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61
마염의 황제 061화
불의 바람이 흐른다. 하지만 아까처럼 패도적인 힘으로 밀어붙이는 불꽃이 아니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불꽃이 이터를 가로막는다. 이조르네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곧은 나무는 바람에 부러지지만 갈대는 휘어질지언정 꺾이진 않지.”
이조르네는 웃으며 부채로 입가를 가렸다.
‘자, 어떻게 뚫고 들어올 거지?’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이터가 내놓은 방법은 단순하면서도 그녀의 예상 밖의 방식이었다.
“하아압!”
타이탄 브레이커에서 폭발하듯이 투기가 터져나온다. 그리고 그 투기에 휩쓸린 불꽃의 바람은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밀려나 폭발해 버렸다. 이터의 앞을 막아서던 불의 바람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아니?”
이조르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힘으로 깨부쉈어?’
부드러움마저도 눌러버리는 힘이라니! 그녀의 어깨에 앉은 프리야가 혀를 찼다.
“와, 참말로 무식한 새끼네. 저걸 주먹으로 다 깨부수는 기가.”
“좋아. 이렇게 되면 프리야, 불새다. 불새가 돼서 녀석을 공격해!”
프리야는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저렇게 무식한 새끼를 내보고 무슨 수로 막으란 말이고?”
이조르네는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걱정 마, 너라면 반드시 할 수 있으니까.”
“그니까네 도대체 그 근거 없는 확신은 어디서 튀어나오는 기가 말이다.”
훗!
불신 가득한 프리야의 모습에 이조르네는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잊어버린 거야? 계약을 한 순간부터 네 몸속에는 내 마력이 흐르고 있다고. 루시펠님의 피에서 빚어진 마력을 가진 넌 이미 최고의 정령수야. 네가 나와 네 힘을 믿기만 하면 우린 어떤 녀석이라도 쓰러뜨릴 수 있어.”
“그, 그런 기가? 뭔가 좀 수상한데?”
“자, 가라. 날아, 프리야!”
이조르네가 외쳤다. 이터도 거의 코앞이었다. 안 나갈 수도 없다.
“에라, 모르겠다. 내도 사나이인 기라! 간다! 캬아악!”
프리야는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깃털에 맺힌 불길이 강해지며 환하게 타오른다. 프리야의 몸이 거대한 불의 새로 변했다. 론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피, 피닉스?”
화르륵.
이조르네의 힘과 프리야의 힘이 합해져 뜨거운 열기로 화했다. 아름다운 붉은 날개. 거대한 불새가 하늘에 붉은 선을 그리며 비상했다. 하늘로 솟구친 프리야는 위압적인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이터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이터!”
그리고…….
“쿠엑!”
이터의 주먹에 맞고 한 방에 나가 떨어졌다.
작은 크기로 돌아온 프리야는 바닥에 처박혀 부르르 떨었다. 그런 프리야를 보며 이조르네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흐음, 생각대로 역시 무리였네.”
“니가 된다꼬 떠밀어놓고는 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노!”
그래도 이터가 계속 치고 들어오는 것만은 막았다. 하지만 저렇게 또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해서야…….
“정말 긴장감이 없는 녀석들이네.”
“…….”
소류는 말없이 이조르네를 바라보았다. 로자리아의 말대로 상대는 긴장감이 전혀 없다. 그야말로 허점투성이. 지금 공격한다면…….
“해봐.”
프리야와 다투느라 일행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있던 이조르네가 웃으며 소류를 바라보았다.
“할 수 있으면.”
‘이 녀석…….’
자신의 생각을 읽었다?
위압감이 느껴졌다. 저 한없이 가녀린, 세게 쥐기만 하면 꺾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여자에게서. 지금 치고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소류가 주춤하자 이조르네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
“뭘 망설이는 거야? 찬스라고 생각했으면 빨리빨리 찔러 들어와야지. 인간들은 이게 문제야. 생각이 너무 많다니까. 뭐,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으니… 선물을 줄까?”
