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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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왕(神王)
행정에 대해서는 딱히 손을 댈 것이 없었다. 현재 길드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음에도 그와 혜진, 그리고 이예슬을 비롯한 소수의 몇 명이 보조하는 것만으로도 무리가 없었으니까.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에레도스 시스템 덕분이다.
간단하게 세금에 대한 것만 생각해봐도, 만약 에레도스가 없다면 이것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된다. 개인의 특정한 수익활동을 무엇으로 어떻게 규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얼마를 세금으로 거둘 것인가, 그것을 시행할 제도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구멍 없이 관리하기까지 어마어마한 행정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류한 왕국은 그럴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초월적인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판단되어 거둬진다. 헛점이 생기거나 부정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세현이라 해도, 만약 그가 세력을 만들지 않은 개인이었다면 특정 세력의 영역 안에서 이 세금 부과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마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것처럼, 골치 아픈 다양한 현실적 문제들을 에레도스 시스템이 개입해 자동으로 처리 관리해준다. 태블릿 몇 번 조작하는 것만으로 월 단위로 걸릴 행정업무를 분 단위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지금 그가 이토록 신중히 체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시스템은 언제든지 즉각적인 수정이 가능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첫 단추를 잘못 꿰서 괜한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건 이제 막 생겨난 신생왕국 입장에서 결코 좋지 않았다.
세현은 다시금 일에 집중했다.
이제는 왕국이 되었으니 법률에 대한 것도 골자 정도는 확실하게 정리해놔야 했다. 이미 인류가 그동안 쌓아온 방대한 법률체계에 대한 자료가 있으니 처음부터 만들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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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 어떤 종교단체의 예배당으로 사용되던 커다란 건물 안, 그곳의 단상에서 한 남자가 더 없이 경건하고 엄숙한 어조로 연설하고 있었다. 깔끔하게 빗어넘긴 머리와 단정하게 다듬은 수염, 격식있게 차려입은 옷가지와 태도 및 행동 하나하나까지 묵직함과 신뢰감을 주는 중년의 남자다.
그가 마주한 전면에는 적어도 이백은 넘는 수의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사소한 잡담조차 나누지 않고 집중하고 있었다.
“저 임재민은, 더 이상 이곳에 흐르기 시작한 거짓된 믿음을, 광신을 가만 내버려둘 수 없다고 결의했습니다. 류한의 수장 한세현이 유능한 인물이라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신이라니? 그게 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의도한 침묵과 함께 다시금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들과 눈을 맞춘 중년인, 임재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말도 안 됩니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우리 형제자매들처럼 진실된 믿음과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 눈앞에서 보란듯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어리석은 광기가 우리의 미래를, 나아가 이 땅의 미래를 얼마나 어둡게 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참으로 통탄스럽습니다. 동시에 진실된 신앙이 행여나 거짓에 가려져 빛을 바랠까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옳소!”
“광기지, 광기!”
몇 사람이 호응하듯 말했다. 크게 소란스러워지지 않았음에도 분위기는 기이할 정도로 달아올랐다. 마치 당장이라도 무언가 폭발할 것처럼.
“수호교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일개 사람을 신으로 추앙하는 삿된 자들에게, 또한 그 삿됨에 미혹된 자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진실된 신앙과 믿음을 수호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야 말로 수호해야 할 때입니다!”
그는 강력한 호소 후 잠깐의 침묵을 더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결연하게 말했다.
“이 걷잡을 수 없는 불온한 흐름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이제 오직 한 가지 뿐입니다. 불행하게도 류한의 위세를 등에 업은 저 사특한 것들의 세가 너무 강하여, 우리의 목소리가 덧없이 묻혀버리기에 평화로운 방법으로는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뒤쪽의 문을 가리켰다.
“오늘 우리는 성전을 시작할 겁니다. 전투에 자신이 없는 형제자매께선 지금 빠지셔도 좋습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을 저 임재민이 대표하여 약속드립니다. 성전이 벌어진 후 빠지신 형제자매 여러분께선 부디 우리의 뜻이 사라지지 않…”
“아니, 참가할 겁니다. 나는 도망치지 않습니다!”
“내가 죽더라도 이 희생이 헛되지 않으리라 믿어요.”
“이 광기의 현장에 찬물을 부을 수만 있다면,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제정신을 차릴 수만 있다면 나는 죽어도 괜찮소!”
단 한 명도 예외없이 전투의지를 불태웠다.
류한의 본거지인 이곳에서 류한이 보호를 약속한 종교를 불법적인 무력으로 공격하려는 작전, 그런데도 빠지는 이가 없다. 모두가 죽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치 희생을 자처하는 성자(聖者)처럼 결연함만이 가득했다.
임재민은 이 놀라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여기 모인 이들은 전부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그만큼 신앙심 깊은 이들 뿐이었다. 애초에 여기까지 와서 빠지겠다고 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기도합시다. 오늘 우리가 죽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승리할 것입니다. 미혹의 안개를 거둬내는 것으로 우리는 우리가 태어난 사명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시작은 그 어떤 이들보다 찬란하고 따스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 이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같은 행동을 취하며 눈을 감고 머리를 숙인다.
조용한 가운데 임재민의 나직한 기도문이 울렸다.
에레도스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발생한 이후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 기도시간 때마다 외던 기도문이다. 현재의 상황에 맞춰 약간의 내용 변경이 가해지긴 했으나, 그의 목소리는 마치 이 기도 이후 잠을 자러 갈 예정인 것처럼 편안했다.
최후의 기도가 끝났다.
임재민은 앞장서서 중앙을 가로질러 문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서는 그의 뒤를 죽음을 각오한 신도들이 조용히 뒤따른다.
