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89
제389화
* * *
제주도.
카페 연야는 오픈 이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맛있게 드세요.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고요.”
“네에….”
한 나잉이가 홀린 듯이 답했다.
백야를 똑 닮은 미중년이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어린 소녀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물론 카운터 쪽도 만만치는 않았다.
“주문 도와드릴까요?”
“어떡해, 너무 예뻐…!”
하루아침에 제주도 핫 플레이스로 거듭난 카페를 위해 서울에서 날아온 백연이 주인공이었다.
“감사합니다~ 주문은요?”
“가, 감귤 주스 두 잔이요.”
“창가 자리 맞으시죠? 가져다드릴게요.”
카페를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앳된 외모의 여성들이었다.
물어보지 않아도 이들이 누구 때문에 이곳을 찾은 건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한 테이블도 빠짐없이 데이즈의 포토 카드와 멤버들을 닮은 인형들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백연아, 피곤하면 쉬어도 돼.”
제조 바에서 음료를 만들던 엄마 복숭아가 딸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봤다.
“아니야, 엄마. 저기 테이블 비었다. 내가 가서 닦고 올게.”
테이블이 만석임에도 카페 밖은 웨이팅을 하는 손님들로 즐비했다.
급하게 히터를 꺼내 와 설치했음에도 추운 날씨에 바깥이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들 어떻게 알고 오시는 건지….’
엄마 복숭아는 며칠 전 스토어 알림이 1초에 한 번씩 울리던 날을 떠올렸다.
당연히 전산 오류일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 주문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여보. 괜찮아요? 힘들면 조금 쉬어요.”
마침 서빙을 끝내고 돌아온 남자가 엄마 복숭아를 걱정스레 바라봤다.
“아니에요. 당신이 더 힘들죠. 이건 6번 테이블이요.”
손은 트레이를 붙잡고 있었지만 눈은 엄마 복숭아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얼른 가요.”
입술이 조금 삐져나온 게 픽업대를 떠나기 아쉬운 모양이었다.
카페가 술렁이는 걸 느낀 엄마 복숭아는 얼굴을 붉히며 남자의 손등을 약하게 밀었다.
그 순간 곳곳에서 숨죽인 비명이 들렸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오른 엄마 복숭아가 뒤돌아서는 순간, 마침 카페 입구가 열리며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비명의 원인은 큰 햄스터가 아닌 주인공처럼 등장한 이 남자 때문이었다.
“미친. 김지훈이다.”
나잉이들의 시선 끝에는 검은색 터틀넥 니트에 재색 수트. 그 위로 어두운 색상의 오버사이즈 코트를 걸친 지훈이 꽃다발을 든 채 서 있었다.
뉴스에서나 보던 인물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는지, 다들 넋이 나간 얼굴로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님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는데….’
한편 지훈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테이블을 닦고 카운터로 돌아가려던 백연은 오도카니 멈춰서 지훈을 바라봤다.
“……?”
“연아.”
백연에게 다가간 지훈은 그녀의 손에 들린 행주를 가져온 대신 작은 꽃다발을 안겨 주었다.
꺄아악!
드라마에서나 보던 재벌가 로맨스의 한 장면에 카페가 뒤집어졌다.
“이게 뭐야?”
“빈손으로 오기 그래서.”
“내가 못 살아, 정말….”
부끄러운 듯 백연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핫. 그런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 우리 애기 인기 엄청 많구나….”
당황스러워하던 지훈은 저희를 주시하고 있는 나잉이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곧장 카운터로 다가가 장모님에게도 작은 꽃다발을 내밀었다.
“어머니~ 사위 왔어요.”
“……?”
누가 모녀 아니랄까 봐 놀라는 얼굴도 똑같았다.
“아르바이트 구하신다면서요? 지원하러 왔습니다.”
코트와 재킷을 벗어 가까운 의자에 걸쳐 둔 그는 아빠 복숭아가 들고 있던 트레이를 자연스레 가져왔다.
“몇 번 가져다드리면 될까요?”
“어? 6번….”
아빠 복숭아도 얼떨떨한 얼굴로 지훈을 바라봤다.
“넵. 다녀오겠습니다. 장인어른은 어머니 옆에 계세요.”
한편 지훈을 따라 예정에도 없던 제주도 출장을 오게 된 김 비서는 매장 안팎으로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무심코 돌린 시선 끝에 음료를 서빙하고 있는 상사를 발견하고는 눈알을 떨어트릴 뻔했다.
“부, 부회장님…!”
허겁지겁 카페 안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길게 늘어난 줄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훈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추가 주문을 기다리는 줄이었다.
찰칵, 찰칵-
설상가상으로 지훈을 찍는 수많은 핸드폰 카메라들까지.
‘안 돼에에에!’
사고는 지훈이 치고 수습은 늘 김 비서의 몫이었다.
* * *
최근 부모님의 가게에 나잉이들이 많이 놀러 온다는 소식을 들은 백야는 기뻐했다.
‘많이’가 얼마만큼의 ‘많이’인지 모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소하게 운영하던 카페는 나잉이들 사이에선 아지트가 됐고, 해외 팬들에겐 제주도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지훈의 도움으로 예약 시스템과 키오스크를 도입해 일손을 덜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 제주도 연야 하루 종일 실트인데 맛집임?
└ 데이즈 백야 부모님 카페
– 지금 어머님 카페 옴ㅎㅎ (카페 사진.jpg)
– 제주도 연야 왔는데 애기 어머님 진짜… 너무 고우시고 아름답고ㅜㅜ 처음엔 누나분인 줄 알았어요
– 아버님 보자마자 왜 청이가 큰 햄스터라고 부르는지 이해 완료ㅋㅋㅋㅋㅋ
– 복숭아 심은 데 복숭아 난다♡
– 애들 연야에서 귤 따기 체험하는 거 보고 싶어짐ㅠㅠ 자컨에 나오려나?
