊은 듯한 모습으로 다시금 어딘가를 향해 내달렸다. 아프리카에서 사는 타조답게 이런 열기에도 컨디션이 크게 저하된 것 같지는 않았다. 원 서식지와는 습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열기는 쉽게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이 더위를 덜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얼음궁전의 문을 살짝 열었다가 닫았다. 새하얀 연기가 풀풀 흩날리며 냉기가 주변으로 뻗어나갔다.
“히약!”
갑자기 강하게 느껴진 냉기에 소은이가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단 시원했기 때문인지 무척 좋아했다. 나 역시 온몸을 훑고 가는 냉기 덕에 컨디션이 조금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냉기도 금세 내리쬐는 열기에 흩어져 사라졌다. 약간의 틈으로 나오는 미약한 냉기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압빠는 안 더워?”
“당연히 아빠도 덥지.”
솔직히 더워 죽을 것 같았다. 동물들을 매일매일 확인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나도 에어컨 아래에서 나오기 싫었다.
“어우, 덥다. 소은아 그냥 집으로 갈까?”
“……웅.”
결국, 동물들과 더 놀려고 하던 소은이도 더위를 버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기로 결정했다. 소은이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머리카락이 목에 휘감기지 않도록 질끈 동여맨 머리를 찰랑찰랑 흔들며 집을 향해 달려갔다.
동물들도 시원한 곳을 찾아 이동한 상태이면서, 더운 날씨로 인해 관람객도 평소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태라 뛰는 것에 방해가 될 요소는 아무것도 없었다.
열심히 뛰어가는 소은이를 털레털레 따라가서 대문을 여니, 구석에서 에어컨 실외기가 우웅-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금을 풀고 현관문을 여니, 곧바로 시원한 냉기가 나를 반겨주었다. 소은이가 던지듯 벗은 신발을 대충 구석으로 밀어놓고 들어가니 거실에서 누나와 아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선풍기 앞에 앉아 소리를 내며, 덜덜 떨리는 소리를 만드는 소은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어째 아이들은 다들 똑같은 거 같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은수도 그게 재미있어 보였는지 슬쩍 다가가서 따라 하고 있었다. 사이좋게 선풍기에 얼굴을 갖다 대고 아아아아-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얘들아, 먼지 마시지 말고 이리 와.”
물론, 엄마인 누나에겐 먼지를 마시는 모습으로만 보이고 있었다. 선풍기가 먼지를 좀 뿌리는 편이긴 하지.
잠시 눈치를 보면서 선풍기에 대고 소리를 내던 아이들이 결국 거실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당연히 아무런 대가 없이 그러는 건 아니었다.
“엄마가 팥빙수 만들어 줄게. 얌전히 앉아 있어.”
미리 우유를 얼려뒀다며, 누나는 곧바로 팥빙수를 만들어왔다. 물로 만든 얼음이 아니라 우유로 만든 얼음이라는 차이를 제외하면 꽤나 클래식한 팥빙수였다. 통조림으로 파는 팥빙수용 팥과, 떡, 과일맛 젤리, 새하얀 연유가 뿌려져 있는 것이었다.
“와!”
아이들은 곧바로 팥빙수에 숟가락을 꽂았다. 소은이는 달달하고 씹는 맛이 있는 젤리 위주로 꽂았고, 은수는 알이 살아 있는 팥 위주로 꽂은 것이었다.
“마시써!”
“어마 채거!”
아이들은 숟가락을 입에 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무척 맛있다고 외친 아이들은 마치 전투라도 하듯 팥빙수를 해치워나갔다.
맛있게 잘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덩달아 내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마냥 아이들만 보고 있으면 아이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었기에, 티비를 틀었다. 벽면을 채우고 있는 티비가 순식간에 켜지며 방송 중인 화면이 보였다.
“피서를 가기 위한 인파로 인해 고속도로에 정체가 생긴 상태이며…….”
“다들 피서가나 보네. 우리 동물원은 안 오는데.”
