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364
364화 주먹까지 강한 미친놈
진양은 간신히 몸을 강제로 비틀어 녀석의 공격을 검은 솥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상당히 민첩한 녀석이었다.
하마터면 그대로 목을 물릴 뻔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쨍-!
녀석의 머리가 검은솥과 부딪치며 청량한 금속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녀석이 갑자기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꼬리 쪽에 있던 머리가 곡선을 그리며 진양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녀석의 이빨에서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위력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은 독이 뚝뚝 흘러내렸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려왔다.
몸이 보내는 본능적인 위기의 신호였다.
이대로 물리면 무조건 죽는다!
이화접목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육신의 저항력이 강하다고 해도 반드시 죽는다!
위기일발의 순간, 진양은 머리를 쏙- 하고 등껍질 안으로 넣어버렸다.
덕분에 간발의 차이로 놈의 공격은 거북이 등껍질로 날아들었다.
이어서 진양의 손에 들린 화혈마도가 놈의 몸을 반 토막 내버렸다.
마도는 쌍두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조리 마셔버렸고, 쌍두사는 순식간에 마른 시체가 되어버렸다.
놈의 시체는 땅 위에 툭- 하고 떨어졌다.
그때, 한쪽 머리가 입을 쩍 벌리더니 다른 쪽 머리를 집어삼켰다.
그러자 잘린 부분에서 순식간에 새로운 몸이 자라났고, 어느덧 머리까지 새롭게 자라났다.
처음 나타났을 때와는 달리 몸이 다소 짧아진 모습이었다.
놈은 두 개의 머리를 동시에 치켜든 채 혀를 날름거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진양을 노려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녀석은 진양의 왼쪽 손등에 나타난 물소의 징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소의 머리 형상을 띄고 있는 징표는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던 상대방을 주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물소의 징표가 눈빛을 반짝였다.
그리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쌍두사를 매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쌍두사는 긴장한 듯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혀를 날름거렸다.
그리고 그때.
“음머!”
우렁찬 소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쌍두사는 천천히 치켜들었던 머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잠시 진양을 쳐다보는 듯하더니 이내 단념한 듯한 모습으로 조용히 풀숲으로 사라졌다.
진양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의 눈빛, 행동.
이 두 가지만 봐도 ‘재수 좋은 녀석. 당장 여기서 꺼져라!’라고 말한 게 분명했다.
진양은 순순히 방향을 바꾸어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수십 리 정도를 달리다니 보니 숲속에 시체가 누워있는 게 보였다.
주위를 살펴보니 총 여덟 구의 시체가 있었다.
시신들은 죽을 때 당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존되어있었다.
특히 이들 중 두 구의 시체의 목에는 두 개의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등껍질에 생긴 이빨 자국과 똑같은 모양이었다.
쌍두사의 짓인 듯했다.
그때, 시신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말라버리는가 싶더니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순간 도문에서 읽었던 어떤 책이 떠올랐다.
음패수(陰悖獸)라는 괴수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이 괴수는 극한의 음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영혼을 먹이로 삼는 녀석이라고 한다.
쌍두사, 음패수가 분명했다.
어쨌든 이렇게 영혼을 먹고 자라난 놈은 천 년마다 한 척씩 몸이 커지는데, 방금 보았던 녀석은 다섯 척 정도 되었던 것으로 보아 오천 살 정도 되는 놈인 듯했다.
놈은 화혈마도에 베이고도 멀쩡할 정도였다.
만약 녀석에게 물렸다면 아무리 진양이라도 해도 한 번에 골로 가버렸을 것이다.
진양은 손을 들어 지금은 징표가 사라지고 없는 손등을 바라보았다.
‘착하게 살았더니 운도 따라주는구나.’
물소의 증표가 없었다면 진양은 영문도 모른 채 쌍두사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쌍두사는 쉽게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벤다고 하더라도 크기가 작아지기만 할 뿐, 웬만해선 숨통을 끊어놓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특별한 법보로 놈을 꼼짝 못 하게 만들어두는 것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등껍질에 깊게 뚫린 자국을 보니 왠지 녀석을 제압할 수 있는 법보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종문으로 돌아가면 한 가지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
음패수 같은 무시무시한 괴수로부터 살아남은 건 충분히 자랑할 만한 이야깃거리니까.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복을 받는 법이지.’
헌일의 시신을 흑여 사람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다면 물소의 증표는 구경도 못 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그 물소는 도대체 정체가 뭘까? 엄청 강한 건 알겠는데 그 이상은 모르겠군. 확실한 건 쌍두사는 물소에 대해 알고 있는 눈치였어. 상당히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는데.’
진양은 이곳에서 찾게 될 흑여 선조의 시신도 수습하여 흑여 사람들에게 가져다주기로 했다.
물소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그걸 갚는 셈 치고 가져다주기로 한 것이다.
진양은 음패수가 출몰했던 곳을 중심으로 주위를 살펴보았다.
음패수는 음기가 강한 곳에서 살아간다.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온갖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귀신소굴.
편안한 것도 편안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마음껏 잡아먹을 수 있는 귀신들도 넘쳐나기 때문이다.
녀석의 길이가 오 척이나 되는 걸로 보아 평범한 음지에 살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분명 음기가 극에 달한 곳에 살고 있을 것이다.
놈이 밖으로 나온 건 아마도 먹이가 떨어졌기 때문에 다른 먹잇감을 찾으러 나온 것이 분명하다.