– 연야 카페 알바 구함??? 뒷모습은 일단 합격인데 앞모습 보신 분? (지훈 서빙하는 뒷모습.jpg)
└ 이거 알바 아니고 작은 제우스래요. 사진은 내리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당
└ 헉 감사합니다!
– 카운터에 애기랑 누나분 어릴 적 사진 붙어 있는 거 보여주셨는데 넘나 러블리ㅠㅠ 사진은 허락받고 올려요! (누나 볼에 뽀뽀하는 감자 백야.jpg)
쇼 플레이리스트 대기실.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자란 감자는 어느새 다 커서 직장 동료와 냉철한 비즈니스를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강남! 선돈구!”
“…….”
청의 목소리가 삐악삐악 대기실을 울렸다.
우유즈의 ‘유’를 맡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스페셜 MC로 참여하게 된 백야가 그의 대화 상대였다.
그러나 청의 목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중인 게 분명했다.
“우리 방송국 많이 오니까… 상암?”
청은 정말로 집을 살 생각인지 부동산 앱을 종류별로 깔아 하루에도 몇 번씩 검색해 보곤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개복치의 관심사는 오로지 대기실 구석에 앉아 핸드폰을 하는 성실에게 쏠려 있었으니까.
“아니면 지금 사는 집이 좋아? Mr. ID한테 팔라고 할까?”
청의 외로운 질문은 계속됐다.
너무하다 싶을 만큼의 무관심에 단아가 힐끔거리며 바라볼 정도였다.
‘Mr. ID가 ID 대표님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백야는 왜 아까부터 대답을 안 하지?’
보다 못한 단아는 저라도 대꾸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청아, 미스터 아이디가 누구야?”
“ID Boss!”
당황한 나머지 단아는 곧바로 받아치지 못했다.
“어……. 너희 회사 대표님?”
“당근 하지! 햄스터야, 지금 전화해 볼까?”
“아니? 하기만 해 봐. 그럼 우린 끝이야.”
“으응….”
연락처를 찾던 청은 황급히 화면을 바꾸며 다시 핸드폰에 코를 박았다.
얼핏 봐도 찜해 놓은 매물만 256개. 일단 좋아 보이는 건 다 하트를 누른 것 같았다.
“그럼 한남동? 잠실? 홍대!”
서울에서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동네가 줄줄이 흘러나왔다.
단아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다시금 말을 걸었다.
“집 사려고? 청이 네가 살 집 아니야?”
“당근 하지!”
“그런데 왜 자꾸 백야한테 물어봐?”
“같이 사는 집이니까!”
청은 백야가 자신과 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단아의 시선이 옆을 향했다.
성실을 몰래 훔쳐보던 백야는 재잘대던 목소리가 끊어지자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단아와 눈이 마주쳤다.
“왜? 뭐라고 했어?”
“너희 숙소 나와? 독립하게?”
민성과 연락을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백야도 금시초문인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박했다.
“아닝? 숙소 놔두고 왜?”
“그런데 청이는 왜….”
“우리 같이 살기로 했잖아!”
“내가? 너랑?”
“당근 하지! 무조건 약속했는데!”
청이 격하게 반응했다.
“아니, 잠깐만. 네가 같이 살자고 한 거지, 나는 대답 안 했잖아.”
“그럼 지금 해! Yes or Yes!”
한쪽의 일방적인 구애에 단아는 작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민성이 말하는 ‘보고 있으면 귀엽다’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다나! 나 사기당했어!”
“아니, 애초에 내가 알겠다고 한 적이 없잖아.”
“선싱! 나 사기야! 햄스터가 했어!”
청은 백야의 입에서 알겠다는 소리가 나오기 전까지 반항할 계획인지 억울하다며 성실에게 달려갔다.
“나 햄스터 케이지 사려고 구경하는데 햄스터가 자꾸 말을 이랬다저랬다 해!”
“…네?”
“볼래?”
청은 햄스터와 살 집이었는데 햄스터가 배신했다며 고자질을 하고 있었다.
“우와~ 엄청 좋아 보여요. 그런데 가격이….”
성실은 50억을 가뿐히 넘는 숫자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살 집이네요.”
“Me too.”
“…네?”
“나도 못 사는데? Just 구경하는 거야. 나 돈 조금이야.”
핸드폰을 거둬들인 청은 성실을 빤히 바라봤다. 그에게서 어떤 대답이 돌아오길 바라는 눈치였다.
한편 돌발 행동을 한 청을 보는 백야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걸 그렇게 티 나게 물어보면 어떡해, 이 바보야…!’
다급히 큐카드를 집은 앞발이 단아의 앞으로 내밀어졌다.
“누, 누나! 우리 잠시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아.”
“갑자기?”
백야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단아에게 맞장구치라는 사인을 보냈다.
“청! 잠깐만 와 봐!”
그러나 반려햄의 부름에도 집사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백야만큼이나 당황스러운 성실의 눈이 잘게 흔들렸다.
‘내가 어떤 대답을 드려야 하는 건가…?’
엉거주춤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성실이 뜸을 들이며 말을 골랐다.
“어…….”
“응!”
“힘… 내세요? 지금처럼 열심히 활동하시면 언젠가는 내 집 마련 꿈을 이루실 수 있을 겁니다.”
“……?”
이게 아닌데?
이번엔 청이 당황하려는 순간, 성실이 주먹 쥔 손을 높이 들며 힘차게 외쳤다.
“파이티이이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