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night Flower RAW novel - Chapter 692
692화. 편지
타이 시티의 면적은 작지 않았다. 거기다 길 대부분이 심하게 파괴돼서 구조팀은 오전 시간을 거의 다 들여서야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미사일을 잘못 맞아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곳을 제외한 그 나머지 출구 중 다리를 놓고 길을 닦은 듯한 흔적이 남은 곳은 없었다.
“우리 추측에 문제가 있던 걸까요? 어느 부분이 잘못된 거죠?”
용여홍은 퍽 실망한 듯 시선을 거뒀다. 그는 차라리 미사일 폭격이 단서를 파괴한 것이기를 바랐다.
그 말에 장목화가 웃었다.
“괜찮아. 전의 추리는 여러 가설 위에 세워진 거였잖아. 오차가 생기는 건 당연한 거지. 내가 항상 말했지? 가설은 대담하게, 실증은 조심스럽게. 이제 우리는 적어도 몇 가지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게 된 거야.”
백새벽이 중얼거렸다.
“설마 인혜 병원에 들어갔던 고고학팀 팀원 중 다른 생존자는 없고, 한 명만 도망 나와 타이 시티 제1 고등학교에 들어갔던 걸까요?”
장목화는 잠깐의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
“다른 생존자들이 도중에 변고를 당하는 바람에 다리를 놓고 길을 닦을 틈도 없이 목숨을 잃은 것인지도 모르지.”
“골치 아프게 됐군.”
평가를 내린 건 게네바였다. 이제 미사일 폭격을 당한 타이 시티에서 생존자들이 남긴 흔적을 찾기는 바다에서 바늘 찾기와 다르지 않았다.
성건우가 동조했다.
“맞아, 맞아. 그 생존자들, 인혜 병원에서 도망쳐 나온 뒤 왔던 길을 따라 출구로 향하는 도중에 일을 당했을 수도 있고, 다른 출구를 찾는 동안 변고를 당했을 수도 있으니까.”
고민하던 장목화가 대꾸했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어. 우리는 이제 막 부딪히는 수밖에 없어. 타이 시티를 떠나 길이 끊어진 지대로 돌아간 뒤 거길 우회해 인혜 병원으로 가면서 도중에 뭘 발견할 수 있을지 보는 거지. 만약 아무 수확도 없다면 내일은 회사에 목적지가 이미 파괴됐고 우린 이만 돌아가야겠다고 알릴 거야.”
“좋아요!”
용여홍이 시원시원하게 답했다. 삶의 희망을 되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 * *
약 2시간 후, 구조팀은 우회로를 따라 타이 시티 가장자리에 이르렀다.
여전히 우뚝 선 건물들이 보이는 순간, 구조팀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황회색 고층 빌딩의 어느 창문과 그 주위 외벽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꽤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그 광경은 이상하리만치 눈에 잘 띄었다.
구조팀은 사실 전에 이 입구에 와본 적이 있었다. 다만 그때는 다리를 놓고 길을 닦은 흔적을 찾는 데에만 집중했던 터라 도시를 마주하고 그 안의 건물들을 볼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붉은 페인트야.”
몇 초 후, 게네바가 합성음으로 이뤄진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저게 피였다면 벽에 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일 터였다. 뿌려진 지 오래된 피는 산화되어 검게 변하고 말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백새벽이 중얼거렸다.
“꼭 구조 신호 같은데⋯⋯.”
몇몇 황야유랑자는 어딘가에 갇혔을 때 글을 모르거나 본인은 알아도 밖에 있는 사람이 글을 모를 수도 있었기 때문에 붉은색이나 보라색을 이용해 남들의 시선을 끌곤 했다.
용여홍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 생존자들의 흔적인가? 그들은 이 입구를 통해 도시에 들어갔으니 다른 사람들 역시 이곳을 통해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이곳에 구조 신호를 표시해놓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짝! 짝! 짝!
참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성건우가 용여홍을 위해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몇 초간 고민하던 장목화가 말했다.
“가서 보자. 근데 조심해야 해. 신세계 교차점, 혹은 강력한 변이 생물이나 고등 무심자를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인 것처럼 대비해야 할 거야.”
* * *
얼마 지나지 않아 구조팀은 그 건물 아래에 도착했다.
현재 장목화, 성건우, 백새벽은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했고 용여홍과 게네바는 인공지능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 후 백새벽과 용여홍은 건물 맞은편으로 향해 저격과 엄호하기에 적합한 위치를 찾았다.
