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28)
227화 – 202호, 저주의 방 – ‘인어공주’ (5)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0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202호 – 저주의 방 ‘인어공주’
현자의 조언 : 1]
– 한가인
오후 4시, 각자 해신 섬을 돌아다니며 약간의 휴식을 취하던 중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 고오오오!
난데없이 지옥의 가장 깊은 심연에서나 들려올 듯한 거대하고 아득한 울음에 놀라서 사방을 돌아보다가 깨달았다. 충격에 빠진 사람은 나 뿐이다. 섬의 주민들은 소리가 처음 들려올 때는 약간 놀라다가도 별일 아니라는 듯 곧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갔다.
이 섬의 주민들에겐 익숙한 일인가? 소리가 멈추자마자 즉시 근처에 있던 세레나데가 보낸 안내인에게 질문했다.
“이건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카다루다흐께서 악몽을 꾸시며 내는 소리 말씀이시죠?”
“카다루다흐의 악몽?”
카다루다흐 라는 단어는 알아들었다. 외부의 인간들은 해신, 대양의 신, 바다의 신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부르는 어인족이 섬기는 신의 진짜 이름이라고 한다.
“물론 악몽이라는 건 비유입니다. 실제로 왜 저러시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거의 수백 년째 이어진 현상이라 자연현상의 일종으로 받아들일 뿐이죠. 어쩌면 신께서도 우리처럼 악몽에 시달리는지도 모르죠.”
“큰 의미는 없는 겁니까?”
“사실 의미가 있긴 합니다. 저 울음이 울려 퍼지고 2, 3일 정도는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거든요.”
외부와의 소통 단절?
놀라서 스마트폰을 확인하자마자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전파가 끊겨서 인터넷은 물론 전화 등 기능도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내 당황한 표정을 본 안내인이 오히려 자신이 놀랐다는 듯 말했다.
“모르셨습니까? 워낙 유명한 현상이라 육지에서도 상식일 텐데요?”
우리가 가진 정보의 허점을 발견했다. 필요한 정보는 청성 그룹과 관리국에서 보낸 수백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서류에 대부분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지금 발생한 이 기현상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해신 섬이 주기적으로 외부와 연락이 단절된다는 사실은 이 무대의 대한민국 사람에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상식이기 때문이겠지. 물론, 이 사람들의 상식이고 우리의 상식은 아니다.
대체 왜 모르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안내인에게 해외 체류 기간이 길다고 얼버무렸다.
“그런데 ‘우리처럼 악몽에 시달린다’라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어인족들이 악몽을 많이 꾸는 모양이죠?”
안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
동료들도 이미 상황은 파악한 상태였다. 돌아오자마자 송이가 내 팔을 끌고 어딘가 데려가기 시작했다.
“저랑 은솔 언니가 관공서를 돌아다니다가 무언가 발견했어요. 오빠도 직접 보세요.”
송이 손에 이끌려 도착한 장소는 관공서 1층, 세레나데가 세운 업적을 자랑하는 사진들이 걸려있는 장소였다. 송이는 걸려있는 사진 중 한 사진을 가리켰다.
“이 사진을 보면 돼?”
“자세히 보세요.”
“음. 도지사님이 일 열심히 하셨나 보네. 섬의 상수도를 재정비하면서 이 건물을 세운 -”
“오빠, 그거 말고 요거요.”
송이 손가락이 향해있는 장소를 눈을 크게 뜨고 노려보자, 거대한 사진 구석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엘레나네.”
“엘레나예요! 참고로 엘레나가 나온 다른 사진은 한 장도 보지 못했어요. 이게 무슨 의미일 것 같아요?”
엘레나가 봉인 당하며 ‘시나리오의 주요 인물’이 되었으리라는 점, 도지사의 업적 자랑 사진에 나올 만큼 ‘높은 신분’이었다는 점, 그런데도 마치 흔적이 지워지듯이 다른 사진은 한 장도 없고 이 사진에서만 구석에 작게 흔적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답은 나왔다.
“엘레나가 숙청당한 해신의 딸 중 한 명이 된 상태구나.”
“은솔 언니도 똑같이 생각했어요. 틀림없죠.”
“너희 둘, 조심성 없게 여기서 떠들지 말고 따라와.”
고개를 돌리자 아리가 있었다. 다행히 주변에 다른 사람은 없었지만, 이 장소는 해신 섬의 관공서. 우리가 자유롭게 회의할만한 장소는 아니다.
