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520
1520화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다
부도마교, 대황, 그리고 십방계까지.
여러 세력이 한곳에 모이며 난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부도마교는 결국 안전 구역에 도착하여 통로를 통해 십방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대황 사람들은 끝까지 그들을 쫓아갔지만 결국은 십방계 세력에 의해 길이 막히며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기도 했다.
그사이 진양은 또다시 조윤의 몸으로 들어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어딘지 모를 지하 감옥에 갇혀있었다.
아무래도 조윤이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러나 개똥도 약에 쓰려고 하면 없을 때도 있는 법.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여 그를 죽이지 않고 지하 감옥에 가둬놓은 듯했다.
진양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애초에 조윤이라는 신분은 가지고 있어도 그만이고 버려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윤의 신분으로 돌아온 그는 한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신분으로 돌아오는 게 이전보다 훨씬 더 쉬워진 것이다.
복제 십방계와 진짜 십방계의 융합 진도가 큰 진전을 이뤘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진양은 조용히 감옥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간수는 그가 깨어나던 시점에 어디론가로 가버렸다.
아마도 그가 깨어났다는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러 간 듯했다.
한 시진 뒤.
다시 돌아온 옥졸이 진양을 데리고 어디론가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각종 형구가 가득한 방이었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이곳에 남겨진 고통의 징표였다.
그의 머릿속에선 수많은 이의 절망과 고통으로 가득 찬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진양이 있는 곳에서부터 멀지 않은 곳에는 누군가 갈고리처럼 생긴 형구에 살이 꿰어져 있는 모습도 보였다.
무슨 죄를 지은지는 몰라도 상당히 처참한 모습이었는데, 비명을 지를 힘조차도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다만 죽은 게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매염은 큼직한 의자에 편하게 앉아 차가운 눈빛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진양이 돌연 매염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있군요. 이젠 이용 가치가 없으니 본때를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오해가 있는 듯하군. 난 그저 널 보호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일 뿐이다.”
“허허…….”
진양은 기가 차다는 듯 웃으며 의자로 쓰기에 적당한 형구를 하나 찾아 그곳에 앉았다.
“지금 제게 해를 끼칠 만한 사람은 당신네들뿐입니다. 설마 진양의 사람이 저를 죽이러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겠죠?”
솔직히 매염은 당장이라도 조윤을 죽이고 싶었다.
그래야 자신의 피 같은 미끼를 다시 회수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주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다.
덕분에 그들은 더욱 직접적으로 대황과 진양에 대한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조윤이라는 패는 쉽게 버릴 수가 없었다.
진양과 직접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진양의 말은 충분히 믿을 만했다.
적어도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는 쓰레기 같은 소문보다는 훨씬 더 믿을 만했다.
어쨌든 나름의 계획이 있는 듯했다.
그가 죽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증거였다.
진양은 아직 조윤이 벌인 일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또 다른 계획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곳이 철통처럼 보안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진양은 조윤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것이 계율사가 지금까지 내린 결론이다.
이런 일을 벌인 이유는 간단하다.
조윤이 더 이상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한 가지 더 중요한 이유가 남아있다.
매염이 아직 자신이 미끼로 던졌던 보물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양은 이런 매염의 생각을 훤하게 꿰뚫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가도록 하죠. 여긴 너무 습하고 음침해요. 게다가 너무 시끄럽기도 하고요.”
“좋다.”
매염은 흔쾌히 허락하며 조윤과 함께 감옥 밖으로 향했다.
감옥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이곳이 계율사 거점 내부에 있던 감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진양은 다시 사주가 머물고 있던 탑으로 불려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진양이 네게 무엇을 시키더냐?”
사주가 진양의 앞에 주머니 반지 하나를 던져놓으며 말했다.
늘 그렇듯 상당한 양의 쓰레기 정보가 든 반지였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꽤 좋은 보물과 수련 자원도 상당량 들어있었다.
다만 단독으로 된 하나의 정보가 수련 자원과 들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보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조윤의 사문(師門)이 최근 신조의 중임을 받아 제도(帝都) 근처로 이전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문을 전선으로 보내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선으로 간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
즉, 중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전선으로 보내지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런 건 진양에겐 아무런 위협 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아니, 진양이 아니라 원래 몸주인인 조윤조차도 크게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그는 죽고 나서도 자신의 사문에 대해서는 일절 신경조차 쓰지 않았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런 걸 내놓는 이유는 간단했다.
계속해서 이중 첩자의 역할을 해달라는 뜻이었다.
주머니 반지의 내용물을 모두 살펴본 진양은 반지를 품에 챙겨 넣었다.
그리곤 물었다.
“무엇이 알고 싶으신 겁니까?”
“알고 있는 건 뭐든 전부 털어놓거라.”
