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470
1470화 가희의 질문
진양은 생기를 되살리는 보물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얘기하지 않았다.
반대로 칠성도관도 이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영혼까지 소멸한 사람을 온전하게 살릴 수 있는 보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설령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전부를 내놓는다고 해도 말이다.
기껏해야 죽은 사람의 생기를 다시 살리는 게 최선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무려 사흘 동안이나 이어졌다.
칠성도관은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술 단지를 깨끗이 비웠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난 거대한 상처를 살폈다.
심장 대신 자리 잡고 있는 부문은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이 점점 더 빈번하게 번쩍이고 있었다.
칠성도관은 자신의 복부 안으로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부서진 쇳조각처럼 생긴 뼛조각이었다.
그는 그것을 진양에게 건네며 말했다.
“좋은 술을 대접해 주어 정말 고맙소. 딱히 줄 건 없으니 대신 이거라도 받아주시오. 이것은 나의 검골(劍骨)이오.
비록 진곤의 일격에 맞아 부서지는 바람에 남은 건 이것뿐이지만, 그래도 훌륭한 재료로 쓸 수 있을 것이오.
어차피 난 가져가지도 못할 테니 남은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이어서 그의 몸에 난 거대한 상처가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갈 때가 된 것 같소. 그대가 말한 망자의 세계라는 곳에서 진곤과 마주하게 될 수 있을지 궁금하군. 물론 되도록이면 마주치지 않는 게 좋겠지만…….”
뼛조각을 쥐고 있으니 능력이 반응했다.
진양은 그것을 습득한 뒤 상자에 넣어 따로 보관했다.
어느새 칠성도관은 하늘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몸에 난 상처는 점차 회복되어가고 있었고, 기운도 점차 증가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무시무시한 검강이 희미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양은 대검을 거둬들였다.
마치 무언가에 반응하듯 웅웅거리며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양은 알고 있었다.
지금 칠성대관은 상처가 회복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칠성도관의 몸에 났던 상처가 모두 아무는 순간.
고통이 섞인 고함과 함께 원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만 장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으로 변했다.
거대한 육신에서는 칠성도관의 위세가 거침없이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검강인지 검기인지 모를 무언가 뜨거운 노화(怒火)를 품은 채 그의 복부 아래에서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힘이 폭발을 일으키는 순간.
칠성도관의 거대한 육신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한참 동안 제자리에 서 있던 진양은 그제야 한숨을 푹 쉬었다.
이것은 전성기 시절의 진곤이 광분한 상태로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 발현한 힘.
비록 셀 수 없을 만큼 무수한 세월이 흘렀지만 칠성도관은 여전히 그 힘을 막을 수가 없었다.
세월조차도 그 힘을 녹이지 못한 것이다.
정상적인 상태의 진곤의 실력은 과거 상고 지부 내에서 서열 십 위조차도 들어가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충분히 힘을 발휘하기만 한다면 상고 지부의 서열 십 위 내의 모든 고수들을 일 검에 쓸어버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 누구도 그의 검 앞에선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자결이 최강으로 일컬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인간이 천장을 뚫을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진양도 노자결이 탐났다.
제일 처음 일자결을 익힐 때부터 그는 노자결을 원했었다.
새로운 신통력을 파생시키는 것도 쉬웠고,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을 배웠다면 평소엔 쳐다보지도 못할 고수라도 힘을 폭발시킬 수만 있다면 한 손으로도 꺾어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곤이 그에게 진의(真意)를 주입시켜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노자결의 문턱조차 닿지 못한 상태다.
사방으로 흩날리는 먼지를 보며 진양은 한숨을 푹 쉬었다.
* * *
자리를 떠나 다시 군영으로 돌아온 진양은 가희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
사실 가희는 칠성도관을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힘이라면 죽이진 못해도 쉽게 그를 제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는 것보단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체면이라도 챙길 수 있을 테니까.
어쨌든 결국은 진곤의 손에 죽었으니 체면을 완전히 구긴 건 아니었다.
“권력을 박탈하다니. 보아하니 상고가 붕괴되기 전에 모두들 만반의 준비를 했던 모양이네요. 이젠 어떻게 할 생각이죠?”
“글쎄요. 조금 의외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상할 건 없는 것 같네요.”
진양은 자신의 봉신서가 떠올랐다.
봉신서를 통해 완벽하게 봉인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태호의 권력뿐이다.
그 말은 곧, 칠성도관의 권력을 박탈시킨 고수는 봉신서보다 한층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망자의 세계도 없이 무슨 수로 칠성 권력을 박탈한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상 최초로 천제의 권력을 봉인한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점은 다소 유감이었지만, 계속해서 생각해 보니 이상할 건 없었다.