관리국에서 제공한 리무진 쪽으로 돌아가자 이미 동료들이 다들 모여있었다. 도착하자마자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왔구나. 너 오는 사이에 엘레나를 어떻게 깨울지 대화 중이었다.”
201호를 진행하며 모두가 깨달았다. 봉인 당한 참가자를 깨우는 것은 방의 해결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다.
“깨우려면 일단 위치를 알아야 할 텐데 어디 있을까요?”
“그게 문제야. ‘나침반’으로 찾아볼까 생각해보긴 했는데.”
‘나침반’은 아리가 축복을 강화하며 얻은 능력이다. 하지만 나침반은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찾는 힘 아니었나?
“나침반으로 사람도 찾을 수 있어?”
“불가능해. 가능했으면 201호에서도 널 찾으려 했겠지. 나침반은 외형과 특성을 아는 물건을 찾는 능력이지 사람을 찾는 힘이 아니야.”
“엘레나의 소지품을 추적하는 식으로 찾을 수는 없을까?”
“사실 그 방식으로 찾아보려 했는데 쉽지 않았어. 돌이켜보면, 나침반을 얻을 때 ‘초자연적인 힘’은 나침반의 탐색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거든.”
아무래도 2층의 특별한 시스템, ‘봉인’은 봉인 당한 참가자의 소지품을 나침반 능력으로 추적해서 위치를 탐지하는 것을 막는 듯하다.
“그러면 답이 없지 않아?”
“그래서 나도 답이 없나보다 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저 사진을 찾는 순간 혹시나 해서 썼다가 깨달았어.”
썼다가 깨달았다? 그 말은 나침반이 무언가를 추적 중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조금 전 봉인 당한 참가자의 소지품은 추적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호텔이 봉인한 대상은 엘레나야. 그래서 엘레나의 소지품 또한 봉인의 여파로 나침반으로 탐지할 수 없지. 하지만, 호텔 참가자 엘레나가 아니라 202호의 무대 내의 존재인 ‘해신의 딸 엘레나’라면 어떨까? 그녀는 호텔이 가둔 존재가 아니야.”
그제야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다. 우리가 아는 호텔 참가자 엘레나의 소지품은 추적할 수 없지만, 해신의 딸 엘레나의 소지품은 추적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았지. 엘레나는 관공서 지하에 있어.”
듣고 있던 은솔 누나가 지적했다.
“정확히 해. 엘레나가 지하에 있는 게 아니라, 저 사진에 나온 ‘해신의 딸이 입은 옷’이 관공서 지하에 있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옷이 있는 장소에 꼭 엘레나가 있다는 보장은 없겠군요.”
우선, 나침반의 탐지를 따라서 옷을 추적하기로 했다. 리무진을 나와 눈살을 찌푸리며 나침반의 인도에 따라 움직이는 아리의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더 믿을만한 물건은 없을까? 옷을 추적해도 무언가 나올 것 같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엘레나가 갇힌 장소에 도착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잠시 다른 일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선생님?”
“아까 말했던 ‘어인족 관찰’을 더 해보고 싶습니다. 분명 방의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여러분이 바라지 않으신다면 – ”
“상현 군, 우리에게 허락을 구할 필요 없네. 자네 판단에 확신이 섰다면 그 판단을 따르게. 어차피 이 장소에서 뭘 해야 할지 정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감사합니다.”
“방호복도 챙기자. 누가 입을래?”
“은솔아, 지금은 내가 앞장서는 중이니까 내가 입을게.”
*
– 박승엽
휘청거리는 초거대 갯지렁이의 머리 위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정체 모를 소녀에게 다가가자 빼액거리는 비명이 들렸다.
“꺅! 오지 마세요!”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제발! 제발 오지 마세요! 전 나쁜 사람 아니에요~!”
개소리네. 내가 바보냐? 사람 잡아먹는 괴수 위에서 누가 봐도 내가 이 괴수를 조종 중이다! 하는 느낌으로 있으면서 나쁜 사람 아니라고?
내가 한 걸음을 다가갈 때마다 소녀는 두려움을 느끼는지 한 걸음을 물러섰다. 하지만, 갯지렁이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머리 위 공간에는 한계가 있다. 물러서는 데에도 한계가 올 –
“꺄아아아앙아아앙!”
… 소녀가 뒤로 물러서다가 머리에서 미끄러지며 떨어졌다. 진짜 바보 아니야?
— 출렁~!
