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66
0065 소은이의 데뷔(2)
뮤튜브에 데뷔한 소은이는 곧바로 카페에도 데뷔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육아 난이도에 슬슬 누나가 심심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옹알이를 알아듣는 내 능력에 더불어, 동물들이 24시간 달라붙어 도움을 주고 있었으니 어려울 수가 없었다.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타이밍도 개들의 민감한 후각 덕분에 즉시 이루어졌고, 라쿤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흔드는 딸랑이로 지루해하지도 않았다.
부모인 나나 누나가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해도 곁에 동물들이 있으면 울지도 않을 정도로 육아의 난이도가 낮았으니, 슬슬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은 조금 이르긴 하지만 많은 것들을 접하게 해준다면 아이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누나가 냅다 카페 데뷔를 결정한 것이었다.
물론, 소은이가 카페에 데뷔하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
입구에서부터 아프다거나 체온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출입을 금지하기로 했고, 옹알이를 어느정도 알아듣는 내가 거의 계속 붙어다니기로 한 것이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반발도 있었다. 무슨 카페가 전염병 시국처럼 사람을 가려받느냐- 하는 소리가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은 금세 사라졌다.
“꺄!”
“커흑……! 귀, 귀여워!”
“심장에 해로운 아기야!”
“볼살 빵빵한 거 봐!”
캠핑왜건이라고도 불리우는 자그마한 손수레에 토끼즈에게 파묻혀 있는 소은이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심장을 부여잡으며 귀여움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이런 귀여움을 보기 위해서는 그까짓 불편함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하겠다-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게다가 단순히 소은이만 보더라도 귀여워 죽겠는데, 그 곁에 동물들이 붙어 있으니 더더욱 귀여울 수밖에 없었다.
캠핑왜건에 달린 줄을 물고 끌고 다니는 청호와, 그런 캠핑왜건의 테두리를 붙잡고 있는 유부. 왜건의 내부에서 소은이의 주변에 달라붙어 급격한 코너링에도 소은이에게 충격을 주지 않는 토끼들까지. 녀석들과 소은이를 하나로 묶어, 일종의 세트형 마스코트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유부는 햇빛이 조금 있다치면 소은이가 있는 곳에 그늘이 질 수 있도록 날개까지 활짝 펴주는 일이 있었으니 더더욱 세트로 묶이고 있었다.
자기들 간식이 더 중요한 라쿤들의 경우는 세트에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소은이의 곁에서 딸랑이를 흔들 때는 간간히 세트로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소은이는 세트로 마스코트가 된 것과 별개로 ‘공주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동물들에게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그런 별명을 얻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토끼공듀라는 별명이 붙을 뻔했지만 다른 의미로도 사용되는 단어인데다, 토끼 말고도 다른 동물들에게 보살핌을 받으니 그냥 ‘공주님’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뮤튜브에도, 카페에도 성공적으로 데뷔를 한 소은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유명해져갔다.
말을 늘어놓기 좋아하는 어떤 기사에서는 소은이가 국내 최연소 유명인이라는 소리까지 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이 손님 한 명이 슬그머니 다가와, 소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수님. 혹시, 공주님 손 한 번만 잡아봐도 될까요?”
“아, 죄송해요. 아직 아기라, 직접적인 접촉은 좀…….”
“아쉽네요……. 사진은 찍어도 괜찮을까요?”
“플래시만 안 켜면요.”
“오예!”
손님은 잠깐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휴대폰을 슬그머니 바라보니, 액정에 손님의 얼굴과 소은이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감사합니다! 공주님도 안녕!”
사진을 한 번 찍은 손님은 무척 좋다는 듯이 해맑은 미소와 함께 소은이를 향해 손을 붕붕 흔들어보였다.
하지만 별다른 관심이 없던 건지, 소은이는 양 손에 토끼즈를 붙잡고서 빵실빵실 웃고 있을 뿐이었다.
“와……. 자기야, 저기 봐.”
“푸헙! 내 눈이 이상한 건 아니지?”
“쟤들이 저런 것도 할 줄 알았나.”
“뛰는 폼 진짜 웃기네.”
“뭐지?”
나는 카페 내부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것에 의아함을 나타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쟤들 뭐야.”
다름이 아니라, 라쿤 중 작은 녀석인 소포동이 손에 무언가를 꼭 쥐고서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 때문이었다. 그것도, 이족보행으로 말이다.
그 모습을 황당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금세 녀석이 내 곁으로 다가와, 자신이 들고 온 것을 내밀었다. 녀석이 가져온 것은 따끈따근하게 데워진 젖병이었다.
“소은이 밥무야 한다드라!”
“아,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소포동의 말에 나는 잠깐 시계를 보고서는, 녀석이 내미는 젖병을 받아들었다.
“흐우으!”
내 손에 젖병이 들리는 것을 봤기 때문인지 아니면 마침 배가 고팠던 건지는 몰라도 소은이가 밥달라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소은이 맘마먹자.”
나는 곧장 소은이를 안고서 젖병을 물려주었다. 배가 고팠던 것이 맞는지, 쭈압쭈압 소리가 날 정도로 열심히 젖병을 빨았다.
