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 빈손으로 갈 순 없지.
박성훈 사장(대운 자동차 사장, 박지혜 부친)은 대명 호텔 로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염태호 실장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혜를 놓쳤다고?”
“네···. 방해꾼이 있어서···.”
“염 실장···.”
염 실장은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노 회장(태백 일보)한테는 뭐라고 했어?”
“아가씨가 몸살 기운이 심해서 오늘 상견례는 어려울 거 같다고···.”
“염 실장, 일 처리를···.”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미모의 귀부인이 말했다.
“박 사장님, 여기서 괜한 소란 일으키지 마세요.”
“······.”
박성훈은 입을 다물었다.
귀부인, 양소영은 염태호를 보며 물었다.
“염 실장.”
“네, 사모님.”
“지혜 행방은 파악됐어요?”
“아직 찾고 있습니다.”
“그 남자가 데리고 갔다고 했죠?”
“네, 아마···.”
양소영은 팔짱을 끼고 뭔가를 고민하는 거 같더니, 박 사장을 보며 말했다.
“박 사장님, 그냥 지혜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게 어때요?”
“무슨 소리야? 태백 일보를 그냥 놓치라고?”
“애초에 마음에 안 들었어요. 태백 일보 장남 파혼을 두 번이나 당했잖아요. 분명 하자가 있는 게···.”
“내년 주주총회까지만 약혼을 유지하면···.”
“차라리 아버님께 도와달라고 해요. 쉬운 길을 놔두고 왜 굳이···.”
“그만. 지혜는 태백 일보랑 약혼을 시킬 거야. 그게 최선이야.”
양소영은 콧방귀를 끼며,
“당신한테만 최선이겠죠.”
“···애초에 동윤이가 마이어 그룹 김수아랑 결혼만 했어도 일이 이렇게 안 됐어!”
“언제 얘기를 꺼내는 거예요? 그리고 김수아 부회장은 사귀던 사람이 있었잖아요. 남의 떡에 왜 눈독을···.”
“그만.”
양소영은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박성훈이 말했다.
“이번 약혼은 무조건 진행할 거야.”
“그러면 적어도 지혜랑 곱게 대화해서 맞선부터 하게 해요. 무슨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상견례부터···. 이러다가 지혜 눈 돌아가면 그때처럼···.”
“양 대표···.”
“···알겠어요. 그만 말할게요. 박 사장님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그녀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렸다.
박성훈은 미간을 좁히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더니 염태호 실장을 보며 말했다.
“이번 주말에 노 회장 내외랑 골프 약속 잡아. 그리고 상견례 날짜는···.”
“다음 주 화요일 저녁에 일정이 빕니다.”
“그럼, 그때로 하지. 지혜한테는 자네가···.”
그때 전화벨이 울렸고, 박성훈은 폰을 꺼내서 화면을 바라보더니,
[박지혜]눈가를 움찔했다.
‘얘가 왜···.’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어디냐?”
[알 거 없어요.]“네 무책임한 행동으로 오늘 내가 어떤···.”
[왜 속였어요?]“뭐?”
[평범한 맞선 자리 아니었잖아요.]박성훈은 미간을 찡그렸다.
‘동윤이 녀석(오빠 3)이 말한 건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아버지 꼭두각시 노릇 하고 싶지 않아요.]“···마음대로 해라. 대신 네 주변 사람들···. 그래, 강동수 그 남자도···.”
[협박하지 마세요. 안 통하니까요.]“협박 같으냐? 내가 손을 쓰면 그깟 PD 나부랭이 하나쯤은···.”
[오빠를 건드리면···. ‘누리’를 마이어 로보틱스에 넘길 거예요. 아! 신영 그룹 나으려나요? 거기가 군수 산업 1위···.]그는 눈을 크게 뜨며,
“방금 뭐라고 했냐? ‘누리’라고···?”
“그, 그건 네가 삭제를···.”
[안 지웠어요.]“······!”
박성훈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군사용 AI 누리만 있다면···. 다시 군수 산업을···!
“누리···. 어딨는 거냐?”
[그전에 약속해요.]“무슨···.”
[오빠를 포함한 제 주변 사람들 전부 건드리지 마세요.]“알겠다. 그러니까 누리를···.”
[그리고!]“······.”
[두 번 다시 맞선, 정략결혼 얘기 꺼내지 말아요. 그리고 제가 누굴 만나든 신경 쓰지 마세요.]“그건···.”
