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 Rank Supporting Role’s Replay in a Prestigious School RAW novel - Chapter 976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976)
115. 불운아 (10)
성시완의 자취방.
은광고의 기숙사와 비슷한 크기의 자취방엔 한 달에 두세 번 대학 친구들이 놀러 왔는데, 오늘은 고등학교 후배인 계이담이 와 있었다.
조의신의 제안을 수락하여 계이담과 성시완이 움직이기로 했는데, 편의상 같이 있는 편이 낫다고 설득해 성시완이 계이담을 데리고 왔다.
물론, 처음에 계이담은 성시완의 권유에 난색을 표했다.
웹을 활용한 정보전에서 성시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계이담은 진성 악플러 시절의 경력을 살려 여론 조작을 시도하는 꼬락서니를 성시완에게 보여 주는 게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시완은 후배가 여럿 엮인 이번 건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 마음이 없었기에 계이담을 설득해 같이 행동하게 되었다.
‘이런 걸 매일 하면 몸과 정신이 망가질 거야. 이담이는 상중이 형이었던 시절에 이런 짓을 몇 년이나 한 걸까…….’
열 개가 넘는 홀로그램을 앞에 둔 계이담을 보며 성시완이 속으로 탄식했다.
계이담은 손으로 타이핑하면서 음성 입력기로도 댓글을 끊임없이 달고 있었다.
계이담이 작성한 댓글만 보면 수십 명의 사람이 같은 의견을 가지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말투만 보면 남녀노소를 넘나드는 건 물론, 가끔 특정 직업군의 전문 용어, 은어를 사용하는 데다 문장 부호, 문단 나누기 등에 신경 써서 여러 사람을 가장하는 꼴은 섬세함을 넘어서 광기에 가까웠다.
그냥 저런 짓을 하며 댓글을 달아 소문을 퍼뜨리는 것도 힘들 텐데, 필요에 따라선 계이담은 주저 없이 반박하는 상대가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논쟁하는 길을 택했다.
계이담이 작성한 댓글 목록을 확인하던 성시완이 물었다.
“이담아, 혹시 예전에 대련으로 맞은 것 때문에 의신이한테 감정이 남아 있어? 이렇게까지 댓글을 쓸 줄은 몰랐어.”
“아닙니다. 그 독…… 아니, 조의신이 제안하지 않았다면 이런 댓글은 절대 쓰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혹시 의신이를 속으로 독종이라고 부르고 있어?”
“으, 죄, 죄송합니다.”
“나한테 사과할 일은 아닌 것 같아.”
성시완이 의심할 정도로 계이담은 아주 철저하고 집요하게 안다인과 조의신의 불화설을 퍼뜨렸다.
은광고의 수석은 주수혁과 안다인 두 명이었지만, 안다인하고만 불화가 있는 것처럼 조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조의신이 주수혁과는 야구장에 같이 가거나 함께 방윤섭 금연 단속을 하는 등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그에 반해 조의신은 주수혁이 자신과 안다인의 사이를 의심할까 봐 거리를 두려 애썼기에 헛소문을 내는 게 용이했다.
성시완이 만약 속사정을 몰랐다면 저 소문을 다 믿진 않았어도 직접 확인은 하려 시도했을 만큼 계이담은 그럴싸한 헛소리에 연관성이 적어 증거라고 엮을 수 없는 사실들을 섞어 가며 실컷 떠들어 댔다.
계이담은 이 짓을 잠도 안 자고 계속해 댔는데, 성시완이 재우려 하자 단호하게 거절했다.
“지금 자면 안 됩니다. 비슷한 논조의 댓글이 한 번에 끊기면 동일 인물이라고 의심받습니다.”
“그래…… 경험자는 다르네.”
“…….”
계이담은 그냥 의심만 받은 수준이 아니라 들켜서 개망신을 당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이 때문에 계이담은 한번 작업에 들어가면 가능한 길게 깨어 있으려 했다.
그러나 계이담은 혼자만의 긴 전쟁 탓에 지쳐 있었고, 여러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겹쳐 체력이 바닥에 가까웠다.
