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661
661화 독한 녀석
유모자가 겁에 질려 벌벌 떨며 말했다.
“대인, 저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발 믿어…….”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층의 방어막이 깨져버렸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흑피는 연속으로 공격을 가하며 방어막을 전부 삼켜버렸고, 부문이 무너져내리며 방어막은 완전히 붕괴되어버렸다.
방어막이 깨지기 무섭게 흑피의 다리가 채찍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들어 엄청난 괴력으로 유모자의 머리를 강타했다.
이판사판이다 싶었는지 유모자는 온 힘을 끌어모아 손을 뻗어 흑피의 다리를 막았다.
그리고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도록 다리는 꽉 붙잡았다.
흑피는 남아있던 또 다른 한쪽 다리로 유모자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그러나 그 역시도 유모자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대인, 제발……!”
유모자가 겁에 잔뜩 질린 채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우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의 손에 붙잡힌 흑피의 몸에선 한층 더 무시무시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흑피는 몸을 비틀어 자신의 다리를 마치 꽈배기처럼 만들어버렸고, 오직 상반신의 힘으로만 박차고 나아가며 유모자를 노렸다.
콱-
칼날처럼 날카로운 흑피의 이빨이 유모자의 반쪽 얼굴을 향해 날아와 꽂혔다.
“커헉!”
고통에 놀란 유모자는 황급히 흑피를 밀쳐냈다.
피가 철철 흐르는 채로 한쪽 볼을 붙잡고 있는 그는 공포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뒤로 물러난 흑피는 퉤- 하며 씹다 만 살점과 반쪽밖에 남지 않은 눈알을 땅에 뱉어냈다.
이어서 꽈배기처럼 꼬인 그의 다리는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원상으로 회복되었다.
흑피의 눈은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그의 몸에서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위험한 상태였다.
마치 오랜 세월 잠들어있던 괴수의 본능이 마침내 깨어나기 시작한 듯했다.
“크아아아!”
포효와 함께 흑피는 빠른 속도로 유모자의 앞까지 다가와 주먹을 날렸다.
유모자는 황급히 양팔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그의 몸에서도 기혈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깡마른 몸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거운 기운이었다.
그에게 흘러나온 혈기는 곧바로 화염이 되어 그를 둘러쌌다.
“오호, 연체 수도사였군. 심지어 경지도 꽤 높은 것 같은데. 나조차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말이야.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달려온 이유가 있었군.”
진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느새 신문 경지까지 기운을 끌어올린 유모자는 흑피의 공격을 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흑피의 몸에 상처를 내고, 뼈도 부러뜨려보았지만 결국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복될 때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한 단계씩 더 강해지고 있었고, 눈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빛도 더욱 밝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흑피의 몸에서는 어느새 영태 최고봉에 해당하는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선장님, 이대로 계속 가다간 흑피가 이성을 잃고 말 겁니다.”
옆에 있던 도파가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식간에 흑피에게 다가가 그의 목을 팔로 휘감은 뒤 옆구리에 고정시켰다.
반쯤 이성을 잃은 흑피는 완강하게 저항하며 발버둥 쳤으나 진양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조용히 탕이 들어있는 호리병을 꺼내 흑피의 입속에 집어넣었다.
꿀꺽-
호리병을 삼킨 흑피의 눈은 빛을 점점 잃어가기 시작했고, 기운도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다시 평온을 되찾은 그는 평소와 같이 헤벌쭉 웃으며 진양의 옆으로 다가와 섰다.
“흑피야, 네 몸속에 어떤 혈맥이 있든 네가 그것을 지배해야지, 네가 지배당해선 안 돼.”
“알았어요. 선장님.”
한편 유모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뒤덮은 화염을 거두었고, 순식간에 흑피를 제압한 진양을 바라보았다.
분명 실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유령 선장이었으나, 순간적으로 그와의 엄청난 차이가 느껴졌다.
설령 같은 경지라고 해도 진양을 꺾을 순 없을 듯했다.
그 어떠한 수단도 통하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진양은 한 손으로 그를 눌러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는 중개인일 뿐입니다. 중개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저를 죽이시려는 겁니까?”
유모자는 저항을 포기한 듯 한숨을 푹 쉬며 물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끝까지 인정을 못 하겠다는 것이냐?”
진양이 씨익 웃으며 자신을 가리켰다.
“날 이용해 먹었다는 건 그만큼 나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다는 뜻이겠지. 살신전이 어디서 쓰이는 물건인지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 난 순천사의 사람들과도 매우 가깝게 지내고 있다. 이것이 무슨 물건인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너희들보다 잘 알고 있다.
나와 나의 첩신호위의 실력을 과할 정도로 저평가한 모양이구나. 묵양이 인형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건 너희들도 눈치챘겠지. 하지만 그는 이미 하나의 생명체나 다름없다. 물론 묵양이 이번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에는 화살이 발사되고 난 다음이 아니라 살기를 모으고 폭발시키는 순간 먼저 알아차릴 것이다.
