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 Rank Supporting Role’s Replay in a Prestigious School RAW novel - Chapter 953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953)
114. 의식 (1)
짧은 외출을 마치고 돌아오니 합숙 구성원에 변화가 있었다.
예고한 대로 천동하는 퇴소하고 다른 인물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 빈자리는 선도부원이 채울 줄 알았는데, 의외의 인물이 대신 왔다.
바로 김유리였다.
“오늘부터 합숙에 합류해 서포트할 거야. 천동하 선배님 같은 눈이 없긴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할게.”
“유리가 와 줘서 든든해.”
김유리는 학생회 임원으로서 합숙 준비를 도운 스태프였다.
그래도 합숙 장소에 직접 나타나진 않았는데, 천동하의 퇴소를 계기로 합류하려는 모양이다.
김유리의 등장을 두고 절친인 안다인을 필두로 모두가 환영했는데, 유독 어색하게 구는 자가 하나 있었다.
“효돈아, 합숙 잘하고 있어? 수학 공부도 하고 있다고 들었어. 나도 요새 대입 생각하고 있어서 수학 공부 시작했거든. 같이 공부하자!”
“어! ……어어.”
맹효돈은 눈을 크게 뜨고 멍청하게 김유리를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갑자기 낯선 이성이 말을 걸면 맹효돈이 저렇게 놀라는 건 일상이었지만, 상대는 제법 익숙해진 김유리였는데 뭔가 이상했다.
‘맹효돈이 왜 저렇게 놀랐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면서도 안심하고 기뻐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그냥 김유리가 갑자기 나타나서 저러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이상하게 여기고 있는 사이에 아주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 발생했다.
안다인이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나도 같이 공부해도 될까? 마침 복습할 타이밍이 돼서.”
“당연히 좋지. 아, 지금 효돈이 공부는 수혁이가 봐주고 있지? 넷이서 같이 공부할까?”
“좋아! 효돈이 공부 봐줄 겸 나도 수학 복습하고 있었어. 같이 하자.”
맹효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나 어느 사이엔가 맹효돈을 중심으로 한 수학 공부 모임이 결성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무려 주수혁과 안다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김유리와 맹효돈도 있으나 어쨌든 둘이 방학 중에 합숙 외의 일정으로 만난다는 게 중요했다.
‘문새론이 이 장면을 봤으면 기뻐했을 텐데.’
아쉽게도 이 자리에 문새론이 없었는데, 이걸 보고 있었다면 김유리와 맹효돈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소리 없이 칭찬했을 거다.
타국 대표팀의 전력 분석 당시, 아버지에게 일본 쪽 상황을 물어본다던 문새론은 결국 직접 나서기로 했다.
문새론은 출국을 결심한 직후, 내게 디바이스 메시지를 보냈다.
주변 사람들이나 주수혁이 나랑 안다인 사이를 오해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걸까?
하지만 안다인에게 별일 없게 하라는 말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여름방학이 시작된 후부터 방어가 잘 되고 있긴 했지만, 안다인을 상대로 한 댓글 공격, 여론 조작 시도가 끊이질 않는 중이었다.
‘공격이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데 방어가 잘 되고 있어. 안다인 팬 커뮤니티 분탕질은 원천 봉쇄되었고, 기사 댓글 관리도 깔끔해.’
누가 방어전을 지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사실 팀이 아닌 개인이 혼자 시간과 수명을 태워 가며 싸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편, 문새론이 빠진 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신문부원이 투입되었다.
“문새론 선배님이 일본 취재로 자리를 비우는 동안 대타로 온 신문부원 천은하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은호의 등장에 막 합숙에 합류한 같은 1학년인 차석원이 반겼다.
청소년 수련회에서 했다는 벌레 잡기를 계기로 더 친해진 것 같다.
둘은 은서호와 은이호가 부러워할 정도로 친해 보이긴 했다.
냉정하게 보면 차석원이 일방적으로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은하는 취재진이 아니라 대표로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 방금까지 천동하 선배님 계셨는데 만났어?”
“응, 잠깐 봤어. 동하 형이 바빠 보여서 걱정이야.”
