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609
609화 나중을 위한 함정
진양은 어떻게든 몽의를 말리고 싶었으나 더 이상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의 추측을 조금 더 세밀하게 살펴보고 조언해 주는 수밖에 없었다.
“몽 선생님, 그런 게 아니라 드릴 말씀이 있어서 잠시 멈춰달라고 한 겁니다.”
“말씀하시오.”
“우측에 있는 문고리로 예를 다하여 세 번 두드리셔야 합니다.”
몽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양의 말대로 조심스럽게 오른쪽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가볍게 세 번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문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몽의는 진중한 얼굴로 뒤로 세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곧바로 무릎을 꿇고 공손히 절을 올렸다.
“소인 인간 몽의라고 하옵니다. 우연한 기회가 되어 응룡 대인을 찾아뵙게 되었으니 방문을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세 번 머리를 찧은 뒤 그는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엎드린 자세를 유지했다.
그때, 조각상이 조금씩 움직이며 눈을 뜨고 몽의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뒤.
응룡 조각상은 꿈틀거리며 문안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모두들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는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대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잔뜩 긴장했던 진양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등은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심지어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주변에까지 다 들릴 정도였다.
삼안요모가 힐끔 진양을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네 인간들은 문 두드리는 것 하나도 이렇게 복잡하단 말이오? 참으로 이해가 안 되는군.”
진양은 삼안요모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곧바로 앞으로 다가가 몽의를 부축하여 일으켰다.
“몽 선생님, 이만 일어나셔도 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별것 아니오. 그저 문 하나 두드린 것일 뿐인데.”
몽의는 별것 아니라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별것 아닌 게 아니다.
재수 없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때, 오룡 족장이 다가와 몽의에게 포권을 취하며 예를 갖추었다.
그러면서 진양에게 삼안요모가 물었던 질문을 다시 한번 물었다.
“문 하나 두드리는 것에도 이렇게 복잡한 법도가 있단 말입니까?”
“물론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죠. 단지 지금은 사활이 걸린 상황이라 평소보다 더 신경을 썼던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응룡이 인간과 가깝게 지냈다고 해도 위아래 구분은 확실한 법 아닙니까? 그러니 예를 다해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지요.”
진양의 말에 모두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응룡의 무덤이 이토록 위험할 줄 예상을 못 했던 것도 있지만, 너무나도 쉽게 문을 열 수 있다는 사실 역시도 충격이었던 것이었다.
만약 요족들끼리 왔더라면 아마 평생 문을 열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힘으로 열려다가 희생만 더 늘었을 것이다.
이쯤 되니 지금까지 아무도 응룡의 묘지를 열고 들어가지 못했던 이유도 충분히 납득이 됐다.
요족들 중에 누가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겠는가?
어쨌든 무덤 입구가 열리자 모두들 입구 쪽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오룡 족장이 다급히 이들을 막아섰다.
이미 한번 자신들의 무지함 때문에 애를 먹었는데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일단 냉정하게 기다리며 몽의와 진양의 의견을 듣는 게 우선이다.
설령 이들이 진양이 알려준 방법대로 했다고 해도 몽의처럼 문을 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몽의는 문을 두드릴 때 강도부터 간격, 심지어 문을 두드리고 난 뒤에 했던 행동들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을 썼지만, 요족 중에는 그 정도로 세심한 사람이 없다.
게다가 진양은 입구를 여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다.
때문에 더 이상 그가 젊거나 몽의보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깔보는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 더 이상 단순히 실력만으로 무덤을 돌파하는 게 불가능한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의견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오룡 족장은 몽의와 진양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예를 갖추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두 분께서 가르침을 주셨으면 합니다.”
몽의는 아무 말 없이 진양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진양이 활약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현재 진양은 중상을 입은 상태다.
거기에 나이도 어려 실력도 많이 부족하다.
이렇듯 여러 가지 단점을 안고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더 진양이 활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요족들이 최우선으로 진양을 보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몽의의 눈빛에서 뜻을 읽은 진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더 이상 가르쳐드릴 건 없습니다. 그냥 조용히 무덤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단, 주의할 점은 함부로 내부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린다거나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집을 방문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룡 족장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고, 요족들은 한 사람씩 청동 대문을 지나 무덤 안쪽으로 향했다.
요족들이 앞장을 섰고 진양과 몽의는 가장 뒤에서 이들을 따라갔다.
더 이상 두 사람을 방패로 사용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약 두 사람이 여기서 죽어버린다면 나중에 해결하지 못하는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겨도 돌파해낼 방법이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리의 뒤를 따라가고 있을 때.
갑자기 몽의가 진양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의 목소리가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너도 직접 봐서 알겠지만 요족들은 절대 방금 그 대문을 열 수 없었을 게다.”
맞는 말이었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추측에 불과했으나, 몽의가 문을 두드려서 여는 걸 확인하고 나니 이젠 확신이 되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상고 시대의 진룡은 독립된 하나의 종족으로 살았었다고 한다.