난 녀석의 능력을 믿는다. 대황에 살기를 방출하고 살수를 사용한 뒤에 적이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살기를 폭발시킨 뒤 다른 수도사보다 더 강한 전도의 고수는 아니겠지.
이러한 작은 차이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고, 심지어 살기를 고정시키지 않고도 화살을 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눈이 되어줄 자가 이 주위에 있다는 사실을.
만약 조금이라도 일찍 찾았다면 훨씬 더 좋은 선택지가 되었을 것이다. 내게 찾아달라고 했던 그 두 쥐새끼는 무시하고 넘어간다고 치면 남은 건 너와 왕덕복 두 사람뿐이다.
“어째서 그게 저일 것이라고 확신하신 겁니까?”
유모자는 벌벌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평온해진 모습이었다.
“내가 왕덕복과 만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그리고 그가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도 말이야.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처음부터 너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는 게 기방 장거일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겨우 그 정도로…….”
유모자는 분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나 이어서 옅은 신음과 함께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진양을 쳐다보았다.
“아쉽군. 그래도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다.”
그러나 진양은 덤덤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혼초, 단장화,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나도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독초군. 하지만 생기를 끊고 기혈을 파괴하는 효과를 지닌 독초인 건 확실하겠지. 허나 상관없다. 영혼이 날아가던, 생기가 끊어지던 전부 상관없어. 어쨌든 시신을 남기기엔 시간은 충분할 테니까.”
유모자의 얼굴은 점점 더 검게 물들어 갔고, 체내의 기혈도 급격하게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깡마른 그의 몸은 눈 깜짝할 사이에 더욱 말라 들어갔다.
그러나 오히려 당황한 건 유모자였다.
어째서 이런 상황에서도 저리도 침착할 수 있단 말인가?
분명 한시가 급한 상황일 텐데.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내가 단순히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애초부터 이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란 걸 예상했다. 게다가 넌 똑똑한 녀석이니 내가 무슨 말을 하건 분명 그중에서 실마리를 찾아낼 거란 것도.
쓸데없는 소리를 한참 늘어놓은 건 네가 정말로 모든 사실을 함구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실망스럽군. 자폭이라도 하며 조금 더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할 줄 알았는데. 흔해 빠진 음독자살이라니.
이러면 죽을 때까지 또 한참 기다려야 되잖아? 얼른 죽도록 하거라. 시간 없다.”
털썩-
유모자는 주저앉으며 괴로운 듯 컥컥거렸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고개를 든 채 진양을 눈을 노려보고 있었다.
죽는 순간까지도 진양이 단순히 연기를 하는 것인지 확인하려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진양은 연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아무래도 너무 쉽게 죽음을 선택한 듯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더 이상 돌이킬 수가 없다.
그렇게 그는 눈을 부릅뜬 채 진양을 노려보며 생기가 끊어졌다.
생기가 끊어지고 영혼은 비산되어 버렸으나 그의 육신은 계속해서 수축하고 있었다.
독성이 남아 그의 육신을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진양은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시신에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고 능력을 발동시켰다.
능력이 발동되며 진양의 손에는 세 개의 광구가 잡혔다.
그러나 시신은 계속해서 맹독에 의해 쪼그라들고 있었다.
시신은 결국 하얀 백골만 남게 되었으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썩어들어가더니 이내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진양은 두 개의 하얀색 광구는 곧바로 머릿속에 집어넣었고, 남은 하나의 파란색 광구는 조용히 들고 살펴보았다.
안에 부문이 둥둥 떠 있었다.
진양의 시선이 가루가 되어버린 그의 시신으로 향했다.
‘독한 녀석.’
진양은 곧바로 이화접목을 사용하여 시신을 만지며 옮았던 독소를 배출해냈다.
그리고 파란색 광구에 들어있는 부문을 손으로 부수며 곧바로 연화시켰다.
이제 보니 그것은 천여 개에 달하는 복잡한 부문이 얽혀 만들어진 것으로 눈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잠시 느껴보니 그것이 전도 고수가 남긴 표식이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유모자에게 표식을 남겼고 유모자를 통해 목표물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는 화살을 쏘는 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애초에 목표만 잡아주는 사람은 아무런 살기를 방출하지 않고 목표를 확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양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습득 능력은 이런 것까지도 습득할 수 있는 걸까?
원래대로라면 유모자가 죽고 나면 이 표식은 자동으로 소멸되어야 한다.
본래 실체가 없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몸속으로 집어넣은, 다른 사람이 조종할 수 있는 일종의 신통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표식으로 목표를 지목하고 죽일 수 있도록 한 것일까?’
그리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양은 표식을 따로 챙긴 뒤 눈을 감고 남은 두 개의 하얀색 광구를 살폈다.
어떤 것이 능력이고 어떤 것이 정보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거나 하나 집어 살펴보니 곧바로 정보가 나왔다.
광구 안에는 지도가 들어있었다.
여러 장소가 표기되어있었는데 전부 유모자가 보물을 숨겨둔 곳이었다.