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죽여야 한다
숙환(宿患)에서 벗어난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회복되어있었다.
그녀로부터 느껴지는 기운, 그리고 실력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눈앞에 있는 여인이 연욱이라니!’
진양은 너무 놀라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진양은 연욱과 임지청, 영태성녀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군. 연욱, 임지청을 상대해 주겠어?”
연욱의 시선이 임지청에게 향했다.
그녀의 눈빛은 매우 평온하고 굳건했다.
“물론.”
순간 임지청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좋아. 그럼 부탁 좀 할게. 영태성녀와의 원한은 내가 알아서 해결하도록 할 테니까.”
부문검을 꽉 움켜쥔 진양의 눈빛에 희망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평상시와 같이 싸움을 벌여선 안 되었다.
영태성녀와의 정면전은 곧 패배, 죽음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진양이 임지청을 상대하는 것도 문제였다.
연욱과 진양 모두가 죽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모든 것을 각오한 상황에서 쓸데없는 계산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머뭇거리다간 이도 저도 아닌 상황 속에서 죽게 될 것이었다.
지금 생각할 건 어떻게 해야 이길지, 어떻게 해야 두 사람을 죽일 수 있을지였다.
“핫!”
기합과 함께 진양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
진양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운이 그의 미간에 새까만 부문을 새겨넣기 시작했다.
마치 쇠로 피부에 낙인을 새기는 것처럼 피부가 타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미간의 살이 새까맣게 그을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런 고통도, 공포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광기가 그의 의식을 점점 깊은 곳으로 묻어버리고 있었다.
진양은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광기가 자신의 몸을 완전히 침식하도록 놔두었을 뿐이다.
콰광-!
폭발음과 함께 진양의 기운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삼원에서 신해 최고봉으로 증가했다.
광폭이 발동된 것이었다. 광기에 가까운 전의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고통과 공포 따위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고, 의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흐려지기 시작했다.
광폭을 시전한 진양은 이어서 용의 뼈를 꺼냈다.
그리고 안에 있던 용의 골수를 하나도 남김없이 삼켜버렸다.
강렬한 불의 기운이 진양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금방이라도 그를 살아있는 채로 불태워버릴 듯한 뜨거운 기혈이 느껴졌다.
진양의 눈은 흰자가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검은색으로 물들어버린 것이다.
진양이 씨익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
진양은 부문검을 휘두르며 먼저 영태성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입에선 일갈이 터져 나왔고, 눈에선 억제할 수 없는 광기가 뿜어져 나왔다.
“일한재인무행(一恨才人無行)!”
휘둘러진 검에서 검은 기운이 터져 나와 부문검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공기 중으로 짙은 원한의 기운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가장 순수하면서도 오직 삶만을 추구하는 강렬한 원한이었다.
평범한 수도사는 결코 범접할 수 없는 매우 순수한 경지였다.
이제 겨우 첫 번째 검이 휘둘러졌을 뿐이지만 진양의 기운은 광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광폭 공법에 십이마검까지 더해지며 진양의 이성은 더욱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순간 진양은 더 이상 자신이 아니었다.
“이한홍안박명(二恨紅顏薄命)!”
진양의 목구멍에서 강렬한 포효가 다시 한번 터져 나왔다.
진양에게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다시 한번 신해 최고봉의 수준으로 증가했다.
부문검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검에 새겨진 부문에서 은은한 보랏빛이 흘러나왔다.
영혼까지 뒤흔드는 강력한 힘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무시무시한 파도가 되어 방원 수십 장 내를 뒤덮기 시작했다.
한편 이제 막 임지청과 전투를 시작한 연욱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십이마검! 미친 게 틀림없구나!’
삼원의 몸으로 감히 영태의 권능에 범접하려 하다니.
게다가 아무리 십이마검이 강력한 공법이라고 해도 최소 여섯 번째 검까지는 사용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은가.
순간 연욱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연욱의 표정이 한층 더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녀는 비록 강천에게 십이마검을 전수 받지는 못했지만, 십이마검이 지닌 사악함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검에서 일어난 물결이 퍼져나가기 시작하자 연욱은 곧바로 먼 곳으로 도망치며 몸을 피했다.
임지청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뭐지?’
그는 십이마검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진양이 손에 들고 있는 부문검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기 때문에 한 박자 느리게 반응했다.
그 바람에 물결과 몸이 닿고 말았다.
그렇게 물결에 닿는 순간, 임지청은 마치 번개에 감전된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커다란 망치로 누군가 머리를 내려치는 듯한 느낌이 엄습해왔다.
아주 잠깐, 그것도 살짝 스친 것이 전부였는데 영혼까지 손상을 입고 만 것이다.
황급히 부문검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연욱의 매서운 공격이 그를 맞이했다.
이곳은 내해와 사해가 맞닿은 곳으로 물의 기운이 매우 풍족한 곳이다.
넉넉한 물의 기운 덕분에 연욱은 힘을 되찾으며 원래의 십이 할이나 되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연욱은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임지청을 쓰러트릴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한편 영태성녀는 진양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광기에 휩싸인 진양이 뿜어내는 모든 기운이 그녀의 주위를 뒤덮고 있었다.
이대로 몸을 피하게 된다면 허점이 드러나 버리고 말 것이었다.
