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어떻게 공격하겠다는 거지?
앞은 늑대가 막고 있었고, 뒤는 호랑이가 막고 있었다.
발아래에는 어떤 함정이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나, 등 뒤에서 무시무시한 자가 진양을 감시하고 있었다.
일단은 목숨부터 건지고 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부도마교 놈들의 손에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며칠 동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고 의문은 더욱 커져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한 곳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악한 존재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인지는 진양도 알 수 없었다.
진양은 조용히 일월성사를 꺼냈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고 난 다음 생각해 보자.’
그러나 일월성사에 힘을 불어넣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진양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이, 이게 왜 이러지? 이럴 리가 없는데.’
조용히 다시 일월성사를 품에 넣은 진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 이런 젠장!’
일월성사는 대세계의 범위 안이라면 비경 등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대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나무와도 같다.
거대한 나무의 몸통이 대세계이고 옆으로 뻗어있는 수많은 가지와 나뭇잎들이 비경이다.
일월성사를 사용하여 나뭇잎에 해당하는 비경에서 대세계 몸통으로 가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나뭇잎이 다른 거대한 나무에서 떨어진 잎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진양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렇다는 건 설마 내 발아래에 있는 이 비경이 다른 세계에서 온 비경이란 말인가?’
황당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이런 말도 안 될 극악의 확률에 당첨되다니.
‘이젠 어떻게 해야 하지?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는 건가?’
위풍이 했던 말로 추정해 보건데, 봉인된 자는 이번엔 반드시 풀려나게 될 것이었다.
진양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도망칠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깊은 곳까지 가서 봉인을 강화시킬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유령 해적단과 연락하여 안팎으로 서로 움직이는 건?’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자 오히려 마음이 훨씬 더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진양은 조용히 부도마교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자식들! 감히 이 몸을 궁지에 몰아넣어? 그 결과가 얼마나 처참할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
* * *
같은 시각, 섬 가장자리.
해안가에 정박한 세 척의 해적선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곽순풍, 다로, 외눈, 막개.
이들은 함께 해변가 근처에 서 있었다.
그러나 모두들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순풍, 벌써 두 번째야. 이번엔 더 이상 뒤탈 없이 잘해야 한다고.”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하는 막개의 어조는 매우 평온했다.
하지만 뱀 혀를 연신 날름거리는 모습으로 보아 상당히 불안한 상태인 듯했다.
막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곽순풍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이어서 확고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난 진양을 믿어.”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했지만 네가 저번에 데려왔던 그 친구도 결국 다시 돌아오고 난 뒤엔 우릴 배신했었잖아.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이만 포기해.”
막개가 한숨을 쉬며 한 마디 더 보탰다.
“진양이 그때 그 인간이랑 다르다는 건 나도 알아. 녀석에겐 신비로운 구석이 있지. 하지만 내 말은 전부 사실이라고. 그 누구도 진양이 놈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어. 게다가 지난번처럼 운 좋게 중심 지대까지 들어가서 구해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곽순풍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막개의 말에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양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옆에서 조용히 머리를 긁적이고 있던 외눈도 한마디 했다.
“그놈,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어. 다 내 잘못이야. 진양을 현혹하는데도 전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다로는 자책하듯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말했다.
그때, 선실의 문이 열리며 선장이 걸어 나왔다.
섬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차가웠으며, 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했다.
“상륙을 실시한다. 유령섬의 출현 시기를 잘못 예측한 것도 모자라 서혼수까지 만나는 바람에 이미 꽤 많은 시간이 지체됐어. 이번엔 나도 함께 가도록 할 것이고, 아마 다른 배의 선장들도 같이 가게 될 거다.
진양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스스로의 힘으로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선장은 이전에 진양이 자신에게 찾아와서 했던 말을 떠올리며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녀석은 확실히 다른 녀석이니까.”
그렇게 다로와 막개는 배에 남게 되었고, 선장 임풍과 곽순풍, 외눈 세 사람이 함께 섬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임풍의 예상대로 유령호의 선장도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나타났다.
그의 곁에는 유령호 대부와 선원 한 사람이 함께 있었다.
해응호 선장 역시 대부인 미란과 함께 나타났다.
그렇게 모인 이들은 곧장 섬 안으로 향했고, 남아서 배를 지키는 자들도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다로는 선원들을 시켜 안쪽에 미리 준비해둔 진판을 꺼내도록 했다.
그리고 배 사방에 미리 준비된 장소에 설치하도록 했다.
진판 설치가 끝나자 배의 표면에서 은은한 빛으로 이루어진 부문이 드러났다.
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하고 복잡한 진법의 복합체였다.
이어서 배 옆으로 거대한 은빛 기둥이 생겨나며 물에 잠기듯 양쪽 석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쇠사슬과 같이 단단하게 배를 고정시켰다.
“이제 남은 건 선장님께 달렸군.”
다로는 선수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무사히 임무를 마칠 수 있기를.’
양쪽에 있는 해응호와 유령호 역시 같은 작업을 마쳤다.
