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64
0063 화보 촬영
“그러고보니, 이게 소은이 첫 외출 아닌가? 병원에 갈때 말고는 밖에 나간 적이 없잖아.”
“아, 그러네?”
누나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고개를 끄덕인 누나가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유모차에 달 수 있는 차양막을 찾는 것 부터 시작해서, 아이스 박스와 얼음은 물론이고 각종 준비물들이 거실에 그득하게 쌓이기 시작했다.
여름이라 아기가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물건부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물건들이 쌓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누나와 마찬가지로 이것저것 챙기기 시작했다.
아기를 위한 준비는 과한 것이 좋았다.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느니, 과하더라도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낫다고 할 수 있었다.
“……우리 캠핑가는 거 아니지?”
하지만 그렇게 준비를 하고 나니, 며칠 정도 캠핑 가는 사람들이나 꾸릴 법한 수준의 짐이 만들어졌다.
나와 누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짓고서, 소은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닌 물건들은 다 빼버렸다. 그러고 나서야 가볍게 들고다닐 수 있을 정도의 짐이 남았다.
“소은아, 갈까?”
“꺄!”
누나의 품에 안긴 소은이의 콧망울을 가볍게 건드리니 소은이가 해맑은 웃음으로 버둥거렸다.
개구리가 폴짝이듯이 팔다리를 버둥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나와 누난 넋을 놓고 한동안 소은이만 바라보았다.
“아, 늦겠다. 가자.”
하지만 마냥 소은이를 바라보고 있을 수 없었다. 우리는 더 지체했다가는 약속 시간에 늦겠다는 위기감을 느끼며, 재빨리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순간 익숙하디 익숙한 얼굴이 우리를 반겼다.
“형부! 언니! 소은아아아앗!”
바로, 영지가 문 앞에 서 있던 것이었다.
“영지야. 무슨 일이야? 오늘 휴무잖아.”
“헤헤……. 오늘 휴무인 거 까먹고 택시타고 왔어!”
영지의 말에 나와 누나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영지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누나의 품에 안겨 있는 소은이에게 다가가 온갖 재롱을 부리기 시작했다.
까꿍부터 시작해서 손을 잡아 이리저리 춤을 추듯이 흔드는 등, 아주 열심히 놀아주는 것이었다. 소은이의 재롱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재롱을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소은이에게 제 얼굴을 만지라고 내어주고 있는 영지를 톡톡 건드렸다.
“영지야, 너도 같이 갈래?”
“같이요? 어디요? 아, 오늘 소은이 화보 찍는다고 했죠! 같이 갈래요!”
내 말에 되묻던 영지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내가 하는 말 뜻을 알아차리고서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자, 받아!”
“엥? 악!”
영지는 내가 내미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받았다가, 순간 몸을 휘청거렸다.
내가 건넨 것이 바로, 동물들의 몸줄에 연결되어 있는 줄 뭉텅이였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튀어나가려는 마루, 어떻게든 바닥에 드러누워 있으려는 나태. 그 외에도 온갖 동물들의 하네스에 연결된 줄이 영지를 이리저리 당기니 휘청거리는 것이었다.
그래도 누나가 카페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부풀었을 때부터 카페의 ‘매니저’가 되어 동물들을 관리한 경험이 있는 영지였다.
영지는 순식간에 동물들을 휘어잡더니, 녀석들이 말썽부릴 수없게 만들었다.
“끄앙!”
특히, 몸줄을 아주 바짝 잡혀서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태가 된 마루는 앓는 소리까지 내며 풀어달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영지는 그런 요청을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이 더더욱 힘주어 붙잡았다.
“역시 우리 매니쟈.”
“히히!”
영지는 내 말에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스마트키로 차 문을 열어주니 동물들을 이끌고 차량에 탑승했다.
거북이, 한무가 탑승에 문제가 되긴 하지만 한무용 발판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한무까지도 금세 차량에 탑승했다.
