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87
0086 한입충
“그거 위험하지 않아요?”
“에이, 위험하지 않습니다. 스릴 넘치고, 상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찾을 정도니까요.”
“그래도 좀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전혀요. 상어가 사람을 물어 죽이는 경우보다, 개가 사람을 물어 죽이는 경우가 더 많잖습니까. 거기다가 샤크 케이지로 쓰는 케이지는 어지간한 중장비가 아니면 부수지도 못하는 수준의 단단함을 자랑합니다.”
가이드는 샤크 케이지의 무해함을 알리겠다는 건지, 나를 꼭 태우고 싶다는 건지는 몰라도 열성적으로 샤크 케이지를 변호했다.
그리고, 그런 변호 덕분이라고 해야할까. 샤크 케이지를 한 번 정도는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
“지금 뭐 뿌리는 겁니까?”
“아. 상어 먹이입니다. 좀 유인해야죠. 상어가 잘 나타나는 포인트라고 해도, 넓은 바다 아니겠습니까. 불러들여야죠.”
뻘건 피를 뚝뚝 흘려대는 생선조각들을 바다로 펑펑 던져대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나는 괜히 샤크 케이지 체험을 하기로 했다는 생각을 하며, 잠수복으로 갈아입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잠수 슈트에 산소통까지 메고나니, 약간 두려움이 들었다.
“You’ll be fine!”
그리고, 그런 내 곁에 있는 체험 도우미가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슈트와 산소통을 메고 있는 그는 안심하라며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Never die! Don’t worry.”
‘죽지 않는다고? 그럼 다치긴 하는 건가…….’
물론 도우미의 위로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결제도 끝난 상황이라 샤크 케이지는 아주 순조롭게 준비가 되었다.
다만, 그 준비 과정중에 내 신경을 무척이나 건드리는 것이 있었다.
“……케이지 중간에 저건 뭐죠?”
“당연히 상어 미끼죠. 샤크 케이지의 묘미는 케이지를 박살낼 것 처럼 돌진하는 상어니까요! 아주 탐스런 미끼가 있어야죠.”
“…….”
나는 지금이라도 도망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도망칠 수는 없었지만.
“출발한다고 합니다. 케이지에 들어가실게요!”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케이지에 올라타니 거대한 크레인으로 케이지가 천천히 수면을 향해 다가갔다. 이내 철썩 소리와 함께 파도 아래로 천천히 하강했다.
발목, 무릎, 허리, 가슴을 지나 이내 머리 끝까지 물속으로 잠겼다. 그래도 슈트와 산소통 덕분에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것에 대해서 신경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호흡을 걱정할 게 아니라, 벌써부터 저 멀리서 보이는 상어떼들이 문제였으니까.
“뿌그르르륵!”
숨을 크게 토해내며 손가락질을 하니, 곁에 있던 도우미가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보이며 괜찮다는 듯한 표시를 해주었다.
조금 더 케이지가 내려가니, 발 밑으로 상어들이 흐물흐물 헤엄치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와 씨. 개무섭네.’
수십여 마리의 상어들이 흐느적거리며 헤엄치는 모습은 장관 그 자체이기도 했지만, 섬짓한 공포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그런 공포를 느끼는 것에 대해서 관심도 없던 도우미가 일을 벌였다. 상어를 유혹하는 미끼통의 입구를 크게 열어젖히며 마구잡이로 흔들어버린 것이었다.
미끼통을 중심으로 해서 마치 아지랑이가 피듯, 부유물들이 주변으로 흩뿌려지며 퍼져나갔다.
“맛있는 냄새애애애애!”
상어의 후각은 무척 뛰어나다고 하는데, 그것을 증명하듯이 순식간에 샤크 케이지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나를 먹이로 보고 달려드는 듯한 그 느낌에 절로 움츠러들며, 미끼통을 반쯤 끌어안듯이 붙잡았다.
쿠아아앙!
미끼통을 붙잡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상어의 힘이 그만큼 강했던 건지는 몰라도 상어가 케이지에 돌진하여 부딪힌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주변 바닷물이 출렁이며 내 주변으로 퍼지고, 케이지가 크게 흔들리는 것이 여실히 느껴진 것이었다.
당연히 그러한 충격은 내게 더 큰 공포를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한 공포가 있었다.
상어들이 부딪히는 충격도, 미친듯이 달려들며 케이지의 철창을 물어뜯는 상어들의 모습도 위협적이긴 했지만 더 강한 위협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입만!”
“비켜! 나부터 먹자!”
“딱 한 입만 물자!”
상어들이 한 입만 물어보자며 미친듯이 달려드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내 옆에서 히죽히죽 웃어대는 체험 도우미는 이해하지 못할, 그런 공포였다.
‘너희들한테 한 입만 물려도 치명상이라고!’
나는 달려드는 상어들에게 조금이라도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완전히 미끼통에 매달렸다. 손끝, 발끝 하나도 케이지 밖으로 나가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매달리며 더더욱 흔들리기 시작한 미끼통은 더 많은 상어를 불러들였다.
“뿌그르륵!”
‘이제 올라가자고!’
나는 많은 양의 공깃방울을 만들어내며 수면을 향해 손짓했다. 어서 올라가자는 표현이었지만, 옆에 있던 도우미 놈은 내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
“뽀그륵!”