인재와 강자가 넘치던 상고 시대에 이 정도 능력자가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니까.
칠성도관이 죽으며 요계의 상황은 한층 호전되었다.
요괴들의 사기가 완전히 꺾였기 때문이다.
상고 대요는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죽어버렸고, 뒤이어 나타난 상고 대요도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게 이상한 것.
요괴들의 저항은 날이 갈수록 약해졌다.
앞으로 완전히 이곳을 정복하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곳으로 넘어온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슬슬 따분함을 느낀 진양은 다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또 도망가려는 건가요?”
진양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가희가 그를 째려보며 한마디 했다.
표정을 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 보였다.
“도망이라뇨. 망자의 세계에 다녀온다고 몇 년이나 자리를 비웠으니, 이제 슬슬 호량 학원으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서요.
게다가 초반 기수의 입학시험이 진행되는 동안은 제가 직접 자리를 지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런 겁니다. 앞으로 호량 학원에서 얼마나 많은 인재를 배출하게 될지는 초반 기수에 달려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수많은 대황 사람들이 호량 학원에 입학하는 걸 꿈꾸고 있는 만큼 저도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지 않겠어요?
무슨 수를 써도 입학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적절하게 장경각을 열어서 단맛을 보여주는 것 정도는 꼭 필요한 법이죠.”
진양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앞으로 이어질 장기 계획은 단순히 한두 사람의 힘만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반드시 모두가 함께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단숨에 모든 것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양은 더 이상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승에 목을 매지 않았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때문에, 한때 진양과 척을 졌던 부도마교의 사람조차도 충분히 용납할 의향이 있었다.
진양이 추구하는 것은 이미 눈으로 볼 수 있는 이익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 불만이 있으면 제게 직접 찾아와서 애기하라고 하세요.”
“네? 그게 무슨…….”
가희는 한숨을 쉬며 돌연 화제를 바꿨다.
“태일을 완전히 제거하고 나면 뭘 할 생각인가요?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글쎄요. 아마도 먼 미래에 들이닥칠 물재앙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건 너무 먼 미래의 얘기잖아요. 그때까지 우리가 살아있을 리도 없고요. 고민해봤자 머리만 아플 뿐일 거예요.”
“그렇다면……. 마땅히 세워둔 목표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처럼 신선이 될 생각도 없고요. 무엇보다 누군가 진짜로 신선이 되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뭐, 여유를 되찾고 나면 천하를 유람하며 맛있는 것도 먹고, 향긋한 술도 마시고. 그렇게 느긋하게 살고 싶네요.”
진양은 진심으로 그러한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침밥만 해도 수천 가지.
이걸 하나씩 다 먹어보려면 아마 꽤 긴 시간 동안은 대황을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희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했다.
눈빛은 날카로웠고 표정은 방금 전보다 훨씬 더 어두워져 있었던 것이다.
진양은 그제야 자신이 눈치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듯 황급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느긋한 삶을 되찾게 되면 대제 폐하와도 시간을 보내야겠죠. 서로 담소도 나누고, 함께 맛있는 것을 찾아 대황 이곳저곳을 돌기도 하고 말이죠.”
가희는 그제야 흡족스러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 볼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알았어요. 항상 조심해야 돼요.”
진양은 마치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듯 후다닥 자리를 떠나버렸다.
* * *
진양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란이 가희를 찾아왔다.
“대제 폐하를 뵙습니다.”
가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진양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듯 나지막하게 물었다.
“청란, 네게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말씀하십시오. 소신이 알고 있는 선 내에선 모두 답해드리도록 하겠사옵니다.”
“그러니까…….”
가희의 얼굴이 붉어졌다.
“남자들은 보통 자기보다 나이 많은 여인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이냐?”
“…….”
청란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가희를 쳐다보았다.
놀란 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최측근으로서 가희의 곁을 지켜왔다.
때문에 지금 그녀가 무슨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그녀라고 해도 이런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 있을 리는 없을 터!
한참의 침묵이 이어지고.
청란은 간신히 답을 쥐어 짜낼 수 있었다.
“제 짧은 식견으로 감히 말씀드리자면, 남자들은 자신보다 강한 여자를 꺼려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가희는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진양은 비록 경지는 도군이지만 그가 가진 실력은 이미 도군을 월등히 뛰어넘은 상태다.
그의 육신 강도만 해도 그렇다.
이미 가희가 이제껏 보아왔던 그 어떤 연체 수도사들을 능가할 수준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