결국 계이담은 앉은 채로 잠들었고, 성시완은 깨우는 대신 지켜보는 길을 택했다.
‘1시간만 재우자.’
계이담을 지켜보던 성시완이 조용히 의자를 뒤로 눕히고 담요를 덮어 줬다.
성시완은 방을 빠져나가기 전 계이담이 들여다보고 있던 홀로그램을 확인했다.
한 번 본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의 부정적인 감정, 이해할 수 없는 열정과 분노, 사실과 동떨어진 논리 등이 휘몰아쳐 시선을 바로 돌렸다.
그러나 계이담은 이 모든 걸 놓칠 마음이 없는지 그가 직접 제작한 댓글 자동 캡처 프로그램이 홀로그램 화면 너머에서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서 저렇게 집착하고 있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말렸겠지만, 이번은 아니었기에 그저 성시완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성시완이 잠든 계이담을 방에 두고 빠져나갔다.
“승현아, 방학 잘 보내고 있어?”
성시완은 작은 목소리로 지익회 후배에게 안부를 묻고, 통화를 이어 갔다.
“지익회에 복잡한 안건이 몇 개 있다고 들었어. 내가 좀 봐도 될까? 이담이하고는 얘기해 뒀어. 어, 걱정 안 해도 돼, 같이 있어.”
성시완은 이후로 지익회의 업무를 몇 개 처리했다.
계이담은 성시완이 그와 지익회를 위해 일하는 중인지도 모르는 채로 잠들어 있었다.
어느 때보다 안심한 얼굴로.
* * *
계이담이 이쪽 방면에 유능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와 안다인의 불화설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계이담은 은광고 학생증 인증과 함께 있는 말 없는 말을 다 섞어서 불화설을 지어냈다.
나와 타이틀 히로인 사이의 불화설이 하필 계이담에 의해 떠도는 건 그리 기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안다인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며 꾹 참았다.
소문이 돌아도 밖에서나 그렇지 은광고인 대부분은 믿지 않는 눈치였고, 격렬하게 헛소문이라고 반박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계이담이 워낙 일을 잘한 덕에 은광고인들의 부정만으로는 쉽게 소문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게다가 의도하지 않았으나 이 소문에 기름과 폭약을 퍼부은 자가 있었다.
바로 우기환이었다.
[은광고의 만년 2등 하면 이분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어차피 수석과 차석은 도원우기환의 우기환 학우를 모셨습니다!]현재 우기환이 재학 중인 대학교의 방송부 동영상 채널.
무모하게도 저 방송부는 우기환을 게스트로 데려와 생방송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방송부 채널 홍보 겸 미친 계획을 세운 모양인데,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던 우기환이 방송에 출연하겠다며 나섰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신입생 우기환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서도 도원우에 이어 차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우기환은 의외로 멀쩡하게 말했다.
그 바람에 백 명이 겨우 넘게 모인 채팅창에서도 우기환을 멀쩡한 놈 취급했다.
하지만 우기환의 정체를 아는 사람도 섞여 있었다.
당연히 나도 저 미친 선배놈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
진행자는 만년 2등의 심정과 은광고에 도는 불화설을 두고 이야기를 이끌어 갔는데, 시간이 갈수록 우기환의 가면이 벗겨졌다.
곧 발작 버튼이 완전히 눌린 우기환이 절규했다.
[2등을 좋아서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지긋지긋한 도원우기화아아아안! 아아아악! 그 수상한 후배놈은 1등을 할 만한 놈이니 수석을 향한 0반의 비원을 이뤄 줄 겁니다!]언제부터 우기환의 1등 집착이 0반의 비원이 되었단 말인가.
게다가 이미 0반에서는 수석이 나왔다.
은호가 입학 때도 수석을 했고, 1학기 중간, 기말고사까지 전부 수석을 차지하지 않았던가.
인터뷰에서도 그 점을 지적했으나 우기환은 들어먹질 않았다.
[이미 은광고 1학년 0반 천은하 학생이 은광고에서 수석을 차지했…….] [저는 그 후배놈을 믿습니다악! 힘내라, 조의신!]결국 우기환의 미친 소리로 생방송 스트리밍이 끝났다.
