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395
1395화 첫 번째 파견자
이번에 십이에게 날아온 편지엔 잡담 하나 없이 전부 정보만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그중 열 명의 대신관에 대한 정보가 가장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진양이 직접 조사한 것보다 훨씬 더 상세한 내용들이었다.
십이의 말에 따르면, 저택에는 수많은 기록들이 남아있지만 자신이 직접 편지로 적을 수 없는 것들도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정보를 보낸 것으로 보아 영감이 한동관에 갇히게 되며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되자 기록에 걸려있던 제약이 풀린 듯했다.
대신관들의 권력, 이름, 실력, 그리고 권력에 대한 지배력 등의 내용은 전부 그들의 호칭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있다.
이 점은 다른 하급 신과는 완전히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휘요의 경우 떠오르는 해를 상징한다.
하지만 만약 과거 휘요 대신관의 실력과 권력에 대한 지배력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면 손에 쥐고 있는 신통력과 이름도 그에 따라 한 단계 진화했을 것이다.
만약 과거의 휘요 대성관이 파효(破曉) 신통력을 손에 넣었다면 그의 지위는 한참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을 것이다.
신통력이 발휘되는 순간 어떠한 공법도 무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대신관의 진화의 길이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자면, 영감 대신관의 경우 최종 단계까지 진화하며 권력에 대한 지배력도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르렀다.
덕분에 또 다른 호칭을 얻게 되었다.
전지(全知).
하늘 아래 그가 모르는 비밀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영감 권력을 쥐고 있는 대신관은 전쟁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표적이 되어 가장 일찍 죽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고수들 중 그 누구도 전지 대신관이 나타나는 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엔 다른 두 천제도 포함된다.
지금까지 진양이 본 대신관들은 권력에 대한 지배력이 겨우 네 번째나 다섯 번째 단계를 맴돌고 있는 수준이었다.
진화 대신관처럼 새롭게 신입의 경우 자신의 힘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었으며 권력에 대한 지배력도 겨우 두 번째 단계에 머무는 게 전부다.
신에게 권력에 대한 지배력이란 직접적으로 힘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이와 같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자와 마주치게 된다면, 권력에 대한 지배력이나 능력 등 여러 방면에서의 진화가 마치 깨달음처럼 찾아오게 되며, 하루 만에 여러 단계를 건너뛰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십이는 정보를 통해 진양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신을 상대할 때 가장 관심 가지고 봐야 할 것은 상대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권력을 지배하고 있는지다.
대신관 본인의 실력이 갖는 영향력은 크게 눈여겨볼 필요가 없다.
사실 이건 진양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도군의 경지에 오르고 나면 순수한 힘만으로는 승패를 가늠할 수가 없다.
두 고수가 싸움을 벌일 경우 두 가지의 상황이 벌어진다.
하나는 대치 상태가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죽고 나서야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경우, 또 하나는 상대에게 약점을 잡혀 단숨에 꺾여버리는 경우다.
십이로부터 받은 정보들을 확인하고 나니 한층 마음이 놓였다.
다행히 현재의 대신관들은 권력을 손에 넣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휘요와 흑철이 대황에서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을 리는 없다.
특히 흑철의 경우 말도 안 되는 맷집을 자랑하는 역겨운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가 높은 경지에 오르게 된다면 장정의를 능가할 만한 ‘돌연변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황의 정상급 강자들을 전부 모아 두 대신관을 처치한 건 완벽한 계획이었다.
비록 영감을 함정에 빠뜨려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만들긴 했지만,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
언제 어디서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진양은 소책자를 꺼내 아직 남아있는 여섯 명의 신관의 이름을 적었다.
진화, 사성, 석양, 신광, 대일, 지곡.
일전의 망자의 세계에서 한때 사성 대신관이었던 자와 만난 적이 있었다.
매우 음험하고 악랄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었다.
아마 현임 사성 대신관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진화 대신관은 태양진화를 다루는 대신관으로 마땅히 약점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가는 곳마다 모든 것을 태워 먹고 있었다.
아직 실력이 약하기 때문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정면으로 전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면 무시하고 넘어가도 될 수준이다.
대일 대신관 역시 마찬가지로 전면전에 강한 축에 속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크게 신경 쓸 건 없다.
신광 대신관은 대신관들 중에서도 꽤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
그러나 현재 그는 권력 지배력이 무시해도 될 만큼 낮은 수준이다.
여기까지 네 명의 대신관은 어떻게든 육신의 힘으로 버텨볼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남은 두 신관의 경우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우선 석양 대신관.
그는 대신관들 중에서도 존재감이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오히려 진양에겐 큰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
그가 가진 권력은 신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에게 치명적이다.
누구든 수명이라는 제약을 가지고 있다면 석양 권력 앞에선 약점을 내어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그를 봉인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지곡 대신관의 권력도 마찬가지다.
하늘에 나타난 그의 힘은 마치 천연의 요새와 같은 큰 장애물이다.
그러므로 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대신관이다.
다만 지곡 대신관이 어느 정도 수준의 권력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었다.