비록, 대부분의 동물들이 3열 좌석을 제거한 트렁크 부분에 짐짝마냥 자리하고 있었지만, 이미 익숙한 녀석들은 저들끼리 히히낙락거리고 있었다.
“아우!”
동물들도 모두 태우고, 소은이까지 베이비시트에 앉히니 소은이가 출발할 준비가 끝났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 모습에 가볍게 웃은 나는 운전석에 올라타, 천천히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아기인 소은이를 배려한 것인지는 몰라도 오늘 화보 촬영의 위치는 기장에 위치한 스튜디오였다.
도착하니 화보 촬영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화보 촬영 관계자였기에, 가볍게 팻말을 무시하고서 내부로 진입했다.
문을 여니 웬 남자 한 명이 후다닥 튀어나와, 출입을 막으려다가 내 얼굴을 보고서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본인을 촬영 도우미라고 밝힌 남자는 우리를 촬영장으로 안내했다.
영지가 동물들을 이끌고, 내가 짐을 들고, 누나가 소은이를 안은 채로 뒤를 따르니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 촬영장이 보여졌다.
새하얀 도화지 같은 배경이나 그림이 그려진 배경은 물론이고, 전통식이라고 해도 될 법한 고전풍의 장식이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 자연을 모방한 것처럼 자그마한 나무와 인조 잔디가 깔린 배경도 있었다.
“반갑습니다. 오늘 화보의 촬영을 담당하는 차알곽입니다.”
차알곽이라는 사람은 꽤나 푸근한 인상을 가진 아저씨였다. 사람의 머리통보다도 더 커다란 크기의 카메라를 들고 있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제법 실력이 있어 보였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나를 이곳으로 안내해준 남자가 작은 소리로 소개를 해주었다.
“차알곽 선생님은 사진 관련 된 중급의 초능력자십니다. 특히, 동물들이나 아기들의 사진을 찍는 것에 특화되어 있는 능력이죠.”
“오…….”
나를 제외하고서 초능력자를 만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꽤나 반가운 느낌이었다.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차알곽 사진기사님과 가볍게 악수를 하고서, 나와 누나는 오늘 사진의 콘티를 받아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메인은 소은이가 될 겁니다. 동물들도 많이 실리는 잡지긴 하지만, 배 이상 많이 실리는 부분이 아기니까요.”
사진기사님이 말한대로 콘티에는 대부분 중심부분에 아기가 있고, 그 주위로 동물들이 분포해 있는 형태였다.
특히, 사전에 나와 소은이에 대해서 찾아본 티가 역력하게 나고 있었다. 콘티에 그려져 있는 동물들이 대부분 나와 함께 하는 동물들이었다.
“바로 찍으시겠습니까? 아니면, 따로 준비하실 것이 있습니까?”
“음, 저희는 바로해도 상관 없을 거 같네요. 소은이도 배고프거나 자고 싶어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잠시 소은이를 바라본 나는 빵실빵실 웃고 있는 소은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촬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차알곽 사진기사님은 반색하며 자신의 스태프들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조명단씨! 조명 세팅 빨리 마무리해주세요! 우상의씨는 아기 옷이랑 동물들 옷 부탁드리고요!”
사진기사님의 외침에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일부는 소은이에게로 다가왔다.
낯선 사람들이 다가옴에도, 소은이는 여전히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로 팔다리를 파닥거리고 있었다.
“소은이 어머님? 소은이 옷을 입혀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어, 어머님……. 아, 아니. 괜찮아요!”
소은이 어머님- 이라는 소리를 들은 누나가 잠깐 당황하긴 했지만, 이내 소은이에게 입힐 옷을 보러갔다.
나와 영지는 그런 누나의 뒤를 따라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동물들도 준비할 것이 많았기에 차마 따라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 다시금 돌아온 누나의 품에 안긴 소은이를 보며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귀엽지!”
“꺄!”
조금은 밋밋하다고 할 수 있는, 새하얀 아기옷을 입고 있던 소은이는 호랑이옷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의 옷을 입고 있었다.