“당신들을 이용하여 부도마교를 궤멸시킬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었습니다.”
“겨우 그게 전부란 말이냐?”
참다못한 매염이 한마디 했다.
그러나 진양은 알아서 생각하라는 듯 아무 말 없이 생글생글 웃기만 했을 뿐이다.
사주가 조윤을 노려보며 물었다.
“무엇을 원하느냐?”
“저는 이미 더 이상 높은 경지를 바랄 수 없는 몸입니다. 도군은커녕 법신조차도 이루지 못할 겁니다.
진양은 제게 보천선전의 잔본을 약속했었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제 몸에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사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목구멍까지 튀어나온 말을 다시 집어삼켰다.
보천선전 잔본이라면 십방 신조에도 있다.
하지만 무려 ‘선’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과는 달리 딱히 쓸모없는 공법이었다.
심지어 잔본으로는 수련을 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다.
기껏해야 참고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물론 정상급 고수라면 이것 하나를 통해 열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긴 하겠지만.
그래봤자 그게 전부였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 신조에도 보천선전의 잔본이 한 권 있다. 네가 그것을 필요로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줄 수 있다.”
아주 짧은 순간 동안 조윤의 눈빛이 반짝였다.
분명 구미가 당겼을 때 나오는 반응이었다.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반응이었지만 사주는 곧바로 이를 눈치챘다.
다만 진양은 연기를 한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기뻤다.
애초에 아무 기대도 없이 한마디를 던진 것뿐인데, 상대가 이렇게 순순히 주겠다고 할 줄은 전혀 몰랐다.
게다가 상대는 보천선전의 잔본을 하등 쓸모없는 물건 정도로 여기고 있는 듯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진양이 가지고 있는 보천선전의 잔본도 모든 잔본이 수련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건 아니다.
아예 수련을 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오직 온전하게 하나의 합본으로 만들어야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는 것.
마치 암야우담화와 같다.
암야우담화는 겨우 한두 개의 잎사귀만 있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하지만 온전한 암야우담화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꽃잎이 하나 추가될 때마다 그 효과는 최소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온전한 암야우담화와 암야우담화 꽃잎 하나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
보천선전 역시 마찬가지다.
진양은 잠깐의 고민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전부 말씀드렸습니다. 최대한 살아남으며 어떻게든 당신들이 부도마교를 완전히 궤멸시킬 수 있도록 만들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조윤은 사주의 눈을 바라보며 ‘잘 알고 계시잖아요’라는 눈빛을 비췄다.
“이 이상 제가 설명드릴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아무리 제가 진 대인에게 중요한 패라고 해도 결국은 하나의 패에 불과하니까요. 말단이 뭘 알겠습니까?
이번에 진 대인 외에 또 다른 누군가와 만나긴 했었습니다만, 진 대인께서 제게 지시하신 일을 제외하면 그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애매하게 말을 하면 큰 관련성도, 논리도 없는 것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사주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만약 조윤이 진양이 시킨 대로 이간질을 하려고 했다면 분명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녀석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꼬리를 드러내지 않을 순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들은 절대 부도마교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부도마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을 것이다.
규모가 있는 세력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다는 건 곧 자신들의 승리를 널리 알릴 둘도 없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의문점이 한 가지 존재했다.
아무리 진양이 직접 전장에 나서지 못한다고 해도 부도마교가 이토록 쉽게 이곳으로 건너올 수 있었을 리 만무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 막 이곳으로 넘어온 부도마교에게 해명을 들었다.
현재 대황에는 진양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대영 신조는 사람을 보내 부도마교를 척결하려고 했지만, 도군 강자들은 그 뜻을 따르지 않고 부도마교를 놓아주었다고 한다.
오히려 부도마교와 척을 졌던 일부 적들이 기회를 틈타 공격해온 게 전부였다고 한다.
처음 이러한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크게 기뻤었다.
이 일은 사실 조윤이 말한 일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함께 놓고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주의 머릿속에는 곧바로 새로운 가능성이 하나 떠올랐다.
어쩌면 부도마교가 진양이 작정하고 십방계로 보낸 첩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진양이 죽이려고 한다면 이들은 보호할 수밖에 없다.
즉, 진양은 이러한 점을 노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 반드시 그렇다는 보장은 없었다.
어쩌면 이러한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진양의 음모일 수도 있다.
스스로 힘이 닿지 않으니 십방계로 넘어온 부도마교를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고 신뢰를 받지 못하도록 만들 속셈으로 말이다.
한참의 생각 끝에 사주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진상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부도마교를 신뢰해선 안 된다는 건 확실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도마교는 배반을 하고 이곳으로 넘어온 자들이니 말이다.
애초에 배신자는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다.
이전까지 부도마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그들에게 퇴로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아니었다.
새로운 가능성이 하나 발견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