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29
29화 – 속초 코다리 냉면!
동수는 신진규 PD의 특집 프로젝트 제안을 곧바로 수락하지는 않았다.
프로젝트 아이디어는 괜찮은 것 같지만, 지금 중요한 건 다다음 주에 방송될 23회 촬영이기 때문이다.
“선배님,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만, 이번 주까지 생각해보고 답변을 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그럼, 오늘 하루 힘내요.”
“네, 선배님도 파이팅입니다.”
신진규 PD가 회의실에서 나가자 윤하얀이 물었다.
“좋은 아이디어 아니에요? 수락하시지.”
“일단 23회 먼저요. 천마에 집중하자고요.”
“네!”
“그리고 오늘 점심에 서브 작가 면접을 보기로 했는데, 혹시 시간···.”
“괜찮아요! 식당 예약할까요? 냉면? 우동? 라면?”
아무래도 하얀 작가는 면이 먹고 싶은 거 같았다.
동수는 웃으며 말했다.
“카페에서 보기로 했어요.”
“그래요? 흠···.”
“면접하고 냉면 먹으러 가요. 박 PD도 불러서요.”
박지혜는 현장(큐티 걸즈 숙소)에 들러서 촬영분을 확인한 뒤 오후에 출근하기로 했다.
윤하얀은 활기찬 목소리로,
“콜!”
그때 가온이 말했다.
[속초 코다리 비빔 냉면이 먹고 싶어.]‘어디서 파는데?’
[마이어 백화점 목동점 지하 1층 식당가.]‘근처에 냉면집 많은데···.’
[···진실 탐지기 사용권 1회를 추가해주겠다.]상대의 안면 근육, 동공, 음성 등을 분석해서 말의 참, 거짓을 판단하는 기능.
앨리스 엔터 황선우 팀장과 만나려고 할 때 설치했던 프로그램이지만···.
‘글쎄···.’
별로 쓸 데가 없다.
무엇보다 해킹률이 15% 미만인 상대한테는 쓸 수도 없다.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다.
‘그냥 요 앞에 평양냉면 식당이나 가자.’
[···앙상블 프로그램 사용권 1회를 주겠다.]‘그거 이제 매운 닭발만 먹으면 1회 더 추가되는 거잖아. 별로 안 급한데?’
[······.]동수는 피식 웃으며,
‘점심 전까지 좋은 거래 조건을 제시해봐.’
[···알았다.]가온은 침묵했고, 동수는 윤하얀을 보며 물었다.
“대본은 어디까지 썼어요?”
“일단 ‘부산 친구’ 대본은 먼저 완성했어요! 아직 퇴고 전이고요! 지금은 ‘삼국지’ 역할극 쓰고 있어요!”
역할극 여행은 총 다섯 가지 역할극을 하기로 했다.
‘부산 친구’, ‘삼국지’, ‘무협’, ‘서유기’ 그리고 ‘삼총사’다.
어제 시작했는데 벌써 두 개째라니···.
“빠르네요. 역시 윤 작가님, 대단합니다!”
칭찬은 윤하얀을 춤추게 했다.
“제가 좀 대단하긴 하죠! 헤헤헤!”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세요.”
“물론이죠! 저는 프로라고요!”
동수는 그녀에게 엄지 척을 했다.
그런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그런데 삼총사 원고는 언제쯤···.”
“그건 마지막에 쓸 거예요.”
단호한 대답에 동수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 때문이다.
‘All for one! One for all! 라는 주제가 잘 포함되면 좋겠는데···. 윤 작가가 잘하겠지만···.’
그때 윤하얀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서운해하지 마세요! ‘삼총사’는 좀 더 생각이 필요해서 그런 거니까요!”
“알겠습니다. 아, 완성한 대본 읽어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바로 프린트해드릴게요!”
“고맙습니다!”
동수는 그녀가 가져온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는 피식 웃었다.
‘재밌네. 특히 이 부분이···.’
『미진, 강아지풀로 유정의 코끝을 간질이며,
미진 :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유정 : 천마 입니더.
미진 : ···므야?
유정, 어디선가 천마를 안고 달려와,
유정 : 천마라고요!
미진 : (강아지풀로 유정의 뺨을 간질이며) 느그 아버지 천마라 좋겠다! 이 귀염둥이야!
유정 : (버럭 짜증을 내며) 누가 좋다 했십니까?
미진, 당황하고.
유정, 천마를 품에 안고 큐티 걸즈 ‘스마일 하트’를 부르며 사라진다. 미진, 책상에 앉아 있던 리나에게
미진 : 즈그 아부지가 진짜 천마이가?
리나 : 네. 선생님 실수하셨는데예. 유정이 아부지 천마 맞는데예.