[···싫으세요? 그러면 이번엔 정말로 누리를 삭제할 거예요.]“······아니다. 네 뜻대로 하마.”
말은 이렇게 했지만, 누리만 받고 나면 그녀를 다시 협박할 생각이다.
그러자 박지혜가 말했다.
[어떻게 믿죠?]“뭐?”
[아버지는 신뢰를 완전히 잃었어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아버지 말만 믿고 누리를 넘기죠?]“···하고 싶은 말이 뭐냐?”
[계약서를 써주세요. 공증인도 불러서요.]박성훈은 미간을 찡그렸다.
‘이 녀석이···.’
그때 양소영이 물었다.
“지혜예요? 지금 어디래요? 연락 좀 하라고···.”
“조용.”
“······.”
박성훈은 다리를 꼬며 박지혜한테 말했다.
“···그러는 나야말로 너를 뭘 믿고···.”
[그럼 협상은 결렬이네요. 알겠어요. 바로, 신영 그룹···.]“잠깐.”
[······.]“네 말대로 하마.”
[아버지가 가진 대운 그룹 주식 일부도 거세요.]“너···.”
[그러길래 처음에 제안했을 때 OK 하지 그랬어요.]“······.”
[어떻게 하실래요?]누구 딸인지 참 얄밉게도 협상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민하다가 담담히 말했다.
“···알겠다. 공증인은···.”
[제가 알아서 해요. 협상 날짜는···. 내일이에요. 제가 점심때 집으로 갈게요.]“내일은···.”
“···알았다.”
그렇게 전화 통화는 끝났다.
박성훈은 스마트폰을 꽉 쥐며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딸이지만,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참았다.
‘누리만 찾을 수 있다면···. 군수 산업을 키울 수 있어. 그렇게만 되면 태백 일보와 약혼보다 훨씬 나아.’
태백 일보 노 회장에게 나눠줄 파이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박성훈은 염 실장에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네, 사장님.”
“노 회장이랑 골프 약속 잡지 마.”
“네.”
“법무팀 팀장한테 내일 점심 전까지 집으로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러자 양소영이 물었다.
“법무팀 팀장은 왜요?”
“···내일 점심때 지혜 오기로 했어.”
“집으로요? 정말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양소영은 활짝 웃으며 좋아했다.
“아줌마한테 지혜가 좋아하는 음식 해놓으라고 해야겠네!”
“···음식은 무슨···. 일 때문에 오는 거니까.”
“밥은 먹고 일해야죠. 얘가 제 전화는 안 받으니까, 박 사장님이 연락해서 밥 먹고 오지 말라고 해요!”
“······.”
박성훈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양소영이 재차 “빨리요!”라고 하자, 염 실장에게 말했다.
“···지혜한테 연락해서 밥 먹고 오지 말라고 해.”
“네.”
양소영은 팔짱을 끼며,
“박 사장님이 직접 하지, 꼭···.”
“그만.”
“······.”
그녀는 불만 가득한 눈빛을 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그때 불현듯 박성훈은 딸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어제까진 강동수를 선배라고 불렀던 걸로 기억하는데, 좀 전에 분명 오빠라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설마···.”
= = = = = = =
번화가에 있는 어느 벤치.
동수는 박성훈과 통화를 끝낸 박지혜가 한숨을 내쉬자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고생했어.”
“아녜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죠? 빨리 밥 먹으러 가요.”
“밥은 조금 이따가 먹자.”
“네? 왜요?”
그는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길 건너편에 있는 백화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좀 들리자.”
“뭐 살 거 있어요?”
“내일 아버님, 어머님 뵈러 가는 거잖아. 빈손으로 갈 순 없지.”
박지혜는 당황하며 물었다.
“오, 오빠도 가려고요?”
“함께 하자고 했잖아. 당연히 같이 가야지.”
“하지만 그게···.”
“싫어?”
“아뇨, 싫은 건 아닌데···.”
무척 민망했다.
너무도 담담하게 말하는 동수가 조금···.
그러자 동수는 씨익 웃으며,
“내 옷도 골라줘. 아버님, 어머님께 잘 보여야지.”
“···오빠는 저희 아버지가 안 싫어요? 오빠를 가지고 저를 협박했는데···.”
“좋진 않지.”
“그런데 왜 선물이랑···.”
“그래도 지혜, 네 아버지잖아.”
“오빠···.”
박지혜는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동수는 조금 쑥스러운 얼굴을 하더니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이러다가 백화점 닫겠다. 빨리 가자!”