오히려 도우미 놈은 내게 고등어처럼 생긴 기다란 생선 한 마리를 내밀었다. 마치 먹이주기 체험까지 해보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공포는 가시고, 그 자리를 황당함이 차지했다. 아니, 무섭다니까? 먹이 주고 싶다는 게 아니라!
하지만 어거지로 내 손에 생선의 꼬랑지를 쥐여주는 도우미 놈의 행동에 어쩔 수가 없었다.
“먹을 거다! 한 입만!”
“딱 한 입만 먹을게! 따아아악!”
이 한입충……. 아니, 상어 놈들은 내 손에 쥐어진 생선을 보며, 또 미친듯이 달려들었다.
그냥 흘려서 내버리자니 그것도 문제가 될 것 같고, 이렇게 상어들의 미친 공격을 받는 것도 심적으로 꽤나 부담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결국 마법의 단어를 꺼내기로 했다.
“푸르륵!”
‘멈춰!’
물속에서 제대로 된 언어를 내뱉지 못함에도, 내 초능력은 정상적으로 작동을 했다.
덕분에, 내가 있는 케이지를 향해 쏘아지던 상어들이 C자, 또는 S자를 그리며 휘어져 있던 자세 그대로 스르륵 다가왔다.
콩!
힘차게 내달리던 추진력을 잃은 상어들은 케이지에 아주 하찮은 충격을 주며 부딪혔다.
심지어, 뾰족한 코 부분이 철창 틈 사이에 끼이며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보니 공포는 사라지고 피식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몸을 굳힌 채로 철창 사이에 코가 끼어서 멈춰 있는 모습을 보니 우스웠다.
나는 다이빙 슈트의 손목 부분을 살짝 열어 손을 꺼내고, 상어들의 코를 슬며시 만져보았다. 내 마법의 단어가 통하는 것을 알았으니 두려울 것은 없었다.
‘오, 감촉 신기하네.’
상어의 감촉은 맨들맨들한 것 같으면서도 중간중간 까끌까끌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동안 그렇게 상어의 코 부분을 만지던 나는 손을 떼며 상어들을 다시금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어디서 들었던 이야기지만, 상어들은 움직이지 않으면 제대로 호흡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 입만!”
‘그냥 놔둬도 괜찮지 않았을까?’
숨을 몰아쉰다거나 하지 않고, 다시금 케이지를 마구 두드리며 한 입만 달라는 상어들의 모습에 걱정은 금세 날아갔다.
그래도 이전에 비하면 확연하게 줄어든 공포때문인지, 나는 쥐고 있던 생선을 슬그머니 철창 밖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몇 마리의 상어들이 저들끼리 부딪히며 철창을 향해 달려들었다.
“맛있다아아아!”
“제기라아알!”
“나도 한 입마아안!”
단 하나만 있던 생선은 가장 선두에서 달려오던 상어의 주둥이로 쏙- 빨려들어갔다.
다른 상어들은 먼저 한 입을 해버린 상어를 들이받는다거나, 다시금 먹을 것을 내놓으라며 케이지를 두드려댔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대로 미끼통을 활짝 열어젖혔다. 곁에 있던 도우미 놈이 당황하는 모습이 괜히 더 고소했다.
미끼통에 들어 있던 자그마한 생선 토막과, 내장 덩어리들을 그대로 케이지 아래로 흘려보냈다.
“내꺼어어어어어!”
상어 녀석들은 순식간에 바닥을 향해 쏘아내려갔고, 우리 주변은 순식간에 평화로워졌다.
“뿌그르르륵.”
‘이제 좀 올라가자.’
내 행동 때문인지, 더 이상 상어를 끌어들일 수단이 없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 의견을 무시하던 도우미 놈이 그제서야 반응을 했다.
따로 케이지에 연결 된 무언가를 조작하더니, 잠시 후 케이지가 서서히 수면을 향해 올라갔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수경과 산소통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수환아, 어땠어? 상어는? 봤어?”
“뿌아, 압뿌아아아!”
수면으로 올라가, 산소통을 내리고 슈트를 벗으려 하니 누나와 소은이가 다가와 이런저런 말을 걸어왔다. 물론, 소은이는 그냥 나를 다시 보니 좋다고 옹알거리는 거였지만.
나는 슈트를 대충 벗어던지고서 의자에 앉으며 누나의 질문에 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상어는 봤어. 처음에는 몰랐는데, 발 밑에 수십 마리가 있더라? 막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데, 와…….”
“으으…….”
내가 겪었던 것을 상상했던 건지, 누나가 몸서리쳤다.
그러나, 그런 몸서리는 더한 호기심으로 인해 사라졌다.
“아, 맞다. 수환아, 혹시 상어랑도 말이 통했어?”
“통하긴 통하더라…….”
“상어들이 뭐래?”
“한 입만.”
“……어?”
“한 입만 해보자고 했어.”
“…….”
“…….”
내 말에 누나는 물론이고, 곁에서 호기심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가이드 역시 입을 다물었다.
“압쁘!”
오직, 소은이만이 나를 바라보며 빵실빵실 웃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가이드는 슬그머니 빠져나가, 다음 관광지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