그러고 있으니, 슬금슬금 주변으로 사람들은 물론이고 동물들까지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물들과 달리, 사람들은 일정 거리 이상 가까이 올 수가 없었다.
“와……. 진짜 귀엽다. 괜히 공주님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네.”
“난 오늘부터 공주님 팬이야.”
“근데 저기, 청호 좀 봐. 우리 경계하는 거 같지 않아? 가까이 가면 물려고 하잖아. 유모차 끄는 개가 아니라 완전히 기사님인데?”
“유모차 기사?”
“아니, 뭔……. 공주님 지키는 기사. 뭐, 그런 거 있잖아.”
구경하던 사람들 가운데 두 명이 말하는 것처럼, 청호가 그들의 접근을 은근슬쩍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몰리면 어떻게든 사고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건지, 청호가 사람들이 접근하려고 하면 이를 드러내거나 몸을 달싹이는 형식으로 접근을 막은 것이었다.
“청호야, 너 별명 또 생기겠다.”
생각 외로 별명 부자가 될 것 같은 청호의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두 팔과 다리로 반쯤 젖병에 매달리는 듯한 자세로 젖병을 빠는 소은이를 바라보았다.
열정적으로 젖병을 빤 소은이였기에, 젖병의 내용물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이구, 벌써 다 먹었어요?”
쭈압쭈압 젖병을 힘차게 빨며 순식간에 내용물을 해치운 소은이를 안아들어 가볍게 트림을 시켜주고, 다시금 왜건에 태웠다.
그러자 이제는 산책시간이라는 듯, 청호가 왜건에 묶인 줄을 물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음……. 햇빛이 강하구려.”
그리고, 그런 왜건의 테두리를 붙잡고 앉아 있던 유부가 슬그머니 날개를 펼쳐, 소은이 위로 내리쬐는 햇빛을 순식간에 막아주었다.
나는 그 모습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혹여라도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걱정하며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후랴압!”
“으악!”
그런데 햇빛 아래를 거닐며 소은이의 타의에 의한 산책을 지켜보던 나는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잔디밭을 미친듯이 뛰놀며 질주하던 마루, 그 녀석이 소은이가 타고 있는 왜건을 폴짝 점프해서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마치 장애물을 뛰어넘는 듯한 모습이었다.
“성공!”
“성공 같은 소리하네!”
나는 왜건을 뛰어넘고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는 마루에게 다가가, 녀석의 늘어진 볼살을 잡고 흔들었다.
안 그래도 미친듯이 달리며 간간히 사고를 치는 마루 녀석이었는데 이렇게 또 사고를 치니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제 그만 좀 뛰어다녀라!”
내게 붙잡힌 마루는 어떻게든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내가 단단하게 붙잡고 있었기에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대신, 눈알만 데록데록 굴리며 어떻게든 혼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다가 손을 놓아주니, 녀석은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고개를 푸욱- 숙였다.
“후……. 그래, 뛰는 건 좋아. 좋은데. 남들이랑 부딪히거나 지금처럼 앞에 뭔가 있다고 뛰어넘으려고 하면 안 돼. 알았지? 특히! 소은이는 꼭 피해. 소은이는 너랑 부딪히면 아픈 걸로 안 끝나니까. 네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
“네에!”
내 말에 고개를 퍼득이며 들어올린 마루는 곧장 달려나갔다. 지금 내 말 귓등으로도 안 들은 거 맞지?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막무가내로 달리는 저 녀석이 만약에라도 소은이와 부딪힌다면 큰 일이었으니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이 있어야 했다.
차라리 주변 일대 땅을 모조리 다 사들여서 마루가 미친듯이 뛰어놀아도 누구랑 부딪힐 가능성이 없도록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마루는 내가 한 잔소리를 무시하지 않았다. 마구 뛰던 도중이라도, 소은이가 탄 왜건이 눈에 들어오면 그 즉시 멈췄다가 다시금 움직이는 것이었다.
덕분에 그 날 카페가 끝날 때 까지, 소은이가 마루에게 들이받히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자, 그럼 퇴근하자.”
내 말에 동물들보다도 직원들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보안 장치만 작동시키면 나가도 되는 상태가, 겨우 몇 분 만에 이루어졌다.
“사장님! 내일 봬요!”
“다들 들어가요.”
나는 직원들을 배웅하며, 아직 카페에 남아 있는 동물들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카페를 나섰다.
덜컹!
그런데, 그렇게 카페를 나설 때 청호가 끌고 있던 왜건이 커다란 돌뿌리에 걸리며 왜건이 크게 흔들렸다.
“으우……!”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왜건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내부에 타고 있던 소은이도 약간의 불만을 토로할 뿐 그 어떤 불편함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소은이의 곁에 낑겨 있듯이 붙어 있는 토끼들 덕분이었다.
에어백 토끼라는 별명을 얻은 값을 톡톡히 하겠다는 듯, 소은이에게 전해지는 충격을 모두 자기들이 흡수한 것이었다. 물론, 그 충격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 모습을 바라본 나는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토끼들에게 기다랗게 잘라낸 당근을 하나씩 물려주었다.
“소은이는 걱정 마샤!”
“우리만 믿으라는 거샤!”
당근을 얻어낸 토끼들은 무척 행복하다는 것처럼 당근을 오물오물 씹어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