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327
327화 드디어……!
그 모습을 보던 진양의 눈빛이 반짝였다.
생각보다 꽤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닭, 서둘러! 얼른 앙기를 전부 저 녀석이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줘!”
그렇게 진양과 닭은 몸 안으로 흘러들어온 앙기를 전부 마수를 향해 쏟아붓기 시작했다.
해안마석과 마수는 앙기를 단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흡수해버렸다.
“진양, 가만두지 않겠어!”
“어휴, 그렇게 사양할 필요 없으니까 많이 먹어. 오히려 고마운 건 내 쪽인걸! 덕분에 목숨 건지게 됐잖아!”
고맙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덕분에 장해도군의 입 냄새로 인한 죽음은 면하게 된 셈이니까.
연화가 끝난 선천홍몽자기를 도기와 하나로 합치며 진양은 이전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도기를 갖게 되었다.
이번 일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여러 일을 겪고도 경지가 멀쩡히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전부 도기 덕분이 확실했다.
앙기로 인한 여파가 온몸으로 번져가는 순간, 도기 내에 있던 선천홍몽자기가 반응하며 도기를 보호했다.
수련 경지가 멀쩡할 수 있었던 건 전부 도기 덕분이었다.
그리고 육신이 멀쩡할 수 있었던 건 전부 마수 덕분이었다.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마수의 힘은 전부 육신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렇게 만들어진 살의 방패가 앙기의 침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천만다행이었다.
뚱뚱해진 본인의 모습에 불만을 가졌던 순간을 반성했다.
이런 모습이 자신을 보호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진양,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어!”
검둥이의 절규가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 폭포처럼 쏟아지던 앙기는 조금씩 줄어드는가 싶더니 이내 완전히 끊어졌다.
아직 일부가 남아있긴 했으나, 이 정도는 이화접목으로도 충분히 배출이 가능한 양이었다.
“검둥아,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할게. 덕분에 목숨 건졌다. 고마워. 나중에 충분한 능력이 생기면 네가 새로운 육신을 찾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약속할게. 이 정도면 충분하지?”
“닥쳐! 이런 못된 녀석들.”
진양은 씩씩대는 검둥이는 뒤로한 채 다시 밖으로 나왔다.
한편 닭은 호양보종에 선 채 초록색으로 변한 자신과 호양보종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비록 꼴이 말이 아니긴 했으나 그래도 검둥이보단 낫다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다.
게다가 자꾸 보다 보니 까마귀 같던 모습보단 초록색으로 물든 게 훨씬 더 기품있고 신비로워 보였다.
‘뭐, 이 정도면 나쁘진 않군!’
주위는 고요했다.
한쪽에는 장해도군의 시신이 누워있었고, 그 옆으로는 상반신밖에 남지 않은 자소도군이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한편 온통 초록색 꽃으로 뒤덮인 진양은 조용히 눈을 뜬 채 그런 자소도군을 힐끔거리며 몰래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자소도군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곤 진양을 바라보았다.
“자, 자네 살아있는 겐가?”
이미 들킨 이상 더 이상 연기할 필요는 없었다.
진양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맞아요. 다행히 죽진 않았죠. 장해도군 그 인간, 입 냄새가 어찌나 구리던지. 조금만 더 묵었다면 진짜로 죽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요.”
“하, 하하! 하하하……!”
자소도군은 실성한 듯 광소했다.
“장해, 어서 일어나보시게나.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저 녀석, 죽지 않았다니깐. 글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소도군은 빠르게 진양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목을 잡고 진양을 들어 올렸다.
“진양, 참으로 상상 이상이구나. 상상 이상으로 완벽해! 그럼 이만 네 육신을 잠시 빌려 가도록 하마. 이 빚은 다음 생에 다시 만나면 꼭 잊지 않고 갚도록 하지!”
파랗게 질린 진양은 손을 뻗어 자소도군의 팔을 어떻게든 떨쳐내려 발버둥 쳤다.
“켁……! 장해도군이 당신보고 위군자라고 했던 거. 이제 보니 진짜였군요. 빌리긴 무슨. 이게 어딜 봐서 빌리는 거죠? 그래서 나중에 어떻게 갚을 건데요?”
“앞으로 적어도 십만 년은 네 이름을 기억해 주도록 하마. 이 정도면 영광인 줄 알고. 자, 남길 말은?”
“꼭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먼저 죽던데.”
진양은 웃음을 쥐어짜며 자소도군의 손을 붙잡았다.
“그게 네 유언이냐?’
자소도군은 큰소리로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 다시 살고 볼 일이었다.
장해도군의 앙기를 맞고도 멀쩡히 살아나다니.
어떻게 한 것인지 궁금하긴 했으나, 그런 건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놈에게 아직 목숨이 붙어있다는 점이니까.
“오랜 개고생 끝에 장해도군이 묻힌 곳을 찾아냈지만 결국 장해비전은 찾지 못했군요. 게다가 당신과 이런 식으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럴 시간은 없는 것 같군요. 뭐, 앞으로도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어디 한 번 해 보거라.”
아직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진양은 자소도군의 손에 붙잡힌 상태.
마지막 한마디쯤은 자비를 베풀어 주는 것도 나쁘진 않다.
“전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그런 말 하는 사람이 꼭 먼저 죽게 된다고.”