깊은 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한 마디 대화도 없이 이동하는 이백여 명의 사람들은 굉장히 눈에 띄었다.
뭔가 사단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직감한 근처의 사람들이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임재민의 무리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수호교의 신전까지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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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수호교의 신전 근처에는, 깊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신전이라는 상징적인 건물 근처에서 적당히 따뜻한 날씨와 잔잔한 고요를 즐겼다. 주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지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 평온이 깨어진 것은 일단의 무리가 멀리서부터 접근해오면서였다.
“저 사람들 누구야?”
“어디 클랜인가?”
“글쎄. 그런데 이쪽으로 오는 건가?”
몰려오는 수백의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표정이 굳는다.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일부 인원들은 자신의 무기를 점검하며 앉아 있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제 남은 거리는 백 미터도 되지 않는다.
“진짜 여기로 오는 것 같은데?”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정체를 알 수 없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냥 일상적으로 모여 접근해오는 모습이었다면 그럭저럭 안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들 전부가 대화 한 마디 없이 다가오는 게 정말로 심상치 않았다.
그 긴장감이 긴박감으로 변한 것은, 몰려오던 무리의 선두에 선 한 남자가 무기를 뽑아든 순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시퍼런 청광이 흐르는 칼날이 나타났다.
“성전이다-!!”
밤의 적막을 찢는 고함이 터졌다.
동시에 수십의 인원들이 제 무기를 뽑아들고 돌진을 시작했다.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그들의 뒤편에서 메아리치는 캐스팅 소리와 함께 온갖 종류의 빛이 터져나왔다.
[만물이 재로 화하리니, 폭발하고 타올라라!] [몰아쳐라 격노한 폭풍의 노래여!] [병사여 지금 부름에 답하라!] “이런 미……!”꽈과광!
쾅! 콰앙!
누군가의 욕설이 채 끝나기도 전 떨어진 마법들에 폭발이 일어난다.
“피해!”
맞서 싸우기엔 수가 너무 많다. 상대가 무기를 뽑아드는 그 직전까지, 설마 류한의 영토에서 갑작스레 테러를 가하는 미칫 짓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사격수들의 무자비한 공격이 쏟아졌다.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푸른빛이 번쩍일 때마다 사람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쫓지 마십시오! 우리의 목표는 저런 잔챙이들이 아닙니다!”
임재민의 외침에 도망치던 사람들을 쫓으려던 이들이 멈칫한다. 그들은 곧 방향을 바꿔 수호교의 신전을 향해 들이닥쳤다.
쾅!
“으음!”
한 전사가 문짝을 부술 생각으로 숄더차지를 가했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갖가지 장식이 더해졌을 뿐 재질은 나무처럼 보이는데,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보호받고 있었다.
“흐아아압!”
쾅!
허나 본격적으로 다른 전사들까지 가세하여 무기를 내려치기 시작하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몇 분 버티지 못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이 문을 부수기도 전에 먼저 그것이 열렸다.
거센 힘에 튕겨지듯 열리는 문짝, 붙어있던 전사들이 그에 부딪혀 휘청이며 물러섰다. 열린 신전의 안쪽에선 다섯 명의 사람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이것들은?”
“류한……!”
남자 셋에 여자 둘로 이뤄진 다섯 명 모두 류한의 제복을 입고 있다. 습격자들의 기세가 단지 그들의 등장만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잠시였다.
“죽여! 수호교 놈들이다!”
누군가의 외침과 이후 가장 먼저 총탄이 날아들었다. 선두에 섰던 류한 전투원, 기사 직업을 가진 남자가 반사적으로 치켜든 방패에서 불꽃이 튄다. 그 공격은 시작에 불과했다.
“우와아아아!”
“죽어라 이 사교도야!”
[차가운 증오의 창이여, 내 적을 꿰뚫어 죽이라!]
[네 안의 어둠을 직시하리니, 실명하라!]
[대적을 물어뜯을 하늘의 심판을, 울부짖는 청광의 사슬이여!]
번쩍이는 빛과 함께 쏘아진 마법에 방패 위로 폭음이 터진다. 류한 기사가 묵직한 신음성을 토해내며 수 걸음이나 밀려났다.
[빛이 그대를 수호하고, 강철이 깃들어 생명을 피우고 벼락을 휘두르라!]뒤쪽에 선 여성 광휘술사가 황급히 버프를 걸며 스태프를 휘둘렀다. 내장된 충격파 마법이 발동하며 한순간 보랏빛이 번쩍인다.
뻐어엉!
날아들던 후속 공격들이 강력한 파장에 부딪혀 폭발했다. 마법사 한 명이 서둘러 주문을 캐스팅하고 사격수 한 명은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이들에게 KS11소총을 겨눴다.
한순간 뿜어진 푸른빛 마력의 줄기가 소총과 그의 몸까지 감싸며 직각으로 뻗어져 대지에 박혀든다.
“이 새끼들이 감히 어디서 지랄이야!”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원래 소총의 사격속도를 한참이나 능가하는, 그야말로 미니건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속도의 어마어마한 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40레벨 ‘고정속사’ 스킬의 위력은 막강했다. 혼자서 어지간한 사격수 열 명은 될 법한 화력을 쏟아내자 습격자들의 선두가 벌집이 되어 우수수 쓰러지기 시작했다. 목숨을 도외시하고 달려드는 소환수들 역시 쏟아지는 마력 탄환세례에 산산이 박살나 흩어진다.
무시무시한 사격을 쏟아내는 그의 가슴팍에는 완전한 매화 형상의 표식이 보였다.
그를 노리고 상대측에서 마주 원거리 공격이 쏟아졌으나 그는 총구를 살짝 돌리는 것만으로도 날아드는 공격의 대부분을 찢어발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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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꾹!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