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20
20화 선택
진양이 보리수나무 숲을 빠져나갈 때 귀성 밖에서의 싸움은 점점 격렬해지고 있었다.
덕비는 살기를 내뿜으며 이를 갈고 있었다. 진양을 향한 분노를 전부 무량도원의 제자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그들의 싸움이 한창 격렬할 때 허공에서 검은빛이 떨어졌다. 빛이 사라지자 다락 귀왕이 어두운 표정으로 덕비의 옆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어서 한 불꽃이 신홍이 되어 나타났다. 맞은 편에 나타난 허신의 늙은 얼굴에는 웃음으로 가득했다. 방금 귀왕과의 싸움에서 다소 우세를 점했던 것으로 보였다.
뒤이어 또 다른 백색의 신홍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왔는데 기세가 대단했다.
신홍이 허신의 옆으로 날아오더니 하얀 얼굴에 수염이 없고 흰색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의 기질은 온화하고 평온해 보이는 게 허신의 거친 성격과는 확연히 달랐다.
“허 사형.”
남자는 평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허신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고개를 돌려 맞은편의 다락 귀왕에게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락 귀왕, 무량도원의 백운비라고 하네.”
다락 귀왕도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괴귀묘의 입구를 보았다.
잠시 후, 멀지 않은 허공에서 영광이 반짝이더니 영력 파동이 강하게 뻗어 나왔다.
공기 중의 영기가 잔잔한 물결처럼 일렁이더니 백 장 길이의 백옥주(白玉舟)가 허공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백옥주의 돛대 위에는 청색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위에는 만영상호 네 글자가 큰 글씨로 적혀있었다. 독특한 기운이 네 글자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눈이 부셔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깃발이 휘날릴 때마다 나오는 신광(神光)이 백옥주 전체를 보고하고 있었다.
백운비가 고개를 들어서 보자 눈빛이 반짝였다. 잠시 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영상호는 정말 재물이 가득한가 보군. 겨우 한 척의 백옥주에 저렇게까지 하다니. 위에 새긴 도문은 연기대사(煉器大師)가 새긴 운문(雲紋)이고 거기다 만영상호의 깃발까지 갖고 오다니. 저래서 저들이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군.”
백옥주는 귀성 상공을 날고 있었다. 뱃머리에서 금색의 옷을 입고 머리에 관을 쓴 중년의 남성이 환하게 웃으며 앞으로 나오더니 공수하며 인사했다.
“만영상호 구주(衢州)의 전장거(錢掌柜)가 모두에게 인사 올립니다. 다들 사이좋게 지내야 돈을 벌 수 있는데 어찌 그렇게 칼을 들고 싸우고 계십니까. 저에게 아주 좋은 삼청차(三淸茶)가 있으니 여러분도 오셔서 맛을 보시지요.”
“내 전장거께서 호탕하고 통이 크시다는 걸 들었지만 설마 그 귀한 삼청차를 내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에 제가 먹을 복이 있나 봅니다.”
백운비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의 제안을 마다하지 않았다.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백운주의 갑판 위로 올라갔다.
옆에 있던 허신도 다락 귀왕을 한 번 보고는 뒤를 따라 배 위로 올라갔다.
다락 귀왕은 침묵하고 있다가 잠시 고민하더니 따라서 배로 올라갔다.
그의 실력은 강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상대방이 확실하게 끝장을 보러 온 거 같았다. 허신은 신해 대수도사인데다 새로 온 백운비도 평생 검을 익혀온 자였다. 백운비는 최근 십 년 동안 세 명의 귀왕을 죽이기도 했다.
그리고 전장거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영력 파동이 파도처럼 거센 데다가 몸에서 영광이 사방에서 나오는 신해 대수도사였다. 다락 귀왕이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만영상호 같은 대부호와 싸움을 하는 것도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모두가 배에 오른 뒤에 전장거는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준비한 다과 앞에 앉았다. 그는 모두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투명한 주전자에서는 물이 끓고 있었고 세 조각의 푸른 찻잎이 안에서 넘실대고 있었다.
잠시 후, 전장거가 네 잔의 청록색의 차를 따라주자 공기 중에는 차 향기로 가득했다. 가볍게 냄새를 맡자 기분이 상쾌해지고 영혼이 맑아지는 거 같았다.
그리고 차향이 사방으로 퍼지자 자상의 풀 하나도 자라지 않은 검은 땅에서 생기가 넘치더니 한 가닥의 초록색 잎이 검은 땅을 뚫고 나왔다.
잠시 후, 주변은 전부 푸른 빗방울의 초록색 잎으로 가득해졌고 생기가 넘쳤다.
“드시지요.”
전장거는 차를 권하고는 먼저 잔을 들고 맛을 보았다.
차가 속으로 들어가자 허신과 백운비의 영력 파동이 평온해졌다.
옆에 있던 다락 귀왕은 난폭한 귀기가 조금 누그러들었고 눈빛도 조금 맑아졌다.
“전장거,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하시오.”
다락 귀왕은 잔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꺼림칙하다는 눈빛이었지만 말투는 부드러웠다.
“귀왕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온건 순전히 귀왕과 장사를 논하러 온 것입니다.”
“장사는 무슨, 이 자를 처리하는 게 제일 간단한 일인 걸!”
허신은 무서운 표정으로 다락 귀왕을 노려보았다.
날카로운 눈빛은 자신의 악의를 숨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자신 있으면 덤벼라! 누가 널 무서워할 거 같으냐!”
다락 귀왕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귀기를 뿜어내자 온갖 귀신이 울부짖는 거 같았다.
“두 분 진정하십시오!”