일전에 찾았던 흑여 선조와 관련된 단서 중 그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음기가 극에 달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는 단서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젠 음패수가 어디서 온 건지만 파악하면 된다.
먹이를 찾으러 나온 만큼 당분간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진양이 녀석을 베었을 때, 녀석은 물소의 증표를 보고 진양을 그냥 놓아주었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흑여 선조도 음패수에게 죽임을 당한 건 아닐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진양을 살려두었을 리 없다.
주위를 살펴본 끝에 대략적으로 방향을 찾은 진양은 녀석이 내려온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때, 두 명의 수도사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마치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수십 장을 움직이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으나, 그들은 그대로 뚫고 지나가 버렸다.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진양을 힐끔 쳐다보기만 했을 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방금 사라진 두 사람이 입고 있던 옷, 음패수에게 죽임을 당했던 자들이 입고 있던 옷과 같은 옷이었다.
‘같은 문파 사람들인가?’
두 사람에겐 다소 기괴한 귀기가 느껴졌다.
남만에서 이런 괴상한 기운을 지니고 있는 건 유명성종이 유일하다.
‘어딜 저렇게 급하게 가고 있는 거지? 음패수는 어디 간 거야?’
그런데, 자세히 보니 두 사람이 달려가고 있는 방향은 방금 전 음패수에게 당했던 시신들이 누워있던 장소가 있는 곳이었다.
진양이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을 때.
숲속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 한 노인이었는데, 팔뚝이 진양의 허벅지보다 더 굵직한 상당히 건장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노인이 노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혀오는 듯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넌 누구냐? 내 제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느냐?”
진양은 뒷걸음질 치며 두 사람이 달려간 방향을 가리켰다.
순간 진양은 자신도 모르게 노인에 손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두 개의 뱀 대가리가 들려있었다.
두 마리의 뱀이 아니었다.
뱀 머리는 하나의 몸으로 이어져 있었다.
한 마리의 뱀이었던 것이었다.
‘음패수!?’
노인의 손에 잡힌 음패수는 꼼짝도 못 하는 모습이었다.
진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양조차 간신히 물소의 증표의 도움을 받아 놈을 쫓아버렸던 것이 전부인데.
노인은 아무렇지 않게 한 손으로 녀석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다니.
진양은 심장이 떨려 미칠 것만 같았다.
이 부근에서 이런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을 법한 사람은 오직 한 사람.
황천마종의 노조뿐일 것이다.
진양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그의 손에 들린 음패수는 못 본 척했다.
그 모습에 노인은 ‘하하하!’하고 웃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한숨과 함께 진양의 이마로 식은땀이 주룩 흘러내렸다.
전생이든 현생이든 가장 무서운 건 바로 미친놈들이다.
예측도, 가늠도 불가능한 존재들.
이런 인간들은 목숨 걸고 덤비기보단 피하는 게 나았다.
특히 미친놈들 중에서도 주먹까지 강한 녀석들.
이런 녀석들은 목에 칼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진양은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한시라도 빨리 그 미친 노조에게서 멀어지고 싶었다.
* * *
같은 시각.
음패수는 노조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러나 무슨 수를 써도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한편 노조는 자신이 쫓던 두 사람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는 마치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유명성종의 두 제자는 제자리에 굳은 채 미동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하하하! 내 제자가 어디 있는지 데려다주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근데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지다니. 찾느라 애먹었다, 이 녀석들아!”
유명성종의 두 제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노조를 그의 제자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 생각은 없었다.
그냥 적당한 곳에서 죽겠다 싶어서 데려온 건데, 죽기는커녕 오히려 미친 듯한 실력을 뿜어내며 아무렇지 않게 따라붙는 것이 아니던가?
눈빛을 교환하기 무섭게 두 사람은 각자 양방향으로 갈라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노조는 난처하다는 듯 멀어지는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어떤 녀석을 쫓아가야 하는 거지?”
한참의 고민 끝에 노조는 왼쪽으로 도망친 제자를 쫓기로 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따라잡아 그의 뒷목을 손으로 붙잡았다.
“잡았다, 요놈!”
그러나 그의 손이 닿는 순간, 뿌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목뼈가 박살 나버렸다.
“뭐야? 뭐가 이렇게 약해?”
노조는 시시하다는 듯 손을 놓아버렸고, 땅에 쓰러진 남자는 눈을 부릅뜬 채 노조를 노려보며 연신 숨을 몰아쉬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얼마 못 가 숨이 넘어가고 말았다.
노조는 시시하다는 듯 그를 힐끔 쳐다보곤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도망친 다른 제자를 쫓아갔다.
이번에는 방금 전의 일을 교훈 삼아 목을 잡지 않고, 대신 어깨를 잡았다.
빠각-!
또 한 번 뼈가 박살 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
노조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힘도 안 줬는데 이렇게 쉽게 부러지다니.
한편 어깨뼈가 박살 난 남자의 이마엔 식은땀이 잔뜩 맺혔다.
놀란 그는 비명 소리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함께 온 동료들을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죽여버린 음패수를 아무렇지 않게 제압하는 노인의 모습을 생각하자 식은땀이 흘렀다.
“어서, 빨리 내 제자 녀석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니깐.”
남자의 눈앞에 절망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노인이 원하는 대로 조금 더 안쪽으로 데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우선 노인을 궁지에 몰아넣고 그다음 도망칠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