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22
22화 속이는 능력도 대단해
늪지 안.
갑자기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양은 빠른 걸음으로 늪지 안에서 빠져나왔다.
다시 늪지 옆에 서서 늪지 안의 마른 부분을 노려보고 있었다.
사람 발자국 정도 크기의 땅 주위에 있던 잡초들이 산산이 조각나더니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땅에서 연기가 나더니 잠시 후 발자국은 사라졌고 발자국이 있던 땅도 부식되어 사라졌다.
잠시 후 늪지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있는 거야!”
진양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방금 기습했던 땅조차 보이지 않았다.
늪의 옆에 서서 안에서 끊임없이 거품이 올라오는 물웅덩이를 보자 소름이 끼쳤다.
안에 뭐가 있든 한 번 맞으면 죽지 않아도 바로 중상 입을 게 틀림없었다.
속도도 빠르고 독성도 강해서 자신의 혈라마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혈라마가 가진 신비한 효과도 발휘할 수 없을 거 같았다.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던 그의 눈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물웅덩이 있는 그 기이한 것은 상반신은 크고 발톱도 크고 팔다리가 모두 있었다. 땅에 움츠리고 있었는데 발톱에는 부식시키는 독성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늪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 기이한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아무런 기척도 나지 않았다.
진양은 계속해서 살펴보았다. 언제 이 괴물이 나오는지에 대한 계산을 속으로 마쳤다.
이제 어떻게 해야 건너갈 수 있는지 알 거 같았다.
바로 이때, 뒤에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자 먼 곳에서 빛이 보이더니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여러 개의 등불이 움직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적지 않은 인원이었다. 많은 수의 강력한 법기의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진양은 장공술을 사용하며 자신의 영력 파동을 감추고는 뒤에 있는 빽빽한 숲에 숨어 다가오는 자들을 지켜보았다.
한 무리의 축기 수도사들이었다.
그들은 바로 무량도원의 제자와 만영상호의 무리였다.
그중에는 무량도원의 무리 안에 있는 장정의의 모습이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다.
“저 망할 녀석이 정말 안 죽었네. 불안한데.”
진양은 장정의가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이었는지 매우 궁금했다. 그때 이곳저곳을 몇 번을 살펴보았을 때는 분명히 숨이 끊어지고 몸이 굳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진양은 궁금한 마음에 더는 숨지 않고 먼저 걸어 나갔다.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나자 장정의가 큰소리로 외쳤다.
“진 사형. 무사하셨군요, 죽은 줄 알았습니다!”
“난 괜찮네.”
진양은 천천히 다가가 조용히 장정의를 살펴보았다.
“장 사제,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여기는 또 어디인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어느 비경 같습니다. 아, 진 사형, 전에 백옥당 사형을 만나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바로 이분입니다.”
장정의는 정중한 태도로 진양을 데리고 백옥당에게 소개해주었다.
“오, 백옥당 사형이셨군요. 전에 눈에 익다 싶었는데 먼 곳에서 봐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듣기로는 백 사형께서는 검결에 정진이 보여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고 했는데 여기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진양은 환하게 웃으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오, 진 사제, 과찬이네.”
백옥당은 모호하게 대응했다. 진양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듯했다.
장정의는 옆에 서서 존경스럽다는 눈빛으로 보았다.
‘역시 진 사형. 호랑이를 때려잡고 저렇게 상처 하나 없는 것도 대단한데. 게다가 저렇게 능숙하게 거짓말도 지어낼 수 있다니! 나도 속겠어.’
“흥!”
다른 쪽에 있던 구 관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양을 노려보았다.
“누군가 했더니, 장정의의 사형인 진유덕이군. 자네가 다락 귀왕의 딸을 화나게만 안 했다면 우리 만영상호가 그렇게 많은 공을 들일 필요가 없었는데. 세 개의 상품 영기(靈器)를 주니까 다락 귀왕이 길을 비켜주었네.”
“이분은?”
진양은 표정을 감추고 구 관리를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분은 만영상호의 구 관리님입니다. 작은 계략을 쓰려고 했는데 진 사형이 잡혀가면서 성공 못 했었습니다.”
“오, 그런 일이 있었군. 다 지나간 일인데 구 관리님은 아직도 그게 진짜라고 믿으시는 겁니까?”
진양은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한 척을 했다.
장정의는 상황을 모르는 백옥당에게 그럴싸한 거짓말을 지어내서 설명했다.
“저희도 모두 종문의 걱정을 덜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장 사제. 정말 생각이 깊군.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은 아주 좋은 거 같네.”
백옥당은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장정의의 어깨를 두들겼다.
구 관리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만영상호의 입장에서는 장정의와 진양을 죽이지 못하는 게 한이었다.
하지만, 무량도원의 입장에서는 저 둘은 아주 모범적인 제자였다.
‘실력은 별거 없지만 이런 마음을 가진 자들은 보기 어렵지. 외문이 어떤 상황인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자네를 어디서 본 적이 있던가?”
진양을 자세히 보던 구 관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은연중에 살기가 담긴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진양의 얼굴이 전에 혜교에 죽은 그 젊은 시체 수습하는 자와 닮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양은 당황했다.
‘진작에 역형술을 사용해서 모습을 바꿔놓을 걸 그랬나. 최근에는 한 번도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적이 없었는데 이 망할 놈이 알아본 건가?’
“최근까지 청림성에 있었으니 구 관리님이 저와 마주쳤던 게 지극히 정상이지요.”
진양은 티 내지 않고 모호하게 대답을 했다.
