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65
0064 소은이의 데뷔(1)
대용량 메모리 카드를 세 번이나 교환할 정도로, 사진기사님은 열정적으로 셔터를 눌러댔다. 그 조수가 웬 미친놈 보듯이 사진기사를 바라볼 정도였다.
“하아……. 제 인생 최고의 사진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수준의 사진을 찍어낸 사진기사님은 땀 한 방울을 슥- 닦아내며 무척이나 만족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만족감 덕분인지, 사진기사님은 특별한 제안이라며 한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가족사진을 한 번 찍어드려도 되겠습니까?”
“가족사진이요?”
“예. 이렇게 기쁘고, 만족스러운 촬영은 처음이었습니다. 다 소은이 덕분이고, 동물들 덕분입니다. 보답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가족사진을 찍어드리고 싶습니다.”
사진기사님은 꼭 한 번 찍고 싶다며, 대형 사진으로 액자까지 끼워 선물해주겠다며 오히려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럼 그 사진도 혹시 잡지에 올라가나요?”
“아쉽지만 그러긴 힘들 것 같습니다. 아니, 정 원하신다면 어떻게든 잡지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든 우리 가족 사진을 찍어주려는 사진기사님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잡지에 올라가도, 올라가지 않아도 상관 없어요. 대신, 잘 찍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내 말에 환한 웃음을 지은 사진기사님은 맡겨달라며 우리에게 의상실을 열어주었다.
“뭐 입을 거야?”
“흠……. 글쎄.”
의상실로 들어간 누나는 내게 맞추겠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하지만 좀처럼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뺘!”
그런데, 그 순간 여전히 토끼 잠옷을 입고 있는 소은이가 옹알이를 하며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딱히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반쯤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옹알이였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결정할 수 있었다.
“우리, 이거 입자.”
나는 순식간에 두 벌의 옷을 꺼내들었다.
“동물 잠옷? 잘 어울리기는 하겠다. 그러면 동물들도 다 데리고 찍으려는 거지?”
“당연하지.”
내가 꺼내든 옷은 흔히들 동물 잠옷이라고 하는 옷이었다. 지금 소은이가 입고 있는 옷의 성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근데 너무 진부한 거 아니야? 호랑이 아빠, 여우 엄마, 토끼 딸.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 같은데?”
“뭐 어때. 오히려 그러니까 한 번 보는 걸로 알 수 있잖아.”
“나는 여우 같고 소은이는 귀여우니까 토끼라고 해도, 수환이 너는? 호랑이처럼 무섭지는 않은데?”
“씁, 오랜만에 또 혼나려고 그러지?”
누나는 내 말에 가벼운 웃음을 터트리며, 입고 있던 옷 위에 그대로 잠옷을 걸쳤다. 사계절 모두 입을 수 있는 형태의 옷이었기에 여름인 지금 덧입는 것임에도 크게 덥지 않았다.
호랑이 잠옷과 여우 잠옷을 챙겨 입은 우리는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오오오오오오-!”
나와 누나, 그 사이에 있는 소은이까지 확인한 사진기사님은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감탄했다.
“흐아아아앙!”
그리고, 그 소리에 맞춰 소은이 역시 울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미친듯이 괴성을 지르니 놀란 것이었다.
나는 다급히 소은이를 안아들고 둥가둥가 흔들어주며 울음을 달랬다.
“으응, 이상한 아저씨가 소리쳐서 놀랬어요?”
사진기사님이 소리쳐서 놀란 것 뿐이었기에, 소은이는 금세 진정할 수 있었다. 물론, 완전히 진정하기 위해서는 토끼즈 가운데 한 마리를 쥐어줘야 했지만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소은이를 울렸던 사진기사님은 허리를 꾸벅- 숙이며 사죄했다.
아기가 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기에, 나는 좋은 사진으로 보답해달라 말하고서는 자연이 배경인 곳으로 가서 섰다.
“너희들도 이리와.”
내 지시에, 동물들은 곧바로 내 곁으로 다가왔다. 영지도 순간 오고 싶어하는 듯했지만, 그래도 가족 사진에 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다음에 소은이와 동물들 사이에서 같이 찍게 해주기로 하며, 나는 동물들을 우리 주변으로 자리시켰다.
테두리에 거위들이 둘러싸고, 그 사이에 다른 동물들이 있으며 가운데에 우리 가족이 있는 형태였다. 특히, 가장 중심에는 한무가 배를 바닥에 대고 앉아 있었는데, 그 위에 소은이가 타고 있었다.
“자, 여기 봐주세요!”
우리가 자리를 잡은 모습을 확인한 사진기사님이 신호를 주었고, 누나와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쁘아!”
그리고, 사진기사님이 셔터를 누르기 직전, 소은이가 해맑은 미소와 함께 두 손을 활짝 들어올렸다.
덕분에 우리는 더더욱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에 우리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이후로 이런저런 컨셉으로 복장까지 바꿔가며 몇 장의 사진을 더 찍은 우리는 곧바로 결과물을 확인했다.