관람객의 수가 딱히 위험 수준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평소에 비하면 많이 줄어 있었다.
“어쩔 수 없잖아. 나도 이 날씨엔 밖에서 놀긴 싫은걸? 그나마 바닷가 같은 곳에서 물에 들어가면 몰라도.”
“그건 그래.”
솔직히 나도 이 더위에도 동물들과 즐겁게 노는 관람객들을 보면 조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하나 같이 동물들을 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이 날씨에도 찾아오는 이유가 다 있구나 싶긴 했다.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며 볼 게 없나-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휴가철 동해안 일부에서 상어가 포착되는 일이 있어, 피서객들의 주의가 필요…….”
“오늘 먹으러 온 것은 바로 여름의 보양시이이익! 삼계탕입니다. 오늘 먹어 볼 건…….”
“바닷가에 놀러 가면 뭐 입어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 많이 계시죠? 오늘 저희가 가져온 이것만 있다면 그런 고민은 더 이상…….”
“어제 있었던 경기에서 화제가 된 장면이죠! 이 선수가…….”
채널들을 ? ? 돌렸는데, 딱히 볼만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곳이 없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볼만한 게 완전히 없지는 않았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시기가 시기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휴양지에 관한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었다.
국내외 각 지역의 관광 관련된 부서의 협찬을 받은 느낌이 드는 프로그램들이 제법 있었다. 한 지역을 몇 개의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방영하기도 하는 등의 모습이었다.
“수환아, 우리도 피서갈래?”
“피서?”
그런데 그런 프로그램들을 슬쩍 보던 누나가 피서를 가자며 이야기를 꺼냈다.
누나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시즌이 휴가철이기도 하고 휴양지에 피서 가기 딱 좋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고온다습한 환경 때문에 관람객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한동안 고온다습한 찜통더위가 이어진다고 하니, 관람객도 한동안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됐다.
우리 가족이 동물원을 떠나 어디론가 놀러 가기에는 지금이 딱이라는 소리였다.
“그래, 가자!”
“웅? 우리 놀러 가?!”
“놀러!”
그리고, 피서를 가자고 외치는 것과 동시에, 팥빙수 그릇 바닥을 싹싹 긁고 있던 소은이가 벌떡 일어났다. 그런 소은이를 따라 은수 역시 벌떡 일어났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피서를 가기로 결정을 했으니, 어디로 갈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가까운 해운대나 일광 쪽의 해수욕장을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남해, 울산, 포항, 전남처럼 조금씩 거리가 떨어진 곳에 가는 것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소은이랑 은수는 포항 쪽 바닷가 어때?”
“난 물놀이할 수 있으면 다 좋아!”
“포항이 어디야아? 거기두 물놀이할 수 있어?”
물론, 아이들에겐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족하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장소를 정하는 것은 나와 누나의 몫이 되었다.
“인천 쪽은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이번에 가볼까?”
“인천? 그러게 나도 그쪽은 안 가봤네.”
국내 전 지역을 후보군으로 둘 정도로, 우리는 어디로 가야 좋을지 몰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아니면 이참에 해외여행이나 갈까? 호주에 별장도 있잖아.”
“거기? 괜찮긴 하겠네. 근데……. 지금 호주는 겨울이니까 물놀이하기엔 조금 애매하지 않겠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애들이 만족하진 못할걸?”
호주에 가는 것도 이야기가 나왔으나, 물놀이하는 것으로 결정한 아이들이 만족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국내외에도 여러 해외 지역들까지 후보군에 넣고 있으니 더더욱 고민이 깊어졌다.
그런데, 그 순간 티비에서 방영되고 있던 프로그램이 끝나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역시 마찬가지로 여행 예능이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지역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곳은 서핑을 하는 이들에게도 아주 유명한 산타크루즈 해변입니다. 가족과 산책을 하기에도 좋고, 해수욕을 하기 딱 좋은 곳도 있죠. 약간 외곽 쪽으로 보면 서핑에 최적화된 공간도 있어서 서핑을 즐기는 이들도 무척 많이 찾습니다.”