의미심장한 웃음과 함께 진양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은 자소도군을 뒤덮었다.
‘습득 능력 발동!’
자소도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한 줄기의 빛이 하늘로 솟구치며 구름을 휘저어놓았다.
주위를 가득 채웠던 상서로운 기운은 순식간에 흩어져버렸고, 멀리서 용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무(無)로 변해버렸다.
툭-
자소도군은 손을 놓았다.
그의 몸은 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의 눈앞에 진양은 손에 시시각각 색깔이 변하는 정체불명의 빛 덩이를 들고 있었다.
“그렇군. 이런 식으로 자소도경을 익힌 게로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몸에 일렁이던 빛이 사그라들며 자소도군도 천천히 눈을 감았다.
털썩-
자소도군은 힘없이 땅 위로 쓰러졌다.
과거의 영광, 힘, 그리고 생전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남은 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시신뿐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그의 얼굴엔 왠지 모르게 평화가 가득했다.
원한과 사기는 완전히 사그라들었고, 넘쳐흐르던 위엄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대단한 인물이라 하더라도 죽고 나면 결국은 다 똑같은 것이다.
진양은 제자리에 선 채 멍하게 성불 당한 자소도군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
그제야 정신이 든 듯 털썩 땅 위로 주저앉으며 뒤늦게 숨을 몰아쉬었다.
또다시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진양은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깨어났다.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이었다.
그동안 마음속으로 미리 연습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이루어지긴 했으나, 어쨌든 마침내 봉호도군에게 습득 능력을 사용하겠다는 목적을 이루었다.
진양의 시선이 손에 들린 광구에게 향했다.
겨우 하나!
단 하나!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봉호도군인데, 적어도 일곱에서 여덟 개는 나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자세히 보니 이전에 획득했던 광구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희망이 솟아났다.
‘혹시 모르지. 이 하나에 일곱에서 여덟 개의 기능서가 들어있을지도.’
광구는 푸른색과 자색, 그리고 황금색 빛으로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다.
꿀꺽-
진양은 광구를 머릿속에 넣었고, 눈을 감고 그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잠시 뒤, 진양은 눈을 번쩍 떴다.
‘이, 일자결(一字訣)!’
일자결 중 하나인 애자결(哀字訣)이었다.
기능서엔 자소도군이 어떻게 애자결을 얻게 되었는지, 어떻게 깨닫게 되었는지, 그리고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도 이를 익히지 못한 집념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애자결 그 자체에 대한 내용은 단 한 글자도 없었다.
경지는 전부 마음속에 새겨졌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도 모두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수련하거나 시전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자세히 자소도군이 남긴 경험을 되새겨보고 나자 그제야 마음속에 약간의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것은 공법이다.
배워도 처음부터 수련해야 하며, 입문하지 않았다면 배우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입문과 배운 건 사실 다를 바 없는 말이지만 여기선 다른 개념으로 통했다.
하지만 애자결은 신통력이었다.
때문에 다른 신통력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진양은 계속해서 시도해 보았으나 입문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일단은 포기하기로 했다.
생전에 그렇게 강한 힘을 가졌던 자소도군조차 입문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니, 애자결을 어떻게 수련해야 할지 대략 감이 잡혔다.
단순히 실력이나 깨달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멀리 보고 많이 배우며 수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아마도 진정으로 그 경지를 깨달아야만 입문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자소도군은 일생 동안 모든 이들을 속였고, 자신을 속인 위군자다.
이런 그가 어떻게 깊은 경지로 들어가 그것과 감정을 공유하고, 그 경지를 깨달을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아마 스스로 이유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칠 수 없었을 것이었다.
이번에 획득한 기능서의 색깔이 고정된 색이 아니었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애자결이 경전법결(經典法訣) 중 가장 낮은 결인 이유.
애자결 위력이 공법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전부 사용자에게 달려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기능서의 색깔이 가장 후진 하얀색이든, 도경보다 더 좋은 황금색이든 그건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사람 그 자체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이전에 했던 습득 능력에 대한 추측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았다.
획득한 기능서와 기능서를 뱉어낸 대상이 생전에 할 수 있었던 일은 크게 관계가 없다.
보통 습득 능력을 사용하면 대상이 생전에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던 것, 혹은 강한 집념을 지니고 있던 것, 혹은 죽기 직전에 생각하던 것이 나오게 된다.
당장 애자결을 익힐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공법 같으면서도 신통력 같은 이 애자결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궁금했다.
예전에 검은 솥에 갇혀있던 그림자 요괴의 말에 따르면 일자결은 인간이 가장 먼저 만들어낸 공법으로 인간이 익히기에 가장 적합한 공법이라고 한다.
과거 그는 자신보다 한참 낮은 실력을 지닌 인간 수도사가 노자결을 쓰는 순간 자신을 한 손가락으로도 눌러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어나는 걸 본 적이 있다고 했었다.
노자결은 전투력을 최고조로 이끌어내는 일자결이다.
그렇다면 다른 일자결도 비슷한 기능과 위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기능서가 하나만 나온 것에 대해선 조금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일에만 매달릴 순 없을 테니까 말이다.
마음을 추스른 진양의 시선이 이번엔 장해도군의 시신으로 향했다.
진양은 자신도 모르게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