분명 같은 요괴에 속했지만, 함께 모여 요족이라는 종족을 이룬 요족과는 달리 별도로 진룡 그 자체로 살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진룡의 후예들이 많아지자 이러한 상황은 바뀌게 되었다.
진룡의 후예들 역시 대다수가 요족의 피가 섞인 자들이었기 때문에 진룡의 후예들은 요족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상고 시대가 막을 내릴 무렵 진룡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후세에서는 진룡도 요족과 하나로 묶어버렸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이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 자체로 잘못된 사실이었던 것이었다.
여기에 응룡이 오랜 시간 인간 사회에 머물렀다는 점, 인간의 관직을 받았다는 점, 심지어 무덤의 입구까지 인간의 문화와 양식을 그대로 따랐다는 점까지.
과거 응룡이 살아있을 시절은 인간과 요족의 관계가 가장 나빴던 시기다.
물론 지금까지도 단 한 번도 좋았던 적은 없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도 일부 지역에서는 응룡이 인간을 도와주었다거나 요족을 몰아내주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흘러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응룡은 요족과 피가 섞인 후예는 결코 남기지 않았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보아 응룡과 요족의 관계 역시 썩 좋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후세에서도 자신들을 요족으로 치부하는 걸 상당히 부정적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대문 고리다.
과거에서 지금까지 흘러 내려온 인간의 대문 고리에는 불운을 멀리 내쫓는다는 의미에서 야수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무덤 입구를 막고 있던 청동 대문에는 야수의 얼굴이 새겨져 있지 않았다.
대신 두 마리의 응룡 조각상이 손으로 고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불운이라 함은 현재와는 달리 과거에는 사악한 요괴들을 지칭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사악한 요괴는 바로 사람을 잡아먹는 요괴였을 것이다.
대문에조차 야수의 얼굴을 새기지 않았고 또 요족을 꺼리는 듯한 의미가 부여되어 있는데, 이런 대문을 요족이 열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므로 문을 두드려서 열 수 있는 건 어쨌든 몽의와 진양 두 사람뿐이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요족들의 등을 떠밀지 않은 건 요족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나중을 위해 커다란 함정을 판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덤 내의 힘이 깨어나며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일정 수준이 되면 무언가를 발견해도 모두들 그것을 가져갈 힘조차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주변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 짧은 시간 내에 응룡의 묘를 완벽히 파악하고 취할 수 있는 모든 이득을 취한다는 건 망상에 가깝다.
이 일은 분명 엄청난 비밀이 되어 후손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요족의 핵심 인물들 사이에서 오랜 시간 떠돌게 될 것이다.
요족들의 습성을 생각해 본다면 놈들은 다음에 이곳을 방문할 때는 절대 외부인을 끌어들이지 않을 것이다.
오직 비밀에 대해 알고 있는 요족의 핵심 인물들만 이곳을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선조들로부터 들은 대로 공손하게 다가가 문고리로 문을 두드릴 것이다.
아마 그쯤 되면 무리 안에서 가장 높은 요족이 나서서 문을 두드릴 것이다.
여기서 문을 두드리는 순간, 깜짝 선물이 이들을 반겨줄 것이다.
비록 수천 년 뒤의 일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요족들을 크게 골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물론 누가 죽든 그건 알 바 아니었다.
멍청하게 남이 하는 것만 그대로 보고 따라 하는 건 놈들이니 말이다.
후세를 위해 엄청난 공을 세우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아쉽게도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순 없었다.
그러나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봤자 몇천 년 후 아닌가?
진양이 젊어서 일찍 요절하지만 않는다면 그쯤에는 엄청난 실력을 갖춘 고수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냥 자신이 했다고 순순히 인정하면 그만이다.
* * *
내부는 예상대로 비경 비슷한 곳이 펼쳐져 있었다.
비경 비슷한 곳이라고 한 것은 대문 밖으로 나가 뒤를 돌아보면 끝없는 공허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대문을 중심으로 공허의 절벽이 만들어졌다.
어떠한 힘이 공허 바깥에서 요동치는 난폭한 힘이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주고 있었다.
직접 겪어볼 수는 없었지만 한눈에 봐도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찢어발기고도 남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인 것은 확실했다.
이번에는 좌우를 살펴보았다.
절벽이 길을 따라 쭉 이어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얼마나 먼 거리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밟고 있는 이곳, 공허의 세계 위에 떠 있는 대륙이 어느 한 세계의 조각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진양은 이곳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원기의 존재가 느껴졌다.
일념의 바다에서 느껴졌던 것보다 훨씬 더 진하고 농후한 기운이었다.
즉, 응룡이 상고 시대가 막을 내리기 전에 세계의 조각을 빼돌려 이곳에 가져다 놓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무덤으로 만든 것이 바로 이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