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night Flower RAW novel - Chapter 793
793화. 그걸 빌려줄까요?
자리에 앉은 장목화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감정을 드러냈다.
“기본적으로 게스트 보루에 온 두 가지 목표는 완수한 것 같네.”
구조팀이 게스트 보루에 찾아온 것은 두 가지 일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하나는 성건우 부친이 속한 팀이 이곳에서 대체 뭘 묻고, 커닝미스로 간 주요 목적이 무엇인지였고, 다른 하나는 제8 연구원과 관련한 상황이었다.
현재 구조팀은 지티스를 통해 성건우 부친의 팀이 게스트 보루에서 어떤 정보를 찾았는지, 커닝미스로 가서 만나려고 한 것이 누구인지 알아냈다. 또한 모르라는 단서를 파악해 머레이와 베니토라는 두 특파원을 통제하기도 했다. 그들을 미끼 삼아 제8 연구원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아낼 작정이었다.
기본적으로는 구조팀이 정해놓은 목표를 달성한 셈이었다.
용여홍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맞아요, 맞아요. 다 나름 순조로웠어요. 앞으로의 일은 제8 연구원이 언제 머레이와 베니토에게 전보를 보낼지에 달려 있어요.”
이내 그는 성건우를 힐긋 바라보더니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게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는 일이죠. 차라리 이 틈을 타 일단 커닝미스로 가서 달지기 아들이 살던 호화 아파트를 찾아볼까요?”
그 말의 의미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장목화가 웃음을 보였다.
“커닝미스가 어디로 도망갈 것은 아니니 조금 늦어도 상관없어. 하지만 제8 연구원의 회신은 언제든 올 수 있지.”
“맞아요, 맞아요.”
성건우는 동조하기를 선택했다.
“우리가 이제 토론해야 할 건 머레이와 베니토를 어떻게 이용해서 제8 연구원의 두꺼운 방화벽을 피해 그들의 구체적인 위치를 특정하느냐는 거야.”
게네바의 말에, 구조팀 모두가 침묵에 빠져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잠시 후, 망설이던 장목화가 말했다.
“단순히 우리 자신만의 힘에 의지해서는 제8 연구원의 비밀스러운 심사와 여과에 대응할 수 없어. 하지만 만약 우리에게 천안통이 있다면?”
순간 백새벽이 깨달음을 얻었다.
“팀장님 말은 지티스한테 보리 불상을 빌려서 한번 써보자는 건가요?”
장목화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맞아. 보리 영역 능력은 그런 작업에 상당히 유용해. 특히 천안통, 천이통, 타심통 같은 능력은 목표가 어떤 이상 현상을 보이게 하지도 않지.”
즉, 영향 범위가 넓은 천안통, 천이통의 영향 아래 구조팀은 머레이와 베니토를 몰래 통제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을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린 뒤 먼 거리에서 뒤만 밟으면 됐다. 그럼 비밀스러운 심사와 여과도 문제없었다.
“지티스가 그걸 빌려줄까요?”
용여홍이 가장 큰 문제라고 여기는 부분을 지적했다.
“우린 이미 친구잖아!”
성건우가 강조했다.
장목화는 천천히 입을 뗐다.
“음, 제8 연구원이 회신을 보내기 전까지 지티스와 여러 차례 접촉하면서 서로 간의 신뢰를 쌓아야겠지. 불상을 빌릴 때 가치가 충분한 물건을 저당잡아야 하기도 하고.”
“그 핵탄두요?”
성건우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장목화는 어이가 없어 살짝 헛웃음을 지었다.
“왜 자꾸 핵탄두를 물고 늘어져? 우리가 가진 다른 물건은 다 가치가 없기라도 하다는 거야?”
이 일로 몇 마디 토론을 한 뒤 백새벽이 화제를 전환했다.
“그럼 머레이와 베니토는 어떻게 처리하죠?”
이미 계획이 있던 장목화가 빙그레 웃었다.
“기회를 봐서 지티스가 가지고 있는 특정 신분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좋겠지. 머레이와 베니토가 우연하게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하고 그걸 통해 건우의 사유 이식에서 벗어나게 하는 거야. 그러면 둘도 순조롭게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 테니까.”
“괜찮은 방법이네요.”
