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481
1481화 예측할 수 있게 되는 셈
지하 동굴 내부.
언예와 가복덕이 십여 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 앉아있었다.
“복덕아, 수련에 더욱 정진하도록 하거라. 아무 이유 없이 네게 강조하는 게 아니다. 이제 곧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왔을지도 모르지.
혼돈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자기 자신뿐.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최근 십방 신조 내에는 불과 수년 만에 눈에 띌 만한 천재성을 지닌 젊은 수도사가 열 명 이상이나 모습을 드러냈다. 심지어 이 스승마저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선천도체조차 세 종류가 나타날 정도다.
심지어 인간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요족 중에는 원시의 혈맥을 되찾은 금시대붕(金翅大鵬)이 나타났고, 해족 중에는 태생적으로 영혼가(靈魂歌)를 다룰 수 있는 고수까지 나타났다.
누가 봐도 결코 단순하게 넘길 상황은 아니구나.”
“사부님, 어차피 제게 그런 말씀을 하셔도 소용없는 거 아시잖아요.”
가복덕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까지도 재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걸 해결하지 못했잖아요. 더 큰 변화가 찾아온다고 해도 전 그저 이렇게 숨어서 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굴 전체가 극심하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묵직한 기운이 지하에서 솟구쳐오르며 두 사람을 생매장시켜 버렸다.
잠시 뒤.
흙을 뚫고 밖으로 나온 언예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는 힘없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지맥이 변화를 일으키는 일까지 마주하다니.
가복덕은 점점 더 갈수록 재수가 없어지는 듯했다.
“어쨌든 계속해서 자첩을 쓰도록 하거라. 방법은 이 스승이 더 찾아보도록 하마.
살아서 이곳까지 온 것만 해도 네겐 천운이나 마찬가지다. 분명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게다.”
* * *
진양의 ‘대량 환생 계획’은 어느새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수많은 망자들이 진양에 의해 깨끗하게 세탁되어 다시 산 자의 세계로 돌아갔다.
이들 중에는 전생에 엄청난 업적을 세운 자도 있었기 때문에 천재가 나타날 확률은 단연 높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대부분 전생에 강자였던 자들이다.
애초에 약자는 망자의 세계로 건너와 진양을 만날 기회조차 없었을 테니까.
그렇게 겨우 수십 년도 지나지 않아 십방계 곳곳에서 천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환생한 사람도 있었고, 처음부터 천재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섞여 있었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때문에 스스로 자각을 하는 건 고사하고, 진양조차도 알아보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한편, 대황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한층 더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서로 간의 갈등은 전부 대황 밖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각 세력마다 인력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아직은 이러한 문제를 대면하지 못한 세력이라고 해도, 앞으로의 발전 추세를 보면 머지않아 문제를 마주하게 될 게 뻔했다.
사전 방비는 필수였다.
전승도 마찬가지다.
돈이 생기자마자 제자를 받아들이는 범위와 수를 늘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천재가 묻힐 확률은 점점 더 낮아졌다.
심지어 일부 문파에서는 세력 핵심 구역에서 조용히 일부 기초 공법을 뿌리기도 했다.
아주 간단한 수련 방법으로 매우 온화한 성질을 띠고 있었기에 그 누구도 배울 수 있었지만, 속도는 적절한 그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법들은 대부분 하나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공법을 바꿔 수련을 하는 게 매우 순조롭다는 점이었다.
상황이 계속해서 이대로 발전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수련을 시작하게 되는 추세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천재가 묻히는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게 될 것이다.
인재가 범인으로 남거나 일생 동안 묻히는 일이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천재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대황의 발전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크게 나쁠 건 없었기에 모두가 이러한 상황을 반겼다.
하지만 이것이 진양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아니, 정확한 내막까지 모두 꿰고 있는 사람은 오직 진양이 유일했다.
모든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천재가 늘어나는 것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천재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비정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미세한 변화들은 계속해서 쌓여갔다.
* * *
망자의 세계.
이곳을 헤맨 지도 벌써 여러 날이 지났지만 진양은 여전히 대취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색 태양이 있는 곳까지 가고 싶진 않았다.
풍도대제의 본존의 모습을 통해서 알 수 있듯, 그로부터 비롯된 열 개의 화신들은 하나같이 못된 놈들 뿐이다.
설령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 어느 순간에 못된 놈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아니, 애초에 과도한 독립과 자유가 보장되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만약 진양이 나서서 간섭을 하게 된다면 환생부 수장이라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일은 풍도대제가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도록 놔두는 게 좋을 듯했다.
어차피 지금 가장 시급한 건 대량의 고수들을 환생시키는 일이다.
