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76
마염의 황제 076화
하지만 그녀의 생각을 읽고 있었다는 듯 그녀가 파고들려 움직이기가 무섭게 대열이 다시 바뀐다. 탈출은커녕, 오히려 아네스와 미라주 나이트는 따로 떨어진 채 포위되고 말았다. 날개를 펼친 기사들이 빛나는 홀리 소드를 아네스에게 겨누었다.
“걸려들었군. 이걸로 끝이다, 아네스 심판관!”
동시에 아네스를 포위한 수십 개의 검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아네스는 피하려고 했지만 검은 너무 가깝고 빠르게 움직였다. 피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얼마 남지 않은 신성력이지만 일단 홀리월을 펼쳐 막으려 했다.
그때였다. 난데없이 나타난 소년이 날아드는 검을 깨부수며 성기사의 턱을 후려찬 것은. 불의의 기습에 얻어맞은 성기사는 그대로 나가 떨어져 바닥에 처박혔다.
“아니?”
공격하던 성기사도, 주문을 준비하던 아네스도 황망한 얼굴이었다. 이터가 아네스를 돌아보며 물었다.
“다친 곳은 없나?”
“당신은?”
이터가 대답도 하기 전에 하늘에서 불덩어리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불비는 아네스를 포위하고 있던 성기사들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마녀 복장의 여인은 날아드는 불길을 쳐내며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웬 녀석들이냐?”
“웬 녀석들이라니, 우리가 할 소리라고!”
“너희는?”
광장에 나타난 것은 방금 전의 꼬마까지 해서 모두 다섯이었다. 그 중에 하나는 노골적으로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역을 쓰려면 좀 예쁜 걸 쓰든지! 도대체 저 녀석의 어디가 나랑 닮았다는 거야? 어설프게 베껴가지고는.”
“무슨 소리냐. 네놈들은 대체 누구냐?”
촤악!
그 말과 함께 로자리아는 가발을 벗어던지고 부채를 펼쳤다. 복장은 여전히 남자지만 그 얼굴은 마녀 복장의 여자에게도 낯익은 것이었다.
“설마 너는……?”
“그래.”
잔뜩 인상 쓴 로자리아가 소리쳤다.
“내가 바로 오리지널 로자리아 림 아슈벨님이시다, 이 가짜 녀석아!”
마녀 복장의 여인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이런 상황에서 진짜 로자리아라니. 놀란 것은 아네스도 마찬가지였다.
“진짜 마녀라고?”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로자리아는 당황하는 마녀 복장의 여인을 보며 소리쳤다.
“너희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내 이름을 멋대로 이용한 건 용서할 수 없어. 각오 단단히 해두는 게 좋을걸.”
“설마 진짜가 나타날 줄이야.”
하지만 놀라움은 길지 않았다. 마녀 복장의 여인은 곧 여유로운 미소를 되찾으며 웃었다.
“흥, 진짜라니 오히려 잘됐다. 너희까지 잡아버리면 그만큼 공적은 더 쌓이겠지. 둘 다 한꺼번에 쓸어주마!”
기세 좋게 등장한 일행이었지만 성기사들의 수는 아직도 많았다. 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성기사들은 서둘러 일행을 포위했다.
마녀 복장의 여인은 간드러지는 웃음소리를 토해 냈다.
“훗, 똥오줌 못 가리고 함부로 끼어들어 큰소리를 치다니. 톡톡히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일행을 포위한 기사들. 그들은 명령이 떨어지면 당장이라도 이터 일행을 칠 기세였다. 그들을 바라보며 이터가 물었다.
“하나만 물어보지. 마을 사람들을 죽인 건 너희냐?”
“그런데?”
“왜지? 그들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었을 텐데.”
여인은 호호 웃음을 터뜨렸다.
“성기사들이 이단들을 심판한 것에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 걱정하지 말거라. 너희도 곧 그 꼴이 될 것이다. 마녀의 무리와 그에 동조한 심판관을 본보기로 마을에 매달아놓으면 볼만하겠지.”
아네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마녀에 동조한 심판관이라니…….
그녀의 답을 들은 이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잘 알았다.”
휘이이.
이터의 왼손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럼 너희를 베어버려도 미안해할 필요 없겠지.”
“뭐?”
“소환, 기간틱 블레이드.”
우우웅.
허공에서 만들어지는 마법진. 이터는 그 안에서 거대한 강철의 대검을 꺼내 들었다.
“무, 무지막지한 대검이다.”
보기만 해도 살벌한 크기의 대검. 그 위용에 놀라고 있는데 검을 쥔 이터가 바닥을 박차고 성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이터의 맞은편에 있던 성기사는 급히 주문을 외웠다.
“홀리 실…….”
투화아악!
주문을 맺던 성기사의 몸이 가로로 찢어졌다. 찢어진 몸에서 터져나온 핏줄기가 사방을 적셨다. 이터는 흩어지는 피분수를 뒤로하고 검을 휘두른 자세로 서 있었다.
“아니!”
마녀 복장의 여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성주문이 새겨진 갑옷을 종잇장처럼 찢었어?’
성기사들이 입고 있는 갑옷에는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신성주문이 새겨져 있다. 성기사들이 까다로운 상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신성주문이 새겨진 갑옷을 부수기 위해서는 같은 성력으로 중화를 시키거나 신성주문을 뛰어넘는 위력의 공격으로 파괴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격에 찢어버리다니.
로자리아는 부채로 입을 가리며 짧게 웃음을 흘렸다.
“호호호, 잘 봤어? 이게 이 로자리아님의 ‘종자’의 힘이라고. 가짜와는 차원이 다르지!”
“너희가 뭐 하는 놈들인지 내 알 바가 아니다.”