호랑이의 귀가 달린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엉덩이 부근에는 기다란 꼬리가 달랑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와……. 내 딸이지만 귀여워 죽겠네.”
호랑이옷을 입고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소은이는 귀여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런 소은이를 보며 흐뭇함에 미소를 짓고 있자니, 차알곽 사진기사님이 다가왔다.
“이제 촬영을 시작할 건데……. 혹시, 고양이들도 데려오셨습니까?”
“네. 고양이들을 포함해서 찍으실 거죠?”
“호랑이가 동물 중에서 왕 취급 아닙니까. 거기에 고양잇과 동물이니 고양이들을 데리고 찍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였기에, 나는 곧바로 영지에게 붙잡혀 있는 고양이들을 불러왔다.
심드렁한 남캣, 그런 남캣의 주변을 배회하는 폭신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쌍둥이와 치킨이까지 네 마리의 고양이들이 소은이 주변으로 몰려왔다.
“너희들이 오늘 협조만 잘 해주면 츄르는 맘껏 먹을 수 있을 거야.”
고양이들은 츄르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소은이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곳의 중심에 앉혀졌다.
“우으!”
계속 붙어 있던 누나나 내가 없이 혼자 덩그러니 앉혀진 것이 불만인지, 소은이가 부루퉁한 얼굴로 파닥거렸다.
하지만 곁으로 네 마리의 고양이들이 몰려가니 언제 부루퉁했냐는 듯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남캣을 끌어당겼다.
“꺄!”
“귀찮게 하긴…….”
자기 털을 붙잡으며 잡아당기는 것에 남캣은 투덜거리는 입과 다르게 슬금슬금 소은이에게 들러붙고 있었다. 덩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둘이 그러고 있으니, 소은이가 남캣에게 반쯤 매달리는 형태가 됐다.
그리고 남캣처럼, 다른 녀석들 역시 소은이 주변으로 몰려갔다.
치킨이는 소은이의 등 뒤에서 소은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튼튼한 받침대 역할을 해주었고, 폭신이와 쌍둥이는 소은이의 양 옆에서 소은이에게 그루밍을 하듯 옷을 핥고 있었다.
“그뤠이이잇!”
차알곽 사진기사님은 그 모습을 보더니 연신 셔터를 누르며 기쁨에 가득찬 외침을 내질렀다.
물론, 나 역시 그런 사진기사님의 곁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런 건 놓칠 수 없지. 원본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이렇게 찍는 게 느낌이 또 다르단 말이지.
“자, 그럼 바로 다음 컷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수십여 장의 사진을 찍고나니 다시금 소은이가 옷을 갈아입었다.
이번에 소은이가 입은 옷은 새하얀 날개가 등 뒤에 달린 옷이었다.
“와, 소은이 너무 예쁘다! 형부랑 언니는 좋겠다! 나도 소은이랑 같이 살고 싶어!”
영지는 그 모습을 보더니 발을 동동 구르며 행복사 할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사진기사님의 요구대로 이번에는 여덟 마리의 거위들을 불러냈다.
아무래도 거위들이 하얀 깃털을 자랑하고 있는데다, 날개도 나름 큼지막하니 천사 컨셉을 가지고 사진을 촬영하는 듯했다.
“풔펙트으으으!”
“우리 딸이 최고야!”
이번에도 역시나, 사진기사님과 나는 미친듯이 사진을 찍었다.
그 이후로 이어진 컨셉 사진 역시 비슷한 광경이 펼쳐지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였다.
거북이 등껍질이 달린 옷을 입고 토끼즈를 붙잡은 채로 한무의 등 위에 앉은 별주부전 컨셉의 사진.
경찰 복장 같은 옷을 입고, 죄수복을 입은 라쿤들을 잡고 있는 사진.
개들이 자기들 몸줄을 소은이에게 내밀고 산책을 요구하는 듯한 사진까지. 온갖 컨셉의 사진들이 나와 사진기사님의 카메라에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