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85
0084 펭귄 서식지(2)
“저기 뭉쳐서 뒤뚱거리는 거 너무 귀엽지 않아?”
섬으로 접근할 수록 선명하게 보이는 펭귄들의 모습에, 누나가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으며 기뻐했다.
다 함께 뭉쳐서 흔들거리듯 뒤뚱거리고, 몇 마리는 애정을 표현하듯이 몸을 부벼대고 있는 모습이 보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접근하면 접근할 수록 들려오는 펭귄들의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언 년이양! 이 깃털, 어떤 년 꺼양!”
“이, 이게 왜 나한테 이찌?”
몸을 부벼대는 행동은 알고보니 치정싸움을 하며 발생하는 몸싸움이었고-
“더워 디지게쪄.”
“근데 물속은 추운 거양.”
흔들거리듯 뒤뚱거리는 것은 더위와 추위 사이에서 우유부단함을 내뿜는 것이었다.
그런 펭귄들의 황당함에 잠시 멍하니 있으니, 펭귄들 사이가 조금씩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인가니당!”
“도망쪄!”
배의 엔진으로 인해 꽤 큰 소음을 내며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펭귄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며 도망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멈춰요!”
나는 다급히 배의 진행을 멈추게 만들었다.
“일단, 제가 먼저가서 펭귄들을 진정시킬테니까, 제가 신호를 주면 오세요.”
괜히 펭귄들이 도망치면 곤란했다. 서식지를 정비해주려는 건데, 인간들의 접근에 놀란 녀석들이 서식지를 바꾸기라도 하면 아무런 쓸데도 없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배를 정지시킨 나는 곧바로 자그마한 보트에 옮겨타고서 혼자 펭귄들을 향해 다가갔다. 생각보다 날씨가 좋다보니 조금도 위험을 겪지 않고서 펭귄들의 서식지 근처에 보트를 댈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따로 보트를 조작하거나 고정시킬 방법을 몰랐기에, 적당히 얕은 곳에서 바다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야, 네가 먼저가서 내가 갈 건데, 도망치지 말라고 할래?”
“알아쪄!”
내 지시에 펭귄이 날개를 파닥거리더니 바닷속으로 포로록 잠수했다.
아침에 보였던 녀석의 태평한 모습을 보면 약간 믿음직하지 못하긴 했지만,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펭귄들의 서식지로 걸음을 옮겼다.
바닷물에 푹 젖어 무거워진 옷을 끌어올리며 열심히 다가가니 펭귄들이 옹기종기 모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가니당! 인가니양! 잡아먹힌다앙!”
“도망쪄야행!”
“도망가지 말래쪄!”
“좋은 거 준다고 해쪄!”
옹기종기 모여 있는 펭귄들은 저들끼리 수군거리며 나를 경계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가 먼저 보낸 펭귄 녀석이 시킨 일을 아주 제대로 해두었다. 덕분에 단 한 마리도 나를 보고서 도망치지 않았다.
“안 잡아먹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너희들을 잡아먹지도 않고, 때리지도 않고, 괴롭히지도 않을 거야.”
“정마알?”
“그래. 정말.”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니, 펭귄들의 경계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경계심 대신 호기심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인가니 처음 봐쪄!”
“너두? 나두양!”
몇 마리의 펭귄들이 내 주변을 감싸더니, 호기심어린 모습으로 내 바짓자락이나 신발을 콕콕 쪼아댔다.
덩치가 워낙 작은데다,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아프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좀 거슬렸다.
나는 곁에 들러붙는 펭귄들을 슬그머니 밀어내며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오늘, 저기 있는 인간들이랑 너희들 집을 청소해줄 거야. 괜찮지?”
“내 알 훔치려는 거양?”
“……안 훔쳐.”
“내 보물 훔치려는 거양?”
“……그것도 안 훔쳐.”
“그럼 갠짜나!”
알과 보물을 훔치는 것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허용하겠다는 듯한 펭귄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배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배가 다시금 우렁찬 소리를 토해내며 펭귄 서식지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펭귄들 사이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금세 배가 접안하며 사람들이 내려,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진짜 펭귄들이 도망치지 않을 줄은 몰랐다네요.”
사람들을 인솔해서 내게로 다가온 로베르토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별거 아니라는 느낌으로 피식 웃음을 지으며, 가이드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일단, 펭귄들의 서식지를 정비하는데 협조를 구했어요. 청소하고, 무너지기 쉬운 부분을 보수하는데 펭귄들이 방해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대신, 알이나 펭귄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보물 같은 건 건드리면 안 되고요.”
가이드를 통해서 내 말을 전해들은 로베르토는 이해했다는 듯이 오케이, 하고 외치더니 사람들을 인솔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펭귄들 사이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각종 해양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등의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규에에엑! 내 보무우우울!”
다만, 그런 해양 쓰레기 가운데에 펭귄 녀석들의 보물이 섞여 있던 건지는 몰라도, 몇몇 사람들이 펭귄들에게 열심히 쪼이는 일이 있긴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에겐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에게 할 일이 있듯, 내게도 지금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펭귄들 집합!”
“모여랑!”
내 말에 펭귄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내 주변에 백여 마리의 펭귄들이 뭉텅이로 자리하게 되었다.
몰려든 녀석들은 나를 바라보면서도 왜 불러 모았냐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받으며, 미리 준비해둔 것들을 꺼내들었다.
미리 준비해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쓰레기’였다. 그것도,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해양 쓰레기인 비닐을 비롯한 플라스틱들이었다.
해양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여 먹고, 그로 인하여 죽음에 이르고 있으니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솔직히, 해양 쓰레기를 해결할 수는 없으니, 동물들이 해양 쓰레기를 먹지 않도록 교육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이게 뭔지 아는 펭귄?”