천천히 시간을 보내다가 가끔 한 번씩 호량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어쨌든 지금 상황이 유지되기만 하면 되니까.
그동안 진양은 부지런히 망자들을 환생시켰다.
그 수는 스스로도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났다.
지금까지 남겨진 기록의 양은 상당히 방대했다.
심지어 기록을 분류해놓기 위해 엄청난 공간이 필요할 정도였다.
* * *
어느덧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쉬지 않고 일만 하던 진양은 그제야 비로소 호량으로 돌아가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흑옥 신문을 통해 다시 호량 학원으로 건너온 진양은 가기 전에 남겨두었던 분신을 소멸시켰다.
분신이 사라지며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이 물 밀듯 머릿속으로 흘러들었다.
상당히 방대한 양의 정보였지만 진양은 겨우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을 소화시켰다.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다.
몽의와 대영 신조의 몇몇 ‘도우미’들 덕분에 호량 학원은 날이 갈수록 더욱 발전해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대형사건이 터질 만한 가능성은 거의 무에 가까웠다.
모든 기억을 소화하고 난 진양은 한 가지 문제점을 깨달았다.
바로 학생을 모집하는 일이었다.
단시간 내에 수백만에 이르는 모든 이들을 살펴보는 일은 오직 진양만 가능하다.
때문에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새로 학원에 입학하게 된 학생들은 대부분 강도대를 통해 들어온 학생들이었다.
강도대는 충분히 학생을 거를 수 있는 훌륭한 시험 수단이긴 했지만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몽의는 벌써 몇 번이나 시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해왔다.
그러나 입학 시험은 단순히 천부적인 재능이나 능력을 살펴보는 시험이 아니라는 건 분신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최양평은 대략 삼십 년 전부터 시험에 대해 수많은 연구를 진행했고, 적지 않은 연구 성과를 내게 되었다.
이 중 하나를 살피던 진양은 다소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진양은 곧바로 최양평의 거처로 향했다.
최양평은 산더미처럼 쌓인 책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가 손을 휘저을 때마다 손바닥에서 수백만 가지의 부문이 떠오르며 끊임없이 변화를 일으켰다.
진양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보면 볼수록 놀라웠다.
최양평은 놀랍게도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개척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새로운 ‘시험의 문’을 만들고, 이 문을 대황 곳곳에 설치하여 호량 학원과 연결시킬 생각이었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응시자가 호량까지 찾아와야 하는 수고를 크게 덜 수 있다.
다른 장소에서도 충분히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최양평이 머릿속으로 구상한 것들에 불과하다.
그는 아직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양평은 이 부분만큼은 진양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최양평이 만들어내는 것들은 제조나 설치 모두 진양이 만들어내는 것보다 난이도가 낮다.
때문에 단순히 최양평 자신의 방식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시험의 문의 핵심은 일자결이다.
여기에 진양이 지금까지 익힌 수많은 경전들까지 더해져야만 비로소 온전한 시험의 문이 만들어진다.
이 세상에 위와 같은 모든 조건을 갖춘 진양과 똑같은 사람이 하나 더 존재할 리는 없다.
그러나 이것을 살펴보던 진양은 순간 머릿속에 엄청난 영감이 떠올랐다.
진양의 눈은 금방이라도 불꽃이 튈 것처럼 번쩍거렸다.
“사부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바쁘게 작업을 이어나가던 최양평이 잠시 한숨을 돌리려는 순간.
진양이 포권을 취하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최양평이 연구해낸 것들을 살피던 진양의 머릿속에 무시무시한 가능성이 하나 떠올랐다.
만약 그의 방법대로 사방에 문을 만들 수만 있다면 대황 곳곳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즉, 천부적인 재능이나 근골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높은 확률로 강자가 될 만한 사람들을 싹 쓸어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건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진양은 그것보다 더 큰 가능성에 눈을 돌렸다.
그것은 아예 시험 자체를 벗어난 또 다른 하나의 의미였다.
시험의 문의 ‘측문’을 만들어 대황 곳곳에 생명체가 살 만한 곳에 전부 뿌려두고, 각 측문을 전부 하나로 연결한 뒤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큰 장소를 만든다.
만약 모든 사람들을 전부 이곳으로 끌어모을 수만 있다면, 실제 대황과 완전히 유사한 또 하나의 대황이 만들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복제 대황’을 사자결을 통해 가속시킨다면 한 시간 만에 무려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르도록 만들 수 있다.
즉, 몇 시진 만에 앞으로 수만 년 뒤에 대황에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말 그대로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앞으로 정말로 이러한 일이 벌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진양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실제로 구현해내기만 하면 어느 정도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