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641
641화 계속 깨어있었던 것이오?
“진양, 이런 식으로 신문을 강화시켰다간 스스로도 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설마 동귀어진을 하려는 것이냐?
아니, 똑똑한 네가 그런 미련한 선택을 할 리 없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이 시간 이후로 다시는 너와 대적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어차피 더 싸워서 얻을 것도 없으니 이만 서로 갈 길을 가는 건 어떻겠느냐?”
묘축이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먼저 제안을 했다.
“먼저 덤벼든 게 누군데. 이제 와서 화해를 하자고? 늦었어. 이건 너나 나 둘 중 한 사람이 죽어야만 끝날 일이야.”
“좋다! 그럼 어디 한번 끝까지 해 보자!”
묘축은 간신히 자신을 짓누르는 힘을 버티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지면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을 삼키고 있었기에 놈의 힘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놈을 짓누르는 힘도 함께 강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진양이 불리해진다.
“멍청하긴. 그렇다고 내가 순순히 보고만 있을 줄 알았냐?”
진양이 손을 뻗자 흑옥 신문이 다시 한번 악룡을 향해 떨어졌다.
악룡은 힘껏 꼬리를 움직여 신문을 쳐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진양이 다시 한번 손을 뻗자 이번에는 백옥 신문이 나타나 놈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콰광-!
검은 기운에 의해 자극을 받은 백옥 신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번개의 강이 흘러나와 사방을 휩쓸었다.
번개로 인해 악룡의 몸은 순간적으로 경직되었고, 놈의 꼬리는 흑옥 신문을 간발의 차로 빗겨나갔다.
이어서 백옥 신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흑옥 신문이 다시 한번 악룡의 머리를 짓눌렀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신문이 덮쳐오며, 놈의 머리는 또다시 검은 기운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머리가 사라지자 그동안 모여들었던 힘도 전부 파괴되었고, 주위를 짓누르던 힘도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악룡의 머리가 다시 회복되는 순간, 놈의 몸집은 점점 작아지며 다시 묘축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묘축은 악의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진양을 노려보았다.
“네 말이 맞다. 지금 상황에서 널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네가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건 가능하지. 평생 이곳에 갇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 죽도록 만들어주마.”
큰소리로 웃으며 묘축은 천천히 자취를 감추었다.
순간 진양은 굳은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묘축이 무슨 생각인지 알 것 같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주위를 압박하던 힘은 진양에게 큰 도움을 주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뒤집혀버리게 되었다.
하늘에 작은 틈이 열리려는 조짐을 보이는 순간.
묘축은 자신의 모든 힘을 모두 불어넣었고, 이곳을 봉인하는 힘은 극한의 수준까지 발휘되기 시작했다.
관 안에 존재하는 두 힘은 더욱 치열하게 서로를 밀쳐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요모는 바깥에서 나판을 작동시킬 수 없게 된다.
묘축은 어느새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진양은 우선 지면으로 내려와 몽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몽의는 여전히 알 수 없는 특별한 힘에 둘러싸인 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를 건드릴 수 없었다.
묘축조차도 그를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다.
그리고 밤이 끝나갈 무렵이 되자 하늘에 작은 틈이 벌어졌다.
바로 그때, 대지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묘축이 아닌 진양을 향해 날아들었다.
검은 기운이 모여들며 거대한 바다를 이루었고, 파도가 일렁이며 하늘을 가리며 진양을 향해 덮쳐왔다.
진양은 백옥 신문을 소환했다.
백옥 신문의 현묘한 힘으로 검은 파도를 막아내려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검은 파도가 밀려오며 힘은 점점 축적되었고, 버틸 수 있는 공간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젠장!’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흑옥 신문을 꺼내 들었다.
지금으로선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일단은 살아서 나가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절세강자를 찾아가서 박살 내달라고 하는 수밖에.’
몰려오는 검은 파도는 빠른 속도로 흑옥 신문에 의해 빨려 들어갔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바다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고, 어느덧 흑옥 신문의 상단부가 바닷물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온 세상이 마치 검은 바다가 되어버린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진양은 동술을 펼치며 주위를 살폈고, 멀리 바다 밑에 몽의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러나 몽의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흘러들어오는 검은 물결조차 그에게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진양은 백옥 신문 위에 선 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흑옥 신문을 바라보았다.
새까만 빛이 주위를 감돌고 있었고, 타오르던 불꽃은 어느새 새까맣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꿋꿋하게 버티며 서 있는 흑옥 신문에서는 진양조차 이해할 수 없는 현묘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검은 파도가 일렁이며 곧 사라질 것 같았던 밤을 끝까지 붙잡아두고 있었다.
하늘은 이미 푸른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수많은 도문과 부문이 하늘을 뒤덮었고, 누르는 힘과 일렁이는 검은 바다는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세계 자체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모습이었다.
한편, 하늘에는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요모가 나판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중간에 멈춘 것으로 보아 더 이상 나판을 움직일 수가 없는 듯했다.
묘축은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방출했다.
단순히 진양을 상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곳을 봉인하는 힘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대로 가다간 요모가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양과 몽의, 그리고 묘축은 영원히 이곳에 갇히게 되고 말 것이다.
진양은 굳은 얼굴로 검은 바다를 빨아들이고 있는 흑옥 신문을 바라보았다.