진양은 잠깐의 고민 후, 자신의 추측을 편지에 담아 십이에게 보냈다.
* * *
십이는 진지한 얼굴로 진양의 추측을 살펴보았다.
‘여섯 명의 대신관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해요. 구해줄 수 있나요? 만약 어렵다면 석양과 지곡 두 대신관의 상세한 정보라도 어떻게든 구해주세요.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권력에 대한 지배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는지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역대 대신관에 대한 정보도 받아보고 싶습니다. 사소한 거라도 상관없습니다. 있는 정보란 정보는 전부 다 보내주세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거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혹시 태호가 어디 갔는지 알고 있으신가요?’
편지 내용을 모두 확인한 십이는 곧바로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책을 살피기 시작했다.
* * *
며칠 뒤.
계속해서 불가계에 머물며 양쪽의 사람들이 벌이는 ‘연극’을 구경하고 있던 진양 앞으로 편지가 쏟아져 들었다.
편지의 내용은 전부 역대 대신관에 대한 정보들이었다.
심지어 일부 정보는 이보다 더 자세할 수 없을 정도로 세세하게 적혀있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편지가 중간에 전달되는 과정에 또 뭐라고 바뀐 지는 모르지만, 편지는 무려 두 달 동안 쉬지 않게 계속해서 진양을 향해 날아들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방대한 양의 정보였다.
이쯤 되니 진양도 어쩔 수 없이 사자결을 발동하여 정보를 정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진양은 우선 역대 대신관들의 행동 방식과 성격부터 정리했다.
그리고 이 중에서 현임 대신관들과 비슷하거나 같은 부분을 찾아 현임 대신관들의 행동 방식이나 성격 등의 정보를 추측해냈다.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나서야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 *
진양은 벌써 몇 달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사이 불가계 내부의 혼란은 한층 더 심화되어 가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장정의는 진양이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과 심화되어 가는 불가계 내부의 혼란을 보며 손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근질거리는 손을 진정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고학 작업에 돌입했다.
한편, 천궁의 대신관들은 단 한 사람도 직접 나서지 않았다.
대신 하급 신들을 보내 막기에만 급급했을 뿐이다.
전투는 그야말로 개판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상고 지부의 세력과 불가계 내부의 문파 세력, 하급 신, 그리고 권력을 노리는 강자들까지.
온갖 사람들이 한 곳에 뒤섞여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진양은 일체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십이의 편지가 멈출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
* * *
대황.
정천사에서 첫 번째로 파견할 사람이 정해졌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일품 외후인 한안명이 선발되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한안명은 정천사의 명성이 바닥을 치던 시기에도 유일하게 자신의 줏대를 지켜나갔던 정천사의 최후의 양심과도 같은 사람이다.
그동안 한안명에겐 수많은 명성이 쌓여왔다.
그러나 그는 아직 정천사에서 나가지 않았다.
정천사 일품 외후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흥조의 마음속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정천사 내에서 대외적인 일을 가장 훌륭하게 처리해내는 사람은 한안명이 유일했다.
그리고 현재…….
“안명아. 난 많이 늙었다. 게다가 정천사 수장의 자리에 앉아있지 않더냐. 너도 알겠지만, 때론 나조차도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일도 있는 법이란다.
대황의 통일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정천사의 존재의 가치도 더 이상 예전 같지는 않겠지.
대제께선 우리를 신뢰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임무를 내리셨다. 이건 정천사의 존재의 가치를 증명할 아주 중요한 임무나 마찬가지다.
난…….”
한안명의 손을 붙잡고 있는 위흥조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는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마음 같아선 도저히 널 보내고 싶진 않구나. 허나 사적인 감정을 들먹이기엔 이번 일이 너무나도 중대하구나. 가장 능력 있는 것도 네가 유일하고, 나와 대제께서 가장 신임하는 것도 네가 유일하니 말이다.”
“스승님, 무슨 뜻인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안명은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위흥조가 이렇게 나온 건 벌써 한두 번의 일이 아니다.
한안명은 절대로 정천사를 나가지 않겠다고 했었지만 위흥조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정천사의 명성은 크게 올랐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한안명의 공이 컸다.
위흥조는 여전히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지만, 한안명은 시시각각 주위를 경계하며 언제든 반응할 수 있도록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위흥조는 줏대 없이 굴며 속으로 한탄했다.
지금까지 한안명을 다른 사람에 물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를 계속해서 지켜왔다.
그가 과거에 했던 극소수의 선행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언제든 경계심을 잔뜩 곤두세우고 있는 한안명이었다.
이런 그를 대황 밖으로 보낸다고 하니 그래도 마음은 놓였다.
여기까지 생각한 위흥조는 한숨을 푹 쉬며 신신당부했다.
“몸조심하거라.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우선 네 목숨부터 챙기도록 하거라.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내가 대제께 잘 말씀드리도록 하마.”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잘 다녀오겠습니다.”
한안명은 포권과 함께 예를 갖춘 뒤 진양이 만든 다리로 가까이 다가갔다.
주위를 살펴보며 진양이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뒤, 그제야 안심하며 다리를 향해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