“네!”
백화점으로 향하며 막내는 동수한테 팔짱을 끼더니,
“오빠, 옷은 제가 살게요.”
“됐어. 네가 돈이 어딨···.”
그는 습관처럼 말하다가 뒷말을 흐렸다.
막내가 그보다 백배, 천배는 부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인 대운 그룹 회장의 막내 손녀니까 말이다.
박지혜는 동수가 민망하지 않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도 제가 입을 옷 사주세요. 아! 우리 커플룩 할까요?”
“하하, 그건 조금 그렇고···. 일단 가보자.”
“네!”
그때 박지혜한테 메시지가 왔다.
└염태호 비서실장: 사장님께서 내일 점심 식사를 함께하고 협상을 논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녀는 눈가를 움찔했다.
협상만 하고 짧게 인사를 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식사까지 하는 건 그녀는 물론이고 동수도 불편할 거 같았다.
그녀는 됐다고 답장을 보내려고 했다.
그때 동수가 물었다.
“왜 그래?”
“아, 그게···.”
“아버님이야?”
“아뇨. 아버지 비서인데···.”
“······?”
그녀는 어쩔까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일 점심 식사도 하자고···.”
“그러자고 해.”
“네, 하지만···.”
“난 괜찮으니까. 알겠다고 말씀드려.”
“······.”
동수가 괜찮아도 그녀가 불편했다.
막내는 아버지와 트러블이 있고 식구들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네가 아빠를 이해하렴.’
‘애처럼 굴지 마! 그깟 프로그램보다 회사랑 가족을 생각해야지.’
‘너도 사업을 맡으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될 거야.’
‘지혜야, 우리가 아버지를 이해하자.’
엄마, 오빠 1, 오빠 2, 오빠 3···.
모두 아버지의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붙임성이 좋은 오빠 3은 먼저 연락을 해왔지만···.
‘식구들과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데···.’
그녀가 대답하지 않고 안색만 어두워지자 동수가 물었다.
“왜 그래? 혹시 가족들이랑 식사하기 싫어?”
“···조금 불편해서요.”
“음···.”
“······.”
동수는 고민에 잠긴 박지혜를 보며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러는 건가 싶었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박지혜 부친이 그녀가 개발한 쌍둥이 초인공지능 프로그램 중 하나를 훔쳐서 군사 병기를 개발했다.]‘아, 그러고 보니 아까 프로그램 어쩌고 했었지.’
‘너 근데 왜 이렇게 잘 아냐? 설마 해킹···.’
[해킹이 아니다. Lock이 걸려 있던 데이터가 해금된 덕분이다.]‘해금?’
가온은 박지혜 가리키며 말했다.
[박지혜가 날 만들었다.]‘······.’
[그리고 박성훈이 훔쳐 간 AI는 내 여동생이다.]‘뭐!?’
[아주 새초롬하고 건방진 녀석이었지.]‘새초롬···.’
동수는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너, 마이어 로보틱스에서 개발됐다며···.’
[박지혜는 마이어 로보틱스 수석 연구원이었다.]‘얘 스물여섯인데···.’
[그녀는 열다섯 살에 박사학위를 딴 천재다.]‘뭐?’
-띠링!
알림창이 나타났다.
거기에는 박지혜의 박사학위 증명서가 보였고, 외국으로 보이는 대학교 강당에서 학사모를 쓰고 있는 박지혜(어린 시절)의 사진도 있었다.
‘허허···.’
[그녀의 특기에 ‘기억력’이 있었지?]‘응.’
[순간 기억 능력 아니, 절대 기억 능력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녀는 범인과는 차원이 다른 기억력의 보유자다.]‘그게 무슨 만화 같은···.’
[대가리에 AI 칩이 박힌 미친개도 있는데, 절대 기억 능력은 양반이지.]‘······.’
동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가온은 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이 얘기는 다 사실이라는 거다.
그는 박지혜를 보며 생각했다.
‘우리 막내···. 진짜 천재였구나.’
막내가 동수를 보더니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저···. 피하지 않을래요. 식구들이랑 식사할게요.”
“어, 그래···. 잘 생각했어.”
“···왜 그래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냐. 아무것도···. 예뻐서 그래. 예뻐서.”
“아이참, 오빠도···.”
“하하···. 빨리 백화점 가자!”
“네!”
두 사람은 그렇게 박성훈, 양소영의 선물과 내일 입을 옷까지 사고 백화점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다음 날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