바다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며 수평선이 점점 낮아지고 있었고, 밤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밝은 태양이 조금씩 떠오르며 세상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라졌던 묘축의 모습도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묘축은 다소 놀란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군. 분명 이곳에 백이 있는 걸 알고 들어왔지만 그를 찾을 수 없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군. 우린 애초부터 다른 세계에 있었던 거야.”
묘축은 진양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
“진양, 고맙구나. 덕분에 의문이 풀렸다. 그럼 이제 나와 함께 이곳에 남거라. 그리고 손꼽아 죽을 날만을 기다리거라!”
“분명 힘을 손에 넣기 위해 이곳까지 왔지만 도망치기 위해 손에 넣은 힘을 포기하다니. 그럴 필요 있을까? 어차피 나의 흑옥 신문이 이곳에 있는 모든 힘을 흡수하고 나면 이곳을 봉인하던 힘도 완전히 사라질 터. 그러면 요모도 손쉽게 나판을 움직일 수 있겠지.
물론 여유로운 걸로 봐선 날 가둘 나름의 계획이 있겠지. 내가 죽고 나면 더 이상 이곳의 힘을 건드리는 사람도 없을 테고, 더 이상 널 방해하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너도 손쉽게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고.”
진양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꿈도 크군.”
흑옥 신문이 사라졌다.
진양은 백옥 신문에 앉아 먼 곳으로 물러나고 있는 검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물러난 검은 바다는 더 이상 신문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다.
진양의 시선이 묘축에게 향했다.
“이제 네게 남아있는 힘은 얼마 없다. 더 이상 흑옥 신문으로 상대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말이지. 봉인의 힘도 점차 약해지고 있어. 이제 곧 다시 틈이 벌려지면 난 도망가버릴 텐데. 과연 네가 날 붙잡을 수 있을까?”
“흥, 그거야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지.”
묘축은 콧방귀를 뀌고는 곧장 하늘 위로 튀어 올랐다.
순간 어둡던 하늘에 푸른 빛이 번쩍였다.
묘축이 달려들어 부딪칠 때마다 천장의 벽은 점점 더 강해져 갔다.
진양은 그는 무시한 채 멀리 보이는 마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백 소저, 저 사람을 좀 부탁할게요. 비록 응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응건의 일부를 계승한 사람이잖아요. 나갈 때 당신도 함께 데리고 나가겠다고 약속하죠. 물론 신산까지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대황에는 오랜 시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괴산이라는 곳이 있거든요.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봅니다. 과거 응건이 모든 걸 포기했던 건 결국 당신을 살리려고 했던 거잖아요?”
진양이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묘축은 순간 발작을 멈추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멍한 얼굴로 마을을 바라보았다.
순간 온 세상이 정적에 휩싸인 듯했다.
황금빛 햇살이 세상에 흩뿌려졌고, 사방에서 빛나는 빗방울이 내리듯 쏟아졌다.
수많은 불빛들이 한곳으로 모이는가 싶더니 이내 천천히 사람의 형상을 이루었다.
빛이 사그라들며 곱게 머리를 땋은 한 소녀의 모습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잡티 하나 묻지 않은 깔끔한 유리구슬과 같은 눈동자였다.
그녀는 진양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
“소녀 응백이라고 하옵니다.”
진양도 곧바로 예를 갖추었다.
“소인 진양이라고 합니다. 당돌한 호소에도 응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응 부인, 그는 어쨌든 응건의 일부인 만큼 제가 자의로 지워버리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부인께서 직접 처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진 선생님.”
그녀는 고개를 꾸벅 숙여 예를 갖춘 뒤, 한쪽에서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묘축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백, 그동안 계속해서 깨어있었던 것이오?”
“대부분 자고 있었지만, 가끔 깨어있을 때도 있었죠.”
응백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만 이들을 보내주세요. 이제 그만해요.”
“백, 이 모든 것은 그저 당신을 위한 것일 뿐이오. 이래도 모르겠단 말이오?”
묘축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다가오진 못했다.
“난 응건이 아니오. 그리고 응건이고 싶지도 않소. 심지어 그가 가지고 있던 기억과 감정들도 계승할 생각이 없었소. 허나 나로선 방법이 없었소. 어떻게 태어날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니 말이오. 분명 눈앞에 나타났지만, 그는 내가 이곳으로 가까이 다가올 수 없도록 했소. 이게 나의 잘못이란 말이오?”
“당신의 잘못도 아니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전 이곳에 남을 겁니다. 그러니 이만 저들은 보내주세요. 더 이상 저들을 엮을 필요는 없잖아요.”
“아니, 난 반드시 당신을 데리고 나갈 것이오. 그동안 바깥은 오랜 시간이 흘렀소. 상고 천정과 지부는 모두 멸망했고, 이 세계는 다시 안녕을 되찾았소.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밖으로 데리고 나갈 것이오.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겠소? 기껏해야 간신히 연명하는 게 전부 아니오? 응건은 이미 죽었소. 다시는 돌아오지 않소. 아직도 모르겠단 말이오?”
“알아요. 하지만 당신은 모르는 것 같군요.”
응백이 한숨을 푹 쉬었다.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이 모습을 보고 있는 진양도 절로 한숨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