천마, 등장하며 천마군림보 하고,
미진, 그걸 보며 암담한 표정.
미진 : (망했다는 듯) 하···. (리나 노려보며) 그란데, 니는 뭔데 건방지구로 내 보고 실수했다고···.』
영화 속 명장면이 잘 떠올랐다.
조금 약 빤 거 같은 느낌도 있지만···.
유쾌해서 좋았다.
그때 윤하얀이 물었다.
“어때요?”
“아주 좋아요. 하하.”
“다행이네요!”
“다른 대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네!”
윤하얀은 노트북 자판을 힘차게 두드리기 시작했고, 동수는 그녀의 대본을 읽으며 촬영 계획을 짰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점심시간이 됐다.
= = = = = = =
동수와 윤하얀은 약속 시간에 맞춰 목동역 근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점심시간답게 카페에는 사람이 많았다.
동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박장우 작가한테 전화를 걸었다.
[네, 강 PD님.]“혹시 어디쯤 오셨나요?”
[카페입니다.]“아, 그래요? 그럼···.”
그때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일어났다.
두리번거리던 그와 동수는 눈이 마주쳤다.
그는 짧은 스포츠머리와 뚜렷한 이목구비로 무척 남자답게 생겼다.
동수는 천천히 스마트폰을 귀에서 떼며 생각했다.
‘저 사람이 박장우인가?’
서른 살이라고 했는데, 윤하얀보다 훨씬 연상으로 보였다.
윤하얀이 동수의 등을 톡톡 건드리며 물었다.
“저보다 동생 맞죠···?”
“네, 맞습니다. 눈빛 보세요. 서른의 풋풋함이 안 느껴져요?”
“서른의 풋풋함···.”
그때 남자가 다가오더니,
“혹시, 강동수 PD님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그는 활짝 웃더니 손을 내밀며,
“처음 뵙겠습니다. 박장우라고 합니다.”
동수는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데이터 해킹 시작. 1%··· 2%···]해킹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강동수입니다. 이쪽은 윤하얀 작가입니다. 저희 프로그램 메인이세요.”
박장우는 동수의 손을 놓더니, 윤하얀에게도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박장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동수랑 인사할 때보다 군기가 바짝 들었다.
직속 상사를 대하는 느낌이랄까?
윤하얀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윤하얀이라고 해요.”
-띠링
『박장우의 앙상블 점수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곧바로 앙상블 점수를 확인했다.
『박장우 앙상블 정보』
【해킹률: 7%】
【앙상블 점수 : 84점(B등급)】
【오차율: ±1%】
【상세 능력치: (해킹률 10%부터 가능)】
‘그대로네?’
[다행이군.]동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우선 앉아서 얘기할까요? 아! 마실 건 뭐가 좋으세요?”
세 사람은 각자 마실 걸 주문한 뒤 자리로 향했다.
동수와 윤하얀은 박장우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고, 그는 성실하게 대답했다.
‘괜찮은데?’
‘성실해 보이네?’
그때 동수가 프로필을 보면서 물었다.
“방송 작가 하시기 전엔···. 매니저를 하셨네요?”
“하하, 네.”
“왜 그만두신 거예요?”
“그만둔 게 아니고, 회사가 망해버렸습니다.”
“아···.”
“간판이던 연예인이 은퇴하고, 사장님은 회사 경영이 힘들어지자 잠적해버리고···. 결국 퇴직금도 못 받고···.”
동수와 윤하얀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저런···.”
“어쩜···.”
박장우는 씁쓸하게 웃으며,
“사회 경험이죠, 뭐···.”
윤하얀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작가는 왜 하시게 된 거예요?”
“그게···.”
박장우가 뒷말을 흐리자, 윤하얀이 재차 말했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면 안 하셔도 돼요!”
“아뇨···. 곤란한 건 아니고···. 하하. 사실···.”
그는 조금 쑥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장우가 매니저를 했던 이유는 동경하던 가수가 은퇴했기 때문이었다.
매니저로 성공해서 기획사를 차리고 그 가수를 다시 복귀시키기 위해서!
하지만 그가 기획사를 차리기도 전에, 그 가수는 복귀했다!
어떤 천재 드라마 작가에 의해서!
기뻐할 일이지만, 왠지 조금 허탈했다.
그때쯤 다니던 기획사가 망하고···.
“방황하다가 새로운 꿈을 찾았습니다.”
바로, 작가였다.
동경하던 가수를 복귀시킨 천재 작가처럼.
“저도 훌륭한 작가가 돼서 그분을 빛나게 해주고 싶어요.”
눈을 반짝이는 박장우를 보며 윤하얀은 동수에게 속삭였다.
‘이게 오빠 부대··· 아니, 빠돌이죠?’