성기사들 사이로 뛰어든 이터가 무식하게 기간틱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성기사들은 차마 검으로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홀리 실드로 막았지만 기간틱 블레이드는 그것조차 깨부수고 성기사들을 날려버렸다.
“크악!”
“하지만 자기들이 저지른 짓을 남에게, 그것도 내 동료에게 뒤집어씌우는 건 용서할 수가 없어!”
당황한 성기사들은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급히 빛의 창을 만들어 날렸다.
“호, 홀리 스피어!”
사방에서 홀리 스피어가 무서운 기세로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터는 심드렁한 얼굴로 기간틱 블레이드를 크게 한번 휘둘렀을 뿐이다. 그리고 엄청난 검압이 날아드는 홀리 스피어 전부를 그대로 도로 튕겨내 버렸다.
“뭐라고?”
콰앙! 쾅!
튕겨져 나온 빛의 창은 고스란히 성기사들의 몸에 작렬했다. 자신의 주문을 고스란히 얻어맞은 성기사들은 제대로 경악도 하지 못한 채 바닥을 굴러야 했다.
그들을 마주하며 이터는 기간틱 블레이드를 치켜 들었다.
“지워라, 불. 부러져라, 천풍.”
쿠우우우!
이글거리는 폭염이 돌풍과 결합하여 블레이드를 휘감는다.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느낀 성기사들은 도망치려 했지만 이터가 검을 휘두르는 것이 더 빨랐다.
“폭마검!”
콰아아!
요란한 진동과 터져나오는 섬광. 강렬한 검기가 광장을 집어삼켰다. 성기사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그 힘의 해일에 쓸려나가 버렸다.
“우아아악!”
거친 진동이 먼지와 함께 가라앉는다. 먼지가 걷힌 광장에서 두 다리로 서 있는 성기사는 아무도 없었다. 절반은 죽고, 절반은 바닥에 처박혀 신음하고 있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마녀 복장의 여자도 먼지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는 몸을 떨며 뒷걸음질 쳤다.
“괴, 괴물 같은 놈.”
“너 하나 남았다.”
자신을 보며 싸늘히 말하는 이터. 그 모습에 겁을 집어먹은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흐아아악!”
하지만 그녀가 달아나는 것보다 이터가 달려가 검을 휘두르는 것이 더 빨랐다. 대각선으로 갈라진 그녀의 시체가 바닥을 굴렀다. 이터는 그녀의 시신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끝났다.”
상황은 종결되었다.
로자리아는 시선을 돌렸다. 이터가 힘 조절을 제대로 한 덕분에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자신들은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았다. 물론 저 사제복 차림의 여자도.
로자리아는 아네스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때, 그쪽은 다친 곳 없어?”
“덕분에. 신세를 졌군.”
아네스는 차분한 눈으로 로자리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정말 그쪽이 마녀, 로자리아인가?”
“아, 응. 그런데.”
“그렇군.”
아네스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빠르게 움직인 그녀의 검이 로자리아를 향해 날아들었다.
“위험해요, 로자리아 씨!”
카아앙!
로자리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검은 딱 그녀의 앞에서 멈췄다. 재빨리 자신과 아네스 사이로 뛰어든 이터 덕분이었다. 만약 그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자신도 저기 널브러져 있는 여자처럼 목과 몸이 따로 놀고 있을 것이다.
아네스와 검을 맞댄 이터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짓이냐.”
아네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분하게 답했다.
“내 이름은 아네스 마리아나. 신성연맹의 심판관이다. 여섯 개의 마을을 파괴하고 1,500명을 해한 마녀 로자리아와 그의 종자를 처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로자리아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이 마을에서 봤다면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아네스는 인정한다는 듯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번 일은 저들의 행위다. 이것에 관한 것은 살아남은 자들을 본관으로 데려가 진실을 규명할 생각이다. 하지만 이전에 있어왔던 일들은? 마녀, 로자리아가 파괴한 마을들과 죽인 사람들에 대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로자리아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그것도 다른 녀석들이 나를 사칭한 거라니까.”
“그에 대한 증거는 있나?”
아네스의 말에 로자리아는 우물쭈물했다.
“증거라니…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증거가 없는 발언의 효력은 없다. 네 말은 믿을 수 있는 것이 못 돼. 그리고 설령 정말 네가 그 일들과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채캉!
아네스는 이터의 검을 쳐내며 물러났다. 어느새 그녀의 곁에 미라주 나이트가 내려서 있었다.
“마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처단되어야 한다!”
촤아악.
아네스의 외침과 함께 미라주 나이트가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이터의 검과 미라주 나이트의 창이 정면으로 부딪히며 불똥을 터뜨렸다.
“윽.”
미라주 나이트가 뒤로 밀렸다. 아네스는 미간을 좁혔다.
‘힘의 나이트가 힘 승부에서 밀리다니. 무슨 무지막지함인가.’
아네스는 재빨리 미라주 나이트의 뒤에서 튀어나오며 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검을 기간틱 블레이드로 튕겨내며 이터가 말했다.
“로자리아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마녀라는 이유만으로 처단되어야 한다는 거지?”
거대한 창과 검이 빛을 뿌리며 날아들었다. 이터는 가볍게 막았다. 아네스가 소리쳤다.
“방금 전에 말했을 텐데. 그녀가 마녀라는 것, 그 존재 자체가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 그 죄는 실로 막중할 터.”
미라주 나이트가 있는 힘을 다해 바닥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창은 이터에게 닿지 못했다. 이터는 그 창을 옆으로 비껴내며 미라주 나이트의 몸을 가로로 길게 베었다. 허리가 잘려나간 미라주 나이트는 스파크와 함께 찢겨져 나갔다.
이터가 물었다.
“그렇다면 저 아래에 누워 있는 것들은 신의 섭리를 따랐기 때문에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