게네바는 건물 아래에 남아 지프를 지키며 팀원들의 지원을 맡았다.
쿵! 쿵! 쿵!
완전 무장을 한 채 건물 계단을 오른 장목화와 성건우는 순조롭게 붉은 칠이 돼 있는 창문이 자리한 32층에 도착했다.
집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안쪽에서는 부패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장목화와 성건우는 서로를 마주 보다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안쪽에 인간이, 살아있는 인간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군용 외골격 장치 헬멧에 딸린 방독 여과 시스템에 의지해 용기를 낸 두 사람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평범한 민가였다. 의자, 탁자, 소파, TV 등의 가구가 있고, 붉은 칠이 된 창문 앞에는 책상이 하나 있었다. 그 책상 위에는 잔뜩 오염된 컴퓨터도 한 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책상 앞, 그러니까 문을 마주한 의자에는 짙은 색 옷을 입은 시체가 앉아있었다.
컴퓨터 위에 엎드려 있는 그의 목과 머리는 이미 백골이 되어 있었다.
그쪽으로 조심히 다가간 장목화, 성건우는 시신 근처에 이른 후에야 그 시체의 허벅지와 복부 사이에 끼워진 뭔가를 발견했다.
흑녹색 캔버스 배낭과 그 옆쪽 바닥엔 우베이7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이 도구들을 제외하곤 주위에 다른 시신은 없었다.
장목화는 곧장 시신 곁의 흑녹색 캔버스 배낭을 집어 드는 대신 신중하게 성건우를 돌아보았다.
“주변부터 조사하면서 제거할 위험이 있는지 한번 확인하자.”
두 사람은 분업해 침실, 주방, 거실, 화장실 등등을 모두 다 살펴본 뒤 이곳에 문제는 없음을 확인했다. 다른 시신은 한 구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시신에 남은 썩은 살점 등을 토대로 그가 타이 시티 원주민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아마도 성영희의 남편 기강호가 속한 그 고고학팀의 구성원일 것 같았다.
장목화는 모든 확인을 마친 후에야 장갑을 끼고 시신의 복부와 허벅지 사이에 끼인 흑녹색 캔버스 배낭을 집어 들었다.
지퍼를 여니 가방엔 여러 문서와 자료들이 들어있었다. 그중에서도 몇 장은 깔끔하고 가지런하게 겹쳐진 상태로 맨 위에 놓여 있었다.
장목화는 배낭을 컴퓨터 책상에 내려두고 그 종이를 펼쳤다.
애쉬랜드 문자로 적힌 글씨는 단정하고 또렷했다. 꼭 나중에 이를 발견한 사람이 글자를 잘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하기라도 한 듯 필체가 매우 깔끔했다.
장목화는 성건우에게 경계하란 신호를 보내며, 빠르게 내용을 살폈다.
「난 이 편지를 볼 당신이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어느 세력 출신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죠, 중요한 건 마침내 누군가 이 신비로운 도시에 들어와 우리를 찾았다는 거니까.
제 이름은 노부흥입니다. 구세군의 연구자죠. 당신이 이 편지를 발견했을 때 저는 이미 죽었을 겁니다.
일단 전체적인 상황과 제가 당신에게 이 편지를 쓰는 이유부터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저를 믿으세요. 이건 아주 중요합니다.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이 이 신비로운 도시를 빠져나갈 방법과 관련돼 있는지도 몰라요.
2년여 전, 빙원 동북부에서 꽤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 이후, 빙원의 기후 상황을 관측하는 우리 구세군의 한 기상 관측소에서는 강물을 타고 흘러온 구세계 문명의 산물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구세군이 일찍이 그 구역을 답사했을 당시만 해도 그 강 상류에 잇닿은 도시 유적이나 버려진 마을은 없었습니다.
빙원의 지질 상황 및 유적, 자원 분포 조사를 책임지는 연구소 직원인 저와 제 동료들은 병사들의 보호 아래 빙원으로 가 그 구역을 다시 답사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고고학팀 팀장의 이름은 진명강입니다. 팀장은 학술적 조예가 굉장히 높을 뿐만 아니라 각성자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빙원에 들어온 지 사흘째 되는 날, 제 몸이 좀 안 좋아졌습니다. 밤중에 극심한 복통을 앓다가 팀 내의 의사에게 약을 타 먹을 요량으로 텐트에서 나왔는데, 그때 모닥불 가장자리, 두 텐트 사이의 그림자 속에서 소리 없이 배회 중이던 진명강을 보게 됐습니다.