티비에는 미국의 한 해변이 나오고 있었는데, 영상으로 보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편집과 보정의 효과이긴 하겠지만 꽤 아름답게 보였다.
“우리, 이 기회에 미국에 가볼래? 저기 엄청 예뻐 보여.”
그리고, 누나가 그런 영상을 보고 푹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저기로 여행지를 정한 것처럼 누나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영상에 푹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이와 함께 모래성을 쌓는 엄마의 모습이 잠깐 스쳐 지나갈 때는 은수를 붙잡고 ‘엄마랑 모래성 쌓을까?’라고 묻고 있을 정도였다.
“그래, 저기로 가자. 미국은 한 번도 안 가봤으니까 이참에 가보는 것도 좋지.”
결국 우리의 여름 피서 여행지는 미국, 그것도 산타크루즈로 결정되었다. 심지어, 아이들이 방학인 시기라서 고민할 것도 없이 다음 주에 바로 여행지로 출국하기로 했다. 마침 다음 주 일기예보가 계속 맑음이었기 때문이다.
출국하는 날까지 나는 내가 없어도 동물원에 문제가 없도록 여러 조치를 취해두며 여행으로 가족 모두가 자리를 비운다는 공지를 했다. 우리 가족들을 보고자 동물원을 찾는 이들도 없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나와는 달리, 누나는 여행에 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여행을 가서 어떻게 놀고, 뭘 할 것이고,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것이었다.
“수환아, 이거 수영복 어때? 예쁘지? 이거 입고 해변에서 태닝이나 한 번 해볼까?”
“쓰읍…….”
노출이 그득한 수영복을 몸에 대어보던 누나는 내 시선에, 은근슬쩍 래시가드를 하나 추가했다. 여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봐줄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나니 어느덧 출국일이 되었고, 우리는 빠르게 미국으로 향했다. 직항을 타기 위해서 인천까지 이동하고, 거기서 또 샌프란시스코 공항까지 이동하고, 거기서 산타크루즈의 숙소까지 이동한다고 무척 귀찮기는 했지만 정작 도착하고 나니 무척이나 설레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가보았던 동남아나 호주 같은 곳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었기에, 아이들도 무척 흥분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저기 가보고 싶어 하고, 신기한 것만 보면 시선을 떼지 못하는 등의 모습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숙소로 들어가, 이동 중에 생긴 피로를 해소하며 시차에 적응할 수 있는 잠깐의 휴식을 가졌다. 그렇게 관광할 준비를 마친 우리는 가장 먼저, 해안가를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저녁 시간이기도 했기에 저녁을 먹기 전에 가볍게 둘러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압빠! 저기 바다사자 있어! 여기 갈라파고스인가 봐!”
그리고, 갈라파고스에서 보았던 것처럼 바다사자들이 선착장 주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소은이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갈라파고스에서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바다사자들을 향해 손을 붕붕 흔들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소은이의 소란에, 바다사자들의 이목이 쏠리게 되었다. 평범하게 인간들이 소란을 피우는 거야 익숙하게 여겨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소은이는 말이 통했기 때문이었다.
“꾸어엉! 미, 밀지 마!”
다만, 바다사자들의 시선이 소은이에게 몰리며 잠깐의 소동이 일어났다. 소은이의 인사에 이목이 쏠리고, 그런 이목 때문에라도 더 호기심이 생긴 바다사자들이 몰린 탓이었다. 바다사자들이 한 곳으로 몰리며 선착장에서 햇빛을 쬐던 녀석들이 바다로 밀려 풍덩풍덩 빠지고 있었다.
그래도 바다에서 살아가는 바다사자인 만큼 바다에 빠진 정도로 큰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그저, 근처에서 배를 타기 위해서 움직이던 몇몇 사람들이 놀라거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고 휴대폰을 꺼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