소규모 채널, 많지 않은 시청자 수, 그냥 학교에 관련한 소소한 소식을 떠드는 대학 방송부의 영상 조회수가 우기환의 폭주로 폭발하고 말았다.
그리고 불화설의 근거로 우기환의 울부짖는 소리가 짧은 동영상으로 돌아다녔다.
그 바람에 소문을 믿는 사람이 거의 없어 잠잠하던 은광고 종합 게시판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그냥 우기환이 웃기고 내가 불쌍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학교 밖의 반응은 달랐기에 경계하는 이들도 있었다.
“분위기가 안 좋아요. 의신이 형 소문을 두고 다들 많이 흥분했더라고요. 제가 잘 달래 볼게요.”
덩달아 끌려 나온 현 1학년 수석이자 0반 소속의 은호가 저렇게 말했다.
후배들이 걱정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은호가 달래 준다면 안심이 되었다.
나의 제안과 이 상황을 마음에 들지 않던 황지호는 내내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은호가 하는 건 달랜다기보다는…….”
“달랜다기보다는요?”
“아무것도 아니다. 차나 더 들지.”
호랑이 저택은 은호 덕에 평화로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평화롭지 않은 곳이 있었는데, 바로 용족 쪽이 그러했다.
용족 상황에 생각이 미쳤을 때, 아차 싶었다.
염준열은 0반은 아니지만 2등을 자주 하는 편이니 자칫하다간 천동하와의 불화설이 덩달아 엮일 수도 있던 탓이었다.
혹시나 해서 염준열에게 연락을 해 봤는데 생각과는 다른 반응이 돌아왔다.
[염준열] 1학년 때 1등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2학년이 된 후부터는 계속 동하가 1등이었어. 나를 상대로는 그런 소문이 돌지 않고 있다는 게 이상해.그야 염준열을 상대로 그딴 헛소리를 했다간 용족이 포함된 홍룡 팬클럽이 날뛸 텐데 쉽게 할 순 없을 거다.
스타 플레이어 염준열을 향한 악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선을 넘거나 헛소문을 내는 악플은 거의 없다.
염준열을 건드리는 바람에 환몽 리스트가 작성되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염준열 안티가 이 틈을 타 입을 놀리고 싶어도 참는 중일 거다.
어쨌든, 용족 상황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으나 선배 염준열이 마음을 써 주는 게 참 기뻤다.
자칫하다간 계이담이 용궁 어딘가로 끌려가거나 붉은 사자 정보팀에게 당하게 생겼기에 일단 말리기로 했다.
계이담이 소문을 적극적으로 퍼뜨렸다고는 하나 근원을 따지면 출처는 나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건은 내가 해결할 테니 용족과 붉은 사자는 나서지 말아 달라고 거듭 부탁해 두자 아쉬워하면서도 물러나 줬다.
‘소문에 점점 살이 붙기 시작했어.’
한편, 나를 두고 기묘한 음모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0반에 배정된 걸 걸고넘어지는 이들이 생겼다.
나와 같은 0반에 배정된 이들은 과거에 문제를 일으켰거나, 출석을 거의 안 하거나, 김유리처럼 협회에 광림 관련 상담을 한 기록이 있거나, 황지호처럼 전과목 40점을 맞는 기행을 저지르거나, 한이처럼 신체에 부자유한 부분이 있는 등 문제가 하나씩 발견되었다.
하지만 초상 우주가 만든 내 과거는 깨끗했다.
그런 내가 이유 없이 0반에 간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굳이 따지면 13조 건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와 같은 조였던 유상훈은 일반반에 배정됐지.’
이걸 두고 안다인을 수석으로 만들기 위해 황명 그룹에서 힘을 쓴 게 아닌가하는 의견도 나왔다.
주수혁은 주오 그룹과 엮여 있어 손을 쓸 수 없으니, 뒷배가 없는 나를 배제했다는 게 음모론 중 하나였다.
사실 내가 황지호에게 압력을 받아 0반으로 간 건 맞는 말이긴 했다.
황지호와 거래한 결과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소문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낯선 플레이어가 내게 접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