전 너무 놀랐지만 다행히 때맞춰 진명강을 알아봤습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순찰 중이던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을 겁니다.
그 사이 저를 발견한 진명강은 잠이 잘 오지 않아서 바람을 쐬며 몇 가지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연구자들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그날 이후, 진명강은 갈수록 이상해졌습니다. 원래는 성격도 밝고 팀원들과 대화하는 것도 좋아했는데, 갈수록 말이 없어지고 꼭 우리의 그림자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수시로 대열의 맨 끝으로 뒤처지더군요.
베이안 호수의 휴게소에 이르렀을 무렵, 진명강은 우리한테 깨끗한 침대와 따뜻한 샤워를 허락하는 대신 야외에서 야영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분명 우리 임무가 기밀 사항이긴 합니다만, 우리 구세군에 속한 휴게소조차 들어갈 수 없을 정도는, 누구와도 접촉해선 안 될 정도는 아닙니다.
당시 우리 동료들도 팀장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결국은 지시에 따랐습니다. 세 명만 휴게소로 들어가 물자를 교환하고 소모한 것들을 보충했죠.
베이안 호수를 떠난 우리는 계속 예정된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까닭은 모르겠지만 저는 점점 더 많은 팀원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명강처럼 말이 없어지고, 대열 뒤로 처졌죠.
저는 직접 그 사람들한테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그렇게 해야 할 책임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야외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좀 우울해졌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건 저희 같은 고고학팀은 수시로 겪는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러도 너무 이르게 나타났어요.
그리고 구세계 물건이 흘러왔다는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며 그 상류를 조사하기 시작한 지 이틀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한 도시를 발견 아니, 보게 됐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동료가 자리한 바로 이 폐허를요.
우리의 원래 기록에 따르면 이 구역은 구세계 파괴 당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아 지형마저 뒤틀린 곳입니다. 그 위에 세워진 도시는 진즉 대지 속에 가라앉아 진흙과 바위에 묻혀버렸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믿을 수 없게도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폐허 도시가 우리의 눈앞에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는 이게 신기루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끊어진 길을 우회한 끝에 타이 시티 가장자리에 도착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구세계 파괴 이전 타이 시티라 불리던 곳이었어요.
그날 밤, 우리는 우베이에 전보를 보내 이곳의 상황을 알리고 후속 지령을 기다렸습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진명강은 모두를 갑작스럽게 깨웠습니다. 무선 통신기를 가지고 있던 진명강이 우리한테 상부에서 타이 시티에 들어가 한 장소를 탐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알리더군요.
저와 동료들은 그 지시 사항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특기는 유적 탐색이 아니니까요. 그건 전문 팀에게 맡겨야 할 일이었어요.
하지만 훌륭한 구세군인 우리의 핏속에는 상명하복의 정신이 흐르고 있습니다. 진명강이 보여준 상부의 전보, 또 그걸 증명하는 동료 둘과 한 전사를 보고 나니 더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어요.
나중에 와서 돌이켜보니, 그 전보 자체가 위조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전보를 증명했던 세 사람도 전에 이미 이상하게 변한 상태였어요. 입을 다물고 가장자리로 물러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었죠.
진명강은 상부의 명령을 거짓으로 꾸며낸 겁니다.
타이 시티에 진입한 우리는 한 병원에 갔습니다. 진명강은 그곳에 굉장히 익숙해 보이는 모습으로 곧장 우측에 자리한 9층짜리 건물로 향했죠.
인혜 병원 식물인간 재활 센터라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은 아주 무시무시한 곳이었어요, 진명강은 마치 저희를 지뢰탐지기처럼 사용하며 저와 제 동료들을 각기 다른 방으로 들여보냈어요.
어떤 이는 미쳤고, 어떤 이는 식물인간으로 변했으며, 어떤 이는 무심병에 걸려 그 자리에서 처리되었습니다. 또 어떤 이는 진명강을 비롯한 이들처럼 이상해졌고, 어떤 이는 갑자기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살했습니다⋯⋯.
더 이상의 기억은 떠올리기도 힘드네요,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아무튼 당신이 만약 인혜 병원 식물인간 재활 센터로 들어가야 한다면 절대 아무 문이나 열고 들어가지 마세요.