동시에, 거대한 갯지렁이가 갑자기 몸 전체를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나 또한 3초도 버티지 못하고 자세가 무너지며 미끄러졌다.
으아! 고속버스 터미널 옥상에서 우리를 ‘내려보던’ 갯지렁이의 머리에서 떨어지면 대체 몇 미터에서 추락하는 거야? 이렇게 뒤진다고???
…
부드럽고 따스한 무언가가 밑에서 날 받아냈다. 그제야 날 가호하는 대우주의 가호, ‘천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대체 누구 – 페로야?”
엉뚱하게도 밑에서 날 받아낸 존재는 페로의 변신체, 그로테스크였다!
그로테스크로 변한 페로는 하늘은 날 수 없으나 수영 실력은 탁월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 덕분에 부산을 초토화하는 쓰나미 속에서 그로테스크가 유유자적하게 헤엄치다가 날 받아내는 건 그리 놀랍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얘는 대체 여길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분명히 송이 누나 따라서 해신 섬으로 들어갔잖아?
그나저나 아까 떨어진 여자애는 어디로 갔을까? 이미 죽었나?
— 콰아아!
파도가 몰아친다. 그로테스크의 몸이 요동침과 동시에 내 몸도 튕길 기세여서 정신없이 그로테스크의 목을 붙잡았다.
— 꽤에에엑!
“오! 방금 소리는 완전히 오리 같았어. 페로야, 좀 참아! 나 떨어지겠어!”
다행히 그로테스크는 짜증을 내면서도 날 떨어트리진 않았다. 그리고 무언가 내 발을 붙들었다.
“뭐, 뭐야아아!”
“저예요.”
마치 나를 잘 아는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아까 전의 소녀가 물속에서 나타났다!
“너, 안 죽었어?”
소녀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제 조상님이 물고기라는데 물에서 죽으면 추태 아닐까요? 그보다! 당신!”
“어? 어?”
“관리국의 고수분이시죠? 아까 전의 신묘한 경공은 잘 봤습니다. 비전의 무술을 익힐만한 나이로 보이지는 않는데…. 설마? 반로환동(返老還童)! 상상 속의 경지라 들었는데!”
“너 뭔가 이상한 생각 하는 중인 것 같아.”
“비밀은 지켜드리죠. 그보다 당신이 방해해서 사람이 많이 죽게 생겼잖아요!”
“대체 무슨 -”
“전 콩이와 함께 사람을 구하려는 중이었다고요! 콩이의 모습만 보고 사람을 해칠 줄 착각하신 건가요? 저걸 보세요!”
소녀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콩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름의 대 괴수 갯지렁이의 목에 아까는 미처 보지 못한 거대한 철제 상자가 있었고 상자 안에는 다수의 사람이 있었다. 진짜 사람을 구출 중이었다고?
“야! 세상에 누가 저 괴물을 보고 사람을 구한다고 생각하냐? 머리에 리본이라도 달던가!”
“리본이요? 그거 괜찮은 생각 –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빨리 제 피리를 찾아주셔야 해요. 피리가 없으면 콩이를 통제할 수 없어요.”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이 여자아이는 저 괴물을 데리고 사람을 구출 중이었는데, 갑자기 괴물 머리로 올라온 날 보고 놀라서 도망가다가 괴물을 통제하는 피리를 잃은 상태다.
“그 피리가 어디 있는데?”
소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자 물결에 쓸려가던 자동차가 건물에 걸쳐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보이시죠?”
뭐가 보인다는 거야?
“안법(眼法)을 익히셨을 테니 저 자동차 바퀴 쪽에 피리가 끼어있는 게 보이실 거예요. 다행히 피리가 쓸려가다가 저기에 꽂혔거든요. 가져와 주세요.”
???
“내가? 저걸? 대체 어떻게? 장애물이 많아서 페로도 들어가기 힘들어 보이는데?”
소녀는 너무나 태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페로라면 탑승 중이신 신비한 새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당신이 뭘 고민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등평도수(登萍渡水 : 물 위를 달리는 경신법의 경지)의 수법을 쓰시면 간단하잖아요. 설마 이 와중에도 정체를 숨기실 생각이신가요?”
말문이 막혀서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간신히 입을 벌려서 아까부터 궁금했던 점을 질문했다.
“넌 대체 누구야?”
물에 쫄딱 젖은 소녀는 싱긋 웃었다.
“내 이름은 리링가노르, 혹자는 나를 해신의 셋째 딸이라 부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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