한 번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자세가 흐트러지며 더욱 많은 허점이 드러나게 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현재 진양은 겨우 두 번의 검만에 무려 신해 최고봉의 위력을 내뿜게 되었다.
여기서 더 놔두었다간 어디까지 실력이 치솟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팟-!
영태성녀가 손을 뻗자 새파랗게 번쩍이는 은빛 칼날이 하늘을 빼곡히 덮으며 폭풍이 되어 진양을 뒤덮기 시작했다.
진양은 등껍질과 검은 솥에 의지하여 영태성녀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냈다.
그의 몸에서 더욱 강렬하게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전의(戰意)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무지개가 되어 하늘 위로 솟구쳤다.
달빛 칼날은 막혔으나 맹렬한 기운은 여전히 날카로운 칼날처럼 진양을 감싸며 날아들었다.
그리고 약간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진양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푹- 푹-!
칼날에 피부가 베이는 소리와 함께 진양의 피부에 수많은 상처가 만들어졌고, 상처에선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진양을 불태워 죽일 듯 타오르던 용의 골수는 힘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며 순식간에 온기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새빨갛게 충혈된 눈, 으스러질 듯 꽉 깨문 이빨.
진양은 다시 한번 포효했다.
“삼한강낭불식(三恨江浪不息)!”
다시 한번 검이 휘둘러지자 이번에는 무려 영태에 범접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실질적인 경지로 따지자면 영태성녀와 두 경지나 차이가 났으나, 이 순간만큼은 동일선상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이제 가장 위험한 시기는 지나갔다고도 볼 수 있다.
진양이 이대로 한 단계 더 힘을 끌어올린다면 그땐 영태성녀의 목숨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세 번째 검이 휘둘러지는 순간 진양의 몸 위로 뿜어져 나오던 피가 전부 증발하며 혈기가 되어 부문검으로 흘러 들어갔다.
체내에서 타오르고 있는 골수가 강제로 기혈을 보충해 주며 또다시 엄청난 양의 힘이 빠져나갔다.
“사한세태염량(四恨世態炎涼)!”
또 한 번 검이 휘둘러졌다.
진양은 체내에 남아있던 용의 골수의 힘과 진원을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끌어올렸다.
잔근육으로 탄탄하던 그의 육신은 마치 물이 빠져버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메말라가기 시작했다.
체내에 남아있던 기혈마저 전부 공격에 동원된 것이다.
네 번째 검을 휘두르며 진양의 기운은 무려 영태 중기(中期)까지 솟구쳤다.
부문검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하며 새겨진 부문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고, 뿜어져 나온 광막이 부문검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부문검 안에 남아있던 잡다한 것들은 강제로 밀려 나오기 시작했다.
검을 두르고 있는 광막은 검 전체를 투명하게 만들 정도였다.
바로 그때, 그윽하고 아득한 기운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래된 존재가 다시 그 힘을 찾아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는 비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었다.
진양이 들고 있는 검은 고대의 부문이 여섯 개나 새겨진 부문검이다.
이건 평범한 법보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전해져 내려온 비보나 마찬가지다.
비보엔 하한도 상한도 존재하지 않는다.
양기기의 수도사도 사용이 가능했고 영태 수도사도 사용이 가능했다.
단지 얼마만큼의 위력을 뿜어낼 수 있는지가 다를 뿐이었다.
진양의 실력은 어느새 영태 경지에 올랐고, 부문검은 마침내 지금과는 다른 강렬한 위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부문에서 흘러나온 빛은 어느덧 수십 리나 되는 범위를 뒤덮었다.
범위 내에 있는 생명체들은 모두 넋이 나갔다.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빛줄기에서 가볍게 일어난 물결이 퍼져 나오자 범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이성과 정신이 강제로 파괴되어버렸다.
진양의 몸에서 검은 기운과 함께 전의가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고, 검게 물든 눈에선 붉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완전한 광기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이제까지 평온한 모습을 유지한 영태성녀의 표정에도 마침내 변화가 일어났다.
“비보와 사술이라니!”
영태성녀의 손끝에서 다시 한번 수많은 달빛 칼날이 쏟아져나왔다.
그녀는 더 이상 진양과 싸울 마음이 없었다.
현재 진양은 계속해서 그 힘이 증폭되고 있긴 했으나 이는 결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잠시 몸을 피하고 기다린다면 진양 스스로 자멸하게 될 것이다.
이대로 계속 싸우는 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진양이 들고 있는 요사스러운 마검은 도무지 예측 불가능했다.
이어서 예황천녀무를 펼치며 하늘 높이 뛰어오른 그녀는 순식간에 수많은 그림자로 나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예측할 수 없는 괴이한 파동이 일어나며 인간의 오감에 혼란을 주었다.
그러나 진양은 이미 광폭 상태에 심취해있었다.
오감 따위는 말할 것도 없고 본래의 의지와 이성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상태에서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오직 한 가지.
반드시 영태성녀를 죽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영태성녀가 여러 개로 불어나자 이러한 생각은 바뀌었다.
영태성녀를 죽이는 것에서 영태성녀들을 죽이는 것으로 말이다.
“오한월태역누(五恨月臺易漏)!”
쉰 목소리와 함께 또다시 검이 휘둘러졌고 진양의 기운이 다시 한번 솟구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