“먹을 거당!”
“보물이양!”
“맛이쪄?”
“아니야!”
내 손에 들린 것을 바라본 펭귄들은 저마다 괴상한 대답을 내놓았다.
나는 그런 펭귄들의 답을 부정하고서는, 펭귄들에게 잘 보이도록 해양 쓰레기들을 휘휘 흔들었다.
“이건 너희들을 죽게 만드는 것들이야.”
“꾸에에에엑!”
내 말에 펭귄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내게서 물러났다. 급하게 도망치듯이 물러난 덕분에, 몇 마리가 쓰러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어휴.”
나는 바닥에 넘어져, 날개와 다리를 버둥거리는 펭귄들을 일으켜주었다.
하지만 한 마리는 꽤나 충격을 받았던 건지, 부리를 살짝 벌린 채로 기절해 있었다.
“주, 주거쪄!”
“아니야!”
다시금 도망치려는 펭귄들의 모습에, 나는 다급히 부정하며 기절해 있는 녀석을 흔들어 깨웠다. 잠깐 놀란 탓에 기절했기 때문인지, 녀석은 금세 머리를 파라락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부활해쪄!”
“죽은 거 아니라고!”
나는 급격히 피곤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펭귄들을 진정시켰다.
다행히 말은 또 잘 듣는 녀석들이라 진정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조금 지랄맞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산만하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펭귄들을 진정시킨 나는 다시금 해양 쓰레기들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이게 너희들을 죽게 만들 수 있지만, 무조건 그러는 건 아니야. 너희들이 이걸 먹는다면 그렇게 된다는 거지.”
“먹으면 안 되는 거양?”
“먹으면 죽는대쪄!”
“나 저번에 먹어쪄! 나 죽는 거양? 끄아앙!”
“끄아아앙! 내 친구 주거쪄!”
“하아…….”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려는 펭귄들의 모습에 절로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래도 설명을 이어야 하기에 녀석들을 다시금 진정시켜야 했다. 나는 플라스틱을 먹었다고 주장하는 녀석을 따로 빼낸 다음, 설명을 이어갔다.
“이건 먹게 되면 뱃속에 남게 되는 거야. 소화가 안 되는 거지. 그러면 배는 고픈데, 충분히 먹을 수가 없어서 굶어죽게 되는 거야. 너는 내가 해결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플라스틱을 먹었다는 펭귄이 또 다시 패닉에 빠지려는 것을 막아낸 나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시작으로 하여 해양 쓰레기들을 구분하는 것을 가르쳤다.
“바다에 둥둥 떠다니면서 건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들은 먹으면 안 되는 거야. 알겠지?”
자기들 목숨이 달린 것임을 알기 때문인지, 펭귄들은 내 교육에 무척 열성적으로 따라왔다.
잠시동안 교육을 이어간 나는, 교육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펭귄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교육을 잘 받았는지, 시험을 해보자. 지금 바다에 가서 너희들이 먹으면 안 되는 것 같은 걸 하나씩 가져와.”
“가즈앙!”
내 말에 펭귄들이 우르르- 바다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돌아온 녀석들의 주둥이에는 온갖 것들이 물려 있었다. 나는 한 녀석씩 물고 온 물건들을 확인해주었다.
“그래, 이건 먹으면 안 되는 거야. 알겠지?”
“아라쪄!”
대부분의 펭귄들은 내가 가르쳐준 것을 잘 흡수하여, 먹을 수 없는 것들만 딱딱 챙겨왔다.
“이거! 못 먹는 거양?”
“어……. 그래. 이건 못 먹는 거니까, 내가 가져갈게.”
한 녀석이 물어온 것은 100달러짜리 지폐였다. 나도 모르게 그것을 슬그머니 구명조끼의 포켓에 쑤셔넣고 있었다.
잘 했다는 의미로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고서, 다른 펭귄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어려서 제대로 분간을 하지 못하는 녀석들이 간간히 해초를 가져왔을 뿐, 대부분이 교육의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앞으로 너희들이 너희의 새끼들에게도 잘 가르쳐야 해. 먹으면 안 된다고. 알겠지?”
“가르치는 거양!”
펭귄들이 합창하듯이 대답하는 것에 웃음을 짓고 있으니, 로베르토와 가이드가 다가왔다.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로베르토가 빠르게 말을 하고 나니, 가이드의 통역이 이루어졌다.
“정말 펭귄들을 가르치는 것에 성공했냐고 묻네요. 정말 성공하셨습니까? 솔직히, 저도 반쯤은 안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뭐……. 보다시피 성공이네요. 아직 완전히 자라지 않은 녀석들은 조금 헷갈리는 듯한데, 성체들은 잘 골라내고 있어요.”
내 말에 가이드는 물론이고, 그의 통역을 받은 로베르토가 연신 감탄을 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서식지 정리는 다 된 겁니까?”
“거의 다 끝난 상황입니다. 해양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남아 있었는데, 갑자기 펭귄들이 다 주워가더라고요. 펭귄들이 여기로 가져온 것들만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해양 쓰레기를 어디서 물어왔나 했더니, 자기들 집에 널린 것들을 챙겨 온 것이었다.
“뭐, 녀석들이 잘 구분한다는 증거니까 오히려 다행이 아닐까요?”
“그것도 그렇죠.”
가이드를 통해 로베르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어느덧 일의 마무리가 모두 끝났는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끌며 입을 열었다.
“모처럼 다들 고생하셨으니까, 기념사진이라도 남기죠. 펭귄들이랑 같이 사진 찍으실 분?”
가이드가 내 말을 통역해주자 마자,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들어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