이조르네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다음 순간, 로자리아의 뒤에서 나타났다.
“앗?”
당황한 로자리아는 급히 주문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이조르네가 더 빨랐다. 그녀는 순식간에 로자리아의 몸을 붙들고는 목에 검은 깃털을 박아넣었다.
“로자리아!”
이터가 덤벼들려 하자 이조르네는 로자리아의 목을 움켜쥔 채 그녀를 이터 앞으로 내밀었다.
“움직이지 마. 내 몸에 손을 대면 이 여자아이는 죽어. 하긴, 뭐 안 대도 죽긴 하니 피차일반…….”
퍼억!
말도 채 끝나기 전에 이터의 주먹이 이조르네의 얼굴에 작렬했다. 이조르네는 쌍코피를 터뜨리며 나가 떨어졌다. 바닥을 구른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꺄악! 여자를 주먹으로 쳤어? 이 무식한 야만인 같으니라고!”
그러나 이터는 이조르네에겐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로자리아를 부축하며 물었다.
“괜찮나, 로자리아?”
“으응, 괜찮… 윽?”
갑자기 다리가 휘청한다. 빈혈이라도 걸렸는지 머리가 어질하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지? 목이 따끔해서 만져보니 무언가가 만져졌다.
“뭐야, 이건? 목에 이상한 게 생겨났어!”
그것은 열두 개의 문양이었다. 로자리아의 목을 둘러치듯 촘촘히 새겨진 열두 개의 검은 깃털 문양. 엘리스가 소리쳤다.
“로자리아 씨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
손수건으로 쌍코피를 틀어막은 이조르네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 검은 깃털은 한 시간마다 하나씩 사라져. 열두 개니까 열두 시간이겠지? 그리고 열두 시간이 지나 마지막 남은 문양까지 사라지면 펑!”
과장된 동작을 취하면서 소리치는 모습에 일행은 움찔했다. 이조르네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하고 날아가 버리는 거지.”
“뭐, 뭐야?”
“포, 폭발한단 말인가?”
로자리아의 안색이 창백해지자 이조르네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뭘 그렇게 놀라는 거야? 방금 전에 어차피 죽은 목숨이라고 분명히 말해 줬잖아.”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지 마!”
실랑이를 벌이는 로자리아와 이조르네 사이로 이터가 끼어들었다. 이터가 굳은 얼굴로 이조르네를 노려보며 말했다.
“주술을 풀어라. 안 그러면 박살내 버리겠다.”
이조르네가 인상을 팍 구기며 투덜거렸다.
“말을 해도… 박살이 뭐니, 박살이? 이건 무식하게 주먹만 날릴 줄 알았지, 여자에 대한 매너라고는 전혀 없는 녀석이잖아. 루시펠님의 기억보다 훨씬 비호감이야.”
“니가 하는 짓을 생각해 봐라. 밉상 짓만 골라 한다 아이가.”
이조르네는 망설임 없이 프리야의 목을 비틀었다. 버둥거리는 불의 새에게서 시선을 뗀 이조르네는 이터를 향해 고개를 치켜 들어 보였다.
“주술을 풀고 싶어? 물론 그건 어렵지 않아. 나는 일류 대마법사님이니까. 하지만 공짜로는 안 돼.”
이조르네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퉁겼다.
“로자리아의 목숨이 남은 열두 시간… 열두 시간 안에 ‘가즈 블레이드’와 ‘펜릴’을 내게 가져와. 그럼 주술을 풀어주지. 그게 조건이야.”
그 말과 함께 이조르네는 부채를 휘둘렀다. 부채에 머금은 화로의 불길이 사방으로 휘몰아치며 폭염의 돌풍을 일으켰다. 닿는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폭염이 일행을 덮친다.
“하아아앗!”
