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472
1472화 입학시험과 사도 수도사
호량 학원 근처 성지에 자리한 한 차루.
위흥조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듯하면서도 시시각각 창밖으로 눈알을 굴리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대인, 아무래도 대인께서 직접 나서시는 건 조금…….”
곁에 있던 외후는 말을 미처 끝내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점잖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내가 과할 정도로 아부라도 떤다는 것이냐?”
위흥조가 껄껄 웃으며 물었다.
“소인,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이 아닙니다.”
외후는 펄쩍 뛰며 손을 내저었다.
위흥조는 개의치 않다는 듯 곁눈질로 바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신조에서 사람을 모집한다고 해도 이 정도로 사람들이 운집하지는 않을 터. 아마 다른 문파들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끌어모으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현재 진 대인의 명성과 지위를 생각해 본다면, 아부 좀 떤다고 해서 대수겠느냐? 오히려 모두들 아부를 떨고 싶어 줄을 서 있는데?
심지어 누군가는 아부를 떨 기회조차도 없지 않더냐.”
위흥조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비웠다.
그리곤 매우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수하에게 말했다.
“전혀 부끄러워할 것 없다.”
외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포권을 취했다.
“과연, 대인께서는 현명하십니다.”
위흥조가 바깥을 가리켰다.
무언가 흥미로운 게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내가 직접 널 데리고 다니며 가르치려는 이유는 단 하나. 정천사 내에서 한안명을 제외하면 그나마 쓸만한 재목이 너뿐이라서 그런 것이다.
물론 네가 똑똑해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네가 다소 맹한 면이 있기 때문이지.
앞으로 우리 정천사는 똑똑한 사람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오히려 똑똑한 사람들은 일을 망치기 마련이지.”
위흥조는 남아있던 차를 전부 비우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조금 더 편하게 내놓고 얘기해주도록 하마.
내가 신분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이곳에 있으니, 설령 진 대인이라고 해도 내가 이곳에 있는 걸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내가 확실하게 얘기해 주도록 하마.
진 대인께서는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으실 게다. 아마 큰일이 벌어지고, 수습마저 모두 끝난다고 해도 진 대인께선 아무것도 모르실 게다.
공적과 이익 면에서 고려해 보면 무슨 일이든 남이 알게 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허나 때론 너무 자신을 드러내도 좋지 않을 때가 있는 법. 제일 좋은 건 큰 사건 사고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것이다.
작은 사건이 벌어지면 천천히 완벽하게 하나씩 처리해나가면 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것.
잘 기억하도록 하거라. 네가 하는 모든 것을 남에게 알려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 이건 결코 반드시 좋다고 할 수 없다.
때론 침묵이 공개적으로 떠벌리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때도 있는 법이니까.”
말을 마친 위흥조는 수하의 눈빛을 살폈다.
다소 이해하지 못한 듯한 눈치이긴 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그는 그 누구보다 진양을 잘 알고 있다.
만약 진양에게 ‘이번엔 빚을 졌으니 다음엔 빚을 갚도록 하겠습니다’와 같은 말을 듣게 된다면 그 관계는 딱 거기까지인 것이다.
오히려 아무 말도 듣지 않는 것이 진정으로 그와의 관계를 쌓아가는 것!
무엇보다 진양은 이제껏 단 한 번도 자신의 사람을 섭섭하게 만든 적이 없는 사람이다.
* * *
한편, 진양은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호량 학원에 규칙이 생겼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학원으로 돌아와서 보니 매우 평화로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학생들은 수련에 정진하여 성장을 이루고 있었고, 호량 학원 주위에도 수많은 성지들이 세워지며 빠르게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어쨌든 모든 게 상당히 낙관적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굳이 ‘왜 서로 치고받고 싸우지 않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을까?
답은 당연히 아니다.
* * *
어느덧 삼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번에는 지난 시험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호량 학원 입학시험은 무시무시한 낙방률을 자랑한다.
심지어 낙방한 이유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겨우 이러한 이유 때문에 포기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일단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첫 기수의 선발자로 뽑힌 것도 하나의 이유다.
단순히 수련에 재능을 가진 자들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다량으로 선발된 것이다.
선발된 이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교육을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해나갔다.
게다가 이곳의 자원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질이 좋다.
영기 하나만 놓고 봐도 웬만한 복지(福地)의 뺨을 치고도 남을 정도였다.
시험이 다가오자 진양은 삼 년 동안의 긴 폐관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시험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발 디딜 틈조차 없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다.
요족부터 귀신까지 다양한 이족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온몸에서 사악한 기운을 뿜고 있는 자의 모습도 보였는데, 그는 혹여나 자신의 기운 때문에 사람이 죽기라도 할까 봐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의 발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진양은 단상 위로 올라가 지난 시험 때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했다.