“와……. 이게 정말 우리야? 뽀샵 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야?”
“저기 사진기사님이 초능력자라고 하더라. 중급.”
“진짜?”
내 말에 누나는 신기하다는 듯이 사진기사님을 바라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진에 나와 있는 우리의 모습은 우리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그런 꽤나 묘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뽀샵 실력을 가진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편집해낸 편집본 같은 느낌이 사진에서 풍겨지고 있었다.
자그마한 점들은 싹 사라져 있었고, 피부도 조금 뽀얗게 바뀌어 있었다. 그 외에도 군살이 없어 보인다거나 하는 보정 효과가 적용된 듯한 모습이었다.
“신기하시죠? 저희 선생님이 뽀샵인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시거든요. 초능력 덕분에, 보정을 넣은 듯한 사진을 찍으시는 거죠.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도 보정이 들어갈 정도예요.”
“오오…….”
필름 카메라에도 적용 된다는 말에 신기함을 느끼며, 나와 누나는 다른 사진들 역시 훑어보았다.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사진이었기에, 고르는 것이 무척 힘겨웠지만 어떻게 하나의 사진을 골라낼 수 있었다.
“이 사진을 원하시는 사이즈대로 제작해서 자택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따로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아뇨, 감사는 제가 해야죠. 덕분에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일을 했는데요.”
나와 사진기사님은 이런저런 덕담을 주고 받은 다음에야 헤어질 수 있었다.
○ ◑ ● ◐ ○ ◑ ● ◐ ○
소은이가 찍은 화보가 공개되는 것은 우리의 가족 사진이 배송되고도 사흘이라는 시간이 더 지났을 때였다.
“수환아! 반응 엄청 좋아!”
“그래?”
소은이의 일이라며 본인이 긴장하고 있던 누나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반응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좋은 반응이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하니 안도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귀엽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네?”
“그럴 수밖에 없잖아. 소은인데.”
누나의 말에 나는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초능력자의 사진으로 꽤나 보정이 된 듯한 결과물에, 다시 한 번 보정을 거친 최종 결과물에 보이는 소은이는 귀여움 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동물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것도 귀여웠고, 단독으로 얼굴을 클로즈업 한 사진 역시 귀여웠다.
나와 누나는 어느새 화보를 주문 결제하고 있었다. 따로 화보를 보내주기로 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결제를 멈출 수가 없었다.
“이, 이건 소장용으로.”
“……그러자.”
애써 자기 합리화를 한 우리는 한동안 소은이의 화보를 감상했다.
“뱌!”
그리고, 자기 사진임을 알기라도 하듯, 소은이는 우리가 보고 있는 모니터를 향해 손을 뻗으며 옹알이를 해댔다.
띠링!
“메일?”
그런데, 소은이의 화보를 잠시 감상하던 나는 갑자기 들려오는 메일 알림을 보았다.
요즘에는 메일을 통해 각종 제안 같은 것들이 많이 들어와, 메일이 도착할 때마다 알림을 받을 수 있게 해두었기에 울린 것이었다.
나는 소은이 화보를 봐야 하는데- 하면서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메일을 확인했다.
“누나. 우리 소은이 데뷔는 제대로 한 것 같은데?”
“데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소은이한테 아기 용품을 협찬하고 싶다는 곳이 있네. 화보를 벌써 확인했고, 소은이 한테 큰 가능성이 있으니 좋은 답을 기다린다는데?”
딸 화보에 집중하고 있던 누나는 내 말에 급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어. 여기 봐.”
나는 메일을 확인하던 휴대폰을 내밀었다.
휴대폰에 고스란히 떠 있는 메일 내용을 확인한 누나는 감동한 표정으로 소은이를 바라보았다.
“우리 소은이 대단하네!”
“에!”
소은이는 엄마가 웃으며 가볍게 안아주니 마냥 좋다는 듯이 해맑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소은이의 화보가 공개되고 며칠이 지났을 때, 내 메일함에는 협찬 또는 모델 섭외에 관련된 내용이 산더미처럼 쌓인 것이었다.
물론, 기존부터 쌓이고 있던 동물 관련 협찬과 섭외 요청은 물론이고 각종 메일들이 쌓인 상태라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내 메일함에 소은이의 지분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확실했다.
그렇지만 나와 누나는 그런 제안들의 대부분을 무시했다. 식품의 경우에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들이 많이 있는데다, 대부분이 소은이가 고생해야 하는 내용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드디어 내 뮤튜브 채널에 소은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은이의 화보를 본 사람들이 소은이의 출연을 어마어마하게 요구하고 있었으니 무시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런 소은이의 뮤튜브 첫 출연은 청호가 끌고 있는 수레에 소은이가 토끼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것이었다.
덕분에 청호는 ‘유모차 끄는 개’라는 별명을 얻었고, 토끼들은 ‘에어백 토끼’라는 별명을 얻었다. 물론 소은이는 따로 별명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귀여움 그 자체로 불리고 있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