그래도 손실은 많았지만 수확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굉장히 중요한 문서를 찾았어요.
남은 이들은 더 이상 그런 방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진명강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이 갈등에는 일부 전사도 포함돼 있었고, 그 전사 중에도 각성자가 있었죠.
과묵하고 이상하게 변한 이들은 진명강 편에 섰고, 그렇게 양측이 격전을 벌였습니다.
열세에 몰린 쪽은 우리였어요. 아주 많은 사람이 죽었죠. 그러다 마침내 기회를 잡은 우리는 황급히 그 건물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진명강은 우리를 쫓아오지 않았어요. 그 식물인간 재활 센터에 남기를 선택한 겁니다.
허둥지둥 도망쳐 나오는 도중에 사라진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시 뭉쳐서 타고 왔던 차를 찾았어요. 우리는 타이 시티를 떠나 야영지로 돌아간 뒤 상부에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 가장자리로 돌아왔을 때 도시에서 나가는 길은 이미 다 파괴돼 있었습니다. 온 도시가 외부와 단절돼 있었어요.
우리는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시도하면 할수록 우리의 정신이 조금씩 쇠약해지고 갈수록 피곤해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중 첫 번째 무심자가 탄생했죠.
뒤이어 두 번째, 세 번째 무심자도 나타났습니다. 우린 모두가 이미 무심병 바이러스에 걸린 것 같다고, 결국 언젠가는 발병하게 될 거라 생각했어요.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상황에 깊이 절망했죠.
저는 나이가 적지 않아 죽음에 대해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아직 발병하지 않은 틈을 타서 유서라도 쓰라고 알렸습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그걸 가족에게 전할 수 있을 거라고요.
그리고 저 역시 그 틈을 타 이 편지를 적고 인혜 병원 식물인간 재활 센터에서 찾은 문서를 정리했습니다.
그 후 남은 시간 동안 이성을 유지한 이들은 무심병에 걸린 동료와 팀원의 처리를 맡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은 자살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게 제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이후의 내용은 제 동료들이 쓰게 될 줄 알았죠.
그 전에 우리는 페인트를 찾아 이 창문과 주위 벽에 뿌려뒀습니다. 타이 시티에 진입한 누군가가 한눈에 여기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게요.
만약 당신이 저와 같은 구세군이라면 이 층의 다른 집에서 제 동료와 팀원들의 유해를 찾아주세요, 구세군이 아니면 이어지는 글을 마저 읽으시고요.
배낭에 든 문서는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그게 우리 구세군 손에 들어가든, 다른 세력에게 들어가든 상관없습니다. 이 문서는 전 인류의 것이니까요.
이 편지를 보고 있는 당신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부디 이 문서의 내용을 퍼뜨려 주세요. 어느 세력이든 괜찮습니다.
인혜 병원 식물인간 재활 센터의 배후 지휘자는 구세계의 제8 연구원입니다. 그들은 아주 위험하고 아주 무시무시하면서도 신령의 금기와 신세계에 연루된 실험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 문서에 상세하고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다는 걸 압니다. 그래도 애쉬랜드의 모든 세력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함께 제8 연구원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도록 하는 역할은 충분히 할 거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배낭에는 제 동료와 팀원들이 남긴 유서들도 있습니다. 성가신 일이 싫다면 그냥 내버려 두고, 괜찮다면 그것들을 구세군에 보내주세요. 그들이 남긴 편지가 잘 도착할 수 있도록요.
이 편지를 보고 계신 당신과 당신의 동료에게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당신도 타이 시티에 갇힌 거라면, 인혜 병원으로 가서 진명강의 유해를 찾으세요. 진명강에게 우리가 이 비밀스러운 타이 시티에 들어올 수 있었던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겁니다. 그건 타이 시티 탈출의 관건이기도 할 거예요.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인혜 병원 식물인간 재활 센터는 굉장히 위험한 곳입니다. 희생을 감수할 지원자 둘셋 정도는 뽑도록 하세요.
좋습니다. 정신이 점점 흐릿해져 가는 걸, 이성이 약해져가는 게 느껴지네요. 저는 이제 권총으로 이 삶을 끊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문서의 내용을 꼭 퍼뜨려 인류의 아름다운 미래를 실현해주세요. 전 인류를 위해!」
묵묵히 편지를 다 읽은 장목화는 다시 성건우에게 편지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