이어서 수천 장에 이르는 거대한 시험장 문이 열리며 모든 응시자들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진양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직접 시험장 내부를 관찰했다.
사자결 두 번째 단계가 펼쳐지자 시험장 내부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팔 할의 사람들이 자질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이어서 사람들은 몽경 세계 내에서 하나씩 호량을 떠나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진정한 시험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눈에 띌 만한 업적을 세운 인재도 있었고, 사악한 길로 들어선 악인도 있었다.
그러나 진양의 시선을 끌고 있는 건 한 사도였다.
그는 겨우 양기 경지밖에 되지 않는 한 사도다.
현재 호량의 상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살아서 호량 학원 근처까지 온 것만으로도 천운을 타고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애석하게도 자질 시험에서 낙방하여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는 시험에 낙방하고 호량을 떠나자마자 ‘정의의 사도’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었다.
이상할 건 없었다.
대황에 사도들이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으니까.
그는 도망쳤다.
그러나 양기에 불과하다고 해서 무시할 게 아니었다.
그는 수많은 귀신을 통해 미리 만들어둔 기반을 제물로 바쳐 두 명의 축기 수도사의 숨통을 끊었다.
심지어 한 명의 삼원 수도사와 한 명의 신해 수도사의 영혼에 중상까지 입히기도 했다.
이어서 죽이고, 도망치고, 쫓기는 과정이 끝도 없이 반복되었다.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끊임없이 적을 베어나가며 점점 더 강해져 나갔다.
그렇게 무려 백 년 만에 신문 경지에 오르게 되었을 때.
그는 한 문파에 의해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며 문파 전체를 멸문시켜버렸고, 이들을 양분으로 삼아 도궁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이때부터 이성을 잃은 그는 호량을 통해 다른 세계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차별적으로 학살을 벌이기 시작한다.
살아있는 자들을 죽이고, 쫓고, 또 이들을 붙잡아 양분으로 삼았다.
그렇게 천 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은월계에서 무려 팔백만에 가까운 귀신을 양분으로 삼으며 도군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그 이후로 그 누구도 그를 찾을 수 없게 된다.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사실 그는 위장을 한 채 호량으로 다시 돌아왔다.
호량으로 돌아온 그는 신분과 정체를 숨긴 채 이도에서 살아간다.
심지어 관짝 장인인 진 노인과 이웃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팔천 년 정도가 지난 뒤.
마침내 모든 것을 벗어버리며 스스로의 신분을 완벽하게 세탁하기에 이른다.
그는 대영 신조가 수복시킨 한 세계로 향했다.
그리고 이천 년에 걸쳐 그곳 세계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을 양분으로 삼는다.
그럼에도 그는 봉호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 그의 육신이 돌연 붕괴하기 시작했다.
영혼과 이성도 완전히 소멸해버렸다.
이어서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지는가 싶더니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거대한 문에는 네 개의 글자가 적혀있었다.
‘십방구멸(十方俱滅)’
네 글자에서는 모든 것을 압도하는 강력한 기운과 그 어떠한 생명체도 순식간에 소멸시켜버릴 듯한 압박감이 뿜어져 나왔다.
이곳은 시험장 내부.
진양이 지금까지 쌓은 모든 수련과 대몽진경, 허공진경 등의 공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그러므로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응시자와 진양이 보고 들은 것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람 수가 많아질수록 몽경 내부가 더욱 현실적으로 변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였다.
물론 아무리 현실적이라고 해도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허상이나 다름없는 것들이다.
진양은 그 누구보다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
이곳에 있는 그 어떠한 것도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유일하게 실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신운(神韻)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절대로 가짜로 만들어낼 수가 없다.
현재 진양의 눈앞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문에선 권력의 신운이 느껴졌다.
권력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신운은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단 하나뿐.
진양은 지금까지 이러한 권력을 본 적도 없고, 권력의 힘을 느껴본 적도 없고, 기운을 느껴본 적도 없다.
응시자들 역시 그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곳은 모든 것들은 진양과 응시자가 지금까지 보고 느낀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계다.
때문에 ‘경험의 틀’을 벗어난 이런 물건이 돌연 튀어나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그 자체의 신운만이 이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문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더 이상 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양은 우선 신운에 대한 내용만 따로 기록해 두고, 그 이후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 시험 가운데 진양이 가장 주시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사도 수도사다.
그는 아마 범인 시절 가장 처음으로 사도 공법을 접했을 것이다.
그리고 뒤늦게 벗어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시험이 치러지는 동안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다시 만회할 수 없는 길을 걸었다.
진양은 잠깐의 고민 끝에 흑검을 꺼내 허상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사람들의 모든 기억을 베어버렸다.
그렇게 시험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