그 앞을 다른 빛의 돌풍이 막아섰다. 타이탄 브레이커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이터의 투기. 그것이 일행을 덮치는 불꽃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이조르네의 불꽃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사라진 것은 불꽃뿐만이 아니었다. 이조르네도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폭염의 돌풍은 일행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어디선가 터져나오는 이조르네의 웃음소리가 일행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나는 이곳에서 10km 떨어진 남쪽 평원의 성에 있어. 열두 시간이나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 하지만 너무 늦으면 펑! 해버리는 건 알지? 그러니 그 전에 빨리 와야 할 거야. 호호호!]그것이 끝이었다. 이조르네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로자리아는 넋이 빠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도망쳤어.”
남은 시간은 열두 시간. 붉든 저녁놀이 어둠에 물들기 시작했다.
Chapter 3-2. 루시펠의 분신, 루시펠 나이츠!
두 시간 뒤, 알 제라드 사원에서 남쪽으로 10km 떨어진 평원. 그곳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성이 우뚝 서 있었다. 평범한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것이 아닌, 마법으로 세워진 성. 기형적으로 생긴 외관이 독특함을 더했다.
그 성의 가장 높은 방. 이조르네는 그곳에서 와인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최상급의 적포도주다.
“호호. 녀석들은 지금쯤 고민하기 시작했겠지. 조각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녀는 잔을 빙글 돌리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줏빛 액체가 잔 속에서 찰랑인다.
“루시펠님의 기억에 따르면 이터라는 녀석은 비정하진 못한 것 같아. 로자리아의 목숨이 걸렸으니 98.7%의 확률로 여기에 나타나겠지. 호호호. 그때까지 실컷 고민하고 괴로워하라고.”
“약점 잡기가? 댄나 치사하네. 그거 3류 악당이나 하는 짓 아이가?”
곁에서 프리야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이조르네는 투덜거리면서 잔을 기울였다.
“시끄러워. 이건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서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전법이라고.”
“그게 치사하다는 기라.”
아무튼 미끼는 던져두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터 일행이 언제 그것을 덥석 무느냐 하는 것인데…….
“과연 언제쯤 나타날까나? 기대되는…….”
콰앙!
말을 끝내기도 전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성이 흔들거린다. 그 진동에 휘청한 이조르네는 간신히 난간을 붙잡아 몸을 바로 했다. 난데없이 성이 흔들리다니. 그녀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야? 지진이라도 난 건가?”
-성문 앞에 침입자 발생. 문을 부수고 내부로 침입합니다.
“침입자라고?”
이조르네는 즉시 허공에 비전을 열었다. 그녀는 재빨리 화면을 성문 앞으로 돌렸다. 그녀가 아티스틱하게 정성껏 디자인한 성문은 폭탄이라도 얻어맞았는지 처참하게 박살나 무너져 있었다.
화면을 조금 더 옆으로 돌리자 성문을 가로질러 들어오는 무리가 보였다. 이터 일행이었다.
이조르네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터? 녀석들, 벌써 여기에 나타난 거야?”
펑! 펑! 콰앙!
성문을 지난 정원을 요란한 폭발이 휩쓴다. 침입자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가드들이 산산이 부서져 하늘을 날았다.
양손에 활활 타는 불덩어리를 맺은 로자리아가 노성을 터뜨렸다.
“비켜! 꺼져! 앞에서 껄떡거리지 말고 사라지라고! 너희는 뭐 하는 거야, 빨리 따라오란 말이야! 시간 얼마 안 남았어. 내가 죽는 걸 보고 싶은 거야?”
그녀의 뒤를 따르는 그레이센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허둥대지 마. 아직 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어.”
“두 시간’밖에’가 아니라 두 시간’이나’야!”
“네, 네.”
살벌한 눈초리에 그레이센은 알아서 꼬리를 내렸다. 지금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기가 파이어 볼에 날아갈 판이다. 그는 로자리아 몰래 속으로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