차석원과 이야기를 마치기 무섭게 은호는 내 앞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의신이 형, 잘 지내셨어요? 건강해 보이셔서 기뻐요.”
‘건강’이라는 단어에 힘이 들어간 것처럼 들렸다.
은호의 시선이 내 왼눈에 고정되어 있었는데, 경고의 의미가 담긴 것 같았다.
남은 합숙 기간 동안 절대 무리해선 안될 것 같다.
* * *
짧은 뒤풀이를 포함해 예정된 합숙 일정이 무사히 끝났다.
이제 짧은 휴식을 마치면 바로 교류전이 시작된다.
대부분 합숙 일정에 지쳐 휴식을 취할 예정인 듯하나 개인 훈련을 하겠다고 선언한 이들도 있었다.
‘곽경구는 광림을 끊어 쓰는 데에 익숙해지지 못했어. 아직 시간과 수련이 필요할 거야.’
곽경구와는 전에 약속한 대로 합숙이 끝나기 직전 재대련하였다.
결과는 나의 승리였지만, 지난 대련에 비하면 상대하기 어려웠다.
곽경구는 내가 조언한 것처럼 광림을 끊어 쓰긴 했지만, 백 번은커녕 두세 번도 겨우 나눠 썼다.
곽경구는 결정적인 순간에 발동시켜 100초 내로 상대를 쓰러뜨린다는 생각으로 광림을 사용해 왔다.
광림을 깨우친 후부터 2년 반 정도 그런 사용법을 이어 왔으니 고작 이 정도 되는 기간에 그걸 바꾸는 건 어려울 거다.
‘그래도 곽경구가 마진승보단 나아. 마진승은 정말 한참 멀었어. 서포터로 활약해 보겠다는 마음을 먹은 건 칭찬할 만하지만…….’
마진승은 미묘하지만, 서포터로서의 자각이 조금이나마 싹튼 것 같았다.
내가 조언한 후에도 딜러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은 듯했지만, 합숙이 진행되며 마진승의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
마진승의 생각을 바꾼 건 바로 박승현이었다.
박승현은 방학 사이에 눈부시게 성장했다.
―예전에 개막식 때 들었던 휘파람 소리는 아주 가볍고, 넓게 퍼졌거든. 그 이유를 알았어. 휘파람을 분 사람은 진군가의 힘을 대상에게 집중시켰던 거야. 그래서 대상과 멀어질수록 힘이 가볍게 느껴진 거지.
사관학교 교류전 개막식에서 박승현의 광림을 백호군에게 쓸 때, 분명 그렇게 하긴 했다.
박승현은 그때 아무것도 몰랐을 텐데도 뭔가 느꼈던 게 있었나 보다.
합숙 기간에 내가 한 조언과 개막식 때의 힘을 연관 지을 수도 있을 텐데, 박승현은 내게 아무런 추궁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광림을 갈고닦는 데에 힘썼다.
그 과정에서 박승현은 합숙에 참가한 모든 딜러들과 팀을 맺어 싸워 봤다.
‘박승현과 안다인이 팀이 되어 싸우는 걸 직접 보다니. 나는 정말 운이 좋다.’
그중 내가 가장 주목한 조합은 박승현과 안다인이었다.
박승현이 안다인과 팀을 맺어 싸우는 건 플마고에서도 드문 일이었다.
눈치가 빠른 박승현은 주수혁과 안다인 사이를 밀어주려 노력했으니 안다인과 단둘이 있는 상황은 무조건 피했다.
어쩌면 나도 그때의 박승현을 본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 합숙 때 수학 공부 모임을 계기로 주수혁과 안다인은 더욱 가까워졌다.
덤으로 맹효돈의 수학 실력도 성장했다.
‘주수혁은 못하는 게 없구나. 맹효돈을 이렇게 잘 가르치다니.’
합숙이 끝나는 날, 맹효돈은 합숙 기간 때 한 수학 공부 내역을 들고 나를 찾아왔다.
확인해 보니 내가 계획한 모든 범위의 공부가 끝나 있었다.
맹효돈은 내 도움 없이도 수학과의 사투에서 살아남았다.