구 관리는 뭔가 꺼림칙했지만 진양의 말을 믿기로 했다.
무량도원의 외문 제자는 청림성에도 많았다. 마주친 적이 있는 게 당연한 거였다.
게다가 양기 9층의 무량도원의 제자와 약해 빠진 시체 수습하는 자와는 그 신분의 차이가 너무 컸다. 연관성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구 관사는 왠지 자신이 이놈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에서 불이 끓어오르는 거 같았다. 눈꺼풀이 떨리면서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두 명이 줄곧 찾던 그놈들이 아니라 할지라도 분명히 관계가 있을 거다. 무량도원의 사람들은 모두 음흉한 놈들이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정상이었다.
여기에 있는 모든 걸 누가 혼자 차지하고 싶지 않겠나.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두 세력이 힘을 합쳤지만 들어간 후에 어떤 좋은 물건을 찾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한바탕의 긴장감이 지나가고 두 세력은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고 적막한 늪에 도착했다.
이 늪을 본 모든 자는 이곳이 간단하지 않다는 걸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들은 경솔하게 들어가지 않고 흩어져서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장정의가 진양에게 수군거렸다.
“진 사형, 여기 와 봤었지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안에 기이한 게 있네. 실력이 강하면 모르겠지만 한 대 맞으면 자네도 분명히 다시 죽게 될 거네.”
“응? 진 사형, 자세히 좀 말해 보세요.”
“가서 백옥당을 불러오게.”
장정의는 언짢은 표정으로 차갑게 비웃었지만 고분고분하게 백옥당을 데리고 왔다.
“진 사제, 무슨 일인가?”
“제가 일전에 이 늪을 돌아서 가보려고 시도했었지만, 순식간에 원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아무래도 늪 안에 기이한 것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손톱에는 독이 있어서 부식성이 매우 강하고 안의 공기에도 극독이 들어있습니다. 들어간 후에 영력 파동을 축소하여 단숨에 뚫고 지나가면 가능할 거 같습니다.”
진양은 자신이 살펴본 후에 얻은 결론을 백옥당에게 말했다. 물론 전부는 아니엇다.
만약 백옥당이 덕비를 막아주지 않았다면, 그는 십중팔구 덕비의 손에 넘어가 신혼 방에서 밤새도록 괴롭힘을 당하고 끝내 마른 시체가 되었을 게 분명했다.
은혜는 갚는 게 인지상정이다. 설령 백옥당이 당황할지라도.
“응?”
그런데 백옥당이 정말로 당황하고 있었다.
“됐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곧 만영상회 사람들이 돌아올 겁니다. 백 사형, 기억하십시오. 구 관리, 저 망할 놈은 절대 좋은 자가 아닙니다. 대비하셔야 합니다.”
진양은 사실 모두가 자신과 장정의의 신분을 의심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머리가 어떻게 된 자가 아니었으면 모두 의심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축기 수도사들은 양기의 수도사 따위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관심도 없었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도 귀찮기도 했다.
무엇보다 백옥당이 아는 자라고 하니 모두 모르는 척하는 거였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두 사람을 안중에도 안 두고 있었다.
진양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혼자 움직이고 싶었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구 관리, 저 망할 자는 여전히 살기를 품고 있었다.
곁을 지키는 자들은 그의 주위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고 있었다.
진양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저 망할 자가 정말 자신을 죽이려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벌써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저놈 때문에 일을 망칠 수는 없잖아.’
진양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백옥당의 뒤에 숨어 앞으로 어떡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늪 근처에 도착하자 진양은 몰래 주머니에서 두 개의 풍행부를 꺼내어 자신의 신발 안으로 집어넣었다. 진기를 흘려보내자 풍행부의 무늬가 빛나더니 천천히 발동했다.
이렇게 발동을 시키면 부적 자체는 단숨에 사라지지 않고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
추선법부처럼 이렇게 발동하는 것의 좋은 점은 발동하기 시작한 후로는 영력 파동이 안 느껴진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부적 자체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부사 외에는 다른 자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부적을 발동시킨 후 진양은 조용히 장공술을 사용하여 영력 파동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모두 조심해.”
작은 소리와 동시에 모두가 줄지어 늪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 백옥당은 진양이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비록 의심은 갔지만, 속도를 최대한으로 빠르게 하여 늪 안에 숨어 있는 함정을 피해서 지나갔다. 이 정도의 속도에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백옥당이 속도를 높이자 무량도원의 제자들도 그를 따라 속도를 높였다. 진양은 조용히 사람들 사이에 섞였다.
여기에 고수가 많아서 그런 건지 늪에 들어가고 반 시진이 지나도록 그 기이한 것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단지 이곳 자체의 적막함만 있을 뿐 별다른 위험이 생기지는 않았다.
진양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그 기이한 것이 상대가 안 될 거 같으니 스스로 숨었나 보군.’
풍덩!
뒤에서 갑자기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비(劉飛)가 안 보인다!”
한 만영상호 고수가 놀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앞으로. 멈추지 말아라. 모두 조심하고!”
구 관리는 어두운 표정으로 매처럼 예리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잠시 후, 무리가 이동하는 속도를 더 높이자 많은 자가 진원을 사용하여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영력 파동이 커지자 앞에서 사람들과 미친 듯이 달리고 있던 진양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양은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조금 더 높였다.
풍덩!
또 무언가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경계하며 주변을 둘러보자 작은 웅덩이가 있는 곳에서 물보라가 치면서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다.
“왕호(王虎)가 사라졌어.”
작고 경악한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의 안색이 심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