세 척의 배에서 거대한 빛의 허상이 투사되었고, 허상에서 쏘아진 거대한 빛기둥은 양쪽 석벽으로 빨려 들어가 배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이와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변화가 일어났다.
빛무리는 해안가를 따라 섬 안쪽으로 뻗어나갔다.
빛이 지나간 자리에서 음침한 기운이 폭발하듯 일어났다.
허공에 떠다니던 영기는 무형의 기운에 의해 한곳으로 모이며 오색빛깔의 빛이 되어 해안가를 따라 떨어졌고, 세 척의 해적선에 의해 삼켜졌다.
이렇게 삼켜진 빛은 대일화로에 의해 진법 운용에 사용되는 방대한 양의 힘으로 전환되었다.
영기가 강제로 흡수당하자 섬에는 모래와 돌이 섞인 광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 시진 정도 지나가 섬에 퍼져있는 영기의 농도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해안가에서 조금 먼 곳엔 영기의 황무지가 나타날 정도로 영기는 빠른 속도로 삼켜졌다.
생기라곤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던 이곳은 훨씬 더 삭막해진 모습이었다.
이는 수도사들의 합의하에 넓은 범위 내에서 고대의 탈영진(奪靈陣)의 사용을 금지시킨 덕분이기도 했다.
강제로 영기를 끌어모으는 진법을 넓은 범위에 사용할 경우, 그 범위보다 수십 배는 더 큰 범위를 영기의 황무지로 만들어버린다.
뿐만 아니라 범위 밖의 영기도 희박해지도록 만들기 때문에 영약, 광석, 그리고 영기를 사용하여 생존하는 종족들은 전부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이곳에선 그런 문제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섬 자체가 감옥이기 때문에 오히려 영기의 황무지가 될수록 좋다.
같은 시각.
섬 안으로 들어간 해적 단원들은 각자 적절한 시기에 맞춰 봉인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세 줄기의 빛기둥이 섬의 세 방향으로 떠오르며 하늘로 솟구쳤다.
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빛의 기둥에서 강력한 힘이 솟구쳐올랐다.
설령 수십 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 힘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빛기둥이 하늘로 떠오르자 어두웠던 하늘 곳곳으로 빛을 비추기 시작했다.
얇은 빛줄기는 사방으로 퍼지며 그물의 형태를 이루었고 이내 조금씩 지면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얇고 작은 빛기둥들이 하늘에서 서로 교차하며 지면을 향해 내려왔다.
마치 섬 전체가 빛으로 만들어진 쇠창살로 둘러싸인 우리가 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흥, 하찮은 것들. 순순히 네놈들 계획대로 되게 놔둘 것 같으냐? 속도가 꽤 빠른 걸로 봐선 세 선장이 직접 나선 것 같군.”
노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괴상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하하하! 좋아. 아주 훌륭하군.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탈출시키고 말 거다. 그 누구도, 그 누구도 우릴 막을 수 없다!”
한편 진양은 무리 속에서 조용히 고개를 들어 하늘 위로 떠 오른 빛의 기둥을 바라보았다.
진양의 눈빛엔 걱정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날짜를 계산해 보니 아직 유령섬이 사라지기까진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게다가 분명 매번 봉인을 강화하러 올 때마다 급히 서두르며 간신히 일을 마쳤었다고 했었다.
이렇게 빠르고 순조롭게 일이 진행될 리는 없다.
부도마교의 장로도 수상했다.
충분히 사람을 보내 방해를 할 만도 했으나,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는 즉 또 다른 음모를 숨겨놨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정확한 길을 찾아냈다고 했을 때도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던 자가 갑자기 환하게 웃는다?
이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에 의한 미소다.
장로의 반응으로 보아 이미 해적단은 놈의 수에 걸려들었을 수도 있다.
‘세 선장이 직접 나선 것 같군.’
이 말은 곧 배가 비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는 건 빈집털이를 하겠다는 뜻일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해적선은 거대한 크기와 방대한 양의 진법으로 둘러싸인 복합체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수준의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걸로 보아선 해적선의 무시무시한 방어력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사색에 잠겼던 진양의 머릿속으로 한 줄기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유령 해적단의 작업을 방해하고 해적선을 공격한다? 그렇다는 건…….’
위험한 상황에서도 절대 풍림호를 버리지 못했던 임풍 선장의 행동.
진양은 그의 행동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풍림호 그 자체가 봉인 강화에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 척의 해적선은 각각 서로 맞물리는 거대한 진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진법들이 톱니처럼 맞물리며 거대한 진열(陣列)을 이루는 순간, 실로 불가사의한 위력을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거기에 섬에 있던 영기와 하늘에 퍼져있던 영기가 한곳에 모여 만들어진 빛줄기, 그리고 해안가를 향해 빛줄기가 쏟아지던 모습까지.
이는 곧 세 척의 해적선의 위력이 극한까지 끌어올려져 있음을 뜻한다.
‘도무지 모르겠단 말이지.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막강한 해적선을 공격하겠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