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86
0085 페엥
수 많은 사람들이 포토타임을 갖기로 하는 모습을 보고서 곧장 펭귄들을 불러모았다.
“불러쪄?”
“응. 저 사람들이 너희 둥지를 정리해줬는데,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오또케?”
“그냥 옆에서 가만히 있으면 돼. 안거나 만질 수도 있는데, 너희들을 해치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놀라지 말고.”
“아라쪄!”
내 말에 펭귄들은 알겠다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짓고서,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짓했다.
“일단 단체사진부터 찍죠!”
펭귄들을 주변으로 몰아온 나는 사람들을 뒷편으로 이동시켰다.
나와 누나, 그 사이에 있는 소은이를 중심으로 하여 사진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1열에는 펭귄들이, 2열에는 나와 누나를 비롯한 일부의 사람들이 앉아 있으며 3열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포즈를 취하며 서 있었다.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서자, 정부측에서 작업을 기록하기 위해 따라온 사람이 슬그머니 앞으로 나왔다. 손에는 거대하다고 해도 될 카메라를 든 채로.
“3! 2! 1!”
카메라를 든 사람은 난데없이 카운트를 세더니, 곧바로 사진을 찰칵 찍었다.
3초의 여유밖에 없는 예고에, 사람들이 순간 우왕좌왕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들 사진을 찍었다는 것 자체에 즐거워했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가이드를 불렀다.
“펭귄들을 안고 셀카를 찍는 정도는 해도 된다고 전해주세요. 그래도 괴롭히거나 그러면 안 된다고도 해주시고요.”
“정말 해도 됩니까?”
“네. 허락 받았거든요. 쟤들한테.”
펭귄들을 가리키며 말하니, 가이드가 신기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크게 환호하더니, 저마다 한 마리씩 펭귄들을 끌어안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펭귄들을 끌어안고 사진을 찍었다. 도중에 펭귄이 부리를 벌리며 그 내부를 보여주어 놀란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몇몇 사람들의 꺄악- 하는 짤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바다를 향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이드와 함께 다가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니 무척 황당했다.
“사진 좀 잘 찍겠다고 안고 걷다가 바위에 걸려서 폰을 날려버렸다네요. 펭귄을 보호하겠다고 하다가, 폰을 그냥 바다에 냅다 던진 꼴이 된 거죠.”
“하하…….”
나는 황당함에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곁에 있던 펭귄에게로 시선이 옮겨갔다.
“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나는 반색하며 펭귄을 불러들였다.
뒤뚱뒤뚱, 자그마한 해변 바위를 뛰어 다가온 녀석에게 내 휴대폰을 꺼내 보여주었다.
“저기, 바닷속에 이렇게 생긴 게 들어갔거든? 그거 좀 주워다줄래?”
“아라쪄!”
내 부탁에 펭귄이 곧장 바다로 다이빙했다. 마치 미사일이 바닷속으로 쏘아지듯 들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녀석이 다시금 물속에서 포록, 하고 튀어올랐다. 부리에는 휴대폰 하나를 문 채로 말이다.
“꺄악!”
나는 곧바로 그 휴대폰을 원 주인에게 가져다 주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바다만 바라보고 있던 휴대폰의 주인이 환호하며 휴대폰을 받고, 연신 따봉을 날려댔다. 물론, 고생한 펭귄에게도 고맙다는 듯이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기도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애초의 목적이던 셀카 역시 마무리하고 있었다. 바위에 앉아 펭귄을 끌어안고,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제 슬슬 가야겠네요. 본섬에 도착할 때 즈음이면 저녁이 다 되겠습니다.”
사람들이 펭귄과 셀카를 찍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가이드가 다가와 철수할 시간임을 알려주었다.
나는 펭귄들과 사진을 찍는 누나와 함께 곧바로 배에 올라탔고, 뒤를 이어서 사람들이 배에 올라탔다.
“페엥! 빠빠!”
소은이는 이별이 아쉽긴 해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건지 손을 붕붕 흔들고 있었다.
손을 붕붕 흔드는 소은이를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우렁찬 엔진음과 함께 배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섬에서 멀어지더니, 어느덧 저 멀리 점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 때.
꿰에엑!
“나와쪄!”
바다를 가르고 솟구친 한 마리의 펭귄이 당당하게도 배의 갑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엄청 높은 배가 아닌데다, 펭귄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온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페엥!”
갑자기 튀어나온 펭귄에 놀란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곁에 있던 소은이가 다가가서 펭귄의 부리를 잡아버렸다.
그래, 부리가 잡기 좋게 생기긴 했지. 근데 좀 놔주지 않겠니? 걔한테 물어볼 게 있는데.
나는 동공이 마구 떨리는 펭귄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도 오자마자 부리를 잡힐 줄은 몰랐겠지.
“소은아, 잠깐만 놔줄래?”