전장거가 다급히 일어나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다락 귀왕께서도 귀성 뒤쪽의 심연이 다른 공간으로 가는 통로인 것을 알고 계시겠지요.”
“알고 있소. 하지만 그곳은 신비하고 은밀히 숨겨져 있는 곳이어서 신위를 예측할 수가 없소. 귀신들에게 그곳으로 들어가게 해보았더니 순식간에 모두 가루가 되어 사라졌소. 나도 일전에 시도해보았지만 내려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상을 입고 돌아왔소. 거기는 무엇 때문에 가려는 것이오?”
다락 귀왕은 숨기지 않고 모든 걸 인정했다.
“만약 제 예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그곳은 비경으로 통하는 곳이고 도군의 봉호를 받은 자가 좌화한 땅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 때문에 귀왕과 충돌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귀왕께서 들어갈 수 없다면 우리가 대신 들어가 보겠습니다.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그곳을 들어가게 허락해달라는 것입니다. 들어간 후에 어떤 걸 얻든지 나와서 세 개의 상품 영기(靈器)를 귀왕께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전장거의 제안은 대범했다.
다락 귀왕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도 그곳으로 못 들어가기에 지금까지 심연은 귀신을 죽이는 장소로 사용했을 뿐이다.
음괴귀묘에서 죄를 지은 귀신을 그곳으로 던져서 참수했었다.
그도 안에 어떤 대단한 게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얻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미 오래전에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세 개의 상품 영기를 공짜로 준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좋소!”
“통쾌하시오!”
전장거는 크게 웃으며 바로 청어(靑魚) 거울을 꺼내어 귀왕에게 주었다.
“이게 첫 번째 상품 영기입니다. 계약금이라고 칩시다.”
귀왕은 영기를 받고는 공수하고는 몸을 돌려 내려갔다.
옆에서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던 허신은 귀왕의 뒷모습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보았다.
“허 장로님. 그러지 마십시오. 여기 음괴귀묘는 비록 비경이라고 할 수 없으나 7할은 복지(福地)이고 3할은 비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를 지탱해주는 음괴귀묘는 그의 손에 있습니다. 만약 그를 건드렸다가 그가 앙심을 품고 음괴귀묘를 부순다면 여기도 붕괴할 거고 우리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게 됩니다.”
전장거는 달갑지 않은 표정의 허신을 보며 천천히 설득했다.
잠시 후 전장거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보가 새어 나간 거 같습니다. 저도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으니 아마 다른 자들도 서둘러 오려고 할 겁니다. 늦어도 일주일 후면 강자가 반드시 도착할 겁니다.”
이 말을 하자 허신은 바로 자신의 눈빛을 풀고는 더는 귀왕이 날아간 곳을 보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그들이 자소도군이 좌화한 땅에 들어갈 수 있는 희망을 망가트릴 수도 있는 오래된 적수를 처리하느냐.
아니면 엄청난 보물이 있을 수도 있는 비경으로 가느냐.
바보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허신은 눈에 힘을 풀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더는 다락 귀왕을 보는 거도 귀찮았는지 마음을 평안하게 다잡았다.
속으로는 여전히 분했다.
하지만 어쨌든 다락 귀왕도 안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게다가 운이 좋다면 자소도군의 엄청난 보물을 얻을 수 있으니 오래된 적수를 놓아주는 게 무슨 대수인가.
어쨌든 상대방은 못 들어가니 그에게는 기회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평안해졌다.
다락 귀왕의 행동은 과감했다.
귀성은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덕비를 데리고 음괴귀묘의 밖에서 기다렸다.
오직 덕비만 표정이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다락 귀왕은 그녀의 어깨를 두들기고는 가볍게 말했다.
“용아야, 너무 그렇게 분해할 필요 없다. 도군의 봉호를 받은 인물이면 대단하고 엄청난 자들이다. 왜 이런 인물이 여기서 좌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무덤 안은 반드시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들어가고 대부분이 죽게 된다. 이 아비도 들어가면 온전한 몸으로 나올 수 있을지 장담을 못 하는 정도다. 저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거란다.”
“아버님. 저는 그걸 아쉬워하는 게 아니에요.”
덕비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전에 만났던 그 도적놈이 심연으로 뛰어 들어갔는데 지금쯤이면 먼저 들어갔을 거 같아서요.”
“응? 용아야 너 설마 정말로 그 도적놈이 마음에 든 건 아니겠지?”
다락 귀왕은 의아했다. 잠시 후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듣기로는 그 도적이 겨우 양기라고 하던데. 도군의 봉호를 받은 자의 묘에서는 아마 십중팔구는 죽을 것이다.”
덕비는 입술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부친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축기 수도사도 그곳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데 양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덕비는 줄곧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왠지 그 도적은 쉽게 죽을 거 같지 않았다.
* * *
심연 근처.
만영상호 휘하의 수도사, 무량도원의 제자가 전부 도착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수련의 경지가 가장 낮은 자가 축기였다. 양기 수도사는 아무도 없었다. 무량도원에서는 내문 제자 스물여덟 명, 진전 제자가 셋이 있었다.
이 세 명의 진전은 전부 삼원 수도사였다. 허신, 백운비 두 장로보다 한 경지만 낮은 수준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무량도원 쪽에서 누군가 걸어 나오더니 영광으로 빛나는 쇠사슬에 묶인 귀병을 심연 안으로 던졌다.
순식간에 원통 모양의 돌벽이 빛나더니 잔잔하지만 거대한 정기가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가볍게 떠오르더니 자욱해졌다. 단지 기운이 흘러나오기만 했는데도 사람들의 마음이 평안해지는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