용여홍이 팀장을 칭찬했다.
그때, 성건우가 냉정하게 말했다.
“근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머레이와 베니토가 이 상황을 제8 연구원에 보고하면 제8 연구원에서는 그들을 소환에 급급하는 대신 몰래 인력을 꾸려 게스트 보루에 보낼 수도 있어요. 우리를 에워싼 채 너무 갑작스러워서 미쳐 막아낼 수 없는 공격을 가하는 거죠.”
탁! 탁! 탁!
게네바가 성건우에게 박수를 보냈다. 분명 가능한 상황이었다.
용여홍이 제안했다.
“머레이와 베니토가 원상태로 돌아온 뒤 지티스에게 천이통으로 그들의 상황을 계속해서 감청해달라고 할까요? 그러면 제8 연구원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즉각 성건우가 반박했다.
“만약 제8 연구원이 머레이와 베니토를 우리를 제거하는 임무에 참여시키지 않는다면요? 그들은 고작 기원의 바다 급밖에 안 되잖아요.”
장목화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지티스한테 우리의 운명을 예언해달라고 할까? 제8 연구원에서 보낸 사람도 예언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까.”
어쨌든 이 일에 있어서 지티스의 도움이 없다면, 혹은 보리 불상을 빌리지 못한다면 구조팀에게는 별 방법이 없었다. 제8 연구원은 비밀스러운 대형 세력이기 때문이었다.
장목화는 처음에 느릿하게 발작하는 억지쟁이의 특성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머레이와 베니토를 정상으로 되돌린 뒤 억지쟁이로 그들에게 영향을 미쳐 놓고 그들이 제8 연구원으로 돌아가거나 인솔자를 만났을 때 점차 비이성적인 행위를 하게 하면서 그 위치를 구조팀에게 폭로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 방안의 최대 문제는 머레이와 베니토가 성건우의 영향 범위에서 벗어난 순간 그들의 억지는 구조팀의 통제에서 벗어난다는 것이었다. 구조팀도 그들의 억지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지 예견하기 어려웠다.
이후로 상응하는 방안을 토론한 구조팀은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좀 짬이 나네. 계속 심령의 복도를 탐색해봐도 돼요?”
성건우가 장목화에게 물었다.
“음, 그래.”
“네!”
성건우는 신난 듯 침대에 누웠다.
* * *
심령의 복도, 205호 앞.
이곳은 2월의 달지기 여명의 방일 확률이 높았다.
10명으로 나뉜 성건우는 그 주홍색 방문을 에워싸고 섰다.
“어쨌든 한 번은 들어가야지. 달지기들의 관여가 갈수록 분명해지잖아.”
성급한 성건우가 동료들을 충동질했다.
그러자 냉정하고 이지적인 성건우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언제까지?”
성실한 성건우가 물었다.
냉정하고 이지적인 성건우는 느릿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8 연구원의 위치를 확인하고 커닝미스의 탐색을 마칠 때까지. 그때는 이 방에서 무슨 일을 당해 죽더라도 아쉬움이 없을 테니까.”
“네가 언제부터 죽음을 두려워했다고.”
겁이 많고 유약한 성건우가 콧방귀를 뀌었다.
냉정하고 이지적인 성건우가 웃었다.
“답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서 그런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돼.”
“꼭 철학자처럼 말하네.”
성실한 성건우가 대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건우는 이성적인 성건우의 말에 따라 제8 연구원 위치를 파악하고 아버지 행방을 파악한 뒤에 205호를 탐색하기로 했다.
그전까지는 이전처럼 아직 들어가 본 적 없는 주위에 다른 방들을 탐색할 예정이었다.
* * *
날이 밝은 후 아침 식사를 마치고 여관으로 돌아온 구조팀은 방금 막 교대를 한 지티스를 보고 지프로 데려왔다.
장목화는 생물 제제를 찾아 그중 2개를 지티스에게 건넸다.
“사흘에 하나씩이야. 효과는 한나절 뒤부터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서 사흘째 되는 날에는 최고조에 달해.”
“알겠어.”
지티스는 받아든 약을 소중하게 배낭에 넣었다.
이때 성건우가 친구처럼 솔직하게 말했다.
“나중에 너한테 보리 불상을 좀 빌려서 써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몰라.”