“으웅!”
“끙…….”
펭귄의 부리를 꼬옥 붙잡고 고개를 휘휘 내젓는 소은이의 모습에 난감함이 물씬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소은아. 그러면 안 돼요.”
순식간에 다가온 누나가 소은이의 손을 살며시 감싸니, 소은이의 손이 스르륵 풀렸다.
“푸하, 죽는줄 아라쪄!”
덕분에 펭귄도 무사히 숨을 쉴 수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녀석을 들어올렸다. 소은이의 절반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자그마한 녀석이니 어렵지 않게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녀석을 들어올린 나는 녀석의 시꺼먼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긴 왜 왔어? 거기서 살아야지.”
“시르당! ?, 마음에 드러쪄!”
펭귄은 내 말에 소은이를 향해서 날개를 쭉 펼쳐보였다.
나는 소은이의 마성의 매력에 빠져버린 펭귄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이 놈을 어떡해야하나.
“너 데려갈 수가 없는데?”
“모른당!”
그딴 건 내가 알 바가 아니라는 듯한 펭귄의 모습에 한숨이 푹푹 나왔다.
그런데, 한숨을 내쉬며 펭귄을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에 호기심을 갖고 엿듣던 가이드가 로베르토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더니 밝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로베르토가 그러는데, 펭귄 한 마리 정도는 데리고 가실 수 있도록 힘을 써보도록 하겠답니다.”
“……예?”
“그, 카페를 운영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거의 동물원이나 다름 없는 형태로 말입니다. 그래서 동물원에 선물하는 형태로 펭귄 한 마리 정도는 보낼 수 있답니다.”
“오!”
나는 가이드의 설명에 반색했다. 사실, 나도 펭귄을 마음에 들어하는 소은이의 모습 때문에라도 한 마리 정도는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야, 너도 같이 갈 수 있겠는데?”
“진짜루?”
“그래. 저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인사해.”
“고마어!”
펭귄은 내 말에 로베르토에게 다가가더니, 한쪽 날개를 파닥- 들어올렸다.
“Oooooooooooh!”
그 모습에 로베르토가 기겁하듯이 놀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로베르토에겐 별 관심이 없던 펭귄은 그대로 로베르토를 지나쳐, 소은이에게로 뒤뚱뒤뚱 달려갔다.
“페엥!”
제게 달려오는 펭귄을 바라본 소은이는 그대로 다시금 녀석의 부리를 붙잡았다.
“끄익…….”
부리를 붙잡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날개만 파닥거리고 있는 펭귄의 모습에 이마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부리를 잡는 거야.’
내 딸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소은이의 행동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콧구멍까지 막지는 않았기에, 소은이의 행동을 제지할 필요는 없었다. 펭귄 녀석도 나름대로 만족하는 듯했고.
“히!”
한 손에는 토끼즈를, 다른 한 손에는 펭귄의 부리를 붙잡은 소은이는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그런 소은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만족하면 됐지 뭐.
“네 이름은 앞으로 페엥이다. 너도 좋지?”
소은이가 부르는대로 페엥이라는 이름을 얻은 펭귄은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는 건지, 날개를 파닥거렸다. 부리가 잡혀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말을 하지 못하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새로운 가족을 하나 맞이하게 된 상태로 숙소를 향해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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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부터는 진짜 관광이야!”
“이얏!”
새하얀 원피스, 머리보다 몇 배는 커다란 모자, 눈이 아니라 얼굴을 가리는 듯한 선글라스.
피크닉하면 떠올리는 복장을 고스란히 갖춘 누나는 비슷한 모습의 소은이를 안아들고서 힘차게 외쳤다.
신혼여행 일정 중에서 반드시 해야 하던, 일이나 다름없는 펭귄 서식지 정리를 미리 끝냈으니 남은 것은 누나의 말대로 관광 밖에 없었다.
“그래, 관광 출발!”
나는 누나와 팔짱을 끼고, 소은이를 받아들며 숙소를 나섰다.
미리 대기중이던 가이드와 함께 오늘의 관광지를 향해 이동했다.
“오늘 관광하실 테마는 해상투어입니다. 갈라파고스는 독자적인 진화를 해온 동물들로도 유명하지만, 그 바다 또한 유명하죠.”
갈라파고스의 바다가 유명하다며, 전 세계에서 다이버들이 몰려 올 정도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가이드 덕분에 우리의 기대감은 점점 부풀었다.
하지만 이어진 가이드의 말에, 그 기대감은 완전히 박살났다.
“시작은 샤크 케이지부터 하실까요? 조금 먼 거리에 상어들의 서식지가 있는데, 거기에 상어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케이지에 타고 내려가실 수 있습니다. 안전하니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수환아, 한 번 해봐! 뮤튜브 영상에 올리기 딱 좋을 거 같은데?”
아니, 정확히는 내 기대감만 박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