‘빠돌이가 뭡니까? 팬이죠. 팬.’
‘보통 팬이 이 정도는 아니잖아요.’
‘뭐, 이런 팬도 있을 수 있죠.’
박장우는 두 사람의 속삭임은 듣지 못하고 뒷머리를 긁적이며,
“아직 입봉도 못한 작가가 꿈만 크죠.”
“아닙니다. 보기 좋습니다. 그렇죠, 윤 작가?”
“맞아요!”
“하하, 감사합니다.”
동수는 그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박장우 (해킹률 7%)』
『성별: 남/ 나이: 30/ 직업: 작가』
『특기 1: 순정 /특기 2: 디딤돌』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순정? 디딤돌?’
[박장우가 동경하는 가수한테 품은 감정은 순수한 애정이다. 그의 인생 첫 페이지에 장식될 정도로···.]가온의 설명을 축약하면 나쁜 사람은 아니란 거다.
‘디딤돌은 뭔데?’
[그는 다른 사람의 발판 역할을 하며 기쁨을 느낀다. 심지어 본인에게 피해가 돼도···.]‘좋은 건가···?’
‘흠···.’
동수는 고민하더니,
‘우선, 윤 작가랑 상의를 좀 해봐야겠네.’
“박 작가님,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면접이라고 생각되지 않고···.”
“상의해보고 내일까지 연락을 드리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동수와 박장우는 작별의 악수를 나눴다.
[데이터 해킹 시작 10%···. 컨디션 기능 활성화.]『박장우의 앙상블 점수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알림창을 힐끗 본 동수는 박장우가 멀어지자 곧바로 앙상블 정보를 확인했다.
『박장우 앙상블 정보』
【해킹률: 10%】
【앙상블 점수 : 85점(A등급)】
【오차율: ±2%】
【상세 능력치: [보조 특화]】
눈에 띄는 점은 두 가지다.
우선 점수가 1점 올라서 A등급이 됐다는 것.
그리고 다음은 상세 능력치···.
‘보조 특화라고?’
[누군가를 지원하는데 특화되었다는 거다.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추진력은 부족하지만, 이끌어주는 사람만 있다면 본인의 능력을 여지없이 발휘하는···.]발판 특기에 보조 특화까지 동수는 박장우가 서브 작가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윤하얀이 물었다.
“박 작가, 어떠셨어요?”
“나쁘지 않았어요. 순수한 분 같기도 하고···. 윤 작가는 어때요? 박 작가를 서브로 고용하는 거요.”
“음···. 착한 분인 건 알겠는데···. 일하는 스타일이 맞을지는 걱정이에요. 박 작가가 조금 자기 주관이 약한 거 같아서요. 저는 함께 으쌰으쌰 하는 스타일이 좋은데···. 물론 결정은 PD님이 하시는 거지만···.”
동수는 난감했다.
‘윤 작가는 보조보다는 동료를 원하는 건가? 어쩌나···.’
“하지만 괜찮은 분 같고···. 후움···.”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고민을 더 해봅시다.”
“네!”
그는 힐끗 시계를 보더니,
“점심이 많이 늦었네요. 냉면 먹으러 갈까요?”
“와아! 좋아요! 박 PD한테 어디로 오라고 할까요?”
“마이어 백화점 지하 푸드 코트요.”
“백화점이요? 왜 거기까지···.”
그때 가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 설마···.]동수는 가온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거기 속초 코다리 냉면이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알겠어요! 거기로 오라고 할게요!”
“네, 그럼, 출발하죠!”
두 사람은 걸어서 마이어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때 고개를 갸웃했다.
무척 추운 날씨인데 이상하게 몸이 따뜻했기 때문이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온열 기능 덕분이다.]‘뭐?’
[당신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온열 기능을 설치했다.]-띠링
앙상블 시스템 아이콘 옆에 난로 모양의 아이콘이 생겼다.
[추울 때 터치해라.]‘이럴 필요 없는데···.’
[코다리 냉면 고마워.]동수는 담담한 얼굴로,
‘딱히, 너를 위해선 아닌데···. 내가 먹고 싶어서 가는 거야.’
[당신 솔직하지 못하군.]‘뭔 헛소리야.’
‘······.’
[데이터 기록···. 쑥스러움···.]‘···시끄러워.’
그때 윤하얀이 오돌오돌 떨며 말했다.
“으아···. 칼바람···. 귀가 잘릴 거 같아···.”
동수는 난로 모양 아이콘을 힐끗 보며 피식 웃었다.
‘이거 괜찮네. 이번에 야외 촬영할 때 좋겠어.’
그리고 며칠 뒤, ‘멍멍이와 산다!’ 23회 촬영이 시작됐다.
주제는 ‘무작위 역할극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