제 김유리도 수학 공부를 시작했고, 나는 악몽 같은 걸 짊어지고 있으니 손을 떼는 게 낫지 않을까?
2학기 중간고사 때에는 김유리에게 맹효돈의 공부를 봐달라고 부탁할까 했는데, 맹효돈이 먼저 이렇게 말했다.
―야, 주수혁도 잘 가르치긴 하는데…… 중간고사 때는 너만 괜찮으면 그냥 네가 가르쳐 주라.
수학 공부를 시킬 때 짱돌을 매우 험하게 굴렸는데도 저런 말을 하다니.
맹효돈이 저렇게 말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맹효돈은 그 외에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지만,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기에 우선 중간고사 수학 과외 예약만 잡아 두기로 했다.
내게 할 말이 많아 보이는 급우는 맹효돈 외에도 더 있었다.
바로 독고미로였다.
―야, 전에 내가 새로 온 등교생에 관해 했던 말 기억하지? 관종들 말로는 걔가 조경 구역 근처에서 밤 산책 자주 했다더라.
독고미로는 인선오가 나를 주목하고 있다며 메시지를 보냈다.
그 말을 들으니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맹효돈에게 드림캐처 건을 상기시킨 건 우리 반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었지.’
악몽을 꾼 맹효돈은 잡념을 떨친답시고 밖을 싸돌아다녔고, 그러다가 밤 산책을 하는 인선오와 마주치지 않았을까?
맹효돈은 숨기는 걸 못하므로 안색이 안 좋은 티가 났을 거고 혹시 악몽이라도 꿨냐고 인선오가 물으면 바로 들켰을 거다.
그 대화의 흐름을 생각하면 인선오가 드림캐처를 권하는 건 자연스러울 거다.
인선오는 옹길동, 구슬비와 함께 함근형에게 선물할 드림캐처를 만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관종들이 의문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서운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 걔만 차별하는 거냐, 우리가 얼마나 개고생했는지는 아냐 등등 내가 아는 언어로 쓰여 있긴 한데 해석이 불가능한 말들이 적혀 있었다.
관종들이 혹시 메시지를 잘못 보냈나 싶어서 확인해 봤는데, 그 확인 메시지를 본 관종들이 더욱 서운해하며 날뛰었다.
[옹길동] 부반장, 우리는 포기하지 않아. [구슬비] 그래, 너도 우리가 등교하는 걸 포기하지 않았잖아! [옹길동] 비록 의견은 갈려도 우리가 괴도 동지라는 건 바뀌지 않는다. 하나 지금은 라이벌로서 우리의 화려한 승리를 지켜보도록!그 이후로도 메시지가 이어지긴 했지만, 괴도 운운하는 소리가 나오기에 제대로 읽진 않았다.
관종들의 헛소리에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긴 했지만, 훈훈한 소식도 여럿 있었다.
사월세음이 참가한 현상 수배범 최편득 사냥 파티 여름 특별 훈련 후기가 그중 하나였다.
저들은 어느 외진 산골에 자리를 잡고 특훈을 했다고 한다.
플레이어 관련 시설이 없는데도 특훈 장소를 산골로 정한 건 수배범이 숨을 만한 곳이라는 골 때리면서도 납득이 가는 사유였는데, 진짜로 현상 수배범이 있었다고 한다.
사월세음은 길을 걷다가 동전을 주웠는데 500원이 아니라 50원이라 아쉬웠다는 식으로 가볍게 말했지만, 내용을 들어 보니 긴박감이 넘쳤다.
고출력의 이능파를 감지한 일행과 플레이어를 노린 듯한 덫의 존재.
어둠을 틈타 산을 오고 가는 정체불명의 무언가.
훈련 일정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모든 단서를 놓치지 않고 사냥을 준비하는 파티.
특훈 중에도 수배범을 추적하는 최편득 사냥 파티의 일대기는 기삿거리로 삼을 만했다.
그리고 최근, 안대를 벗은 건으로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분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성국언] 의신아, 의식의 날짜가 정해졌다.성국언이 말하는 의식은 장례식이었다.
성형우를 보내 줄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