지티스가 경계심 어린 눈빛을 보이자 그가 황급히 덧붙였다.
“정말로 필요한 때가 되면 가치가 충분히 높은 물건을 저당잡아 놓을게. 팔면 최신형 유전자 개량 약제와 다른 약품, 생물 제제를 살 수 있을 거야.”
“군용 외골격 장치?”
지티스가 미간을 살짝 구긴 채 물었다.
성건우는 대경실색했다.
“어떻게 알았어?”
이후 그는 스스로의 질문에 알아서 답했다.
“맞다, 너는 아이스트이기도 했지.”
약간 얼떨떨했던 지티스의 눈빛은 이미 예리하게 변했다. 그녀는 좌우를 한번 둘러보더니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보고서야 목소리를 잔뜩 낮췄다.
“어떤 보수를 줄 수 있는데?”
“보수?”
성건우는 돈에 얽힌 관계는 어그러지기 쉽다는 듯한 표정을 드러냈다.
지티스는 또 어떤 신분을 조종하고 있는지 잠시 넋을 놓았다가 답했다.
“물건을 빌려주는 것 자체가 사업이잖아. 만약 너희가 아니었으면 난 애초에 이 거래에 응하지도 않았을 거야.”
상인이라면 상인의 직업윤리가 있어야 했다.
정보상도 일종의 상인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장목화가 말했다.
“네 부모님 병을 치료해줄 수 있는 생물 제제, 혹은 전면적인 강화가 가능한 유전자 개량 약제. 둘 중 하나 선택해.
음, 이 유전자 개량 약제의 강화 폭은 최신형만 못해. 확연한 변화를 일으키진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강화해줄 뿐만 아니라 후유증도 없다는 장점이 있어. 게다가 네 나이를 고려한다면 효과도 평범할 거야.”
지금 구조팀에게 그 제제와 약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장목화가 이미 생각한 방안은 회사에 신청할 계획이었다.
제8 연구원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는 임무는 반고 바이오가 허가한 것이고 이사회에서 결과를 얻기를 바라는 일이었다.
또한 구조팀이 지금 하는 일에 사적인 욕망은 없었다. 장목화가 이 일을 회사에 보고하고 요구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의 설명에 지티스는 거의 아무런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첫 번째 약제로 할래. 부모님 병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거야, 아니면 한 분만 구할 수 있는 거야?”
지티스는 전면적으로 강화해주는 유전자 개량 약제보다는 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어쨌든 그녀는 이미 유전자 개량의 조합을 다 생각해둔 상태고 그런 약에 따르는 나이 제한이 크지 않기도 했다. 40살만 넘지 않으면 됐다.
늙은 후에 겪게 될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장목화가 지티스의 배낭을 힐긋 보더니 웃으며 이야기했다.
“두 분 다 치료할 수 있어. 하지만 그 생물 제제는 어머님 몸을 조금 회복시키고 상황을 약간 안정시키는 정도에 그칠지도 몰라. 음, 세상에 만능인 약은 없잖아. 때를 봐서 네 부모님을 직접 뵙고 상세하게 검사해봐야 할 것 같아. 그래야 가장 적합한 생물 제제를 고를 수 있을 테니까.”
신체검사의 임무는 당연히 만능인 게네바의 몫이었다.
지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말해주니 오히려 더 안심되네.”
아무 검사도 없이 자신들이 가진 생물 제제가 부모님 병을 치료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면 지티스는 아마 구조팀을 사기꾼으로 의심했을 것이었다.
장목화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시간을 정하자. 그리고 상응하는 생물 제제를 구하는 데에는 열흘에서 보름 정도 걸릴 거야.”
운이 좀 따라주면 화이트 기사단에 파견된 반고 바이오 요원이 상응하는 물자를 갖고 있거나, 마침 생물 실험실에서 일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약제를 제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물건은 4~5일 안에 얻을 수 있었다.
반면 운이 나쁘게도 반드시 지하 빌딩에서 가지고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면 보름은 족히 걸렸다.
지티스는 이러한 상황을 굉장히 잘 이해해주었다.
때때로 그녀가 부모님을 위해 구입한 약도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받을 수 있었다. 해당 약이 게스트 보루에 없으면 화이트 기사단 본부로부터 배송이 되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